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거창 의상봉
산행일 : 2020년 03월06일 금요일
누구랑 : 초록잎새랑.
어떻게 : 고견사 주차장~바리봉~장군봉(956m)~지남산(1018m)~샘터경유
의상봉(1032m)~우두산(1046.3m)~937봉~마장재~삼각 출렁다리~고견사 주차장
(거창 의상봉 산행 개념도)
(트랭글에 그려진 실제 동선)
중중 까까중~!
얼마주고 깍았니~!
나의 어린시절엔 탁발 나온 스님을 짖궂게 놀려먹던
그때의 스님들은 한결같이 다 바싹 마른 몸매였지만 눈빛 만큼은
형형하여 그 눈빛 하나 만으로 철없던 꼬마들을 제압 하곤 했었다.
그런데...
어느때 부턴가 그런 스님들을 이젠 볼 수 없다.
다들 편한건만 찾으니 왜 아니겠나 ?
내가 90년대 후반에 처음 찾아든 이곳은 스님 한분이
바랑 하나만 달랑멘채 경운기 엔진을 탑재한 모노레일을 타고
고견사로 향하던 모습만 뚜렷하게 각인된게 나의 첫 의상봉 산행였다.
사찰마다 포장도로가 깔리며 비대해진 몸집의 스님과 비례하여
기돗발이 떨어진 신자들의 현상이 어쩜 당연한 일이다.
불교 신자들도 사찰까지 힘들게 걸어 올라야 기돗발이 잘 받는다.
거창의 의상봉은 그날 이후 새로운 코스로 다시 찾았던적이 있었다.
자료를 찾아보니 2002년 12월18일인데 오늘은 그때 그코스를 그대로 걸어 볼 참이다.
도착한 고견사 주차장이 예전과 완전 다르다.
거창군에선 이곳에 투자를 많이 한것 같다.
그곳의 넓직한 주차장에 나의 애마를 쉬게 한후 우린
예전의 기억을 더듬어 주차장 맞은편 숲속으로 성큼 발을 들여 놓았다.
외길의 등로는 둔덕을 넘어선 후
작은 계곡을 건너 이정목이 가르킨 바리봉을 향해 경사도를 높인다.
산행에 든지 얼마 안돼 조망이 터지기 시작하면
발 아래엔 가조면의 너른 들판 넘어로 좌측엔 두무산 오도산에서 부터
이어진 능선이 마지막으로 힘주어 올려 놓은 미녀산과 숙성산이 뚜렷한데 그곳에서
오른쪽으로 시선을 조금만 옮기면 얼마전 다녀온 성흥산성을 품고있는 건흥산이 확인된다.
다시 시선을 우측으로 돌리면 막바지 공사중인 Y자형 흔들다리가 보이고
이번엔 시선을 정면으로 돌리자 우리가 올라가야 할 바리봉이 우람하다.
우린 그 바리봉을 향해 힘찬 오름짓 끝에 올라선
안부의 철계단을 앞두고 그 맞은편 능선으로 잠시 발길을 옮겼다.
그곳 능선의 끝자락...
시원한 조망이 한눈에 다 잡힌다.
황홀한 전망대 역활을 한 그곳 능선의
끝자락에선 장군봉에서 의상봉까지 이어진 능선이 확인된다.
우린 그곳에서 비계산 아래 마장재를 배경으로 셀카 사진을 남긴후...
다시 또 힘차게 계단을 타고 올라 바리봉에 올랐다.
바리봉엔 예전엔 볼 수 없었던 정상비가 특이하다.
사방팔방 거침없는 바리봉의 조망이 한동안 우릴 꽁꽁 묶어 놓았다.
멋진 조망처를 등지긴 서운해도 이제 우린 바리봉을 뒤로 한채
한차레 가파른 계단을 타고 내려선 후
솔향기 짙게 풍겨나던 오솔길을 걸어올라
삼각점이 박혀있던 무명봉을 지나자 마자 만난 삼거리에서
진행방향 좌측의 봉오리에 올라서자 장군봉이 맞아준다.
장군봉 정상엔 의외로 정상석이 없다.
2002년도 산행때 사진을 찾아보니 예전엔 그래도
스테인레스 철판으로 세운 장군봉 정상석이 있었슴을 볼 수 있다.
희미한 기억속엔 장군 석상도 있던걸로 아는데 ?
얼마후..
우린 장군봉 건너편 돌탑의 무명봉을 향한다.
그곳으로 향한 데크길에선 가야산에서 수도산 양각산 흰대미산으로 이어진 능선이 조망된다.
드디어 올라선 돌탑의 무명봉 뒤엔
여길 올때 보해산과 금귀봉을 가로지른 고개를 넘어왔던 곳인데
그곳에서 시선을 좌측으로 조금만 더 돌리면
박무로 흐릿하긴 해도 실금을 긋고 있는 지리산이 보여
그쪽 방면을 향해 디카의 망원렌즈를 힘껏 땡겨보니
이게 모야~?
팔랑개비가 돌아가는 능선이 잡혔다.
지리산 앞쪽의 저산은 그럼 거창의 감악산 ?
올라서자 마자 한동안 조망을 즐기던 우린 마침
때가 되었슴을 느낀 뱃고래의 아우성에 그곳에서 멋진 산하를
정원으로 한 식탁에 앉아 맛나게 식사를 했다.
식사를 끝낸 후....
삼거리로 뒤돌아 온 우린 의상봉을 향한 능선을 걷기 시작했다.
예전 장군봉에서 의상봉을 향한 이 능선엔 사람들이 많이 찾던 등로가 아녔다.
지금이야 안전시설이 잘 돼 있어 걷기 편한 길이지만
그때는 까탈스런 암릉길이라 그런지 등산객들을 거의 볼 수 없던 등로였는데
그래서 그랬나 ?
그때 생전 처음 난 이곳에서 라이브로 공연하는 19금 문화영화(?)를 보게 되었다.
무심코 걷던 그당시 등로옆 암릉에 베낭 두개만 덜렁 놓여 있던게 이상하긴 했었다.
그런데...
그 베낭이 놓여있던 암릉을 무심코 지나치다
그 뒷편에서 한창 무아지경에 빠진 남녀를 발견한 나도 놀랐지만
이상한 느낌에 나와 마주친 그 남자의 눈동자를 난 지금도 잊지 못한다.
그이후로 거창하면 의상봉.
의상봉 하면 등로옆 암릉 뒷편에서 불붙은 남녀의
응~!
응~!
그 장면만 자연스레 연상되니 이걸 어쩔거나 ?
ㅋㅋㅋ
나에겐 이상 야릇한 추억의 능선길은 계속된 암릉이다.
이 능선길은 오름과 내림의 부침도 심해 체력소모가 의외로 심하다.
그런데 이걸 어쩌나~?
오늘따라 식수를 충분히 챙겨오지 않아 벌써 물이 떨어져 간다.
그렇거나 말거나...
작동시킨 트랭글에서 빵빠레가 울려퍼진
1018m의 지남산 정상에 올라서자 얼마남지 않은 물병을 벌컥벌컥 마셨다.
그러자..
초록잎새가 놀라 기절초풍을 한다.
ㅋㅋㅋ
걱정하지 마란 내 말에 마눌님은 서방님을 믿는 구석이 있었던지
더이상 말은 안했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 그랬나 ?
본인은 목이 말라도 애써 참는것 같았다.
지남산 정상아래...
암봉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가 버티고 있는 맞은편
능선을 가르키며 저 산이 뭔지 아냐 마눌님께 물어보니 역시 모르고 있다.
"예전에 썩은 동아줄 잡고 올라서다 당신이 암릉에서 떨어졌던 산~!"
그제서야 알아챈 마눌님.
"아항~!"
"비계산~!"
예전 그런일이 있은 후 한동안 초록잎새는 암릉의 동아줄은 처다보도 안했다.
초록잎새에겐 아픈 추억의 비계산에서 우측으로
시선을 돌리면 통신 안테나가 우뚝솟은 오도산에서 뻗은 능선 자락과 함께
전면 바로 앞엔 방금전 우리가 올라선 바리봉에서 장군봉을 향한 능선이 자세히 확인되며
정면을 처다보면 우리가 걸어야 할 의상봉을 향한 암릉의 능선이 펼쳐진다.
그 암릉의 능선은 걷다보면 모두 조망처다.
걷다가 그중에서 멀리 보이던 덩치 큰 산군을 땡겨보니
흠~!
합천의 맹주 가야산이다.
한동안 암릉길을 열심히 걸어 의상봉을 코앞에 둔 삼거리....
나는 마눌님을 그곳에 홀로 남겨두고
고견사로 향한 내림길을 냅따 달려 내려서다 부처님을 만나 걸음을 멈췄다.
부처님이 내려보고 계신 바로 앞 좌측의 암벽사이엔 시원한 석간수가 흘러 내리는 샘터다.
일단 타는듯한 목젖을 달래는 약수 한사발을 한숨도 쉬지 않고 들이킨 이후
빈 수통에 가득 채운 물통을 들고 나를 애타게 기다릴 마눌님을 향해
나는 또다시 달음박질을 한 끝에 마눌님의 갈증을 풀어 주었다.
수통에 물이 그득하자 마음이 여유로워진 마눌님의 표정이 밝아진다.
그래 그런가 ?
가파름이 지속된 의상봉의 계단길을 힘차게 잘도 오른다.
드디어...
오늘 최종 목적지 의상봉에 도착한 우린
정상을 거닐며 한동안 유유자적 최고의 조망을 즐기며 여유로움을 만끽했다.
아래의 사진은 앨범에서 찾아낸 2002년도 의상봉 정상 사진이다.
강산이 두 번 변할 정도의 세월이라 그런가 ?
다시 찾은 의상봉이 새롭기만 하다.
처음 찾았을때의 감동이 느껴지던 의상봉을 이젠 내려선다.
그런후...
우두산 상봉을 향한 암릉의 능선을 타고 올라
마지막 여정지 우두산에 올라 증명사진을 남긴 우린
하산길로 택한 마장재로 향했다.
마장재로 향한 능선길 역시 초입의 솔숲 오솔길을 지나
넓직한 헬기장 공터만 넘기면 암릉이 기막히게 아름다운 능선이 펼쳐진다.
특히나...
937봉을 내려서는 등로가 환상인데
그곳에선 지금껏 우리가 걸어온 코스는 물론 진행방향 좌측의
매화산과 정면의 비계산을 바라 보느랴 더딘 발걸음이긴 하나 어느덧
평범한 육산의 등로와 만나게 되면 곧 마장재가 반겨준다.
마장재에 도착해선 곧장 고견사 주차장으로 향한다.
내림길은 한동안 계곡과 나란히 이어지다
출렁다리로 이어진 데크길과 만났다.
Y형 출렁다리는 아직 공사중이라 출입은 통제중이다.
다행히 그곳의 공사 관계자에게 양해를 구하니 안전은 본인이 알아서 하란다.
맘씨좋은 그분 덕분에 우린 Y형 출렁다리를 미리 걸어 볼 수 있었다.
주차장에서 출렁다리로 이어지는 진입로엔 지금 한창 원목데크를 설치중이다.
그런데...
이곳에서 일하는 인부들이 죄다 외국인 근로자들인데 지나치던 우리에게 깍듯이 인사를 건넨다.
요즘 우리나라 3D 업종엔 외국인 근로자가 없슴 일을 할 수 없다던데
오늘 그 현장을 보는것 같아 내심 씁쓸한 기분이 든다.
드디어 고견사 주차장에 도착하며 우린 5시간 남짓 걸린 산행을 끝냈다.
코로나 19의 영향인가 ?
오늘도 역시 산행지에선 몇분 외엔 만날 수
없었는데 산행을 끝내고 돌아오던 고속도로도 역시 한가롭다.
큰일이다.
하루빨리 코로나 바이러스가 종식돼야 할텐데....
(산행모습을 동영상으로)
모든 산우님들 코로나19로 부터 안전 하시길 기원합니다..........(산찾사.이용호)
'국내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시 찾아 완성한 그림 (봉화산~동골산) (0) | 2020.03.31 |
---|---|
오랫만에 나홀로 (용인.서덕산~벌덕산~미락산~마구산~태화산~미역산) (0) | 2020.03.11 |
눈꽃산행 무주 적상산 (0) | 2020.02.20 |
진안 천반산 (0) | 2020.02.12 |
청주 근교산행 (이티봉~리틀봉~인경산) (0) | 2020.0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