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황간 월유봉
산행일 : 2019년 7월02(화)~03(수)
누구랑 : 초록잎새랑...
제1일차 : 월유봉 둘레길 1구간 여울물 소리길 & 월유1봉에서 1박
(트랭글에 그려진 1박2일간 실제 동선)
숲속의 한밤을 위해
우린 늦은 오후에 길을 나섰다.
이런저런 이유로 백패킹은 정말 오랫만이다.
산행지는 쌈박하게 오를 수 있는 황간의 월유봉으로 정했다.
이날 우린 오후에 출발해 월유봉 광장에 도착하고 보니 시간이 여유롭다.
오늘 목적지 월유1봉은 힘 한번 불끈 주면 올라서는 곳이다.
그러니 시간도 때울겸 우린 월유봉 둘레길의 일부를 걸어 보기로 했다.
영동군에서 신경좀 쓴게 확실한 월유봉 둘레길은
(여울물)소리길. (산새)소리길. (퐁경)소리길로 분류해 놓았다.
그중 우린 데크와 야자 매트를 깔아 걷기 좋은 1코스 여울물 소리길을 걸었다.
원촌교에서 완정교에 이르는
2.6km의 여울물 소리길은 석천의 물줄기를 따라 거슬러 오른다.
우린 가볍게 샌달을 신고 걸었다.
그만큼 이곳은 걷기 좋은 산책 코스다.
이날 우린 완정교까지 걸었다 그길 그대로 되돌아 와야 했는데
구수천 팔탄길을 이어서 걸으면 하루를 꽉 채운 트래킹 코스로 참 좋을것 같다.
여울물 소리길은 숲속을 스며든 햇살에
일렁이는 나뭇잎과 산새들의 지저김이 정겹고
걷는 내내 들려오는 계곡의 물소리가 심신을 맑게 한다.
걷다보면 재미있는 조형물이 발걸음을 잡는다.
좋을때다 우리...
그래~?
나쁠것도 없으니 그럼 좋은거다.
ㅋㅋㅋ
이번엔 꽃길만 걷자란다.
나도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참 좋을때 꽃길만 걷고 있는 당신 이젠 웃으란다.
초록잎새....
모처럼 활짝 웃었다.
참 좋을때 꽃길만 걸으며 웃는 당신....
이왕이면 같이 걸어 가잖다.
그런데...
이런~!
마눌님 초록잎새의 걸음이 무정하다.
서방을 떼어놓고 저홀로 저만치 도망중이다.
그렇게 걷다보니 어느덧 1코스 종점 완정교가 저만치에 있다.
이젠 둘레길은 뙤약볕...
이쯤에서 우린 발길을 돌렸다.
같이 걸어라 하는데 역시나
쫄랑쫄랑 홀로 도망가는 마눌님 꽁지를 붙잡기 위해
부지런히 따라가다 바라본 하늘이 오늘따라 참 이쁘다.
다시 되돌아온 월유봉 광장...
둘레길 1코스를 걸어주신 우린 몹시도 목이 마르다.
그래서....
일단 산행에 들기전 월유봉 광장의
매점에서 구입한 캔맥주로 갈증을 해소 시켰다.
캬~!!!!
한여름 산행엔 이 맛이 쵝오~!
이젠 본격적인 산행에 나선다.
송시열 유허비를 지나
강변 둘레길을 조금만 걸어가다 보면
초강천을 건널 수 있는 징검다리를 만난다.
예전 우린 징검다리가 허술하여 물에 빠져 건너야 했던 곳이다.
그 징검다리를 건너다 보면
저기 보이는 능선자락 아래가 여울물 소리길이다.
내일 우린 저 능선을 걸어 볼 참이다.
그 능선을 디카로 땡겨본다.
바로 앞에 우뚝 솟은 암봉이 305m 고등봉이고 그 뒤가 489.4m 사군봉이다.
징검다리를 건너 숲속으로 들어서자 마자
초록잎새가 날다람쥐 마냥 잽싸게 저멀리 도망간다.
흐이구~!
온갖 무거운 짐을 내가 다 짊어져
도저히 따라 붙을 수 없어 미적대다 보니 마눌님이 보이지 않는다.
순간 산찾사 완전 삐짐...
알콜 효율이 아주 좋은 산찾사는 맥주 한잔에 다리가 풀려 힘이 없다.
반면 마눌님은 그게 최고의 효력을 발휘한 에너지가 된다.
ㅋㅋㅋ
다행히 멀지 않은 거리에서 마눌님이 기다려 줘
함께 오르긴 했는데 그까이거 30여분만 오르면 될 짧은
거리긴 해도 역시 한여름엔 힘겹다.
올라서다 에넥스 공장이
시원스레 내려 보이던 조망터에서 한숨을 돌린 이후
우린 쉬지 않고 단숨에 정상에 올라섰다.
오우~!
이곳은 이래서 좋다.
짧은 고생끝에 이제 우린 아주 긴 행복의 시간들로 채워질 거다.
베낭을 내려놓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우린 잠시 풍광에 취한다.
역시..
한반도 지형이 제대로 그려진 곳으론 이곳이 최고다.
이곳에선 주행봉에서 백화산은 물론
우리가 걸었던 여울물 소리길과 사군봉 능선까지
한눈에 내려보여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함을 맛볼 수 있다.
얼마후...
텐트 하나 들어 앉히면 될 정도로 옹색한 데크지만
천하의 절경을 내려다 볼 수 있는 호화롭기 이를데 없는
보금자리에서 우린 산상의 만찬을 즐기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어느덧 해님이 뉘엿뉘엿 지기 시작했다.
저녁식사를 끝낸 뒤...
단둘이 정상 이곳저곳을 산책하며 세월을 낚는다.
얼마후...
한여름의 낮은 길어 해는 넘어 갔어도
그 여운이 길게 남아있던 정상에서 酒님을 모시다 보니
어느새 저 아랫동네엔
하나,둘 불을 밝힌 한밤이 되었다.
깊은밤...
도란도란 이어진 정담으로 푸른밤은 흘러간다.
인간관계,일,여가....
삶의 조건중 가장 중요한 세가지 중에서
이젠 일이 차지한 비중이 많이 줄어든 이시절을 어떻게 살아내야 할지 ?
그러나 그것보다 우리부부를 더 힘들게 하는건 자식들의 미래다.
생이손을 앓는 듯한 아픔의 큰녀석과 酒님의 힘을 빌어 한밤중 통화를 했다.
힘들어도 좀 더 견뎌 보자며....
다행히 의외로 담담하게 현실을 받아 들이는 큰놈에게 위안을 받는다.
그간 누구보다 더 울 마눌님이 착하게 잘 살아 왔으니
우리 자식들 앞으로 잘 되겠지 ?
밤이 깊어갈 수록 상념은 늘어만 가는데
한여름의 짧은 밤은 그렇게 속절없이 흘러만 가고 있다.
(동영상으로 보는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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