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계룡산 칼릉

 

산행일 : 2005년 11월 18일 금요일 (맑음)

 

누구와 : 너른숲.산찾사

 

산행경로 : 황적봉~ 쌀개능~칼릉~은선폭포~동학사

 

이즈러지기 시작하는 보름달이 휘영청 밝은밤

낙엽을 다 떨군 추풍령 산하를 힘겹게 넘긴 부산행 무궁화호의 운전실서 바라보는

초겨울의 스산하고 쓸쓸한 풍광에 왠지 나도 모르게 가슴엔 허전함이 밀려듭니다.

 

결코 춥지는 않으나 마음이 그래선가 ?

전열기 히타를 켜놓고 훈훈한 온기에 몸을 맡겨봅니다.

잠시후 이내 번저오는 훈훈한 열기에 슬며시 찾아든 우울함이 사라질쯤 핸폰이 울림니다.

 

회선을 타고 흘러드는 정이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는 너른숲님입니다.

"산찾사님 낼 근무일정이 어떻게 돼나유~"

"낮에 시간 됨 나랑 지난번 갈려다 못간 황적봉 코스 같이 갑시다."

 

우리나라 역사상 길이 남을 국립박물관 공사를 끝낸후

일거리가 없어 짤렸나 ? 어째 평일날 회사는 안가고 산엘 가자니 궁금하기도 하고

그간 못본지 몇일 됐다고 그새 보고도 싶어 오전 승무 끝나면

오후에나 가자고 약속을 함니다.

이번주 공주 백제큰길 동아 마라톤 풀코스를 뛰려면 지금부터 주인 잘못만나

고단햇던 육신은 휴식에 들어가야 하는데 그마저 외면을 하게 됩니다.

 

부산에서 4간남짓 수면을 취한후 새벽 3시에 일어나 대전에 도착후

바쁘게  퇴근하여 전화를 하니 너른숲님 그새를 못참아 바지런도 하시지

벌써 수통골 빈계산을 오르고 있답니다.

서두를 이유가 없어진 난 천천히 집으로 가

꾸무럭 꾸무럭 게으름을 피우며 아내가 준비해놓은 산행준비물을 챙겨넣고

계룡산을 향함니다.

 

동학사 삼거리에서 핸폰을 하여 어디쯤 진행하냐 물어보니

벌써 밀목재에 다 도착해 가고 있다 하여 계룡대로 향하는

1번국도의 꾸불꾸불 고개를 올라가니

찬바람에 얼굴이 빨갛게 상기된 숲님 도로 한켠에서 반갑게 손을 흔들며 다가섭니다.

 

이곳에서 향적봉을 치고 올라서도 되지만

차량회수를 위해 동학사 삼거리 후미진 텃밭의 공터에 차를 주차후

황적봉을 향한 들머리를 들어서니 몇달전에도 볼수 없던 철조망 펜스가 앞을 막아 섭니다.

훌쩍 넘어서고 싶은 맘도 있으나 양반체면에 그럴순 없어 우회하여

가파른 등로를 찾아 오름니다.

 

미끄러운 낙엽을 헤치며 가파른 등로를 얼마 오르지 않아

시원스럽게 터지는 조망은 장군봉과 우산봉 갑하산

그리고 빈계산에서 관암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 밑으로 계룡대를 넘어가는 밀목재의 1번국도가 한눈에 들어섭니다.


오늘따라 바람이 세차게 불어 손이 시릴정도로 체감온도가 내려감은

가파른 오름을 오르면서 땀한방울 흐르지 않고 물한모금 멕히지 않은 몸이 증명을 함니다.

아침일찍 산행에 나서 빈계산(415m)~금수봉(532m)~관암산(525m)~밀목재를 거처

이곳에 이른 너른숲님은 벌써 허기에 드는지 점심을 먹자하나

찰떡파이 두개를 건내주곤 황적봉을 넘깁니다.

 

허기짐과 모자란 수면으로 피곤이 몰려들쯤

천왕봉을 향한 등로에서 조금 벗어난 바람이 자고 양지바른곳의 너른 바위에 앉아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고 라면이 불기를 기다리며 숲님이 싸온 썰지 않은

김밤을 뭉턱 뭉턱 베어 먹는데 숲님은 김밥은 이레 먹어야 맛나기에 일부러 이렇게 

사왔다 함니다.

 

싸늘한 날씨엔

뜨거운 국물의 라면이 왓따입니다.

쫄깃한 라면을 쪼로록 빨아 댕겨 목구멍을 넘기는 맛은 평소 라면과 담을 쌓고 살아가는

나도 요렇게 맛있는데  라면 좋아하는 사람들은 더욱 좋아할테죠 ?

 

식사후엔 커피를 마실수 없을만큼 포만감이 밀려듭니다.

오늘은 회사일도 별로 없고 분위기가 술파티로 이어질것 같아 지금컷 동료들

연가 휴가 다 놀때 놀지 못한 보상차원에서 하루 땡땡이 치는걸 암묵적으로

용인하기로 하고 옆지기에겐 회사 야유회가기로 했다 말하곤

베낭메고 이곳으로 오셨다는 숲님은 "어이 좋아~  아이 좋아~" 마냥 행복해 함니다.

다음 공사는 태권도 공원 조성사업지구인 무주가 되길 희망하시는데

그러면 숲님도 좋고 우리 산우들도 좋고 무두 좋은일이기에 꼬옥 그렇게 되길 빌어봅니다

 

황적봉을 넘긴 등로는 가파른 내림이 이어지다

605봉 천왕봉을 앞두고 잠시 추춤거리며 벼랑바위에 이릅니다.

좌측으론 바위틈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 사이로 용동저수지를 넘어 계룡대가 훤히 내려다 보이고 우측으론 동학사 집단시설지구가 발아래에 있으며 전면엔 쌀개봉을 향한 능선이

힘차게 뻗어 올라서고 있습니다.

벼랑바위대슬랩의 암릉에 길게 드리운 든든한 동아줄을 잡고 조심스레 하강을 합니다.

동시에 아실한 스릴감을 느껴봅니다.

 

코앞에 보이는 쌀개능은 다가서면 다가선 만큼

뒤로 주춤 한발 물러서며 쉽사리 접근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쌀개능 정상정복을 앞둔 공터의 헬기장에선 계룡산의 진면목을 한눈에 볼수있는

조망터를 제공합니다.

관음봉에서 삼불봉으로 이어지는 자연성능구간이 코앞에 있는듯한 느낌이 드는 이곳에서 보는 삼불봉아래 심우정사는 모든 잎들을 떨군 수목으로 인해 그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

내놓고 있는데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종일 햇쌀이 비춰질수 있는 명당터가 저곳 아닐까 생각합니다.

 

마지막 힘을 쏟아 가파른 오름을 올라 쌀개능을 올라섭니다.

암릉에서 길게 늘여논 동아줄과 쇠줄이 끊겨 통천문 옆의 우회로를 거처  쌀개능을

올라서니 일망무제로 펼처지는 시원한 조망에 베낭을 내려놓고 점심에 못마신 커피를

마십니다.

쌀쌀한 날씨에 마시는 따스한 커피의 향과 맛은 한마디로 쥑입니다.

산의 정상을 올라서니 스산한 초겨울의 정취가 넘 쓸쓸해 보여 눈물이 흐를것만 같아

얼른 일어섭니다.


쌀개봉을 뒤돌아 나와 관음봉을 향한 우회로를 외면한 날등만을 고집하며 진행한 등로는
이내 만나는 가파른 암릉의 절벽길에 늘여놓은 한가닥의 동아줄에 의지해 조심스레 내린 이후론
반대편의 암릉은 올라서기가 한결 수월함니다.
 
암릉의 날등을 조금더 진행후 칼릉을 향하여 은선폭포로 향한 희미한 족적를 따라
내려섭니다.
본격적인 칼릉의 등로를 만날때까지 길은 애매하게 이어지는데
올 여름 나홀로 산행시 볼수 없었던 뫼꿈이님 표지기가 눈에 띄어
누구와 다녀갔나 흔적을 살펴보니 동반자 풍선님의 시그널을 곧 발견함니다.
 
 
본격적인 칼릉 등반은
암릉을 횡단하는 위험구간 한곳만 조심하면 되고 이후 이어질것 같지 않은 등로는
암릉의 날등을 넘어넘어 그렇게 은선산장까지 이어집니다.
 
칼릉을 내려서며 바라보는 조망은 동학사를 넘어 대전도심까지 이어지고
좌측의 자연성능구간은 가장 가까이 바라볼수 있으며 우측으론 황적봉에서
천황봉 정상까지 이어지는 능선이 한눈에 들어섭니다.

 
칼릉이 끝나는 계곡을 넘어 은선산장의 뜰에 내려섭니다.
수많은 사람의 추억이 아직도 살아 숨쉬는 은선산장은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파란 비닐포장에 묶인 폐자재로 그자리에 남아 흉물스럽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새들의 모이를 손바닥에 놓고 먹이던 산장 여주인이 서있던  그자리를 벗어나니
그새 짧은 초겨울 짧은 한낮의 산사는 어둠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차량회수를 위해 지루한 포장도로를 따라 내려서는 한밤의 하늘엔 둥그스런 달이
동무가 됩니다.
길게 늘어지는 차량 행열이 퇴근시간임을 말해주는 유성도심을 찾아듭니다.
너른숲님이 20년전 단골이었다는 돼지 주물럭을 아주 싸고 맛있게 한다는
집을 찾아 나서는데 다행히 위치만 바뀌었을뿐 옛날 상호 그대로인 그곳에 들러 단둘이
뒷풀이를 합니다.
주물럭 2인분이 다른곳에선 5인분 정도의 양이 될듯함니다.
배 터지게  밥까지 비벼먹고 술까지 마신후 계산은 겨우 만구천냥입니다. 
평일의 한가로운 산행은 그렇게 저무는 하루해와 함께 접습니다.
너른숲님 함께 해서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고맙습니다.
 
 
산에서 건강을......산찾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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