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고창 방장산
산행일 : 2020년 3월17일(화)~18일(수)
누구랑 : 나홀로
1일차 : 2020.3.17(화)
이동경로 : 양고살재~갈미봉~벽오봉~패러글라이더장~고창고개~방장산~패러글라이더장 1박
(산행지도)
(트랭글에 기록된 1일차 동선)
지금 이시각이면 ?
남아공 케이프 타운에 있겠지 뭐~!
하~!
이런~!!
생각을 말자 다짐을 하건만 그놈의 미련은 끈질기기도 하다.
이달엔 애써 미리 부탁해 근무 일정을 조정해 놓은 탓에 지금부턴
남아 도는게 시간뿐이라 코로라19로 엉클어져 버린 일상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
오늘은 5~20mm의 비와 강풍이 예고된 날이다.
그렇거나 말거나 그냥 떠나기로 했다.
그냥 쉽게 올라 멍~ 때리기 좋은곳으로...
1시간30분만에 양고살재 주차장에
투산이를 잠재우고 시작된 발걸음이 힘에 부친다.
신바람은 없던 힘도 생기게 하지만
그러나 지금 나의 발걸음은 시름을 잊기 위한 걸음이라 그런지
영~ 션찮아 계속 박베낭을 내려 놓는다.
군대에선 말년에 몸 조심 하랬다고
이제 막 은퇴를 앞둔 지금의 난 뭐든 처신에 신중을 기해야 했건만
그간 평생 안하던 짓(?)을 하자마자 코로나19로 인해 경제가 폭삭 주저앉게 되니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라 흔들리는 맨탈을 붙잡느랴 안간힘이다.
ㅋㅋㅋ
아무것도 생각을 말자.
그냥 그렇게 걷기만 하자.
그렇게 마음 먹은지 얼마나 안돼 어느덧 방장사를 스처지나
샤르르르~!
샤르르르~!
몸부림을 쳐대는 대숲의 아우성을 뒤로 보내며
올라선 능선 안부에선 다시 또 박짐을 내려 놓고 긴 휴식에 들었다.
얼마후...
올라서느랴 흘린 땀이 식어 한기가 느껴질쯤...
다시 불끈 질머진 박베낭을 메고 가던길을 채촉한다.
그러다 올라선 봉오리..
뜻밖에 트랭글에선 빵빠레가 울려 퍼진다.
핸드폰을 확인하니 나도 모르던 갈미봉.
갈미봉을 내려선 등로는 MTB 전용도로를 넘어 이어지더니
얼마걷지 않아 벽오봉에 도착했다.
벽오봉에서 내려본 고창시내가 뿌였다.
오늘 미세먼지 농도는 나쁨 수준...
벽오봉에서 패러 글라이더장은 거의 붙어 있는 수준이라 금방 도착했다.
텐트를 치기엔 이른시각...
그렇다고 시간을 죽이기 위한 멍~을 때리기엔 바람이 몹시 사납다.
이런날엔 도무지 어디에 자리를 잡아야 될지도 고민된다.
여차하면 그냥 전망을 포기한채
숲속에 자리를 잡아야 겠다 마음먹고 베낭을 데크에 남겨둔채
방장산을 다녀 오기로 했다.
디카만 달랑 목에 걸고 패러 글라이더장을 떠날쯤엔
오늘 산행중 사람이라곤 처음 본 중년의 남녀가 올라와 조망을 감상중이다.
방장산 정상은 일몰전 다녀와야 하기에 마음이 좀 급했다.
장성갈재로 향한 등로는 코로라로 잠시 휴장한 진행방향 우측의
방장산 자연 휴양림을 내려보며 걷는 평범한 육산이라 마구 뛰었다.
완만하던 육산의 등로는 그러나...
MTB 전용도로와 나란히 이어지던 고창고개를 지나자 급격하게 경사를 높인다.
가쁜 숨이 몰아치고 허벅지로 몰린 혈액으로 고통이 밀려들 쯤 올라선 전망데크에서 한숨 돌린 후
곧바로 방장산 정상에 올랐다.
방장산 정상에선 봉수대 서대봉 쓰리봉으로 이어진 능선이 한눈에 잡힌다.
그러나 그 뒤편의 입암산과 내장산은 그 형체마저 미세먼지가 삼켜 버린 풍광이다.
이젠 왔던길을 되돌아 간다.
바로 저곳 억세봉에 있는 패러 글라이더장으로...
좋은길은 역시 열심히 뛰어서
늦지않게 도착한 패러 글라이더장에선
그나마 바람이 좀 덜 부는 산신제단 앞에다 팩을
단단히 박아 똥바람을 대비한 7성급을 호텔을 구축했다.
그런후...
이젠 나홀로 소박하나 나름 푸짐한 성찬을 준비한다.
모셔온 주님은 캔맥주 하나...
酒님에 대한 信心이 아주 미약한 나에겐 이정도가 적당하다.
그러는 사이 서쪽 하늘은
오늘 하루를 마감할 준비로 마지막 불꽃을 불사르고 있다.
바람부는 언덕에 앉아 고창시내를 내려본다.
뿌연 미세먼지에 같힌 시내는 한치앞도 내다 볼 수 없는 현실같아 그런가 ?
선홍빛 노을이 오늘따라
더 처연함에 가슴속엔 왠지 모를 허전함이 밀려든다.
오늘밤은 참으로 길 것 같다.
이런날엔 따스한 커피 한잔이 그리운 법...
아니...
어쩌면 함께 마셔줄 내님이 더 그리웠다는게 옳다.
귀차니즘을 겨우 참아가며 갈무리해 넣어 두었던 버너와 코펠을
다시 꺼내 커피를 끓였지만 깜빡 상념에 젖는 동안 커피는 그만 식어 버렸다.
노을이 지자 이내 어둠이
몰려들고 아랫녁 동네엔 불빛들이 늘어갈 수록
사무치게 밀려들던 외로움이 그리움을 불러 들인다.
힘든 세상과 마주하고 있는 내 자식들과
내 삶의 안식처가 돼 주고 있는 나의 반쪽 아내가 그래서 그립다.
아~!
정말 보고 싶은 얼굴들...
지독스런 외로움은 원수마저 사랑하게 될 듯...
그래서...
이순간만은 모든걸 용서 할 수 있을것만 같다.
패러 글라이더장의 끝머리에 서서
똥바람에 모든 상념을 날려 버리고 찾아든 나의 보금자리에선
별도 달님도 평안해진 내 마음같이 밝게 빛나던 밤은 더욱 깊어만 간다.
2일차 : 2020.3.08 수요일
이동경로 : 패러 글라이더장~갈미봉~양고살재 주차장
(트랭글에 기록된 2일차 동선)
이른아침....
지난밤 똥바람이 지나간 자리엔 운무가 몰려 들었다.
세상에나~!!!
이런 풍광을 접해 본게 얼마만인지 ?
일출을 기다리며 나는 한동안 신선이 된 기분으로 활공장을 서성댔다.
운무가 바꿔 놓은 세상은 예술이다.
글로 표현 할 수 없으리 만큼...
신선의 세계에서나 볼 수 있을 풍광에 취해 있는 사이
붉게 물들던 동쪽 하늘에선
세상을 내려 비춰 줄 옥동자가 태어 났다.
여린 햇살은 금새 주위의 차거움을 온화하게 변화 시키고 있다.
오늘 아침도 소박한 식단의 구수한 누룽지로 속을 덮히고 채운 후
떠나긴 너무 아쉬움에 나홀로 서성대며 황홀한 선경을 즐기던 나는
주위를 깔끔하게 정리후
이젠 세상속으로의 귀환을 서둔다.
그렇게 하룻밤의 추억을 가슴에 간직한채 내려서던 발걸음이
갈미봉에 올라선 순간....
햐~!
새로운 풍광에 난 그만 주저앉고 말았다.
산 능선을 넘는 운무의 풍광이 마치 거대한 폭포수를 보는듯 하다.
이번 환갑기념으로 계획했던 아프리카 7개국 베냥여행의
여정중 세계 3대 폭포인 빅토리아 폭포도 저런 풍광엔 미치지 못했을거란 생각이 든다.
내림길에서 만났던 폭포수 처럼
흘러 넘치던 운무의 향연은 아마도 난 영원히 잊지 못할것 같다.
한동안 운무의 향연에 빠저 허위적 대다
양고살재로 다 내려설 쯤의 숲속은 뽀송뽀송 하던 정상과 달리
촉촉하게 젖어 있고 스멀스멀 피어오른 안개는 등로마저 집어 삼켜 버리고 있었다.
무사히 내려선 양고살재의 주차장에서 집으로 향한다.
귀로엔 바쁠게 없어 그냥 국도를 이용했는데 전주까지 자동차 전용도로라
오히려 고속도로보다 더 한산했다.
무사히 도착한 나으집을 향한 엘리베이터에서 셀카질...
ㅋㅋㅋ
베이비 시터로 출근한 울 마눌님이 없어 그런가 ?
터~엉 빈 듯한 허전함이 몰려들던 거실 한쪽에 앙증맞은 화병이 눈에 띈다.
ㅋㅋㅋ
마눌님이 전날 꺽어온
꽃 멍울만 움터있던 가지가 꽃을 피워 올렸다.
저걸 보니 봄이 왔슴을 실감한다.
저 작은 가지의 꽃이 내 마음도 내 집안도 화사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아~!
정말 봄이 왔긴 왔구나.
모든님들...
심란한 요즘 건강 조심하길 기원 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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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화려한 봄날 그놈의 코로나가 빨리 종식되길 소망하며...(산찾사.이용호)
(고창 방장산의 운해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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