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19일 화요일

전날밤 제주에 사는 막역지우를 만났다.
우리부부와 친구부부는 처녀 총각때 부터 함께
어울려 지냈던 절친 였는데 순환 근무를 해야 했던
친구가 제주에 뿌리를 내린후 그간 자주 만날 수 없었다.
그러니 이날밤 친구 부부가 얼마나 반갑던지 ?
참 이쁘게 사는 친구 부부라 난 그저 바라만 봐도 행복하다.
친구부부 덕분에 숙면을 취해 그런가 ?
이날은 평소보다 더 일찍 일어나 올레길을 이어갔다.
오늘은 지난번 못 다 걸었던 1코스를 완성하며
1-1코스까지 걸어 볼 참이다.
제주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출발하여 제주의
중심을 가르며 달리는 버스에서 내다 본 풍광이 멋지다.
특히 나는 사려니 숲길에선 그냥 버스에서 내려 버리고
싶던 충동을 애써 참아야 했다.
드디어...
길고 긴 이동 끝에 도착한
광치기 해변에서 성산 일출봉을 향해 나는 걸었다.
아무도 없던 해안가 산책로를 나홀로 꼬닥꼬닥 걸어가
성산 일출봉을 넘겨 여객선 터미널로 들어서자
우도 출발 뱃시각 10분전이다
서둘러 부랴부랴 표를 구입해 우도를 향한다.
우도는 아내와 두 번이나 구석구석 다 걸어봤다.
다만 그땐 입항한 선착장이 천진항 였는데
오늘은 하우목동항에서 걸음을 시작한다 .
이리갈까 저리갈까 ?
그냥 발길 닿는대로 걷기로 했다.
여긴 섬을 한바퀴 다 돌면 올레길 1-1코스 완성이다.
어느덧 발길이 천진항을 지나 우도봉을 넘긴다.
그런후 표지기를 따라 가다보니 하고수동 해수욕장이다.
여긴 나도 초행...
그런데...
들어서자 마자 에머랄드빛 바닷물에 홀라당 반했다.
이런 풍광을 보고 그냥 가면 그건 완전 죄악이다.
순간 나는 양말까지 벗어 던진후 온몸을
해풍에 맡긴채 한동안 멍~을 때렸다.
한참후...
하우목동을 향한다.
우도는 허허 벌판이다.
당연 바람이 거세다.
선착장을 향한 들길엔 온갖 야생화와 유채꽃이
바람따라 춤을 추고 보리밭은 거센 일렁임으로 장관이다.
그 바람속을 나는 걸었다.
무념 무상으로...
드디어 우도 하이킹을 끝낸 뒤
올레 1코스를 다시 잇기 위한 길을 나섰다.
여객선 터미널에서 21코스와 1코스 갈림길인
바당길까지 내겐 고역의 길였다.
이날 나는 끝없이 이어진 아스팔트의 지열과
바늘처럼 콕콕 찔러댄 햇살을 고스란히 받아야 했는데
흐이구~!
그건 그놈의 건망증으로 모자를 챙겨오지 못한 탓이다.
할 수 있나 ?
칠푼이 같아 보여도 얼굴 전체를
수건으로 칭칭 감고 걷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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