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청도.까치산~호거산~방음산~와호산

산행일 : 2019년 10월30일(수)~31일(목)

누구랑 : 초록잎새랑 단둘이


제1일차 : 2019년 10월30일(수)

노스웨스턴 대학 심리학과 교수 닐 로스는 후회는

한 일에 대한 후회와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로 구분해야 한다 라고 말했다.

그럴거면 뭐든 해봐야 하는거 아닌가 ?

그런데 그걸 알면서도 이젠 그게 잘 안된다.

뭔가 저질러 놓고 나면 우야튼 끄덕끄덕 굴러가긴 하던데

나이가 들 수록 이젠 혹시 모를 뒷감당이 두려워 쉽게 포기를 하게 된다.

요즘 내가 그렇다.

몸이 션찮아 그런가 ?

내년도 계획했던 버켓리스트 지우기 목록은 그래서 잠정 보류다.

일단...

평생 다녀도 다 못다닐 국내 산이나 열심히 다니련다. 

그래서 떠난길....

이번에 영남 알프스의 명성에 가려진 청도의 까치산이다.




당연히 따라붙을 줄 알았던 초록잎새...

이번엔 당신 혼자 다녀 오란다.

왜~?

툭 하면 입술에 물집이 잡히는 증세가

이젠 나이가 들어 저항력이 떨어져 그런거니 대상포진

예방 접종을 맞으면 괜찮을 거란 의사 양반의 권고에 덜컥 주사를 맞고 왔단다.

그거 맞으면 일주일 정도는 쉬라고 했다나 뭐라나 ?

팔뚝에 주사맞은 자리도 부어올라 아프고...

초록잎새는 나 혼자 가라면 못 갈 줄 알았나 보다.

얼싸좋다 쾌재를 부르자 느닷없이 따라 나서긴 하는데

자가용으로 가면 함께 가겠단다.

"꼬렉~?"

"그럼 그냥 집에 이쓰~!"

단번에 뜅겨 버리며 이번엔 대중교통을 이용해 갈거다 하니

ㅋㅋㅋ

할수 없이 따라 나선다.

흐이구~!!!

처음부터 가겠다 했으면 편안하게 열차를 예매해서 모셨을 텐데...


우린 지하철로 대전역.

그런후 KTX로 동대구역에 내려 청도역에 정차하는

1207열차를 기다리며 대구에서 유명하다는 근대골목 단팥빵을 구입했다.

일단 그것으로 요기를 한 후 점심은 청도에서 해결 하기로 한다.

 



얼마후...

우린 누우런 황소가 맞아준 청도역사를 빠저 나왔다.




청도역을 나온 우린 

서울방면으로 5분거리의 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1207열차 청도역 12:37 도착

내가 알고 있던 운문사행 버스 시각이 13:30.

일단 표 끊고 남는 시간에 점심 식사를 하려고 했는데...

헐~!

와서 보니 내가 인터넷 정보의 바다에서 건저 올린 버스시각이 틀렸다.

운문사행 버스 시각은 13:10 였다.




오늘 점심은 그래서 간식이

주식이 돼 버린 대구의 근대화 골목 단팥빵으로 채웠다.

청도하면 추어탕이 유명하다.

그런데...

내 옆좌석의 노인네 두분의 대화가 추어탕였다.

할아버지 한분이 그런다.

추어탕 먹으러 일부러 부산에서 왔는데 실망이 이만저만 아니란다.

그러자 그옆의 할머니 말씀이 예전이나 청도의 추어탕이지 그전 맛이 아니라고...

우리도 점심을 추어탕으로 생각 했었는데 은근 그 말씀에 서운함이 가신다.




(트랭글에 그려진 실제 동선)



이곳저곳을 들려 운문사로 향하던 버스는

1시간만에 우릴 방음리 버스 정류소에 떨궈 놓고 사라진다.

버스에서 내린 우린 왔던 방향으로 조금 올라서자 새마을 동산이 보였다.

오늘 까치산은 그곳에서 시작한다.





공원에서 도로옆으로 이어진 소롯길이

끝나자 마자 69번 포장도로에 올라선 이후 좌측의 산 기슭을 살펴보면 




무덤이 보인다.

등로는 그 무덤 사이로 이어지는데

쌍무덤을 지나 좌측으로 90도 가까이 꺽이다

우측으로 방향을 튼 등로 초반은 거의 임도 수준이나




안동권씨 묘 이후엔 사뭇 거칠다.




계속하여 경사는 빡센데

푹신한 솔가지는 오히려 자꾸 발목을 끌어 당기니 더 힘들다.

산행한지 얼마 안돼 벌써부터 초록잎새는 기진맥진...

ㅋㅋㅋ

속으론 괜히 따라왔다 후회하고 있슴이 분명하다.




땀방울이 흐르고 숨은 가파도

온통 빽빽한 솔밭이라 그런지 숲속의 향기는 기막히다.




오늘 산행거리는 아주 짧다.

그러니 힘든만큼 쉬엄 쉬엄 자주 쉬며 우린 까치산을 올랐다.




드디어 올라선 까치산...

운문호 바로 뒷편으로 서지산과 옹강산 너머엔 문복산 능선이 아슴프레 선을 보이고




시선을 반대로 돌리자

운문댐에서 흘러내린 동창천이 밀양강으로 흘러가는

모습과 함께 동곡마을 뒷편으론 학일산과 선의산이 손에 잡힐듯 가깝다.




까치산 정상엔 데크가 아주 넓다.

2층 구조로 돼 있는 전망데크는 떼박도 가능하다.

우린 바람도 막아주고 따사로운 햇살이 내려 비추는 아랫층에 자리를 잡았다.




평일날 이런 한갖진 산에 누가 올리는

없을테니 이 넓은 전망데크는 오로지 우리부부 차지다.

일찍 올라와 아직 해가 지려면 멀었다.

일단 우린 치킨으로 酒님을 모셨다.




치킨엔 맥주가 궁합에 맞겠지만

이젠 저질 체력이라 좀 더 가벼운 담금주로 모셔온 오미자 술로 속을 덮힌다.





그런후...

우린 한가로이 해바리기를 하며

남아도는 시간을 힐링의 시간들로 채우기 시작 했는데 

행복한 시간은 흘러흘러 어느덧 햇살이 여위어 황혼으로

서쪽 하늘을 아름답게 물들일때 까지 그자리를 고수하며 멍을 때렸다.










해가 지자 급속도로 기온이 떨어진다.

이런땐 뭐니뭐니 해도 쉬어터진 김치 하나면 충분한 라면이 최고다.

얼마후...

세상에나~!!!

라면 한그릇에 밀려든 포만감과 행복함을 니들이 알어~?

아마도 TV화면에서 맨날 그렇게 외치던 신구 할배도 그건 모를거다.




해가 지자 달이 뜨고..

밤이 깊어갈 수록 별들이 하나 둘 점점 늘어만 간다.




정상엔 70-80 음악이 흐르고

술향이 깊어 갈 수록 우리의 삶도 그런대로 아름다웠노라 여겨질쯤....




마눌님이 향기로운 모과차를 내준다.

그것이 깊어가는 가을밤 우리들의 마지막 성찬이 되었는데




얼마후...

이런 된장~!

딥따 춥다...

이젠 낭만이고 뭐고 아무 생각 안난다.

침낭을 파고 들던 마눌이 그런다.

"다음엔 쉘터 가지고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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