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대둔산
산행일 : 2017년 7월26일. 수요일
누구랑 : 나홀로
어떻게 : 배티재~능선 삼거리~오대산~능선 삼거리~생애대~낙조대~정상~신선암~용문골~배티재.
법륜스님의 말씀 의하면
사람의 마음을 병들게 하는 탐진치 삼독(三毒)으로
원하는 모든것을 다 가지려는 욕망을 탐심(貪心), 나만 옳다며
성내는 것을 진심(嗔心), 그리고 어리석음을 일컬어 치심(癡心)이라 하는데
이게 다 욕심에서 비롯된다 하셨다.
그런데...
무엇을 하겠다는 건 의욕이지 욕심은 아니다.
그러나 의욕도 과하면 욕심이 되나 보다.
모든 괴로움은 욕심에서 비롯된다니
이럴땐 비우면 된다.
이른아침...
창밖을 내다보니 요즘 보기드문 말끔한 날씨다.
얼마전...
깔끔쟁이 마눌님이 먼지 낀걸 못 보겠다며
거실 유리창 청소를 위해 화분을 옮기다 그만 허리를 삐끗하여
한의원 신세를 지고 있다.
하여...
오늘은 나홀로 산행이다.
산행지는 가까운 대둔산으로 정하고 냅따 차를 몰았다.
얼마후..
나는 그간 덕지 덕지 붙어버린
의욕이라 믿었던 욕심을 비워내려 숲속을 향해 성큼 발을 들인다.
배티재 휴게소에서 시작된 걸음이 가파른 계단을 끝없이 오른다.
계단 양편엔 물봉선화가 지천이다.
8월엔 이쁜 물봉선화 꽃을 보며 오를 수 있을것 같다.
예전 기억엔 원목계단이
초입에서 끝났는데 제법 길게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그악스럽던 날씨에 비해 오늘은 제법 견딜만은 하나
그래도 역시 덥기는 매 한가지라 이미 후줄근 젖어버린 상의는
축축하고 이마에 두른 머리띠가 감당 못한 땀방울이 안경알로 뚝뚝 떨어진다.
최대한 게으른 걸음을 걷는다.
그러다 만난 조망터에서 바람을 맞았다.
햐~!
온몸이 시원하다.
그간 장마철 꿉꿉함이 사라진 깔끔한 날씨라 조망이 참 좋다.
어느덧 능선 삼거리...
갖은게 시간뿐이라 벤치에 앉아
잠시 숨을 돌리며 아름답게 펼쳐진 대둔산을 바라본다.
오늘은 날씨도 좋고 바람도 제법 불어주니 저 품속에 하루종일 안겨 보련다.
발길이 대둔산과 멀어지는 오대산을 향한다.
왕복 2키로가 좀 못되는 거리라 한번 다녀올 참이다.
능선을 몇번 오르락 내리락...
드디어 오대산 정상의 벤치에 엉덩이를 내려 놓았다.
그곳엔 태고사로 향하는 초입에 위치한 행정 저수지와
그 미모가 돋보인 대둔산은 물론
바로 정면엔 태고사가 뚜렷하며
태고사를 품고 있는 능선 우측 끝머리로 시선을 옮기면 돛대봉이 확인된다.
다시 되돌아온 능선 삼거리....
마눌님이 싸준 달콤한 참외 만큼이나
달달한 휴식으로 원기를 회복한 나의 발걸음이
바로 정면에 올테면 와 보란 듯
당당하게 떠억하니 버티고 서있는 대둔산을 향했다.
매일같이 내리던 장맛비가 몰고다닌 습한 바람에
음습하고 끈적거리던 몸띵이가 모처럼 서늘한 바람을 맞자 황홀경이다.
숲속은 싱그러움에 상쾌함이 밀려든다.
살금 살금...
그렇게 아껴가며 걷던 걸음이 골바람을 타고 몰려든
산바람을 맞을땐 그야말로 오르가슴이 따로 없을 지경이라 온몸엔 짜릿한 전율이 흐른다.
그렇게 걷던 걸음이 어느덧
등로에서 조금 비켜난 생애대를 찾아든다.
생애대는 대둔산의 숨은 비경이다.
너럭바위에 올라서자 사방팔방 멋진 조망은 덤이고
아래에서 위로 솟구치듯 불어주는 바람은 한여름을 무색하게 싸늘함을 안긴다.
한동안 서성대다
내려서긴 차마 그 미련을 떨칠 수 없었던 나는
이미 흠뻑 젖은 옷들을 모두 벗어 양지쪽에 널어 놓은 뒤
팬티바람 그대로 소나무 그늘아래 누워 버렸다.
그순간...
세상살이 내 뜻대로 되지 않음에
삶의 무게가 무겁다 느껴질 수록 차오르던 욕심에서 벗어 날 수 있었다.
햐~!!!
인생이 뭐 별건가 ?
오늘 이순간이 행복하면 된 거다.
문득...
내 예상과 한참 빗나간 은행 잔고로 인해
이미 계획된 일들이 차질이 빚어질 것에 대한 우려로 마눌님께 짜증을 냈던게 생각난다.
그래서...
홀라당 벗은 몸으로 영상통화를 시도 했다.
마눌님이 내 모습을 보고 디집어 진다.
초록잎새가 그러며 하는말이 여긴 뜨거워 죽을만큼 더우니
내려오지 말고 거기서 아예 내려오지 마란다.
바로 오늘 내가 신경질 부린거 미안하다 사과하자 마눌님 왈~
"그럼 저녁나절 쯤 오던지 말던지 니 맘대로 하세용~!"
ㅋㅋㅋ
가만 앉아서 멍~ 때리기...
그대로 넙적대대한 바위에 누워 살랑바람에 실실 몰려든 낮잠자기...
신선이 따로 없다.
평일날 누가 여기 올라올 일 없을테니 마음이 편하다.
그러다 문득 밀려든 시장끼...
시계를 보니 한시간을 넘게 머물렀다.
밥상을 펴고 맛나게 배를 든든히 채우고 이젠 떠날 채비를 서둔다.
이미 후즐하게 젖었던 옷들은 뽀송뽀송 말랐다.
생애대를 내려 낙조대를 향했다.
설렁 설렁 걷는 걸음이 조릿대 숲을 헤치고
몇번이나 태고사로 향한 갈림길을 스처지나
드디어 낙조대에 올라섰다.
순간...
발아래엔 얼마전까지 내가 머물던
생애대 뒤로 오대산까지 이어진 능선이 펼처지고
좌측으로 시선을 돌리면 돛대봉으로 이어진 능선이 진산면 행정리로 가라 앉는게 확인된다.
낙조대를 되돌아 내려선 이후....
마천대로 향한 능선을 이어 걷기 시작했다.
단 편한길을 외면한 능선 날벼랑만을 고집한다.
얼마만에 걸어본 능선인가 ?
걸어가는 내내 능선자락은 진경 산수화가 펼쳐진다.
일찍 내려가야 마땅히 할일도 없기에 풍광좋은 그늘진 암반을
만날때 마다 또다시 도진 멍~ 때리기에 심취하다 보니 세월의 흐름도 잊고
끝내는 내 자신도 잊어 자연과 하나가 된다.
어느새 발걸음이 마천대를 들린 후 삼선과 금강 구름다리를 지났다.
그런후...
케이블카 승강장 건물 아래로 스며 들었다.
인적이 드문 산길이 내내 이어지고 있다.
그러다 만난 첫 갈림길....
착한 산꾼인 난 비등을 애써 외면한 후 능선 사면을 따라 이어진 길을 직진한다.
그렇게 걷다 만난 두번째 갈림길....
그길은 그냥 가도 되고 들려도 되는 칠성봉 전망대를 향했다.
예전 한때 겁없던 시절 아무 장비없이 골골을 타고 오른던 때가 생각난다.
역시...
무식한게 용감한건 불변의 진리다.
지금 ?
이젠 죽어도 못한다.
그렇다고 똑똑하고 현명해선 더더욱 아니다.
그저 숱한 세월에 겁만 잔뜩 들어찬 대신 겉멋으로 포장된 거품이 빠진것 뿐....
사실 그게 한때나마 남들이 대단하다 여기던 산찾사의 본질이다.
칠성봉 전망대를 되돌아 나와
걷기 좋은 능선 사면의 오솔길에서 만난 신선암이 반가운건
암반에서 흘러 나오던 석각수가 그리워서 그랬다.
벌컥 벌컥...
갈증을 삭힌후 수통을 또 한가득 채워 갈길을 서둔다.
계속된 길이 때론 산죽에 뭍힐 듯 이어 지더니
계곡을 건넌 얼마후 예전 내가 걸었던 옛길이 순간 형체도 없이 사라진다.
배티재까지 이어지던 좁다란 오솔길 였는데....
바로 길찾기를 포기한다.
더운날 굳이 땀 흘릴 이유가 없다.
널널하여 좋은 용문골을 찾아 들었다.
이길 역시 한적하여 좋다.
걷는 내내 사람 하나 만날 수 없었던 등로는
숲을 벗어나자 마자
따가운 햇살이 쏟아지던 17번 국도로 나의 등을 떠민다.
따거운 햇살과 뜨거운 지열....
역시 산중에 있었을때가 천국였다.
내려오자 마자 지옥이 따로 없다.
배티재까지 걷는 잠시 동안에 온몸이 불덩이처럼 달아 올랐다.
이게 삶의 현장이다.
이젠 열심히 살아가다 지치고 힘들때면
다시 또 숲에 들어 힐링의 순간을 맞이할 그날을 그려보며
나는 지열로 펄펄 끓어 오르던 아스팔트 도로를 열심히 걸었다.
(산행 모습을 동영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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