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천안 흑성산
산행일 : 2019년 11월05일(화)~06일(수)
누구랑 : 동서부부 & 산찾사.초록잎새
버리고 또 버리니 큰 기쁨일세
한조각 구름마저 없어졌을 때
서쪽에 둥근 달빛 미소 지으리
영주 부석사의 해우소에 적혀 있는 글이다.
이젠 가을이며 비움의 계절이다.
인간과 달리 나무들은 때가 되면 버릴줄 안다.
힘차게 뿌리에서 올려 보내던 수분을 단절 시켜
단풍 진 낙엽들을 죄다 떨궈 내야 한겨울에 나무는 얼어죽지 않는다.
나무들은 비움의 그런 지혜를 어찌 알았는지 ?
그런 넌 ?
허허허~!
그냥 웃고 말지요...
그걸 실천 했다면 벌써 성불한 부처가 되어 있을터...
왜 이럴까 ?
갈수록 지갑은 열기 싫고 입만 자꾸 열리는 이 푼수끼를....
ㅋㅋㅋ
요즘들어 부쩍 나잇값 하기가 더 힘들다.
으29~!!!
연이틀 주어진 휴일날 문득...
예전 마눌님과 찾았던 독립기념관 단풍 둘레길이 생각났다.
그땐 철이 좀 지나 고운빛의 단풍은 이미 다 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아 있던 때라 언제고 다시 오마 했던 곳이다.
마침 처제가 쉬는 날이다.
함께 가자 전화하니 좋아라 한다.
이왕 가는거 이번엔 팍팍한 세상살이에 지친
처제을 위해 아주 여유롭고 편안한 일정을 계획했다.
일단 가는길엔 병천에 들려 맛좋은 순대와 국밥으로 내장을 채운다.
8천냥 짜리 국밥에 14,000원 하는 순대를 시켰는데
맛도 좋고 양도 푸짐해 순대는 거의 손도 못대고 남겨 포장을 해
싸들고 독립기념관 주차장을 향했다.
(흑성산 개념도)
주차비 2천냥을 내고 들어선
독립기념관에서 시작된 우리의 발걸음은
단풍나무 숲길만 한바퀴
빙그레 돌아본 다음 흑성산을 향할 예정이다.
독립기념관 단풍 나무숲 둘레길은 초입부터 아름다움의 절정이다.
모처럼 나들이 나온 체제의 밝은 미소가 아름답다.
대전을 떠날땐 미세먼지로 뿌엿하던 하늘도
이곳에 도착하고 나니 전형적인 가을 하늘로
그야말로 가을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 없어를 보여주고 있다.
마눌님은 평일임에도
둘레길엔 사람들이 많아 놀랜다.
쉬엄쉬엄 여유로운 걸음으로
우린 아름답게 물든 단풍나무 숲길을 걸었다.
그렇게 걷다 도중 쉼터 의자를 만나면
이렇게 다리쉼을 하며 뜨거운 커피와 간식도 먹어가며
둘레길을 걸어걸어....
역사의 길 산책로를 빠저 나오던 중
1931년 만주사변 때 하얼빈에서 붙잡혀 본국으로
강제 송환돼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복역중 옥사한 독립지사의 유언비를 만났다.
호 一松(일송) 본명 肯植(긍식)으로
안동 출신 김동삼 독립지사의 마포감옥 옥중 유언비인데
이땅엔 아직도 토착 왜구들이 설치는 현실임을 뼈 아프게 만든 비문이다.
독립기념관 연못을 거처 주차장에 도착함으로
단풍숲 둘레길을 끝낸 우린 차량으로 흑성산성을 향했다.
산 정상 가까이 차량으로 올라
산성입구를 얼마 앞둔 공터에 차량을 주차후
우린 흑성산 전망데크로 향했다.
전망데크로 향한 이길은
흑성산성 아래의 둘레길을 따라 이어지는데
처제의 체력에 안성맞춤으로 아주 편안하고 짧은 길이 되시겠다.
드뎌 도착한 전망데크...
참 쉽고 편안하게 찾아든 보금자리다.
이곳에서 내려다 보는 풍광은
대한민국 그 어느곳과 견줘도 결코 꿀리지 않을 명소다.
다소 이른 시각이긴 하나
평일날 누가 여기까지 올까 싶을 근거없는
믿음 하나로 우린 그냥 바로 쉘터와 텐트를 설치하여 자리를 잡았다.
다행히...
이날 우리가 자리를 잡은 이후
조망을 즐기러 오신 여성 두분과 홀로
하산 하시던 산객님 외엔 이곳을 찾아든 사람은 없었다.
일단 우린 따사로운 햇살 아래 달콤한 모과차를 한잔씩 끓여
마시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다
안온한 기운이 감도는 쉘터로 옮겨
입안에서 살살 녹아 내리는 한우를 구워 드셔 주웠다.
우리들의 만찬은 酒님을 모셔와 든든한 한우로
뱃고래를 채우는 동안 어느덧 정상엔 황혼이 물드나 싶더니
순식간에 어둠이 밀려든다.
이쯤에서 우린 철판 비빔밥으로 마무리를 한 후
도란도란 정담으로 밤을 지센다.
어느덧 산정엔 반달이 은은히 내려 비추고
도심을 밝힌 불빛들은 보석처럼 빛나던 밤이 점점 깊어만 간다.
이날밤 우린 그래서 또 아름다운 추억의 한페이지를 넘긴다.
다음날 이른 새벽....
데크를 울리는 무수한 발자욱 소리에 잠이 깻다.
?
슬며시 텐트를 열어 제키자
흐미~!
많이도 몰려 오셨다.
혹시 몰라
안쪽 깊숙히 땡겨 텐트를 치기 망정이지
안그랬슴 욕 디지게 먹을뻔 햇다.
아직 해가 뜨려면 멀었는데
서로 좋은 자리를 선점 하려는 사진가들이 계속 몰려든다.
자리가 여의치 않은 일부의 사진가들은 흑성산성으로 발길을 돌린지 얼마후...
짙은 운무를 뚫고 일출은 별 감동없이 급작스레 끝났다.
우린 조반으로 떡국을 끓여 드시고
흠뻑 비를 맞은 듯 이슬에 젖은 텐트와 쉘터를
건조시킬 틈도 없이 철수를 서둔다.
전망데크엔 사람들이 넘처나 정신이 사납다.
항상 조용하게 맞던 정상에 익숙해 있던 우리 부부는 도저히 적응하기 힘들다.
급히 서둘러 쫓기듯 왔던길 그대로 되돌아 걸어가
흑성산성을 내려오던 숲속엔 안개가 자욱하다.
그 모습을 보던 마눌님이 한마디 한다.
"운치 있는 숲속 모습이 정상보다 더 이쁘넹~"
(동영상으로 보는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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