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광양 백운산
산행일 : 2019년 10월11일(금)~12일(토)
누구랑 : 초록잎새랑
어떻게 : 주차장~진틀~병암산장~진틀삼거리~백운산(1박)~신선대~진틀삼거리~주차장
(산행지도)
마음속에 항상 그리움으로 남아 있던곳....
그곳을 향한다.
적당한 시간에 도착한 우린
진틀마을의 주차장에서 걸음을 시작했다.
주 등산로는 주차장에서 100미터를 더 올라야 되지만
우린 초입에서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올라서다 병암계곡을 향했다.
그렇게 하면 초입의 시멘트 도로를 피해 울창한 숲속길을 걸을 수가 있다.
얼마후...
숲속터널을 빠저 나와 다온 펜션의
앞마당으로 올라선 우린 병암산장까지 시멘트 도로를 타고 오른다.
병암 산장앞뜰엔 넓직한 주차장이 있으나 산장 이용객만 주차하게 돼 있다.
그래 그런가 ?
올라서다 보면 저 아래 주차장에서 부터 걸어 오는게 귀찮은
사람들이 끌고 온 차량들이 도로옆의 옹색한 공터마다 주차된걸 볼 수 있다.
병암산장을 뒤로
백운산을 향한 본격적인 등로가 시작된다.
숲속을 들어서기전 만난 거목의 노송을 뒤로 보낸후...
병암계곡을 끼고 이어진
넓직한 등로는 지속적인 오름길로 이어진다.
계속된 오름질은 초반부터 저질체력을 시험에 들게 한다.
오늘따라 유난히 힘에 부친다.
그런 모습이 안돼 보였나 ?
마눌님이 베낭을 바꿔 메잖다.
두말않고 벗어줬다.
지가 가면 얼마가 가겠다고 객기를 ?
그런데...
오우~!
꾿꾿하게 잘 버티며 제법 걷는다.
ㅋㅋㅋ
어느덧 진틀 삼거리...
여기서 우린 우측길을 택해 올랐다.
내일은 신선대를 경유해 이곳에서 하산할 예정이다.
처음 계획된 코스는 또아리봉을 넘겨 참샘이재에서 하산하려
했는데 초록잎새의 여고 동창생 전화 한통에 우린 예정된 코스를 변경했다.
마눌님은 친구가 토요일 오후 시간대의 영화표를 준다고 했으니
오전 일찍 산행을 끝내고 집에 가자고 한다.
마눌님말은 무조건 잘 들어야 신상에 이로운법.
그러니 선택의 여지가 없다.
진틀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방향을 틀며 시작된 오름길이 장난이 아니다.
억불봉에서 이어진 주능선과 만난 등로엔
정상을 앞두고 조망터를 제공한다.
그곳에서 바라본 조망이 장쾌하다.
그곳에선 섬진강 물줄기가 남해바다로 흘러가는
모습과 함께 저멀리엔 아슴프레 하동의 금오산까지 확인된다.
드디어...
우린 백운산에 올라섰다.
이곳에선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지리산
주능선은 물론 남부능선과 왕시리봉 그리고 불무장등까지 일목요연하게 한눈에 잡힌다.
한동안...
넋을 잃고 정상에서 눈 호강을 하던 우린
햇살이 여의어 감을 느낀 순간 서둘러 정상아래 전망데크로 향했다.
전망데크로 내려선 후엔 오늘도 역시 그간 갈고 닦은
숙달된 솜씨로 칠성급 호텔을 구축하는 동안 해넘이가 시작된다.
얼마후...
모든게 정리된 후 느긋하게
저녁노을을 즐기며 차 한잔 마시려 했는데...
성급한 햇님은 그새를 못참고 서산으로 꼴까닥~
해가 지자
급속도로 밀려든 어둠과 추위가 찾아든다.
그런데...
이걸 어쩔거나 ?
그간 아주 잘 사용하던 크레모아 렌턴이 맛이 갔다.
이날따라 헤드렌턴도 챙기지 않았다.
그러니 이가 없슴 잇몸으로 오늘밤을 넘겨야 할판....
궁여지책으로 핸드폰의 손전등 모드를 이용해 고실하게 밥을 짖고
맛나게 찌게를 끓여 저녁식사를 하며
酒님을 모시고 나자 비로소 추위가 가신다.
오늘밤은 렌턴이 필요 없을만큼 유난히 달빛이 밝다.
참 다행이다.
그런데...
달빛과 도심의 야경에 취해 있던
우릴 숨어서 삐끔히 훔처보는 놈이 있었다.
데크 여기저기 염소똥이 있어 의야했는데
역시나~!!!
윽박질러도 거긴 내 자리라며 항의하듯
움직일줄 모른채 우릴 노려보던 그놈이 사라진 후
도심의 불빛들이 더 화려해진 깊은밤....
아름다운 야경을 내려다 보며
우린 이제껏 살아온 삶을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갖는다.
물이 깊어야 큰배가 뜬다.
얕은 물엔 술잔 하나 뜨지 못한다.
그걸 알면서도 옹졸했던 마음들을 버리지 못한채
지금껏 살아왔슴에 삶이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지는 한밤이다.
밤이 더 깊어지자
하늘엔 별들이 총총하다.
이런날엔 항상 마눌님은 그날을 이야기 한다.
그 옛날 지리산 장터목에서 수없이 별들이 쏟아지던 한밤에
후배 상규가 산장뜰에 깜짝 이벤트로 맥주와 안주를
마련해 놓고 우릴 불렀던 그밤을 결코 잊을 수 없다며....
소소한 배려가 큰 감동과 함께 아름다운 추억을
아로 세길 수 있슴을 그때 우린 알았다.
다음날 이른아침....
지난밤 우리부부는 평안 하셨을까 ?
일본에 큰 피해를 입힌 제19호 태풍 하기비스의
영향 때문인지 이곳 백운산 정상에도 게센 바람이 불어 심란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 전망데크엔 바람을 막아준 특이한 지형
덕분에 소리만 요란했지 텐트엔 영향이 없었다.
다만...
지난주에 비해 많이 추웠다.
이젠 동계용 침낭이 필요한 시절이 된것 같다.
일출 시각에 맞춰 백운산 정상에 올라서자
헐~!
세찬 바람에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다.
바람을 피해 정상 바로 아래에서
일출을 기다리다 신선대쪽을 바라보니 산객 두분이 서성댄다.
햐~!
참말로 부지런한 분들이다.
얼마후...
일출이 시작되긴 햇으나
구름띠에 가려 만족스런 풍광을 보여주지 못했다.
아지트로 내려온 다음...
전날 먹다남은 국과 밥을 데워 간단하게 조반을 끝냈다.
그런후...
마지막으로 이곳저곳 이른 아침의 풍광을 디카에 담아본다.
그러다 망원렌즈로 땡겨본 아래의 사진속 풍광은 모후산으로 짐작되고
아래의 사진은 이곳 정상에서 뻗어 내려간
주능선으로 불쑥 들어올린 맨 끝의 봉오리가 억불봉이다.
저곳은 광양 제철 수련관에서 쉽게 올라설 수 있고
억불봉 가까이엔 샘터가 있어 한때 박지로 내가 고심했던 장소다...
식사를 끝낸후 철수를 준비한다.
이슬이 채 마르지 않은 축축한 텐트를 거둬 베낭을 꾸린 후
우린 미련없이 발길을 신선대로 옮겼다.
신선대를 향하다 문득 뒤를 돌아보자
우리가 한밤을 지센 데크 위엔 거북이 한마리가 정상을 향하고 있다.
어느덧 갈림길....
베낭을 두고 신선대를 향한다.
무사히 도착한 신선대...
역시 신선대란 이름값을 톡톡히 한 풍광을 감상후
되돌아온 삼거리에서 부지런한 발놀림 덕분에
무사히 진틀 마을로 내려선 우린 1박2일의 여정을 끝냈다.
광양 백운산...
거의 20년만에 찾아온 산이다.
나는 광양의 백운산 하면 생각나는 한분이 계신다.
예전 아내와 함께 산악회 버스를 타고 상백운암으로 오를때 였다.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이 우리부부가 쉴때마다 꾸준히 걸어올라
우릴 추월하는게 너무 신기해 그분께 여쭤 보았었다.
"어르신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8학년 4반인데 일주일에 3번은 산에 다녀~"
"할멈은 죽고 아들과 사는데 나도 산을 좋아 하지만 산에만
간다면 며느리가 도시락을 싸주고 용돈도 주며 더 좋아해서 자주 다니지 모~!"
ㅋㅋㅋ
그때 그분이 참 현명하신 어르신이란 생각이 들었었다.
우리야 자식들과 함께 살 생각은 아예 없어 그럴일은 없겠지만
그것보다 나는 그분의 체력이 존경스러웠다.
백운산을 다녀가며 떠올려진 그분처럼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한 체력을 잘 보존해 우리부부도
그 나이때 까지 산행을 지속했슴 하는게 우리 부부의 바람이고 희망이다.
(동영상으로 보는 산행후기)
찾아주신 모든분께 감사 드리며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시길 기원합니다............산찾사.이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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