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전의 운주산
산행일 : 2021년 10월11일 월요일
누구랑 : 초록잎새랑 단둘이
전날 일요일...
마눌한테 어거지로 이끌려 보건소에서 독감 예방접종을 받았다.
이젠 미리 예방해야 될 나이라며 고집 부리지 마라 윽박 질러 어쩔 수 없었다.
처음엔 일요일에 어떻게 그런걸 맞냐 핀잔을 날렸는데
얼러려~?
난 보건소에서 휴일날에도 예방 접종을 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ㅋㅋㅋ
올핸 퇴직하자 마자 마눌님의 강요에 못이겨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받은 이후 이번이 두번째인데
보건소엔 내 예방접종 이력이 기록돼 있어 미접종된 일본뇌염과
파상풍도 맞는게 좋을것 같다고 해 독감과 일본뇌염을 함께 맞았다.
비용은 독감 3만원 일본뇌염은 5만원...
일요일은 그래서 그렇게 보냈고....
대체 휴일인 월요일엔 좀 멀리 하동의 대도섬을 가기로 했는데
처음 어디로 가는지 관심도 없이 그냥 좋다고 윤허를 하신 울 마눌님이
첫배를 타기 위해 새벽 5시엔 떠나야 한다고 하자 돌연 뭘 그리 멀리 가냐며 싫덴다.
헐~!
대도섬 대신 그냥 아주 가까운곳
그리고 쉽게 걸을 수 있는곳으로 가라는 울 마나님....
이건 뭐~
마눌님은 나에게 하명만 내리면
도깨비 방망이처럼 뚝딱 입맛에 맞는 산행지를 대령하는 줄 안다.
그래도 어쩌겠나 ?
비록 슬기로운 백수생활을 한다지만 나는 어쨋거나 백수고 마눌님은 돈 버는 여자다.
아직 이세상은 돈이 진리며 생명이고 힘이다.
그리하여...
이날 집을 나설땐 손에 마스크를 들고 내 마스크
어딨냐를 외치던 치매끼 가득한 내 머릿속을 헤집어 겨우겨우 찾아낸게
운주산 둘레길인데 그곳은 몆번 가본곳이긴 했지만 둘레길은 나도 초행이다.
여긴 마눌님이 요구했던 대로 대전에서 가까워 금방 도착이다.
오늘은 예전과 달리 초입의 공용 주차장을 지나 고산사 주차장까지 올라가 발걸음을 옮겼다.
둘레길은 고산사 주차장을 올랐던 도로를 타고 되돌아 내려오면
부안임씨 쌍효 정려비가 있는 곳에서 시작된다.
여긴 급하게 찾아보긴 했지만
산행지도는 물론 개념도등등 변변한 자료가 없어 그냥 와야 했는데....
까이거~
그냥 운주산을 한바퀴 빙그레 돌면 되겠지란
생각만으로 시작한 둘레길의 초입을 아주 쉽게 찾았다면 뭐~
일단 절반의 성공 아니겠나 ?
그런데...
역시 아무 자료도 공부도 없이 찾아들면 실수는 있게 마련인가 보다.
부안임씨 쌍효 정려비 뒤편의 작은 둔덕에 올라서자 진행방향 좌측의 등로가 더 뚜렷해
그쪽으로 들어섰다 우린 되돌아 나와야 했다.
그길은 한집안 일가의 대규모 봉분이 자리하고 있었고 길은 끊겼다.
둘레길은 갈림길에서 직진해 언덕을 넘어가야 된다.
언덕을 넘어서자 초반엔 뚜렷하던 둘레길이
건식한지 얼마 안돼 보이던 이정목이 가르킨 방향으로 들어서자
이게 진짜 둘레길이 맞나 싶을 정도로 거칠다.
이슬에 벌써 바짓단이 젖어들고
얼굴에 달라붙던 거미줄이 성가셔도 자연 그대로의 이런길엔
청초한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올라 불쑥 예고도 없이 찾아든 불청객을 내침없이 반겨준다.
함께 걷던 마눌님...
"자기야~!"
"저 빨간 열매는 뭐야~?"
"넘~ 이쁘다"
"미자씨 아냐~?"
"오미자가 저렇게 생겼잖아~"
"길옆에 저렇게 이쁜 미자씨가 있슴 사람들이 가만 내뒀겠냐 ?"
"으이구~!"
"물어본 내가 바보징~!"
헐~!!!
그런데 저 열매는 뭔가유~?
한동안 이어지던 거칠지만
그래도 그렇게 싫지만은 않았던 등로가 임도와 접속된다.
이후부터 임도는 이렇게
꼬부랑~
꼬부랑~
끝없이 이어지는데
아휴~!
걷다보니 나무둥치를 감고 올라간 담쟁이 덩쿨엔 가을색이 살짝 내려 않았다.
그렇게 임돗길을 걷던 우리에게 반가운 이정목이 반긴다.
이정목엔 운주산 정상까지 0.8키로라 돼 있다.
그 이정목 바로 아랜 청송 약수터가 자리하고 있다.
왔으니 물맛은 봐야지 ?
수질검사도 좋다고 파란불이 들어와 있어 마셔보니
아주 시원하다.
얼마후...
쉼터 정자까지 있던 청수 약수터를 뒤로한 우린
운주산 정상을 좌측에 두고 돌~고 돌아가는 임돗길을 걸으며
요렇게 셀카질도 할 수 있었던 것은
지금껏 오며 한사람도 만날 수 없었던 한적함과 고즈넉한 등로라 그랬다.
청송 약수터 이후
두번째로 만난 정상을 향한 등로마저 개무시를 한 우린
봉대리와 고산사 갈림길에서 잠시 머뭇댄다.
오늘 뭐 갖은게 시간뿐이고
봉대리까진 1.7키로라 돼 있으니 한번 걸어 보기로 했다.
트랭글 웹 지도엔 등로 표시가 없지만
이길로 내려서다 혹시 망경대산에서 운주산으로 향한
능선과 접속될 수 있으면 그길로 되돌아 오려던 내 야심은
불행하게도 임도를 걷던중 한차레 조망이 터진곳에 이르러 발길을 돌려야 했다.
여기서 볼땐 거기까진 너무 멀다.
거긴 봉대리까지 다 내려가 망경대산 아래 국가유공자 묘역까지 도로를 타고 올라야 된다.
삼거리까지 되돌아 가는길...
ㅋㅋㅋ
시멘트 오름길에 은근 짜증이 났나 보다.
울 마나님이 토라졌다.
하~
이런...
이젠 감만으론 맘대로 등로를 변경하면 안될듯...
참 이상하다.
예전엔 산세만 쓰윽 훍어봐도 지도정치 없이
내 맘 먹은대로 또 내 생각과 예상대로 잘 찾아가고 맞아 들어갔는데 이젠 백발백중 다 틀리다.
ㅋㅋㅋ
되돌아온 삼거리에서 비로소 기존의 둘레길로 향한 우린
이젠 토라져 버린 초록잎새의 마음이 풀리기 시작할 쯤
진행방향 우측에 둔 관불사를 지나
역시나 아무도 만날 수 없었던 임도길을 우린 다정히 걸어 고산사로 향했다.
드디어 고산사를 목전에 두고 운주산을
향한 등로 초입의 안내도에 이르자 내 시선이 고정된다.
순간...
예전 이맘때 나홀로 병마산에서 동림산을 경유
망경대산을 거처 운주산까지 종주했던 기억이 떠올려 진다.
내 고향인 이곳의 산골짝 구석구석은 내 아버지의 삶이 깃든 곳이라
내겐 그때나 지금이나 남다른 산행지다.
무사히 운주산 둘레길을 끝내고 들어선 집...
배낭을 정리하다 보니 길옆에 지천으로 떨어진 산밤을 줏은게 꽤 된다.
산밤은 비록 밤톨이 작지만 맛은 훨~ 고소하고 좋아 한동안 나의 간식이 돼 줄 것 같다.
잠시후...
샤워후 거실에서 창밖을 내다보니
제법 가을비가 굵직하게 내리고 있다.
햐~!
울 마눌님에겐 선경지명이 있었나 ?
이런날 장거리 섬으로 떠났슴 힘만 들었을 텐데 안가길 참 잘했다.
역시...
네비양과 마눌님 말씀은 잘 들어야 함이 진리다.
(동영상으로 보는 산행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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