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랭글에 그려진 실제동선)
산행지 : 제주 단산오름 & 송악산 둘레길
산행일 : 2020년 10월23일 금요일
누구랑 : 산찾사.겨우달려.행복쟁이
오전 한라산 등반을 끝내고
통나무 펜션에서 점심식사를 끝낸 우린 오후 일정에 든다.
내일 귀향을 위해 오후엔 그냥 간단히 걸을 수 있는 오름 둘레길로 먼저 단산을 찾았다.
숙소에서 단산은 아주 가깝다.
대정향교를 가기전 단산사에서 우린 걸음을 시작했다.
주차는 단산사를 얼마 앞둔 도로변에 넓은 공터가 있다.
주차지엔 이곳은 개인 사유지라 등로를 폐쇄하니 단산사 방면을 이용하란 안내문이 적혀 있다.
그곳에서 단산사는 엎드리면 코가 닿을 가까운 거리인데 등로는 단산사 옆으로 열려 있어
그곳을 향했는데 사찰앞엔 동백꽃이 그려진 4.3피해 안내문이 세워져 있었다.
그러고 보면 제주는 이곳저곳 온통 동백꽃 빛깔처럼 처연한 아픔과 슬픔을 간직하고 있다.
단산은 조금만 수고로움을 감수하면
이런 황홀한 조망을 즐길 수 있다.
2021년이 되면 입산금지가 풀리는 산방산을 시작으로
사계리의 넓은 들판 너머로 바다 한가운데엔
다정한 형제섬이 그리고 그 우측엔 잠시후 우리가 또 걷게 될 송악산이 뚜렷하다.
다시 시작된 단산 정상을 향한 오름질을 하다보면
단애절벽의 봉오리가 보인다.
저곳이 단산 정상...
그곳을 향한 길은 그리 멀지 않기에
우린 곧 올라서게 되었는데
햐~!
조망이 기막히게 아름답다.
온세상이 발아래 놓여 있는 모습에 가슴이 뻥~ 뚫린듯 시원하다.
단산정상은 그러나 바람이 거세다.
오래 서있기 힘들정도의 바람에
삼각점이 박혀있던 암릉에 올라서자 마자
ㅋㅋㅋ
행복쟁이는 본인이 제일 아끼던 모자를 날려 버렸다.
순간 급하게 겨우달려가 똥줄타게 달려는 갔지만 끝내 찾지는 못했다.
행복쟁이 최고의 장점은
잃어버린건 금방 기억에서 지워 버리는것.
그녀는 어느새 미련을 훌훌 털어 버린채 아름답게 펼쳐진 조망에 빠저든다.
이젠 단산을 내려가야 할 시간...
왔던길 되돌아 가는게 싫어던 난 단산과 마주한 맞은편 무명봉을 향했다.
그곳을 향한 길은 내 예상과 어쩜 그리 잘 맞아 떨어지던지 ?
길이 다소 거칠다.
그래도 아무 불평없이 따라준 겨우달려와 행복쟁이가 고마운데...
마지막 암봉을 향한 등로는 없다.
잠시 디카로 사진을 찍는 사이 그 암봉을 앞둔 갈림길에서
선등을 했던 겨우달려 부부는 진행방향 좌측으로 나는 우측길로 들어서는 바람에
잠시 우린 헤여지게 되었는데....
전화로 조심스레 내려가
대정향교에서 만나자고 한건 참 잘했다.
내가 내려선 암릉은 아래의 사진처럼 직벽의 위험 코스였다.
계속된 암릉을 고집하지 않고 도중 안전한 탈출로를 찾아 내려선
내 몸엔 도둑놈 까시로 도배를 할 정도 마지막 숲속길은 거칠었다.
소박하고 절제된 양식으로 표현해 낸 유교 건축물로
알려진 대정향교는 1653년(효종4년) 제주목사 이원진에 의해 건립 되었다.
나와 반대편으로 내려선 탓에 잠시 이산가족이 되었던 우린
다시 만나 대정향교를 거처 단산사 주차장을 향하며 단산오름을 끝냈다.
(단산오름 동영상)
(트랭글에 그려진 송악산 둘레길)
단산오름을 끝낸후...
우린 그곳에서 가까운 송악산 둘레길을 걷기로 했다.
예전 초록잎새랑 단둘이 걸었던 송악산 둘레길의 기억을 더듬어
찾아간 송악산 주차장에서 송악산을 우측에 두고 이어진 해안 둘레길을 우린 걸었다.
송악산 둘레길은 아주 단순하다.
송악산을 두고 이어진 길을 쭈욱 걷다보면 저절로 제자리로 돌아온다.
송악산 정상은 출입 통제구간이다.
해안 둘레길 초입엔 많은 인파로 혼잡하다.
그러나 조금 더 걷다 보면
대다수의 행락객들은 도중에 발걸음을 되돌려 돌아 가기에
얼마뒤엔 비로소 한적함을 즐길 수 있어 송악산 둘레길도 나름 좋았다.
단지 나에겐 두번째 걷는 길이라 그 신선함이 떨어지긴 했어도
역시나 다시 찾아도 좋을만큼 풍광은 훌륭했다.
오전 한라산과 달리 오후의 송악산 둘레길에서 바라본 하늘은 얼마나 예쁘던지 ?
그야말로 가을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없어가 아닌 구름이 있어 더 아름다운 날씨다.
우린 행복에 겨운 걸음으로 힘들이지 않게 송악산 둘레길을 한바퀴
돌아옴으로 7박8일의 모든 여정을 끝냈다
되돌아온 숙소...
제주의 마지막밤 성찬은 지난번
맛집을 다시 찾아가 이번엔 흙돼지 대신 백돼지를 시켰다.
역시나 이집은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훌륭한 맛으로 우릴 만족 시켰다.
되돌아 오던길....
맨날 이른아침 조깅을 했던 겨우달려가 자기가
달렸던 코스에서 미리 봐 두었던 분위기 좋은 카페로 우릴 안내했다.
우리가 찾아든 카페는 마녀의 언덕이란 간판을 달고 있었다.
영화던가 드라마던가 ?
우야튼 그런 촬영지였다던 그곳 분위기를 다들 맘에 들어했다.
조용하게 흘러 나오던 클래식의 음악과 어울리던
밤바다의 풍경이 내려다 보이던 카페에서
우린 숱한 이야기로 제주의 마지막 추억을 쌓은후...
펜션 인근의 피자집에 들려
화덕에서 금방 구워낸 피자 한판을 구입해
숙소에서 마지막 조촐한 우리들만의 시간으로 제주의 마지막 밤을 꽉 채웠다.
다음날 이른 아침....
우린 귀향을 서둔다.
렌터카 반납.
그리고 검색대를 통과후 비행시간에 맞춰
알차고 잼나게 보냈던 7박8일의 여정을 보낸 제주를 떠나 청주공항을 향했다.
제주일정을 끝내며....
살아갈 날 보다 지금껏 견디며 살아온
5년이란 세월이 어쩜 더 힘들고 고통스럽지 않았을까 ?
암이란 질병에서 완전하게 벗어난 그날을 기념해 함께 다녀 오자고 했던
너희 부부의 요청으로 이루어진 이번 여행이 그래서 더 뜻깊고 오래 기억에 남을것 같구나.
함께 해서 고마웠다.
영원한 추억으로 간직하마.
당사자나 곁에서 지켜본 겨우달려나 그 고통은 매 한가지 였으리라 생각한다.
어느책에서 본건데..
내가 어쩌다 저 사람하고 살았지 ? 가 아니라
저 사람 어쩌다가 나랑 살았지 라며 고맙고 미안해 지는 사이가 부부라고 하더라.
이젠 힘든일 지났으니 계속 꽃길만 걷기를 바라며....
문정희 시인의 부부란 시로 이 후기를 끝내려 한다.
부부....(문정희)
부부란 여름날 멀찍이 잠을 청하다가도
어둠 속에서 앵하고 모기 소리가 들리면
순식간에 합세하여 모기를 잡는 사이이다
많이 짜진 연고를 나누어 바르는 사이이다
남편이 턱에 바르고 남은 밥풀만 한 연고를
손끝에 들고 나머지를 어디다 바를까 주저하고 있을때
아내가 주저 없이 치마를 걷고
배꼽 부근을 내미는 사이이다
그 자리를 문지르며 이달에
사용한 신용카드와 전기세를 함께 떠올리는 사이이다
결혼은 사랑을 무화시키는 긴 과정이지만
결혼한 사랑은 사랑이 아니지만
부부란 어떤 이름으로도 잴 수 없는
백년이 지나도 남는 암각화처럼
그것이 풍화하는 긴 과정과
그 곁에 가뭇없이 피고지는 풀꽃 더미를
풍경으로 거느린다
나에게 남은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다가
네가 쥐고 있는 것을 바라보며
내 손을 한번 쓸쓸히 쥐었다 펴 보는 사이이다
서로를 묶는 것이 거미줄인지
쇠사슬인지는 알지 못하지만
부부란 서로 묶여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느끼며
오도가도 못한 채
죄 없는 어린 새끼들을 유정하게 바라보는
그런 사이이다.
(후기를 동영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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