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김천 고성산
산행일 : 2019년 5월21일(화)~22일(수)
누구랑 : 나홀로
(트랭글에 그려진 1일차 이동경로 : 김천역~고성산 전망데크 3.2km)
새천년 대교를 건너
1004의 섬을 찾아 가기로 한 이른아침..
설레임을 안고 퇴근하고 보니 마눌님이 보이지 않는다.
알아보니 장모님을 모시고 병원에 와 있덴다.
이런~!!!
하루종일 각종 검사후 장모님의 몸상태를 설명하신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우리부부는 순간 가슴이 먹먹해 졌다.
지금껏 견딘게 불가사의 하단다.
금이간 정강이뼈의 염증은 2달간 보조기를 착용하고
협착된 관절에 끼여 죽어버린 신경을 살려서 이여주는 어깨는
수술을 하기로 하여 장모님을 바로 입원을 시켰다.
그러고 나니 오전은 훌쩍 지난 늦은 오후....
마눌님은 안타까움에 동동 대는데 한치건너 두치라 그런가 ?
이젠 내가 해야 할일은 없는것 같아 마음이나 달래려 홀로
근교의 숲속을 찾아 가기로 했다.
대전역에서 김천을 향한
열차에 올라타자 난 바로 상념에 젖어든다.
이제껏 살아온 삶을 돌아보며 내자신을 살펴봐도
나는 장모님과 같은 삶은 살 수 없을것 같다.
장모님은 배운것 없고 가진것 없다보니 한평생 모진고생 다하신 분이다.
그렇다 해도 가방끈 길며 가진게 많은 사람들보다 훨씬 더
인격과 성품이 올곧고 너그러워 근본과 원칙에 충실한 삶을 살아오신 분이다.
그러면서도 자식에겐 물려줄것 없슴이 안타깝고
힘겨운 살이에 허덕대는 자식들에게 폐가 될까 싶어 그간 지병을 숨겨 오셨다.
어찌 저럴 수 있는지 ?
김천역을 빠저나와 도심속을 걸어가던 나를 누군가 불러 세운다
"쉬었다 가세요~!"
영문을 몰라 주위를 두리번 거리자 여관촌이다.
헐~!
지난번 마눌님과 걸었을땐 이런일이 없었는데...
ㅋㅋㅋ
소위 택사스 촌이라 불리는 곳인가 보다.
지금 이 시대에 아직도 이런곳이 남아 있슴이 신기하다.
내가 뭘~ 몰라 그런가 ?
서둘러 그곳을 벗어나 예전 마눌님과 함께 걸었던
그코스 그대로 고성산을 향한 숲속에 들자 오월의 장미가 나를 반긴다.
장미는 한송이 보다 한다발의 묶음이 더 아름답다.
그건 자신의 몸에 붙은 가시로 서로를 찔러대는 아픔을 참아주기 때문이란 싯구절이 생각난다.
사회 구성원간 서로 못마땅한게 있더라도 이해와 배려가 필요한
요즘 시대에 우리가 장미꽃 한다발에서 배워야 할 덕목이다.
텃밭 사이를 지나 본격적인 등로가 시작된 숲속에 들자
이내 김천 시가지가 발아래 드리운다.
숲속은 초록의 싱그러움으로
고요하고 맑은데 어지러운 마음 버릴 곳을 찾느랴
괜히 분주하기만 한 나의 발걸음이 청정지역을 오염 시키고 있는건 아닌지 ?
이궁~!!!
처음 만난 이정목에서
어지러운 마음을 추슬려 본다.
해가 지려면 아직도 멀었다.
빨리 걷는다고 다스려질 마음도 아니니 서둘지 말자.
그렇게 걸어가다 만난 쉼터 의자에 박베낭을 내려놓자
또다시 나도 모르게 깊은 상념에 젖는다.
좋은 나무는 못된 열매를 내지 않는다 햇다.
부모가 나무라면 그 열매가 자식이다.
항상 나보다 남을 헤아릴줄 알아 넉넉한 마음을
갖춘 마눌님의 천성은 그래서 다 장모님의 덕이다.
내 자식들...
우린 그놈들에게 좋은 나무가 되었는지 의문이다.
큰놈에게 엄하게만 훈육한게 요즘들어 내 마음을 심란하고 사납게 만든다.
우야튼 그놈이 잘 돼야 할텐데...
상념을 떨치고 다시 걷는 숲속길이 차암 좋다.
피톤치드가 다량으로 뿜어져 나오는 솔숲에 이르자
마음이 차분해 지며 휘오리치던 가슴이 가라 앉기 시작했다.
산에 들면 그래서 좋다.
모든 시름을 잊을 수 있으니....
평탄하던 오솔길을
살포시 들어올린 둔덕엔 산불감시 초소가 있다.
이젠 경방기간의 임무를 끝낸
감시원이 방을 뺀 산불감시 초소에 올라서자
저멀리 김천 혁신도시와 구미의 금오산이 한눈에 잡히고
시선을 반대편으로 돌리자
김천 시가지 뒤로 안테나를 이고 있는 난함산이 확인된다.
잠시후...
감시초소에 올라 구경한번 잘 했으니
이젠 힘을 내 다시 또 오름질을 시작하자
한걸음에 훌쩍 돌탑봉을 넘겼다.
그런후 다시 시작된 오름길의 이정표에선
고성산 반대편 능선을 택한 나의 발걸음이 순간 분주하다.
저 암릉의 고개만 넘으면 오늘 내가 머물 안식처가 있다.
드디어 고개를 넘기자
김천 도심이 발아래 드리운 선경이 맞아준다.
다 왔다.
바로 저곳 전망데크가 오늘밤 나의 안식처다.
고성산 도시숲 전망대란 이름이 붙은 데크에
그간 갈고 닦은 솜씨를 발휘해 순식간에 칠성급 호텔을 구축한 나는
마눌님이 준비해 준 먹거리로 성찬을 준비했다.
오늘의 주 메뉴는 닭 가슴살 튀김에 소스를 붓고 살짝 뎁혀만 주면
한민족이 즐겨찾는 치맥 준비 완료다.
안주가 좋아 그런가 ?
시작하자 마자 순식간에 맥주는 바닥이 났다.
역시 치킨엔 맥주가 궁합이 잘 맞는다.
이런날엔 조금 더 준비해 올라와도 될 걸...
아무리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ㅋㅋㅋ
나도 이젠 주량이 늘었나 ?
아니다.
산에만 들면 酒님을 향한 信心이 깊어 지는건 누구나가 경험하는 일이다.
그만큼 산이 우리몸엔 좋다.
식사를 끝낼쯤...
순하디 순해진 여린 햇살이 서쪽 하늘을 물들인다.
오늘따라 노을은
참으로 이쁘고 처연하며 또한 서글프다.
가슴 한켠을 먹먹하게 만들던 노을이 지고나자
숲속엔 서서히 땅거미가 밀려 들더니
저 아래 도심에선
어둠을 밀어내기 시작한 불빛들이 점점 더 늘어만 간다.
한낮엔 초여름의 날씨가
어둠이 내리자 기온이 급하게 떨어진다.
이런땐 따스한 스토브의 열기보다 후끈한 라면이 제격이다.
김치를 넣고 끓여낸 쫄깃한 라면이 식욕을 돋군다.
빵빵한 뱃고래가 또다시 사정없이 라면빨을 흡입한다.
헐~!
참으로 胃大한 산찾사의 뱃고래다.
한밤중...
쉽게 잠들지 못해 서성대던 산정에서 억지로
잠을 청한지 얼마후 참을 수 없는 요의가 느껴저 밖에 나가니
오우~!!!
달빛이 내려앉은 숲속이 대낮처럼 환하다.
요즘 근래에 보기드문 환한 달빛이다.
이날밤 산찾사는
달빛과 별빛에 취한채 산정에서 밤을 지샜다.
(트랭글에 그려진 2일차 행로 : 전망대~김천역 3.0km)
다음날 이른 아침....
아무리 울어대도 듣기만 좋은 새소리에 설핏 들었던 잠이 깼다.
텐트를 젓히자 여린 햇살이 스며든다.
주위엔 벌써 훤~하다.
잠시후....
예쁘게 깍아놓은 감처럼 햇님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오랫만에 보는 일출같다.
옅은 박무 때문인가 ?
오늘 아침 일출은 유순하고 순박하다.
여린 햇살이 고루 퍼저 나가던 정상에서
난 바삐 하산을 서둔다.
오늘은 삼실 체육행사가 있어 오전중에 가야만 한다.
아침은 간단하게 준비한 과일과 떡으로 해결하고
모닝 커피로 마무리를 했다.
귀로는 제일 빠른길을 택한다.
전망데크에서 곧바로 곤두박질 치듯 가파른 철계단을 타고 내려
짙푸른 신록의 숲속길을 걷다 만난 이정목에서 원곡마을을 향한다.
이른아침 청정한 숲속의 기운을 받아 그런가 ?
몸도 마음도 왜그리 상쾌한지 모르겠다.
내림길 내내 유순한 산책길은 계곡을 넘는 원목다리를 지나
나뭇잎 체험장에 세워진
귀여운 형상물에 잠깐 한눈을 판 이후엔
원곡마을로 이어진 숲속길을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흔들림 없이 걸어내려
지난번 마눌님과 걸었던 능선
아래에 자리한 김천 서부 초등학교를 스처지나
김천 시립 도서관을 향한 언덕길을 올라선후
김천 역전방향으로 내려서자 중앙시장이 맞아 주는데
그 시장 골목을 빠저 나오자 어제 첫 걸음을 떼어 놓았던 김천역이 반긴다.
김천의 고성산은
늦은 오후에 찾아들어 한밤을 보낸후
다음날 이른 아침에 산행을 끝낼 수 있어
초간단 백패킹 산행지론 안성맞춤이다.
그러니 지금 현재 입원중인 장모님 간병을 하느랴
함께 못한 초록잎새랑은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다시 한번 와야겠다.
(동영상으로 보는 고성산 백패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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