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한라산 영실~어리목
산행일 : 2020년 10월23일 금요일
누구랑 : 산찾사.겨우달려.행복쟁이
(트랭글에 그려진 행로)
아프니까 청춘이다 ?
웃기는 소리다.
아프고 보니 노년이다.
마음과 달리 늙으면 특히 유연성과 민첩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그러니...
나이 들어선 매사에 조심을 해야 한다.
초록잎새가 마라도에서 잠시 그걸 잊고 방심한 탓에 입은 부상이 심했나 보다.
근육이완제와 파스 처방으로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하룻밤을 지나고 나자 증세는 더 악화 되었다.
어제 부상직후 당산봉을 걸은건 불난데 기름을 부은것 같다.
뒷 이야기지만 제주투어를 끝내고 집에와 며칠을 또 그렇게 견디던 초록잎새가
늦게 병원을 찾아 초음파를 찍은 결과는 혹독했다.
인대손상으로 6주 근신이란다.
흐이구~!
진작 병원을 찾았다면 좀 덜 했을텐데 완전 미련 곰탱이 마눌님이다.
이날 웬만하면 원점휘귀가 곤란한 코스라 서포터를 해 줄만도 한데 그냥 택시를
이용하랄때 짐작을 하긴 했어도 부상이 그 정도인줄 진짜 몰랐다.
이날 우린 이른시각 영실에서 발걸음을 시작했다.
처음 시작할땐 날씨가 좋겠지 했다.
영실 기암이 막 보이기 시작할땐 운무가 가끔 벗어지기도 했다.
예전 철죽꽃 흐드러지기 피던날 돈네코에서 영실코스로 하산하며 바라본 풍광을
잊을 수 없어 다시 걷고 싶다던 행복쟁이의 원대로 오늘 그 풍광을 볼 수 있슴 좋겠는데.....
그러나 힘겹게 올라설 수록
그 꿈은 점점 윗쪽에서 아래로 밀려든 운무로 사라지고 있었다.
저 아래 제주시는 파아란 하늘로 깔끔하기만 한데....
영실기암을 다 벗어 나도록
심술궂은 운무가 몰려들어 그 모습을 볼 수 없었던 우린
대피소로 향하다 진행방향 좌측의 전망대를 들려 보기로 했다.
그런데...
와우~!
이곳은 몸을 가눌 수 조차 없는 강풍이 불어닥친다.
기온 또한 영하권....
뺨을 때리는 칼바람은 면도날로 햘키는 느낌이다.
전망대 데크의 기둥은 상고대가 맺혀있고
그 아래엔 바람부는 방향으로 상고대 꽃이 피어 오르고 있다.
순식간였다.
그 풍광을 담기위해 노출된 내 손이 감각을 잃은건...
그래도 벌써부터 이런 매서운 한겨울을 느낄 수 있는게 너무 좋다며 겨우달려 부부는 신이 났다.
난 얼어 죽겠는데...
얼어죽기 직전에 겨우 그곳을 탈출한 우리들...
몸에 열을 올리기 위해 부지런히 대피소를 향해 걸었다.
날씨가 악화돼서 그런가 ?
대피소는 만원이다.
겨우 한자리를 차지하고 서로의 온기로 추위를 달래던 겨우달려 부부에게
달달한 다방커피를 타서 건네주고
홀로 있을 마눌님께 전화를 했더니 초록잎새가 그런다.
여긴 하늘이 파아란게 너무 이쁘다며 카톡으로 사진까지 보내온다.
오늘은 바람이 심해 그런가 ?
한라산 등로는 어리목과 영실을 제외한 전구간 통제란다.
오늘 우린 남벽 분기점까지 가려 했는데
이미 기상악화로 통제중이라 윗세오름에서 발걸음을 멈춘 우린
아쉽지만 어리목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어리목을 향한 내림길....
이건 뭐꼬~?
등산객들이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오고 있다.
저렇게 올라오는 방법도 있었나 ?
난 정말 몰랐었넹~!
하긴...
알았어도 절대 이용할리 없겠지만.
볼거리 없는 등로라 발빠른 겨우달려 부부의 꽁무니를 따라 내려선 얼마후...
어리목을 향한 목교를 넘어서게 되었는데
햐~!
여긴 단풍이 절정였다.
오늘 하일라이트는 그래서 이곳 단풍이다.
그래도 그나마 이런거라도 볼 수 있어 참 다행이다.
아주 간단하게 영실-어리목 코스를 완주하고 난 우린
어리목 입구의 대피소에서 카카오 택시를 호출했다.
그런데...
다른 등로가 다 막혀 그런지 영실로
몰려든 등반객들로 인해 택시들이 여기까진 오지 않는다.
사실 택시 기사들은 영실에서 버스 정류장까지만 운행 하는게
벌이가 훨~ 좋아 굳이 여기까지 올 필요가 없다.
참고로 등산입구의 영실에서 버스정류장까지 택시비는 7천원이다.
할 수 없이 우린 어리목에서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 내려갔다.
그런후...
어리목에서 영실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던중...
다행히 호출했던 카카오 택시와 연결 되어 거금 2만냥의 요금으로
차량을 회수후 숙소로 무사귀환 함으로 오전 일정을 끝낼 수 있었다.
(동영상으로 보는 산행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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