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청도 까치산~호거산~방음산~와호산
산행일 : 2019년 10월30일(수)~31일(목)
누구랑 : 초록잎새랑...
(트랭글에 그려진 실제 동선)
다음날 이른아침.
저절로 눈이 떠진다.
지난밤은 포근하고 아늑하게 잘 주무셔 그런지 몸이 개운하다.
어쩜 적당히 모신 酒님의 영향도 있을것 같다.
산정 아래엔 옅은 운무가 깔렸다.
그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
마치 이곳은 선계의 세상인듯 느껴진다.
그 풍광들이 나홀로 보기 아까워 마눌을 불러 대지만
ㅋㅋㅋ
차가운 아침공기가 싫은 마눌님은
침낭안의 안온함을 벗어나기 싫어 최대한
꼼지락 거리며 게으름을 피우다 나의 성화에 못이겨 나와 보더니
그저 심드렁한 표정으로
이쁘긴 이쁘네가 표현의 전부였다.
헐~!
이 여자...
그간 내가 너무 좋은 풍광만 보여준 탓에 두눈을 다 베려 놓은것 같다.
ㅋㅋㅋ
얼마후...
까치산의 장엄한 일출로 잉태한
아기 햇살이 온세상을 골고루 내려 비칠때 우린 누룽지를 끓여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후 빠르게 주위를 정리하며 떠날 준비를 끝냈다.
얼마후...
하룻밤 정이 홈빡든 까치산을 뒤로한 우린
서둘러 호거산을 향해 바쁜 걸음을 재촉했다.
까치산 내림길 초입엔
원목 계단이 깔려 있어 걷기가 한결 수월하다.
까치산에서 부터 시작된 능선길은
산 아래에 펼쳐진 선경에 발걸음이 쉽게 옮겨지지 않는다.
그렇게 걷던 어느순간...
아름답게 펼쳐지던 풍광은 솔숲의 원시림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비로소 볼게 없던 우리의 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했는데
이게 웬걸~?
그런 우릴 또다시 꽁꽁 붙잡아 놓은 녀석들이 있었다.
그건 바로 이제 막 고개를 내밀던 가지 버섯이다.
조금 걷다보면 또 보이고 그러다 또 보이고...
저걸 끝까지 욕심내단 버스를 놓친채 집에도
못 갈것 같은 예감에 이후부턴 애써 외면 하기로 했다.
호거산을 향한 능선은
부드러운 육산으로 경사 또한 완만하다.
등로 양편의 울창한 소나무에선 짙은 향기를 내뿜는다.
그 향기에 취해 우린 사색에 젖어 걸었다.
그렇게 한동안 무심히 걷던중 삼각점이 박혀있던
봉오리가 있어 주위를 살펴보니 준희님의 명패가 걸려 있다.
인터넷에 떠돌던 개념도를 인쇄한걸 꺼내보니
그곳엔 이곳을 555.6m 임당봉으로 표기했다.
다시 시작된 발걸음....
이 깊은 산중엔 나그네를 위한 쉼터 의자를 설치했다.
우린 그곳을 지나 이제 막 탄력이 붙기 시작한 걸음에 속도를 붙였다.
어느덧 우리들의 걸음엔 흥이 실린다.
그만큼 숲속길은 아름다웠다.
이런 오솔길을 유별나게 좋아하는 우리 부부는
하루종일 걸어도 실증나지 않을 정도로 솔숲길은 정겹다.
그렇게 걷다 어느새 호거산 정상을 넘겨
좌측으로 방향을 튼 능선길에서 갈림길을 만났다.
진행방향 우측길로 접어 들면 호거대(장군봉)로 향하는 길이다.
그런데...
그곳을 들렸다 가면 운문사에서 12:00에 출발한 버스를 포기해야 한다.
어쩔거나 ?
마눌님께 결정권을 준다.
당연 마눌님은 집에 일찍 가고싶어 한다.
하긴...
뻔한 결과인걸 알면서도 마눌님께
정하란건 나 역시 호거대를 포기했단 말과 같다.
순순히 마눌님 말씀에 따라 그곳을 포기한채
힘없이 방음산을 향하던 나를 향해 마눌님이 그런다.
"산찾사 이젠 다 죽었네 그랴~!"
호거산에서 방음산은 지척의 거리다.
방음산을 뒤로하자
모처럼 시원스런 조망이 터지며 우리가 하룻밤을 보낸
까치산에서 호거산으로 이어진 능선이 한눈에 다 들어온다.
아래의 사진에 좌측 능선중 제일 높은곳이 까치산이고
그 반대편 우측 능선은 오늘 우리가 걸어 내려야 할 능선이다.
이후...
방음산에서 와호산까지 우린 무심히 걸었다.
아니...
졸라게 열심히 걸었다.
가지버섯에 한눈을 판 탓에 여유롭지 못한 마음이 원인였다.
와호산을 넘긴 이후부턴
요즘 내몸에 생겨난 족저근막염 증세가 또 실실 도진다.
그런 몸상태를 무시한채 빡세게 땡겨본다.
다행히 초록잎새는 군말없이 잘 따라 붙는다.
언덕길은 힘차게 잘 따라붙던초록잎새...
내림길에선 완전 빌빌댄다.
이번 버스를 놓치면
1시간 30분을 더 기다려야 하기에
마음이 조급했던 난 내처 속보를 유지한다.
인정사정 봐 줄것 없이
달아나 버린 서방님이 안보여 불안했나 보다
저만치 숲속에서 마눌님이 애타게 나를 부른다.
이런~!
좀 늦으면 어떠리...
서둘다 사고라도 나면 더 큰 손해다.
순간 마음을 비우자 여유를 찾게되고
내림길이 얼마쯤 남았나 현재의 위치를 확인해 보는데...
헐~!
애초 내가 계획한 등로에서 벗어났다.
467봉을 지난 갈림길에서 좌측길이 가야할
방음앞산(403m)인데 좀 더 뚜렷한 우측길을 택한게 실수였다.
먼 거리는 아니나 되돌아 가긴 싫다.
그래서 그냥 그대로 진행한 하산길이 마눌님껜 최악였다.
완전 급경사에 마사토가 깔려 미끄럽다 보니
으이구~!!!
울 마나님이 이젠 아주 설설긴다.
저러다 다 내려와 코앞에서 버스 놓치면 억울해 어쩌누~!!!
다행히 무사히 하산완료.
마지막을 급하게 서둔 덕분에
12시 정각에 운무사를 출발한 3번 버스에
무사히 승차하던 우릴 향해 버스 기사님이 그런다.
"송이 많이 땃슈~?"
"웬 송이유~?"
"그 산엔 송이가 지천 유~!"
올땐 1시간이 걸린 버스가 갈땐 더 지체된다.
덕분에 내가 타려던 열차는 꿩새 울었고....
늦은김에 어제 못 먹은 청도의 유명음식 추어탕을 시켰다.
청도역 부근의 수많은 추어탕집에서 인파가 가장 많이 몰려들던 식당이다.
TV에 두차레 방영된 사진과 함께 벽면엔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의
찬양가 일색의 글과 달리 추어탕은 우리를 크게 실망 시켰다.
이건 그냥 허여멀건한 시레기국이다.
마눌님의 실망이 이만 저만 아니다.
"이것이 8천냥이 되는 청도 명물 추어탕 맞어요~?"
"경상도 사람 입맛엔 그런가벼~!"
마눌님의 항의성 물음에 대한 나으 답변이다.
ㅋㅋㅋ
그냥 웃고 말아야지 모~!
식사를 끝낸 우린 대전을 향한다.
우린 좀 더 빨리 가기위해 동대구역에서 KTX로 환승후
대전역에 도착하여 또다시 지하철로 Go~!
일찍 집에 도착한 산찾사...
저놈 때문에 버스시간에 쫒겨 허벌나게
걸어야 했던 가지버섯을 꺼내 놓으니 제법 실하다.
마눌님은 내일 김장 하는날인데
처갓집 식구들과 버섯찌게를 해서 먹으면 딱이라며 좋아라 한다.
(동영상으로 보는 산행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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