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변산.갑남산 & 내소사
산행일 : 2019년 02월20일(수)~21일(목)
누구랑 : 초록잎새랑 단둘이
제1일차 : 02월20일.수요일
- 경찰수련원~투봉갈림길~갑남산~투봉~썬리치랜드~경찰 수련원 (8.95km 3:30소요)
(변산.갑남산 지도)
(트랭글에 그려진 실제 동선)
주5일제의 근무라 오늘도 변함없이 찾아온 휴일이다.
이번엔 부안의 변산반도를 찾았다.
나에겐 아픔으로 남아 있던곳.
그래서 한동안 우리 부부는 이곳을 찾지 않았었다.
돈 잃고 사람 잃어가며 세상살이란게 참 매정하고 무섭다는걸 그때 우리 부부는 알았다.
힘껏 움켜쥐면 쥘 수록 손가락 사이로 빠저 나가는 모래알처럼
자연처럼 순수하리라 믿었던 산우들이 술술 빠저 나가던 걸
허망하게 바라만 봐야 했던 그때 그겨울을 난 잊을 수 없다.
지나고 보니 밑지고 사는게 결코 밑진게 아니란걸 먼 훗날의 지금에서야 알았다.
내곁엔 평생 함께할 막역지우 한둘이면 족하다.
그정도면 성공한 인생 아니겠나 ?
그러니 쭉정이 껍데기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다.
이제사 생각해 보면 난 참 사람 욕심이 많았던 듯 하다.
내겐 아픔만이 남아있던 내변산을 찾아가는 도로가 이젠 예전의 도로가 아니다.
차~암....
쉽고 편안하게 네비양이 인도해준 덕분에
우린 갑남산 산행들머리 경찰 수련원을 빠르게 도착했다.
경찰 수련원을 조금 지난 넓은 공터에
이젠 나만큼이나 늙어 골골대는 애마를 쉬게 한 후
도로옆 숲속으로 성큼 발을 들여 놓은 순간 오솔길이 포근하게 맞아준다.
어제가 우수였다.
때를 맞춰 숲속은 전날 내린 비에 촉촉히 젖었다.
그래 그런지 발바닥에 와닿은 촉감이 참 좋다.
이젠 봄이다.
그걸 증명하듯 남녁엔 홍매화가 활짝 피었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러나 봄이라고 다 좋을순 없는가 보다.
숲속을 벗어나 조망터에 올라서자 서해바다가 한눈에 내려 보였는데
이런~!
봄철 불청객 미세먼지로 그냥 우울 모드의 풍광이다.
사실...
오래전 부터 여길 오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떠날땐 날씨가 안좋던가 일이 틀어저 버린게 몇번였다.
아마도 우리랑 궁합이 맞지 않는 지역 ?
ㅋㅋㅋ
오늘도 그렇게 썩 내키지는 않았던 걸음였다.
인생은 원대한 꿈과 낭만적 열정만으론
살아갈 수는 없는 현실이기에 소망을 하나씩 지워나가는 냉혹한 과정이다.
목에걸린 가시같은 존재의 큰놈이 그걸 언제쯤 깨닭게 될지 ?
그녀석이 재능은 있는것 같다.
문제는 그보다 더 절실하게 요구되는 열정이 부족하다.
현실적으로 청춘들은 힘들수 밖에 없는게 요즘 세대의 삶이고 숙명이다.
우리사회가 이젠 구조적으로 그렇게 돼 있다.
어쩌겠나 ?
본인이 스스로 설계하고 택한 삶이다.
답답함....
조망터에서 하염없이 바다를 내려다 보는 초록잎새가
자식에 대한 걱정으로 숯검댕이가 다 되었슴이 나에게 그대로 옮겨오고 있다.
어쩌겠나 ?
그냥 믿고 바라볼 수 밖에...
요즘 너무 힘들단 전화 한통에 온갖 시름과 걱정이 가득한
초록잎새의 마음에도 봄철 밀려든 저 미세먼지가 벗겨나듯 깔끔한 날 있으리라~
파아란 하늘을 담아낸 바다를 보고 싶었다.
그럼 마음 한구석 답답함도 날려 버릴것 같았다.
저곳이 그런곳이라 보면 볼 수록 오늘같은 날씨가 안타깝다.
우리의 발걸음이 오르막 내내 조망으로 황홀하던
슬랩지대의 암릉을 지나자 평범한 육산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
그러다 투봉 삼거리를 스처 지났다.
여기서 우린 갑남산을 들렸다 되돌아 와야한다.
갑남산을 향하던 숲속의 등로에선 마지막 조망터가 있다.
등로에서 살짝 비켜난 암릉인데 그곳은 부처손 군락지다.
풍광은 슬랩지대와 동일한 조망이다.
부처손 군락지의 암봉을 되돌아 나와
갑남산을 향하다 보면 등로는 408.5봉을 두고 우측으로 돌아 나간다.
그 등로를 조금만 걸어가다 보면 무덤터를 만나게 되는데
그곳엔 누군가 바윗돌에 싸인펜으로 갑남산이라 적어 놓았다.
여기가 413.4m의 갑남산 정상인가 보다.
그런데..
정상에 대한 홀대도 이런 홀대가 없다.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아름다운 풍광을 갖춘 산인데
빗돌은 물론 정상을 알리는 그 흔한 코팅지 하나 걸린게 없다.
왔던길 그대로 되돌아온 삼거리에서 우린 투봉을 향했다.
등로는 마당바위를 지나자
진행방향 좌측으로 단애절벽으로 이어지고 있다.
당연 걷는 내내 조망권이다.
외길로 이어지던 등로에서
어디가 투봉였는지도 모른채 우린 한차레 갈림길을 만났다.
진행방향 우측이 험난한 고갯길이다.
꼬렉~?
좀 더 돌아가더라도 우린 편한길이 좋다.
편한길엔 조망도 좋았다.
갖은게 시간뿐이라 우린 더 걸을 수 있슴 좋겠다.
그길에서 우린 오늘 산행중 최고의 전망대를 만났다.
바로 발아래엔 모항마을이 펼쳐있다.
저곳이 우리가 하룻밤 머물기로한 해수욕장이다.
따사로운 봄 햇살이 내리쬐던 암릉에 앉아
한동안 우리 부부는 말을 잊은채 멍~을 때렸다.
한참이 지난후...
그간 휘몰아치던 마음이 가라앉고 정리가 되자
그래~
그냥 잘 떠나 왔구나란 생각이 든다.
한결 차분해진 마음으로
우린 조망터를 뒤로 한채 능선끝에서 임도를 걸어내려
썬리치랜드 건물에서 우측으로 방향을 틀었다.
우리를 맞아준 임돗길이
다행히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걷기 편안한 흙길였다.
그길을 걸어가다 보면 정면으로
처음 우리가 올라서던 슬랩지대의 능선이 보인다.
그런데...
그 바위틈으로 물줄기가 쏟아져 내린다.
수락폭포다.
장마철 수량이 많을때 찾아오면 멋진 풍광을 볼 수 있겠다.
차량이 주차된 카페건물 옆 공터에서 산행을 끝낸 우린
모항 해수욕장에 둥지를 틀었다.
이곳 야영데크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데
그것보다 아주 깨끗한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어 더 좋았다.
화장실과 가까운 데크를 골라
쉘터안에 텐트 한동을 들어 앉히자 해가 저문다.
미세먼지도 그렇고 날도 흐려 그런지
햇님은 바닷속으로 들어가지도 못한채 구름이 삼키며 일몰은 상황종료.
그러자 급속도로 땅거미가 침범하던 해안가에서
아늑한 우리들의 보금자리로 귀환한 우린 저녁식사를 준비했다.
메뉴는 버섯 만두전골....
소박한 저녁식사의 반주로 우린 와인을 택했다.
일찍 식사를 끝낸 우린
모항 주변을 돌아보는 변산 마실길 산책을 나섰다.
도란도란 정담이 깔린 마실길에서 돌아온
이후에도 우린 보드랍게 밟히던 모항 해수욕장을
하염없이 거닐며 지난날 아름답지 못했던 이곳의 옛 기억을 덮어 버렸다.
(변산.갑남산 산행모습을 동영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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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주신 모든분들께 깊은 감사드립니다......(산찾사.이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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