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계룡산
산행일 : 2005년 12월 05일 월요일 (흐림)
누구와 : 초록잎새와 단둘이서....
이동경로 : 천정골 매표소(10:30)~문골 천지암(10:53)~남매탑(12:05 중식)~삼불봉(12:38)
~관음봉(13:55)~동학사(14:54)~무풍교(15:50)
김장철이면 아파트 이웃집으로 여고 동창생집으로 이리저리 불려다니랴 아내는 바쁘다.
오봉산 산행 하는날도 아침일찍 아직까지 김장을 못 담근다는 여고 동창생 집으로 간 아내는
산행을 끝내고 돌아 올때 까지도 오지 못했다.
별걸 다 기억하고 챙겨주는 숲님은
이달 7일 우리의 결혼 19주년 기념일을 미리 축하 한다며
중리동 대나무 통밥집으로 빨리 나오라 몇번째 채근하는 전화가 온다.
늦은 저녁이 돼서야 집에온 아내와 찾아간 대나무 통밥집의 만난 음식점은 외기온도 영하에
꽁꽁 얼어붙은 우리몸을 포근히 맞아준다.
곡주를 곁들인 저녁 만찬에 산행의 피로가 눈녹듯 사라지고 오손도손 정담은
자연스레 오늘 첫눈의 아름다운 산행으로 이어지는데 함께 못한 아내가 못내 서운해 하기에
내일 오후 출근 전 계룡산을 다녀오기로 약속한다.
다음날 이른 아침 아파트 주차장을 보니
검둥이 나의 애마는 또다시 밤새 내린 눈으로 흰둥이가 됐다.
가까운 산지이기에 꾸무럭 꾸무럭 게으름을 피우며 아무데고 주차해도 부담없을 티코로 이동하여
무풍교전 상가의 공터에 낼름 앙증맞은 애마를 들이밀곤 천정골 매표소로 향한다.
(천정골 매표소)
매표소 앞엔 우리보다 한발 앞선 중년의 두 부부가 무슨 증명서만 쓰윽 내밀고 통과하는 모습을 본 아내는
모처럼 지정 탐방로를 향한 비싼 입산료가 아까운지 우리도 저거 하나 만들자 하는데 몇푼 아끼자고
가리 불교신자로 등록하고 싶은 맘은 추호도 없다.
천정이골로 향하는 너덜길의 딱딱함을 감춘 부드러운 순백의 흰 속살속으로
속세의 더러움으로 찌든 발자욱을 디밀기엔 차마 두려워 떨리는 가슴 누르며 슬그머니 한발 들어 놓으니
이미 모든것을 벗어버린 이가지 저가지 마다 살포시 내려 앉아 피어올린 올망 졸망 마음 흔들어 대는
순백의 꽃 꽃 꽃들...
천정이골은 흰 눈꽃의 축제를 벌이고 우리를 맞는다
모든것을 훌훌 털어버린 나무의 앙상한 가지위로 소담스레 피어올린 수 많은 흰꽃 나무들에 비해
아직도 무슨 미련이 저리도 많은가 ?
빛바랜 잎새를 그대로 달고 있는 단풍나무는 흰눈의 무게에 눌려
가지가 찢어질 정도로 추욱처저 힘겨워 하고 있는 모습이 안쓰러우나 그 모습도 아름답게 비춰지니
흰눈은 모든 욕망 미련 추잡함 더러움과 그모든 것을 담은 마음과 보는 눈까지도 순결하게
만드는 마술이다.
군밤장수 털모자를 벗어 그속에 아내손을 집어 넣고
한참을 비벼 맛사지를 해주니 그제야 좀 풀린듯 살것 같은 표정이다.
삼불봉으로 향하는 능선은 지금껏 보던 풍광과는 판이하게 다른
풍경으로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든다.
살포시 내려앉은 눈이 아닌 안개의 습기가 엉겨붙어 생긴 상고대가 이뤄낸 절경이 가는 내내 펼처지는데
세찬 겨울바람이 불어댈라치면 일시에 오소소 떨어저 흔날리는 눈꽃송이 꽃가루 은빛 운무가
혼을 빼앗긴 내마음을 마저 다 가저가
버린다.
손은 꽁꽁 얼어붙고
걸음 걸음마다 뿜어내는 더운김이 뻘겋게 시린 볼때기를 스치는 매서운 추위도
황홀한 풍광앞엔 꼬랑지를 내렸다.
이미 반쯤 벌어진 입술은 다물새 없이 연신 감탄과 한숨이 흐른다.
여기가 정녕 인간의 세상인가 ?
아니다.....여긴 신들이나 사는 천상의 세계다.
천상의 화원은 바로 여기다.....
우리 두 부부만 보는게 넘 안타깝다.
함께 못하는 산우들이 이럴땐 더욱 생각난다.
너른숲님께 핸폰을 날린다.
"에궁 !!!! 으쩌라구~ 나보고~오~~~"
안타까움이 잔뜩 묻은 숲님의 한탄이 회선을 타고 낭낭하게 울린다.
순간 괜시리 미안해 지는 마음.
"사진이나 많이 찍어 올려드릴께요"
얼른 전화를 끊는다.
관음봉까지 향하는 동안
우회로를 외면한 날등만을 고집하며 걷는다.
위험한 만큼....
더 세찬 칼바람의 매서움 만큼....
꼬옥 그만큼 만큼의 더한 절경이 있기에.....
관음봉에서 동학사로 내리며 올 첫눈의 푸짐함 만큼 감동을
먹은 산행을 끝낸다.
동학사의 산사는 고즈넉하다.
산사 담 모퉁이 고목의 썩은 둥치는 계룡산의 딱따구리를 닮은 모습으로
오롯이 산사를 지키고 있고 그 밑을 스처 지나는 비구니의 허름한 옷차림이 몹시 추워 보인건
아마도 아무것도 쓰지 않아 그대로 찬바람에 노출된 파르르 깍인 그녀의 머리통 때문이리라.
산에서 건강을.....산찾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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