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순창 회문산
산행일 : 2022년 1월08일 토요일
누구랑 : 초록잎새랑 단둘이
(산행지도)
(트랭글에 그려진 동선)
(트랭글에 기록된 산행거리와 시간)
겨울 산행은 짧고 굵게....
그래서 찾아든 순창의 회문산에서 우린 산행을 시작했다.
여긴 90년대 후반쯤 삼실 산악회 회원들과 올라본 이후 처음이다.
그런데...
그때의 기억을 난 결코 잊을 수 없다
그날 우리 산악회는 길을 잃고 헤매다 겨우 정상에 올랐다 내려오기 바뻣다.
회문산 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빨치산이다.
아마도 그건 이태의 소설 남부군의 실제 무대인
조선 노동당 전북도당 유격대 사령부의 거점이란 선입견 때문이 아닐까 ?
우야튼...
회문산하면 떠오르는 기억은 지독한 알바다.
한여름 울창한 숲속을 헤매며 길을 찾다 보면 그냥 그자리...
우린 비참하게 죽은 빨치산의 원혼이 장난을 치는거라 생각했다.
일단 지형을 파악하기 위해 능선을 향해 길도 없는 숲속을 치고 올랐던
그때의 기억 때문에 회문산이 내겐 난이도 최상의 가장 힘든 산행지로 각인돼 있다.
오늘은 자연휴양림의 원점휘귀로 아주 짧게 코스를 잡았다.
산행초입은 주차료 3천원만 내고 통과한 매표소에서
조금만 올라서면 만나게 되는 회문산 자연휴양림이라 세긴 돌비석이다.
등로는 내인골 계곡과 나란히 이어지다
그곳에서 이어진 등로와 만나는 갈림길 이정목이 우릴 인도 하는데
이정목엔 이곳을 큰문턱 바위라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주위를 둘러봐도 바위는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우리가 서있는 지점이 내인골에서 바라보면 암릉의 상단일 거란 짐작이 든다.
큰문턱바위 이후 등로가 거칠다.
역시 회문산은 힘겨운 산 ?
그 힘겨움을 달래주기 위함인지
이정목이 등로에서 비켜난 전망 좋은곳으로 유혹하기에
약간의 발품을 팔며 올라서자
회문산 자연휴양림이 내려다 보인 전망대가 맞아준다.
전망대에서 되돌아 온 이후 우린 한동안 오름짓에 열중했다.
오늘은 한겨울 날씨답지 않게 포근한 탓에 벌써부터 등줄기에 땀이 흐른다.
귀찮아도 이럴땐 얼른 벗어야 한다.
겨울철 안전 산행엔 체온조절이 제일 중요하다.
덕분에 난 벌써부터 나시차림...
열이 많은 난 한겨울 산행엔 항상 똑같은 패턴이다.
좀 달라진게 있다면 왠일인지 나이가 들자 손과 발 뿐만 아니라
가끔은 바이메탈 온도계의 지침인 몸가지 끝(?)도 얼어붙을 때가 있다는 사실.
ㅋㅋㅋ
땀나지 않게 최대한 지긋이
그렇치만 꾸준히 오르다 보니 어느새 우린 삼연봉을 넘겼다.
잔설이 남아있던 등로엔 잎을 다 떨군
활엽수가 꽉 들어찬 밀림숲이라 조망이고 뭐고 볼게 없으니
우린 그냥 무작정 정상을 향해 무상무념의 상태로 걷기에만 열중했다.
그러다 회문산 역사관을 향한 갈림길을 지나
계속된 능선을 치고 오르다
무명봉을 앞에 두고 좌측으로 돌아 나가는 길에서
쉬운길을 두고 혹여나 조망이 터질까 그 봉오리를 올라 섰는데
내 바램과 달리 특별한 볼거리가 없던 그곳엔 봉분 하나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런데...
맨몸으로 올라서기도 힘든곳에 웬 무덤 ?
회문산은 우리나라 5대 명당 중 한 곳으로 이곳에
묘를 쓰면 무려 59대까지 복이 이어진다 알려져 그런게 아닌가 짐작된다.
그 무명봉을 내려서는 길은 당연 거칠다.
기존의 등로까지 가깝기는 하나 울 마눌님께서 짜증을 내지 않을까
은근 걱정을 했는데 어쩐일인지 초록잎새가 아무말 없이 이쁘게 잘 따라 내려선다.
히유~!
무명봉 이후 매표소로 향한 서어나무 갈림길을 지나
빡신 오름짓 끝에
장군봉 갈림길에 올라선 우린 잠시 머뭇댄다.
저곳도 아주 유명한 조망터...
그러나 오늘은 그냥 욕심을 접기로 했다.
장군봉 갈림길에서 회문산 정상은 가깝다.
그곳에 올라서자 초록잎새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 나온다.
아마도 누구든 그럴것 같다.
그만큼 회문산 정상의 조망은 황홀했다.
여기가 이런곳 였나 ?
그런데 솔직히 난 그런 기억이 전혀 없다.
종일 숲속을 징글맞게 헤매던 기억만 각인 돼 있을 뿐....
왔으니 관례대로 정상증명의 절차를 거친 우린
한동안 정상에 앉아 발아래 펼쳐진 파노라마의 연능들을 감상했다.
우리가 올라선 삼연봉에서 조금 더 올라서면 만날 수 있는
깃대봉 뒤로 펼쳐진 산의 연능에서 제일 먼저 시선이 머문곳은 지리산이다.
지리산은 기준점 역활을 하는 반야봉을 찾고 나면 어림짐작으로 나머지 산들을 유추해 낼 수 있다.
아래는 회문산 정상에서 담아온 사진인데 각각의 산들을 표기해 보았다.
대다수 내가 걸어본 산들로 용궐산 채계산 문덕봉 고리봉 동악산 무등산 강천산 추월산 내장산 백련산등등..
100% 단정할 순 없지만 위치적으론 그냥 저냥 맞을것 같다.
정상에서 한동안 조망에 빠진 우릴 구해준건 배꼽시계의 알람이다.
회문산 정상 바로 아래는 따사로운 햇살이 머물고 있어
그곳에 자리를 잡은 우린 따스한 커피와 함께 간편식으로 식사를 했다.
얼마만에 먹어보는 빵인지 ?
ㅋㅋㅋ
마눌님이 선물로 받아온 빵이다.
아기가 너무 이쁘고 사랑스러워 시작한 베이비 시터가
울 마눌님의 일인데 마눌님은 돈을 떠나 일을 하며
얻는 성취감과 행복함에 이 일은 절대 그만 둘 수 없단다.
다만 한집이 끝나면 일주일은 재충전을 위해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쉰다.
일을 하며 마눌님은 가끔 애기 사진을 핸폰으로 나에게 보내준다.
배냇짓과 옹알이를 하는 모습만 보면 이뻐서 환장 하겠다며...
그런데...
지금껏 애를 보며 느낀 공통점이 있단다.
아기의 부모가 착하고 인성이 좋을 수록 아기도 차분하고 순하단다.
마눌님은 그런걸 보면 유전되는 천성이란 본바탕은 분명 존재 한다는걸 다시 또 느낀다고 했다.
임신 기간중 그래서 산모의 안정된 심리상태 유지가 아주 중요하다 할 수 있겠다.
초록잎새는 대략 3주간 일을 하는데 우리가 점심으로 싸온 빵은 이번에 마지막 일을 끝날때 받아온 선물이다.
이집은 아가도 순하고 애기 부모는 물론 그 가족들 모두가 어찌나 순박하고 착하며 인성이 좋던지
마눌님은 오히려 일을 하며 자신이 더 많은 기쁨과 행복을 받은것 같아 정말로 보람찬 3주였다고....
얼마후 우린 식사를 끝내고 하산길에 든다.
내림길에 들어서자 마자 등로옆으로 난 임병찬님의 묘를 스처 지났다.
구한말 의병장인 임병찬은 체포된 후 옥중에서 3차례 자결 시도와
단식투쟁을 한 인물인데 거문도 유배지에서 66세의 일기로 순국하셨다.
등로는 연이어 볼거리를 제공한다.
일제 강점기에 동초 김석곤이 세긴 음양의 변화와
조화를 뜻하는 천근월굴의 글자가 아직도 선명한 암벽을 지나
이름처럼 작은 봉오리인 작은지봉을 넘기자
빨치산 초토화를 위해 산불을 냈슴에도 살아 났다는 여근목을 만났다.
회문산엔 그 여파로 70년이 지난 지금까지 소나무가 귀하다.
작은지붕을 조금 벗어나면 조망이 터진다.
우측 능선 끝이 679m인 돌곶봉으로 그 아래에 자연 휴양림이 있다.
내림길은 한차레 휴양림에서 시작된 임도를 넘겨 헬기장으로 연결되어
시루바위로 이어진다.
3단 바위의 시루바위에서 회문산 산행중 마지막 조망터 문바위는 지척의 거리다.
문바위에 올라서자
바로 코앞에 자리한 무직산이 아주 자세히 내려다 보인다.
저 산에선 치천이 휘돌아 가며 생긴 한반도 지형을 볼 수 있다.
저곳은 지금 현재 네이버 웹툰 작가(화요일 연재 급식러너)로 활동중인 막내 영운이가
예전에 잠시 쉬러 왔다가 같이 가 주는게 효도 하는거란 우리의 꼬임에 밤새 억수로 퍼붓던
비를 쫄딱 맞아가며 함께 백패킹을 했던 추억의 산행지다.
추억을 회상하던 문바위에서 내려선 이후 우린 다시 또 오름길에 올라
마지막 봉오리 돌곶봉에서 매표소로 향한다.
휴양림으로 향한 내림길은 응달사면이라 잔설로 미끄럽다.
거기다 경사마저 급하다 보니 겁 많은 초록잎새에겐 곤혹스런 길이 됐다.
더듬더듬...
답답하게 이어지던 초록잎새가 무사히 잘 내려 섰을까 ?
천만에 만만에 콩떡이다.
아이젠을 하라해도 귀차니즘에 말을 안 듣더니 두번이나 엉덩방아를 찌었다.
그래도 우야튼 무사하게 내려 섰슴 다행...
드디어 원점휘귀로 도착한 주차장에서 우린 산행을 끝냈다.
회문산이 초행였던 초록잎새는 무쟈게 맘에 들어 했다.
거리도 짧았지만 워낙 천천히 진행해 그랬나?
초록잎새에게 산행후 소감을 묻자 다시 오고 싶을 정도로
조망이 황홀했고 무엇보다 걷기 쉬운산 였단다.
꼬렉~?
헐~!!!!
거리는 짧아도 오름과 내림길 죄다 빡센 경사라 난 어렵던데...
(동영상으로 보는 산행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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