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한라산 돈네코~영실
산행일 : 2017년 6월09일 (금요일)
누구랑 : 초록잎새랑 단둘이
어떻게 : 돈네코 주차장~평궤 대피소~넓은드르 전망대~남벽 분기점~윗세오름 대피소~영실 주차장
(돈네코 산행 개념도)
전날밤....
옆집의 영웅형님이 오셔서 온수와 난방 문제를 해결해 주셨다.
그런후엔 내일 저녁은 맛있는걸 사 줄테니 시간 약속을 잡자고 하신다.
그런데 이미 선약이 있어 마음만 받기로 했다.
마지막 토요일은 영웅 형님도 사업일로 부산을 가야 하는데 큰일 났다며
아우님 오면 맛난거 꼭 사주라고 했는데 이거 만보가 알면 지랄 할거란다.
ㅋㅋㅋ
이른아침...
애초의 계획은 가파도와 마라도 그리고 송악산 둘레길과 노꼬메 오름길 였는데
제주에 터를 잡은 친구가 토요일엔 고향집 대전을 가야할 일이 있어 안되니
오늘 한라산을 간다면 하산 지점에서 우리를 픽업 하러 오겠단다.
꼬렉~?
그럼 당근 일정을 바꾸기로 하여
네비양이 일러 주는대로 딥따 밟아대자 애월읍 숙소에서 돈네코 주차장은 금방이다.
렌트카를 주차장에 주차후...
돈네코를 향하여 충혼묘지 사잇길을 따라 얼마쯤 올라서자
돈네코 탐방 안내소가 나온다.
탐방 안내소를 뒤로 보낸 얼마후...
등로가 양 갈레로 갈린다.
우리 뒤를 따라오던 한무리의 등산객들이 죄다 오른쪽으로 향한다.
한라산 둘레길을 걷는 트래커들이다.
우린 좌측길을 택해 올라서자
시멘트 소도로는 이내 끝이 나고 넓은 초지의 등로를 따라
올라 서게 되었는데 문득 뒤를 돌아보니 서귀포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오우~!!!!
돈네코를 향한 숲속길...
또 한차레 한라산 둘레길과 만났다.
한라산 둘레길은 총 80km로 우거진 숲속길로 이어진다니
언젠간 꼭 완주하고 싶단 생각이 불현듯 든다.
본격적으로 숲속에 들자
온갖 새소리가 심신을 맑게 만든다.
등로는 완만한 오름길이 지속된다.
하늘을 볼 수 없을만큼 우거진 숲속의 향긋한 냄새에 취해 걷던 우리는
갖은게 시간뿐이라
간간히 휴식을 취하며 간식으로 영양을 보충한다.
얼마나 걸었을까 ?
이 깊은 산중에 오로지 우리 둘 뿐...
문득 주의를 둘러보니 어느새 아름다운 적송군락으로 수목이 바뀌었다.
그런데...
좀 특이한건 바람의 영향 탓인지
한쪽 방향으로 나무둥치들이 비스듬히 곡선을 그린다.
그중 한 나무 그루턱에 낼름
초록잎새가 올라 앉았는데 마치 기린의 목을 잡고 올라탄 모습이 연상된다.
우거진 숲속길을 걷는 동안 자연스레 우린 힐링이 된다.
돈네코 코스는 지금껏 올라본 한라산 코스중 제일 마음에 든다.
남벽 분기점을 2.3키로 남긴 이정표에서 우린 또 길게 휴식에 들며 힘을 비축한 뒤...
평궤 대피소를 지나
수목 한계선이 다가옴이 느껴지던 관목지대를 통과하자
시원 시원한 조망을 선사한 넓은드로 전망대에 올라섰다.
넓은드르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귀포 시가지가
옅은 연무로 깔끔한 시야를 보야주지 못해 좀 아쉽다.
그러나..
넓은드르 전망대를 뒤로 남벽 분기점을 향한
평원을 가로 질러 가는 오름길에서 바라본 하늘빛이 너무나 아름답다.
예전 항상 보던 어릴적 내고향의 하늘빛이 저런 모습였고
네팔과 동티벳의 고원에서 보던 하늘이 저랬다.
여기서 부턴 천상화원의 꽃밭...
그런데...
많이 아쉽다.
이미 철쭉은 시기적으로 끝물이다.
이상 기후라 그런가 ?
예전 6월초 한라산 철쭉은 절정였는데...
남벽 분기점 전망대를 얼마 앞두고...
이미 때를 넘겨 그런가 초록잎새가 배고픔을 호소한다.
아직 오름길이 많이 남아 있어 우리는 간식으로 일단 허기를 먼저 속이기로 했다.
마침 집을 나설때 냉장고를 열어보니 동백님이 준비 해 놓은 듯 쑥 버무리 떡이 있어
한덩어리를 가저 왔는데 아주 든든한 요기가 돼 주었고 이곳에서 시원한 맥주까지 마시고 나자
세상을 다 가진 듯 부러울게 없는 행복한 부부가 되었다.
술도 한잔 마셨겠다
퍼진김에 길게 휴식을 취한 우리가 드디어 걸음을 옮긴다.
드디어 도착한 남벽 분기점 전망대에선 일단 기념사진 한장 남겨 주신 다음엔
외국의 어느 명산 부럽지 않을 풍광에 취한다.
이젠 고산준령의 평원에 놓인
원목데크를 즈려밟고 우린 윗세오름길에 든다.
가는 내내 우린 선경에 취한 행복한 걸음이라 힘듬을 잊을 수 있었다.
드디어 도착한 윗세오름....
한겨울에만 몇번 올라 와 보곤 처음이다.
윗세오름 산장엔 인파가 장난이 아니다.
돈네코에서 올라설땐 사람 하나 만날 수 없었는데
이 많은 사람들은 어디서들 몰려 들었는지 ?
한가롭게 고산의 평원을 바라보며 맛나게 식사를 하려던 꿈이 깨진다.
우리 부부는 겨우 산장의 구석에 옹색하게 자리를 잡아 허겁지겁 한끼를 때우는데
뭔 놈의 방송은 그리 시끄럽게 해 대는지 정신이 사납다.
어르신 밥상머리에다 대고 화장실 변기에 물티슈 버리지 마라.
쓰레기는 되가저 가시라.
공중질서 잘 지켜라 등등 끝도 없다.
허겁지겁...
어디로 들어 갔는지 모르게 한끼를 때우고 난 우린 서둘러 산장을 등진다.
영실로 향한 내림길...
겨우 마음에 안정을 찾아가기 시작 했는데
역시 영실 코스엔 사람들이 넘처나 돈네코를 오를때의 그 여유로움을 잃어 버렸다.
한동안 내림길에 열중한다.
그러다 문득..
짐승의 울부짖음에 숲속을 바라보니 노루 한마리가 짖어댄다.
그 노루가 서있는 바로 앞엔 등로를 이탈한 사람이 삼각대를 받치고 사진을 찍고 있다.
아마도 자기 영역을 침범해 그런건지 아님 주위에 새끼가 있어 그런지는 모르겠다.
우야튼....
그 사람이 숲속을 벗어나자 노루도 울음을 그친다.
영실로 향한 내림길...
예전과 달리 편안하게 걸을 수 있도록 원목데크가 깔렸다.
당연 진행속도가 빠르다.
영실기암...
역시 사계절마다 감흥이 다르다.
마눌님은 지금도 참 이쁘다고는 하나 역시 난 겨울 풍광이 훨 낳다.
어느덧 병풍바위도 스처 지난 얼마후..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디쯤 오냐며...
제주시에서 영실까지 와서 또 돈네코까지
우릴 실어 나르게 하기엔 입장바꿔 생각해 보니 참 귀찮을것 같다.
택시비 삼만원이면 해결될 일이라 그래서 미리 연락을 하지 않았었다.
친구에게 그냥 우리가 알아서 갈테니 저녁에 만날 장소나 문자로 찍어 보내라며 통화를 끝냈다.
드디어 도착한 영실에서
돈네코 주차장까지 삼만원에 택시로 이동을 한 우린
렌트카를 회수하여 돌아가던 길에 원양폭포를 들렸다.
도로옆 주차장에서 원앙폭포까지 데크길을 따라 들어서자
아주 맑은 물이 흘러 떨어지는 원앙 폭포를 만났다.
이곳은 여름철 피서지로 참 좋을것 같다.
숙소에 도착한 우리는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다음 제주시에 위치한 음식점을 찾아가
항상 반갑게 맞아주는 나의 다정한 친구부부와 맛난 저녁식사후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로 제주도의 밤이 깊어간다.
멀리있어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마음이 맞는 나의 오랜 벗을 대하고 보니 참으로 반갑다.
이 친구...
서로간 직장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느새
명예퇴직을 하고 난 후 이젠 다니던 회사의 협력업체 사장이 되어 있었다.
아항~!
그래서 평일임에도 하산지점에서 우리부부를 픽업하겠다고 했구나...
난 이제 갈참 다 된 고참이라 땡땡이를 처도 되나보다 했었다.
ㅋㅋㅋ
참 잘 했구나 친구야~!
앞으로도 하는 사업 더욱 번창하길 빈다.
한라산 돈네코~영실 산행모습을 동영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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