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팔각산

 

누구와 : 너른숲부부.전선수부부.산찾사부부.

 

어느날 : 봄의 문턱을 넘던 어느날...(약간 황사에 몹씨도 흐림)

 

산행코스 : 옥계계곡~1ㅡ8봉(팔각산)~573봉~독가촌~산성골

              ~독립문 바위~출렁다리~상마산 안내소

 

 

 

 새 생명이 움트고 기지재를 켜는 봄날이다.

 불혹에서 막바지로 꺽여가는 세월을 살아온 만큼 단련도 됐으련만...

 딱징이진 흔적을 또다시 파먹고 들어오는 세파의 시련에 마음은 또다시 상처받고 피를 흘린다.

 

 만물이 소행하는 화려한 봄날에

 상처받은 영혼에 안식과 평화를 얻기 위해 자연을 찾는다.

 

 마음의 양식을 얻으려 떠나는 기나긴 여정에  잠시들린 해안가 휴게소...  

 동해의 푸른물결 해풍에 실려든 비릿한 바닷내음이 울렁거리고 메스껍던 장시간 멀미를

 한순간 잠재우며 거친파도와 반비례한 마음의 고요가 찾아든다.

 


 玉溪(옥계) 계곡....

 

 옥같이 맑고 투명한 계곡이란 뜻의 계곡에 내려선다.

 옥계천을 휘감고 흐르는 시리도록 맑은 물에 세파로 찌든 더런몸이 씻겨질수 있다면

 풍덩 내몸을 던저 보고 싶도록 옥계천은 하늘빛을 담아 투명하다.

 

 팔각산 1봉을 향한 산행들머리....

 가파른 암릉사이에 길고 긴 계단이 하늘을 향한다.

 한계단씩 오르며 세상에 대한 원망과 시름 한탄을 날려버린다.

 

 그러나 어느순간엔 숱한 계단을 올라도 맺힌 마음이 풀리지 않음은

 본시 나의 본성이 못됨인가 ?

 

 눈, 코, 귀, 혀, 몸, 생각은 각각 어떤 대상을 만나면 그로 인해

 좋다, 나쁘다, 평등하다의 3가지로 서로 다르기 때문에 18가지의 번뇌를 가져오며,
 또한 탐착(집착), 놓음(무집착) 의 두가지 작용으로 18가지의 번뇌를 내게 하니 모두 36가지다.
 이를 과거, 현재, 미래, 3세간의 것을 계산하게 되니 108번뇌다.

 

 108번뇌를 뜻함인지 ?

 108계단을 올라서며 108번뇌를 넘어서는 내 마음의 모든 찌거기를 털어버리려 하나

 내 마음을 비우기엔 너무 짧은 계단은 벌써 끝을 보인다.

 
 108계단을 넘긴후 솔향이 짙은 오솔길을 빠저나오자
 푸석거리는 암릉이 연이어 지고...
 
 1봉을 지나면서 오른쪽 아래로 옥계계곡 옆을 따라 도로와 수구동 마을이
 올망졸망 평화롭게 내려다 뵈이고 건너편 바데산과 동대산이 눈앞에 다가선다.
 

 

 암릉을 오르는 아내의 뒷발꿈을 손으로 잡아주는 자상한 숲님의 보호아래

 숲님 옆지기 오늘도 씩씩한 산행을 이어가나 암릉 산행의 힘듬을 숨길순 없어

 얼굴은 발그레 상기되어 있는데 힘든 그 속내는  밝은 미소와 함박웃음으로 몰래 감췄다.

 

 팔각산을 향한 1봉에서 부터 오름은 오르락 내리락 연속이다.

 위험스러운 곳곳엔 어김없이 동아줄과 스테인레스 기둥이 안전산행의 도우미가 되어준다.

 

 가는 내내 뒤돌아 보며 내가 올라온 능선을 바라보는 즐거움과

 가야할 암릉을 바라보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팔각산 산행은 지루할 새가 없다.

 

 암릉 사이사이 삶의 터전으로 뿌리를 내리고 사는 소나무의 억척스러움은

 척박한 환경의 삶에 비해 그의 모습은 고고한 아름다움을 뽐낸다.

 

 자연환경에 거슬리지 않은 순응으로 그 삶을  다 한 소나무의 고사목은

 죽어서도 아름다울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휘몰아치는 강풍에 한쪽으로만 치우친 가지와 몸체를 가진 고사목은

 인간으로 치면 불구가 틀림없지만 치열했을 그의 생존기간 삶을 엿볼수 있다.

 

    (로또 1등 당첨도 우릴 못갈라놔~ 으메!!! 뽕~가게 당신이 좋구만)

         (칠봉에서 단체사진)

 

  (곁가지만 살아 그 삶을 지탱하는 소나무....굳세어라 소나무야~)


      (팔각산 정상에서...) 

 산행전날
 허리가 아픈 하늘채님 병원에서 운동요법과 물리치료비로 75만원을 하루에
 날려 버렸다는 중환자가 몸 멀쩡한 성한 남정네까지 꼴 우습게 만들며 쌩쌩 앞을 내달리는걸
 6봉을 넘겨 겨우 잡아놓고 간식을 먹였더니 또다시 쌩하니 달아나 그 모습은 정상에서나 잡는다.
 
 8봉인 정상 팔각산은 암릉이 아닌 밋밋한 둔덕을 이룬 육산이다.
 때마침 바람이 심하게 부는 정상은 그냥 바람에게 내주고
 우린 정상아래 바람을 막아주는 비탈의 옹색한 공터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산성골로 향한다.
 
 산성골로 향하는 등로는 포근한 육산이다.
 평지천하 여장군 너른숲 옆지기님 계족산으로 다진 걸음새가 순간 날렵하다.
 그 뒤를 따르기가
 
 "오메~ !!!!! 겁나부러~"
 
    (능선의 소나무가 한 방향으로 휘어저 자란모습) 

 능선의 등로가 우측으로 꺽이며 내림길이 이어지다
 옛 시골의 정취가 묻어나는 전형적인 농가의 초가집이 나온다.
 
 사람이 살지는 않은듯
 지붕의 이엉은 썩어가고 초가집은 무너질듯 낡았다.
 농번기엔 그래도 농사는 짓는듯 주위의 텃밭이 그래도 묵밭은 아니다.
 
 농가를 벗어나는 대숲을 빠저 나오자
 청정계류가 흐르는 산성골이다.
 
    (산성골의 야생화) 
 
 독가촌을 벗어나자 산성골의 비경이 펼처진다.
 넓게 이어지던 계류가 좁아지다 작은 소가 연이어지고
 계곡 좌우로 협곡단애의 바위병풍이 우릴 맞아준다.
 
 특이한 색깔의 청색 암반위로 옥류가 흐르고 깍이고 패인 골의 기기묘묘한
 풍광이 연이어 이어진다.
 
 너른숲님
 계곡의 빼어난 풍광에 홀려 그 모습을 담으려다
 미끈 돌에 순식간 넘어지며 디카를 물에 빠트린다.
 
 아름다움엔 항상 도사린 함정의 위험스런 가시가 있다.
 오늘 숲님 된통 걸려들어 디카를 업그레이드할 호기를 만난듯 한데
 안타깝게도(?) 렌즈만 물을 먹은것 같다.
 
   (독립문 바위)

 
 
 계곡의 아름다움에 취해 걷는길은
 힘듬도 지루함도 없는 룰루랄라 즐거움만 가득이다.
 
 어느덧
 산성골도 끝이나고......
 
 한적한 시골길 같은 소로길을 숲님과 함께 우릴 버리고 먼저 떠나버린 님을 찾아
 부지런히 달려내려 가니 저 멀리 정다운님이 뒤 돌아보며 우릴 바라본다.
 길이 70m 폭 1m 지상높이 20m 의 팔각산 출렁다리를 건너며
 오늘 산행을 끝낸다.
 
 심사가 뒤틀리는 일의 연속으로
 마음의 갈피를 잡을수 없을 만큼 요즘 나의 마음은 심란하다.
 
 육신의 고통으로 그마음을 잡아보려 하나
 이미 중증의 부상에 시달리는 내 발목은 그마저 거부를 하는데....
 
 그나마 다행스럽게 오늘 
 산을 찾는순간 모든 고통에서 해방되는 느낌에
 내자신 자연의 일부가 된 듯  마음의 평안과 위안을 얻는다.
 
 오늘 산행으로 얻어가는 마음의 양식은 또
 세상을 살아가는 양식으로 얼만큼 버틸수 있을지 ?
 

  
          산에서 건강을 ..........산찾사 인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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