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안양 수리산
산행일 : 2018년 3월13일 화요일
누구랑 : 초록잎새랑 단둘이
어떻게 : 병목안 시민공원~관모봉~태을봉~슬기봉~수암봉~335.3봉~창박골재~병목안 시민공원
(산찾사 & 초록잎새의 이동 동선)
평일날에 닿은 소중한 나의 휴일이다.
항상 하던거니 오늘도 마눌님과 함께 떠났다.
오늘은 나도 동료가 운전하는 여객열차에 편안하게 몸을 실어본다.
참고 : (1202열차 대전역 08:52 - 안양역 10:33착 요금 9200원)
드디어....
목적지 안양역에 도착한 나는 잠시 주춤댄다.
오늘 들머리를 안양 대학교에서 시작하려면 2키로 남짓 걸어야 한다.
어떻게 할까 ?
마눌님께 물어보니 알아서 하란다.
마눌님이 알아서 하랄땐 더 무섭다.
가뜩이나 도심의 거리에선 길치인 내가 헤메면 ?
흐~!
감당이 안된다.
시간도 아낄겸 그래서 편안한 이동을 결정했다.
택시로 병목안 시민공원까지 이동한 우린
소형 주차장 뒷편으로 열려있는 등로를 따른다.
초입의 조붓한 오솔길은 길게 길게 산자락을 돌아가며
무수히 많은 샛길과 만나고 헤여짐이 있은 뒤에야 넓직한 등로와 만났다.
얼마후...
솔숲 우거진 등로가 가파른 계단과 마주한다.
한차레 오름질 끝에 마주한 첫 조망터...
오우~!!!!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선경이다.
발아래엔 아름다운 도심 풍경이 펼쳐진다.
얼마후...
한동안 조망에 빠진 몸을 건저내어 걸음을 옮긴다.
걷다보면 유순한 등로엔 간혹 까탈스런 암릉이 앙탈을 부린다.
그러나 많은 시민이 찾는 산이다 보니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게 안전시설은 물론 원목데크가 깔려있다.
도심을 탈출하자 마자
이렇게 우거진 솔숲을 걷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경이롭다.
다시 또 오름질...
힘겹다.
오늘따라 날씨가 무쟈게 덥다.
이젠 뚜렷한 사계절도 옛말이 된 듯 겨울에서 곧장 여름이 온 것 같다.
앙칼진 암릉을 넘겨 올라서자
또다시 황홀한 풍광이 발목을 잡았다.
안양시내를 넘겨 관악산이 한눈에 잡히는 풍경이다.
그런데...
오늘도 역시 불청객 미세먼지가 아쉽다.
서울쪽 산엘 간다고 할땐
심드렁하던 초록잎새가 연신 감탄사를 내 뿜는다.
하긴...
사실 나도 크게 기대는 안하고 찾아든 수리산이다.
드디어 올라선 관모봉엔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다.
수리산은 수도권의 산꾼들이 가끔씩 온라인에
올려 놓던 야경사진에 반하긴 했어도 웬지 수도권에서
가까운 산지는 공기가 탁할거란 선입견에 선뜻 걸음을 하지 못 했는데
막상 올라와 보니 어느 명산 못지 않은 풍광이라 오늘은 아주 흡족한 산행이 될 것 같다.
원목데크에서 바라보니 아주 오래전 회사 산악회 회원들을 인솔하여 걸었던
수원의 허파 광교산이 의왕시 바로 앞 모락산 뒤를 받치고 있어 잠시 추억에 젖는다.
멋지다...
우리 부부는 관모봉의 조망이 너무나 훌륭하여 한동안 전망데크를 떠날 수 없었다.
그렇게 도심을 내려보며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기다 보니 어느덧 추위를 느낄만큼 몸이 식었다.
다시 또 걸음을 채촉한 우리들....
한차레 내렸다 올라 챈 봉오리에 올라서자
우람한 빗돌이 태을봉임을 알린다.
우린 이곳 태을봉의 쉼터에 베낭을 풀어 식탁을 차렸다.
메뉴는 수제버거와 월남 쌀국수...
이윽고...
맛나게 다 드셔준 후엔 절대 빠질 수 없는 커피로 마무리를 했다.
배부르면 ?
단순한 나는 마냥 행복해 진다.
더구나 봄볕이 따스하니 나른 나른하기 까지 한다.
그렇다고 마냥 퍼질 수 만은 없기에 나는 짐을 챙겼다.
떠나기 위해 주섬 주섬 쓰레기를 봉투에 담는데 마눌님이 그런다.
"참말루~!!"
"저 손이 부끄럽지 않나 ?"
"저것도 빼서 넣으세요~!"
?
마눌님이 가르킨 곳을 보니.
ㅋㅋㅋ
참 얄궂다.
좋은 산에 들면 다들 천사와 같은 마음이 되던데 매너가 왜 저런지 ?
태을봉을 뒤로 하자
지끔껏 유순했던 등로와 달리 까칠하다.
특히 병풍바위에 올라 내려보면 전립선이 떨린다.
예전 초록잎새는 이런 구간을 유별나게 좋아했다.
그러나...
낙석사고 이후엔 트라우마가 남아 있어 그런지 유난히 겁이 많아 졌다.
나홀로 병풍바위를 넘어 와
한참을 기다려 우회로를 경유한 초록잎새를 만났다.
계속된 능선길은 죄다 조망권이다.
따라서 걷는 내내 지루함을 느낄 겨를이 없다.
이 능선길은 암릉이
연속으로 맞아줌에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등로인데
병풍바위를 넘긴 이후...
가파른 경사의 내림길이 계속된다.
계속된 경사길이 안정을 찾아갈 쯤
군포와 의왕 시내가 시원스레 내려 보이던
조망처에서 휴식을 취한 다음 슬기봉을 향한 오름질을 시작했는데
슬기봉은 그러나 군부대가 차지하고 있었다.
그 대신 정상아래엔 이렇게 정상을 돌아 나가는 원목데크를 깔았다.
데크가 시작되는 곳에서 되돌아 보니 태을봉까지 1.85키로라 돼 있다.
얼추 반정도는 걸은것 같다.
그런데...
오늘따라 더위가 심해 그런가 수통엔 물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런날은 평소 물을 먹지 않던 마눌님도 벌컥 벌컥 마신다.
마지막 구간을 종주 하려면 은근 걱정....
혹여 샘터가 있을까 지도를 보니 죄다 능선 아래에 있는데
부대앞을 조금 지난 지점에 휴게소라 표기된 곳이 있어 기대감을 갖게 한다.
마눌님은 시원한 캔맥주를 들이키면 속이 시원할것 같다나 뭐라나 ?
그럼 난 콜라~
타는 갈증을 참으며 데크길을 걸어올라 서자
우리가 가야할 수암봉을 이은 능선이 내려 보이고
우측으로 시선을 돌리자
병목안 시민공원에서 부터 걸어온 능선들이 한눈에 잡힌다.
햐~!
우리가 벌써 이만큼을 걸었나 ?
발걸음이 원목데크의 끝지점에 이르자
독특한 형상의 건물이 정면으로 우릴 마중 나오셨다.
저게 뭘까 ?
경부선 열차를 운전하다 보면 항상 눈에 띄는게 저 건물였다.
그래서 알게된게 수리산이고...
언제고 한번 가봐야지 하던게 이제야 걸음을 하게 되었는데
참 잘 온것 같다.
의외로 참 멋진 등로와 조망을 갖춘 명산이다.
어느덧 데크길이 끝나고...
부대로 향한 시멘트 도로를 따라 얼마간 내려서다 보면
수암봉으로 가는길은 진향방향 좌측의 넓은 공터로 이어지는데
우EC~!!!
이곳이 지도에 표기된 휴게소인가 보다.
공터 한곳에 폐자재가 쌓여 있는 정자 좌측길은
수리사로 향한길이고 우측이 우리가 가야할 수암봉이다.
아직 갈길은 멀다.
시원한 캔맥주와 콜라의 꿈이 사라진 우린 사과 한쪽으로 갈증을 삭힌다.
얼마 남지 않은 물은 아껴 마셔야 하기에...
쉬엄 쉬엄 걷기로 한다.
충분한 수분 보충을 못하니 체력안배가 중요할 시점이다.
그런 우리의 발걸음을 등로옆 돌무덤이 멈추게 했다.
전사자 유해가 발굴된 지점이다.
금수강산 아름다운 우리땅 곳곳엔 이런 아픈 사연을 담고 있는곳이 참 많다.
다시는 이런 비극은 없어야 한다.
다행히 남북관계가 호전되고 있어 기대감을 갖게 하는데
잘 돼서 내가 더 늙기전 북한의 백두산,칠보산,묘향산,금강산만이라도 우선 걸었슴 좋겠다.
드디어...
오늘 마지막 목적지 수암봉이 지척이다.
힘 한번 불끈 주고
올라선 수암봉 원목데크에서 발아래 펼쳐진 조망을 즐긴다.
참 좋다.
비록..
발아래 드리워진 안산 시내가 미세먼지에 가렸어도 만족한 풍광이다.
가능한 곳이라면 언제 다시 한번 찾아들어 한밤을 보내고 싶을만큼 맘에 든다.
마눌님이 그런다.
이런곳이면 언제든 함께 걸음해 주겠단다.
시원한 봄바람을 맞으며 그동안 참아온 갈증을 삭히는
물한컵씩을 나눠 마신 우린 이젠 귀향을 위한 내림길에 든다.
335.3봉을 잇는 능선길은 정상과 연결된 지점이 공사구간으로 통제중에 있다.
할 수 없이 수암봉을 다시 내려와 우회길로 들어서자 소나무 쉼터를 지나게 된다.
이후...
능선길은 임도처럼 넓고 평탄하게 이여지다
335.3봉 끝에 이르자 철망이 가로 막는다.
철망을 따라 우측으로 방향을 튼 능선길은 창박골재로 향했는데
진행방향 좌측의 산기슭 아래에선 문득 총소리가 요란맞다.
지도를 보니 예비군 훈련장이라 돼 있다.
순간 겁 많은 우리 마눌님의 발걸음이 바빠진다.
ㅋㅋㅋ
숲속 등로가 맘에 든다.
도심 인근의 산책코스로 최고다.
그래 그런지 그간 사람을 볼 수 없었는데
물 한병 달랑 들고 올라서던 주민을 볼 수 있었다.
드디어...
산을 내려선 우린 병목안 시민공원 입구까지 걸어 내려가
제일 먼저 마트에 찾아들어 캔맥주와 콜라 그리고 보리 음료수 한병을 구입했다.
단숨에 들이킨 콜라 한병에 비로소 우리 부부는 살아났다.
ㅋㅋㅋ
그간 베낭엔 매번 입 한번 안댄 탓에 항상 가득찬
물병만 넣고 다녀 준비가 소홀했는데
이젠 다른 무엇보다 제일 많이 신경 써야 할 계절이 된것 같다.
다시 또 안양역까지 택시로 이동을 한 우리는
수원역에서 제일 빠른 ktx 열차를 탈 수 있을것 같아 서둘렀는데
울 마눌님이 무슨 전화를 하며 꾸무럭 거리더니
톨게이트에선 그제사 교통카드를 찾는랴 버벅댄다.
겨우 홈에 내려서자
이런 딘장 간장 우라질 레이션~!!!
전동열차가 막 떠나고 있다.
마눌님...
내 눈치를 보느랴 안절부절이다.
그런데...
곧이어 도착한 열차가 직통열차라 더 여유가 있었다.
"어이구~!"
"우리 복덩어리 마눌님이 늘정대는 바람에 ktx 타고 가넹~!"
순간 마눌님이 눈을 흘긴다.
사실...
서울에 있는 아들과 저녁식사를 하고 싶었던 마눌님은
아들이 늦게 퇴근한다 하여 그녀석 대신 수원에 홀로 올라와
자취를 하고 있는 조카녀석에게 밥도 사주고 필요한 물품도 구입해 주려
전화를 하느랴 지체 되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다들 바쁜지 계속 통화가 안된다.
덕분에 나야 일찍 내려 올 수 있어 솔직히 좋았다.
그러나 마눌님은 그게 못내 서운한가 보다.
하여간에...
정 많은 마눌님의 오지랍을 따라가지 못한 나는 맨날 매정한 놈이 된다.
"통화 안돼서 잘 됐넹~!
싱글벙글 웃는 나를 향해 마눌님이 눈을 흘긴다.
참 못된 남편이라며...
ㅋㅋㅋ
참고 : (ktx 235열차 수원 16:43발 ~ 대전역 17:50착 요금 12,900원)
(동영상으로 보는 산행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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