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적상산
산행일 : 2020.2.18 화요일
누구랑 : 초록잎새랑
우수를 며칠 앞두고 비가 내렸다.
그러다 비가 눈으로 바뀌며 꽃셈 추위가 몰려든다.
올겨울엔 눈구경 하기 힘들더니 이게 웬 횡재 ?
이럴땐 꽃셈 추위마저 반갑다.
눈꽃산행은 이럴때 가야 좋다.
일기예보엔 전날 흐림이 오늘은 맑게 개임이며
불청객 미세 먼지마저 없다니 눈꽃산행은 그야말로 환상일 것이다.
우린 이날 새벽밥을 해먹고 무주 삼공리 주차장에 도착하여 백련사로 향했다.
이날 무주 구천동을 향하며 바라본
덕유산 자락은 벌써부터 마음을 설레이게 했다.
파아란 하늘아래 온통 흰눈을 뒤집어 쓰고 있는 덕유산이 환상이다.
그러나...
매표소 앞에서 덕유산 눈꽃 산행에 대한 꿈은 한순간에 무너저 버렸다.
우리앞을 막아선 공단직원 왈~
전날 기상청 폭설 주의보가 내렸던 관계로 등로 확인 전까지 입산금지란다.
헐~!
폭설은 무슨 ?
여긴 발목도 못 덮힌 눈인데...
길이 좋은 백련사까지 가서 향적봉을 향한 등로가
정말 위험하다면 뒤돌아 올테니 보내 달라 사정해도 직원들은 요지부동이다.
그러며 하는말이 스키장 곤도라를 이용해 직원들이 향적봉에 올라
등로를 개통시키고 있으니 10시까지 일단 기다려 보란다.
꼬박 2시간을 넘게 기다렸다.
그래도 입산통제는 풀릴 기미가 없다.
답답하여 스키장 곤도라로 올라 역으로 내려설 속셈으로
오늘 그곳에 간 친구에게 전화를 하니 표를 끊느랴 지금까지 2시간을
기다렸는데 이제 겨유 매표소 앞이란 소식을 전한다.
왜 아니겠나 ?
다들 우리와 같은 마음였을 거다.
그만큼 올해는 눈구경 하기가 힘든 해였기에
평일임에도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 들었나 보다.
지금 10시를 넘겼으니 시간상 오늘 산행은 끝났다고 봐야 한다.
순간 솟구치는 분노....
매표소를 되돌아 나와 덕유산 국립공원 사무소에 들어가 항의를 했다.
이렇게 날씨가 좋고 쌓인눈도 없으면 관리공단 상부에 건의라도 하던가
아니면 정말 위험하지 않은 백련사까진 탐방을 허용하는 구간별 통제를 해야 하는것 아니냐 따지니
그저 자기들은 힘없는 직원들이니 이해 좀 해달란 구차한 변명만 늘어 놓는다.
아~!
C바~!
이날 난 탁상행정의 전형인 관리공단을 폭파해 버리고 싶었다.
이왕 나온길 그냥 갈순 없는법...
여기서 가까운 적상산을 가기로 햇다.
초입을 서창공원으로 잡으려다 시간도 늦고 이미 마음은
상할대로 상한터라 편안하게 차로 올라갈 속셈으로 적상호 주차장을 향했다.
(트랭글에 그려진 동선)
그런데...
도로는 머루와인 동굴앞 주차장에서 막혔다.
동절기 도로결빙과 낙석 위험으로 차량은 여기까지만 이란다.
그럼 걷지 뭐~!
지금 초록잎새가 걷고 있는 도로는
폭설로 인해 덕유산 등로가 폐쇄될 정도로 쌓인 눈이다.
구라청이나 그런 구라청 예보를 충실하게 따르는 국립공원 공단이나
도찐개찐이다.
집 떠나올땐 쨍~하니 추위가 느껴질 정도의 날씨가
어느새 다 풀려 그런지 걷다보니 벌써 온몸엔 땀방울이 흘러 내린다.
그래 그런가 ?
저 위에 쌓인눈이 다 녹아 내리면 어쩌냐며
조급함에 종종 거리던 초록잎새의 발걸음을 나는 몇번이나 잡아 놓았다.
하염없이 걷다보니
실실 마음이 풀리며 적상산을 덮고 있는 설원이 비로소 눈에 들어온다.
심통난 얼굴도 풀어지자
이렇게 반사경을 이용해 우리부부의 모습도 담아가며
부지런히 구불대는 도로를 걷다보니 우리처럼
덕유산 대신 이곳으로 온 진주에서 오셨다는 부부를 만나 앞서거니 뒤서거니 걸어올라
천일폭포에 도착햇다.
천일폭포에서 안국사까진 아직 한참을 더 올라야 한다.
그렇게 걷다보니 어느새 건너편엔 청량산을 향한 능선이 펼쳐지고 있어
이젠 제법 고도를 높였는가 싶은데...
도로는 한순간 터널을 지났다.
그리하여 도착한 산중 호수....
적상호다.
적상호반을 돌아 나가는 도로에
쌓인눈에 첫 발자욱을 남기며 우리부부는 적상산을 향한다.
얼마후...
우린 적상산 사고지를 지나
설원의 눈부신 풍광에
감탄사가 저절로 나올 쯤 매표소에 도착을 했다.
그런데...
매표소엔 징수원 대신 관리공단 직원 두분이 우릴 맞아준다.
그분들은 우릴 보더니 대뜸 한다는 말이 어디서 올라 왔냐부터 물어본다.
치목에서 올라 왔다면 바로 스터커를 발부할 태세다.
ㅋㅋㅋ
삼공리에서 2시간 넘게 기다리다 갈데가 없어
이곳으로 왔다고 하니 여기도 덕유산 국립공원 구역이라 통제란다.
그러면서 내려가란 소린 못하고 적당히 둘러보고 내려가 달란 말만 하곤 안국사 쪽으로 사라진다.
자신들은 적상산 등로점검을 위해 왔는데 완전 통제가 풀리는건 내일 오후쯤이나 가능 할거란다.
어느새 때를 넘겨 그런가 배가 고프다.
이곳에서 우리가 식사를 하는동안 진주에서 오신 두분도 뒤따라 올라와
향적봉 대피소에서 라면을 끓여 먹으려 준비 했었다며 코펠과 버너를 꺼내기에
내가 방금 국공이 다녀 갔다고 하니까 흠칫 놀랜다.
ㅋㅋㅋ
(아래 사진은 등로점검을 나왔다는 국립공원 직원)
얼마후 우린 식사를 끝내고 안국사로 향했다.
이젠 고생 끝 행복 시작...
어느새 설경이 그간 얼어 붙었던 마음을 순식간에 녹여 버린다.
올핸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설경이라 그런가 ?
더 아름다운것 같다.
마눌님이 걷는내내 탄성을 내뱉는다.
정말 잘 왔다며....
안국사의 일주문을 지나
사찰에 들어서자 요즘 보기드믄 고드름을 만났다.
수정같은 고드름은 연신 방울방울 눈물을 흘린다.
아련한 유년의 추억속에 저것은 개구쟁이들의 칼싸움 놀이기구 였고
간식을 대신하여 오도독 씹어 먹던 흔하디 흔한 고드름인데 지금엔 참 보기 드문 풍광이다.
안국사를 지나 안렴대로 향한 능선에서
올려다본 하늘엔 잉크빛 파아란 색감이 너무나 곱고 청량하다.
저런 하늘을 본게 얼마만인지 ?
저런 풍광 하나만으로 오늘 우린 모든게 다 용서가 된다.
법구경엔 맑고 순수한 마음으로 말하거나
행동하면 마치 그림자가 그 실체를 따르듯이 즐거움이 따른다고 했다.
그런데 오늘 난 어떻게 행동하며 말을 했는가 ?
맘뽀 한번 잘 못 쓴 탓에 가슴에 휘몰아치던 격랑이 잦아들고 고요가 찾아들자
순간 후회가 밀려든다.
이래서 자연은 참 위대한 스승이다.
못된 성정을 한순간에 이렇게 다스리니 말이다.
남의 모카신을 신고 십 리를 걸어가 보기 전에는
그 사람에 대해 말하지 마라는 아메리카 인디언의 속담이 있다.
그 사람의 처지에 서지 않고서는 그 사람을 바르게 이해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오늘 난 관리공단 사무실까지 찾아가 힘없는 말단 직원들에게
그렇게 거칠게 항의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
이건 시스템의 문제라고 본다.
그들과 하등 상관없는...
안렴대까지 아무도 걷지 않은 순백의 설원을 걸어가며
우리부부는 자연이 펼쳐놓은 예술품에 진한 감동을 받았다.
꾸역꾸역 밀려들던 행복함
그리고 세상을 다 가진것 같던 기쁨...
옹졸했던 마음은 또 어찌 이리도 너그러워 질 수 있었던지 ?
드디어 올라선 안렴대....
마침 산객 한분이 올라 오셨다.
그분께 부탁하여 우리 부부는 귀한 인물사진도 담을 수 있었다.
안렴대에서 바라본 향적봉....
오늘 비록 저긴 못 올라 갔어도 원망은 없다.
거기나 여기나 설원의 풍광은 매 한가지 아니던가 ?
오히려 한가로운 이곳이 훨~ 좋을 수도...
아래의 사진은 디카로 땡겨본 남덕유의 모습이다.
어느덧 발걸음이 안렴대를 넘겨 향로봉을 향한 삼거리에 이르자
마눌님이 오늘은 이만 이것으로 만족하고 내려서자 간청한다.
순간 향로봉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
안 가본곳도 아니니 마눌님의 뜻대로....
삼거리에서 안국사로 곧장 내려선 우린
왔던길 그대로 걸어내려 오늘 산행을 끝내고 보니
트랭글엔 그런대로 13키로를 넘겼다.
그러니 해가 짧은 겨울날 향로봉을 포기한건 잘한것 같다.
귀로...
하루해가 저문 도심의 불빛속에 찾아든
집안에 들어서자 안온함이 밀려들며 오늘 우리의 발자취가 아련하게만 느껴진다.
(동영상으로 보는 적상산 눈꽃산행)
블로그에 들려주신 모든분께 감사 드리며
나가실땐 공감하트로 흔적을 남겨 주세요............(산찾사.이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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