2022년 4월23일 토요일
새벽에 비가 조금 내렸다.
제주의 중산간을 가르며 달리는 버스의
차창밖 풍광은 피어오른 운무로 몽환적 분위기가
물씬 풍겨난다.
기나긴 이동끝에 버스 종점인
제주민속촌 박물관에서 4코스를 시작한다.
둘레길은 해안을 옆구리에 끼고 길게 이어지다
때론 마을을 지나기도 하지만 오늘은 거의 모든길이
해안을 인접한 도로변을 걸었다.
오늘은 날씨가 화창한 날씨였다면 다소
곤혹스러울 수 있는 구간인데 흐린 날씨 덕을 톡톡히 본다.
올레길이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는
길이라 한들 전구간이 다 좋을순 없다.
둘레길을 걷다보면 싫은길을 걷다가도 때론
멋진 풍광을 만나기도 하고 어떤땐 도로변 바로 아래로
숨겨진 정글숲 터널을 만나기도 하는데 그럴땐
싫었던 구간의 기억은 송두리째 잊게 만든다.
올레길은 그런 길였다.
그길을 걸으며 어떤땐 도대체 이런길을
어떻게 찾아서 연결 했는지 감탄사가 절로 나올때가 있다.
오늘도 그렇게 하염없이 자전거 전용도로와
겹치는 올레길에서 고개를 푹 수그리고 걷고 있었는데
문득 마주오던 자전거 한대가 내 앞에 멈춰 서더니
그가 날 빤히 처다본다.
?
그러더니 그가 마스크를 내리며 파안대소를 한다.
그는 바로 내가 퇴직한 직장의 후배 기관사였다.
ㅋㅋㅋ
얼마나 반갑던지...
함께 온 동료는 자전거가 고장나 숙소로 갔단다.
그 친구와 헤여진 얼마후 숙소에 머물던 후배들이
어디까지 걸을거냐 전화가 왔다.
4코스를 넘겨 5코스의 동백나무 군락지까지 갈거라
했더니 그곳에 미리와 기다리던 후배들이 날 강제로
픽업해 그들의 숙소로 끌고갔다.
마침 저녁때가 되어 푸짐한 먹거리와 함께
다양한 화제로 밤 깊어 가는줄 모르고 우린 함께
제주도의 밤을 즐겼다.
참말로...
세상을 살다보니 이런날도 다 있다.
이날밤은 후배들 덕분에 그들의
숙소인 럭셔리한 펜션에서 행복한 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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