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해파랑길 49코스

산행일 : 2018년 3월18일(일)~19일(월) 1박2일

누구랑 : 초록잎새랑 단둘이

어떻게 : 거진항~응봉~화진포성~초도항~대진 해수욕장 (11.63km - 3:55 소요)

 

  (해파랑 49코스 개념도)

 

 

   제1일차 : 2018년 3월18일 일요일    

 

초록잎새랑 단둘이 이른아침 길을 떠났다.

일요일인데 의외로 도로가 한산하다.

홍천 i.c를 나와 인제로 이어지는 44번 국도엔 달랑 우리차만 있는것 같다.

비수기와 성수기는 도로의 교통량에서 부터 확연한 차이가 난다.

어느덧...

구불 구불 이어진 진부령을 넘어

거진항 공용주차장에 도착한 우린 해파랑길을 시작한다.

 

 

 

개념도는 볼 것도 없다.

그냥 거진등대를 이정표 삼아 걸어가면 된다.

거진항에서 시작된 걸음이 수협 공판장을 지나자 마자

도로변 담벼락엔 해맞이공원 조감도가 우리부부를 인도한다.

성큼 원목계단을 밟고 올라서다 뒤돌아 보니 방금 걸었던 거진항이 발아래 펼쳐진다.

 

 

 

금강송 군락의 언덕길을 올라선 후...

진행방향 우측의 거진등대를 들어섰던 우린 되돌아 나왔다.

등대는 개방금지...

 

 

 

본격적인 발걸음을 시작하자

곧바로 우릴 맞아준건  전망데크 였다.

 

 

 

전망 데크에선 갈매기 배설물로 인해 그 이름을 얻은 흰섬이 내려 보인다.

저 바위는 동해바다의 일출과 일몰때 현 위치에서 내려다 보면 

마치 부처님이 누워 있는 와불과 같은 형상이 뚜렷하게 보인다고 한다.

 

 

 

능선엔 바닷바람이 불어온다.

그 바람속을 뚫고 우린 걸었다.

세찬 바람은 그러나 뜻밖에 바람끝이 그다지 매섭지 않다.

주변을 둘러보니 지난 겨울 매서운 추위 속에서도 꿋꿋이 자리를 지켜준

나무들이 봄을 준비하는 움을 티우려 준비 중인데 그중에서도

성급한 생강나무는 벌써 노오란 꽃을 피어 올렸다.

 

"그리고 뭣에 떠다 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폭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김유정 소설에 쓰여진 글이다.

여기서 말한 동백꽃은 생강나무꽃의 강원도 사투리다.

소설속 점순이처럼 알싸하고 향긋한 그 냄새를 맡으려나 ?

초록잎새가 코 끝을 가까이 대고 냄새를 맡는다.

예전 한때 나는 이맘때 산행을 하며 저 꽃을 따와 차를 만들었다.

참새의 혀와 같다하여 雀舌(작설)차로 불리는 생나무 꽃차는 향이 기막히다.

그때 생각이 나서 초록잎새에게 물어보니 집안 어딘가에 아직 남아 있을거란다.

꼬렉~?

집에 가면 한번 그 꽃차 맛 좀 봐야 겠다.

 

 

 

전망데크를 지나 몇걸음 옮겼을까 ?

우린 해맞이 전망대를 만났다.

 

 

 

해맞이봉엔 설악산 정상비와 견줘도

결코 꿀릴게 없는 우람한 빗돌이 동해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해맞이봉 정자에 올라서자

사방팔방 거침없는 조망이 우릴 맞아준다.

그런데...

날씨가 흐려 그런지 깔끔한 시야는 못된다.

맑은날이면 어디가 하늘빛이고 바닷빛인지 모를

블루빛의 동해바다를 볼 수 있을텐데 짙은 회색빛 하늘을 담은 바다는 우울해 보인다.

 

그러다 문득...

북쪽을 바라보자 금강산 비로봉이 확인된다.

허접한 똑딱이 디카지만 있는 힘껏 당겨 보니 분명한 금강산이다.

마눌에게 저게 바로 금강산이다 가르키자

헐~!

못 믿는다.

의외로 북한땅이 아주 가까이에 있슴이 현실로 와 닿지 않는 모양이다.

못 믿겠슴 말고...

 

 

 

우리의 발걸음이 해맞이봉을 뒤로 하자

 

 

 

갖가지 조형물과 휴식터가 우릴 맞아준다.

 

 

 

여긴 십이지신상...

 

 

 

그리고 이건 복어...

 

 

 

등로엔 야간에도 산책할 수 있도록 가로등이 있고

길바닥엔 야자 껍질로 만든 마대가 깔려있어 걷기에 참 좋다.

 

 

 

이어지는 산책길이 오름과 내림길을 반복하며 얕으막한 구릉을 넘다보면

 

 

 

진행방향 좌측으로 설악산에서

향로봉까지 마루금을 잇는 백두대간이 한눈에 잡힌다.

한마디로 아름답고 장쾌한 금수강산이다.

 

 

 

어느덧 시원한 조망을 선사하던 능선길이 솔숲을 파고든다.

그런데...

등로에 건식된 이정표가 이상하다.

방향이 틀렸다.

혹여...

이쪽으로 진행하다 능선이

휘돌아 가는가 싶었는데 누군가 이정목에 X자를 써 넣었다.

뿐만 아니라 해파랑길이 적힌 스티커가 반대 방향을 가르킨다.

 

 

 

역시...

해파랑길 스티커가 가르키는 방향이 맞았다.

저 스티커가 없었다면 무심히 걷던 트래커들이 분명 알바를 했을거다.

둘레길을 걷다 보면 이런 경우가 참 많은데 정작 있어야할 곳엔

이정표가 없고 필요 없는곳엔 과잉친절의 이정목이 풍년인 곳이 부지기수다.

 

 

 

응봉을 향한 등로는 한차레 도로를 넘는다.

능선과 능선을 잇는 그 다리엔 화진포 해맞이교란 이름표가 붙었다.

 

 

 

화진포 해맞이교 이후

등로는 가파르게 치고 올라서는데

예전 소롯길 등로가 있슴에도 구불구불 새롭게 길을 냈다.

그닥 길지 않은 경사라 그냥 둬도 될법한 등로라 이것도 과잉 친절이다.

그 등로 끝 무명봉에 올라서자 원목데크 쉼터옆엔 삼각점이 있다.

이곳이 응봉 ?

그러나 정상다운 면모를 갖추지 못해 그런지 정상 빗돌이 없다.

 

 

 

응봉은 그 삼각점이 있던

무명봉에서 얼마 멀지 않은 거리에 있었다.

그곳에 올라선 우린 황홀한 풍광앞에 감동했다.

지리산에서 부터 이어온 백두대간 줄기가 북쪽을 향해 달린다.

 

 

 

화진포 호수를 넘겨 북쪽의 금강산도 뚜렷하다.

 

 

 

응봉 빗돌옆엔 조망도를 그려넣은 안내도가 있다.

초록잎새가 그걸 보더니 한마디 한다.

 

"저게 정말로 금강산 맞네"

"어이구~!!"

 

저 조망도가 없었다면 초록잎새는 신랑이 구라 친 줄 알았을거다.

ㅋㅋㅋ

실제 지형으론 안 믿으니 이번엔 조감도를 보며 가야할 길을 설명했다.

김일성,이기붕 별장은 가는길이라 싫어도 들리게 될테고

내가 제일 경멸하고 싫어하는 인물의 저 별장은 안가고

대진항으로 Go~ 할거다 라고....

 

 

 

마눌님이 그런다.

생전 처음으로 말로만 듣던 금강산을 봤으니 

이것 하나만으로도 멀고 먼길을 찾아온 보람이 있어 너무 좋단다.

 

 

    ↓  (디카로 당겨본 금강산)

 

 

 

이좋은 풍광을 두고 바로 내려서긴 서운하다.

마침 때도 되어 베낭을 푼다.

집에서 나올때 마눌님이 싸온 김밥 도시락과 함께

보온병의 물로 인스턴트 일회용 용기에 담긴 쌀국수에

물을 붓고 기다렸다 맛나게 점심 식사를 끝냈다.

 

 

 

식사후...

잠시 잠깐씩 내리 비추는 볕을 받으며 우리는 커피를 마셨다.

이따금 아무 생각없이 마냥 아름다운 풍광을 바라보며

멍을 때리고 있는게 이렇게나 좋은건 내 일상이 너무 숨 가쁘기 때문일까 ?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시간이 너무 흘렀다.

주섬주섬 챙겨넣은 베낭을 메고 우린 다시 길을 나섰다.

 

 

 

응봉을 내려서는 초반은 아주 가파르다.

그길을 다 내려선 이후엔 삼거리가 우리앞에 터억 나타나 선택을 강요한다.

우리는 관목원을 거처 습지원과 금강상사로 향한 길을 애써 외면한다.

그리고 능선만을 고집한 해파랑길을 걷는다.

이내 우리는 아름다운 황장목 일색의 오솔길로 스며든다.

순간....

코끝에 스며든 향긋한 향내가

짙게 풍겨나는 솔밭길을 느긋하게 걷는 동안 우린 내내 행복했다.

오늘 걸은 코스중 화진포의 숲길이라 이름지은 이 구간이 우리 부부는 제일 좋았다.

 

 

 

울울창창 솔숲을 빠저 나오자 마자

화진포의 성이란 이름이 붙은 김일성 별장이 나타났다.

김일성 별장은 독일 건축가 H.weber가 1938년 건축했는데

6.25 전쟁중 훼손된 건물을 2005년 3월에 옛모습으로 복원한게 지금의 모습이란다.

별장 입구의 안내문엔 이곳을 관람하려면

주차장 입구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구입해야 된다기에 그냥 바로 패쓰~

 

 

 

 

화진포 해수욕장으로 내려서자

유명 관광지라 그런지 지금껏 볼 수 없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화진포 해수욕장 한구석엔 별장이 있어 들리기로 했다.

그곳을 향하다 보니 별장보단 아름드리 황장목에 더 관심이 간다.

 

 

 

이곳은 이기붕이란 인물과

결코 어울릴 수 없는 아름드리 소나무 군락이 아름답다.

 

 

 

왔으니 둘러보고 느낀다.

권무십년(權無十年)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했다.

그런데....

어리석게도 우리의 지도자들은 한결같이 왜 그런일을 반복하는지 ?

MB일로 시끄러운 요즘 이기붕 별장은 역사로 그걸 증명하며 교훈을 주고있다.

여기서 조금 더 걸어가면 이승만 별장이 있다.

그에 대한 올바른 역사 인식을 토대로 그가 저질렀던 사료들을 모아

후세에게 교훈을 주는 별장이라면 몰라도 굳이 가서 봐야할 필요성이 없기에

우리 부부는 그곳은 그냥 지나치기로 했다. 

  

 

 

초도항을 향한길....

화진포 해수욕장의 모래톱을 밟으며

갈 수도 있으나 우린 잠시나마 송림 우거진 솔밭을 걸어서 갔다.

 

 

 

 

그러다....

반쯤은 화진포 해변을 걸었다.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길목에는 추위와 따스함이 교차한다.

숲속을 걸을땐 벗었던 겉옷을 찾아 입을 정도로 해안가의 바람은

어설픈 추위로 우릴 맞아준다.

그렇게 우린 아무말 없이 아무도 걷지 않는 해변을

터덜 터덜 걸어 나간 끝머리에 이르자

 

 

 

동해바다 가까이 외로운 섬 하나가 눈길을 잡았다.

"저거 거북이 닮지 않았어~?"

마눌님도 그렇게 보인다며 맞장구를 친다.

 

 

 

무심히 지나치다 보니

그 섬에 대한 안내문이 있었다.

광개토대왕릉으로 추정되며 전문가의 고증을 통해 확인되면 복원할 거란다.

 

 

 

초도항....

해녀가 건저올린 멍게가 특산물인가 보다.

초도항 마을 입구와 방파제엔 멍게의 조형물이 특이하다.

 

 

 

 

 

초도항을 지나 대진항으로

이어진 해파랑길은 시멘트길을 걸어야 한다.

그저 해안길을 걷는맛 외엔 사실 뭐 그리 볼건 없다.

그래서 혹여 해파랑길 완주에 목적을 둔 트래커라면 모를까

나는 굳이 이길은 권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이곳 대진항의 특산물은 도루묵인가 보다.

대진항 해상공원 입구엔 도루묵 형상의 조형물이 설치 돼 있다.

 

 

 

 

 

해상공원은 그리 길지 않았다.

바다에 지주를 세워 걸을 수 있는 철제 보도 끝머리의 전망대가 전부다.

그 전망대에 퍼질러 앉은 우리 부부는 그간 시멘트길을 걷는랴 화끈대던 발바닥의 열을 

식히기 위해 맨발을 들어낸 채 바닷바람에 노출 시키는 동안 달콤한 과일로 간식을 들며 피로를 달랬다.

 

 

 

다시 시작된 걸음이 대진등대를 향한다.

입구엔 분명 개방시간이 적혀 있었다.

그래서 들어섰는데...

헐~!

출입문을 열쇄로 채웠고 4절지 안내문엔 위험하니 출입을 금한다라고 돼 있다.

그럼 안내문을 입구에 붙여야징~!

 

 

 

드디어...

오늘의 종착점 대진 해수욕장에 

들어 섰는데 이곳의 화장실이 아주 특이하다.

겉보기엔 아주 깔끔하다.

마침 요의가 느껴저 들어서려니 막아 놓았다.

겨울철 동파 때문이라니 뭐~

그냥 참는 수 밖에....

 

 

 

무송정과 마주한 금강산 콘도에서

우리 부부는 해파랑길 49코스의 발걸음을 끝냈다.

 

 

 

트랭글엔 11.63Km 휴식포함 3시간 55분이 걸렸다.

차량회수를 위한 귀로엔 버스를 이용했다.

마침 이곳이 버스 종점인데 1번과 1-1번 버스가 수시로 있어 편리하다.

달랑 우리만 올라탄 버스에 마을 아낙이 올라오더니 마눌에게 묻는다.

뭐 볼게 있어 여길 왔누~?

거진항에서 여기까지 걸어 왔다니 그 아줌마는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이다.

ㅋㅋㅋ

얼마후... 

차량을 회수한 우린 숙소를 향했다.후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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