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임실 상사봉
산행일 : 2021년 11월27일 토요일
누구랑 : 초록잎새랑
어떻게 : 신덕면사무소~희망교~상사봉~기름재~도지봉~제비설날봉~피재재
지초봉~으름재~둥지봉~배나무골봉~도끼샘~꽃밭날등~ 신덕면사무소
(산행지도)
(트랭글에 그려진 동선과 시간)
낮설고 먼~
어쩌면 조금은 불편하고 어설픈 백수생활에 익숙해 지고 있다.
내 자신 스스로는 슬기로운 백수생활이라 했지만 솔직히 잘 모르겠다.
사일러스는 마음의 고통이 육체적 고통보다 훨씬 더 크다 라고 했다.
그는 정말 육체적 고통을 겪어보고 그런 말을 했을까 ?
몸이 병들면 정신은 한방에 무너저 내린다.
퇴직을 앞두고 그걸 경험했던 난 인생관도 변했다.
정신과 육체 중 뭣이 중한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 생각엔 같은 비중이다.
그래서....
퇴직한 지금의 난 아무생각 없이 푹 쉬면서 건강부터 챙기려 한다.
더군다나 사람은 다 때가 있는 법인데 지금의 난 일할때가 아닌 쉴 때다.
다행히 마눌님은 그런 날 잘 이해해 주고 편안하게 대해 주며
슬기로운 백수생활을 잘 이어갈 수 있도록 오늘같이 쉬는 날엔 기꺼이 동행도 해 준다.
오늘도 우린 갖은게 시간뿐이라 늘정대다 보니 좀 늦게 출발했다.
그래도 여긴 대전에서 가까워 임실군 신덕면 사무소엔 1시간 30분만에 도착했다.
얼마후 우린 면사무소 주차장을 출발해 제목천변을 따라 이어진 도로를 걸었다.
도로를 걷다보면 우측으로 우람한 바위를 볼 수 있다.
서러운 낮달이 내려보고 있던 그 암봉은 오늘 우리가 올라갈 상사봉이다.
상사봉 초입은 희망교를 건너자 마자
우측 도로변에 건식된 산행 안내도가 확인시켜 준다.
지금껏 도로를 걸어온 탓에 준비 운동은 충분됐던 우린
초입부터 빡센 오름길을 만났으나 거침이 없다.
그런데...
그런 우릴 잠시 망설이게 한 계단길이 맞아준다.
이리 갈까 저리 갈까 ?
가만 살펴보니 좌측은 예전길이고 우측은
새로 개설된 등로라 좀 더 완만한 우측길을 택한 우린
그곳을 올라서다 만난 등로 좌측의 암릉 아래를 우회한 끝에
등로에서 조금 벗어난 조망터를 찾아든다.
그곳에서 바라본 풍광이 아주 멋지다.
대전에서 이곳으로 올때 나의 애마가 달려온 49번 국도가
계곡터널로 숨어든 능선자락 너머엔 옥정호가 숨었으니 저산은 오봉산일 테고....
초록잎새 옆은 이름도 참 특이한 하산이며 바로 내 옆의 암봉은 405.3m의 노적봉이다.
사실 난 저 노적봉을 먼저 올라본 후 산행을 시작하려 했다.
그러나 요즘들어 한풀 꺽인 초록잎새의 체력을 감안하여 오늘 난 산행 욕심을 버렸다.
아래 사진은 노적봉을 배경으로 한 초록잎새....
잠시후....
전망바위를 빠저나온 우린 다시 오름질을 시작해
암봉으로 올라서자 바로 코앞엔 상사봉이 지척인데
그 상사봉 아래엔 방금전 우리가 걸어온 제목천변의 도로가 길게 이어지고 있다.
오늘 우린 저 도로 끝머리의 신덕마을 뒷편 둥지봉에서 꽃밭날등을 잇는 능선까지 완주할 계획이다.
암봉에서 상사봉을 향한 등로는 솔숲 오솔길이다.
평탄하던 솔숲 오솔길의 등로가 한차레 짧은 오름질을 요구한 끝자락엔
일망무제의 조망이 펼쳐진 상사암이 자리하고 있다.
오늘 산행의 하일라이트는 뛰어난 조망이 확보된 이곳 상사암이다.
왔으니 일단 셀카로 우리는 기념사진을 먼저 담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상사암 정상으로 우르르 단체 산꾼들이 몰려들면서 혼잡스럽다.
예전 이곳엔 전망데크가 설치돼 있었던걸로 아는데 어쩐일이지 그것도 사라지고 없다.
우린 전망데크가 없더라도 사람들만 없었다면 이곳에서 조용히 암릉에 걸터앉아 멍~을 때리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 이곳은 그럴 분위기가 아니다.
항상 단둘이 조용히만 다니다 한꺼번에 여러 사람들을 만나자 우린 정신이 다 혼란하다.
그러다 보니 상사봉에서 디카로 풍광을 담는것 조차 잊고 얼른 그곳을 벗어나야 겠단 생각에 발길을 돌렸는데
서울에서 오셨다는 단체 산악회 대장이
철판에 상사봉이라 적힌 안내판을 나뭇가지에 달아매고 계셨다.
번듯한 정상비 대신 개인이 저런일을 한다는건 정말 대단한 정성이다.
그걸 보며 내가 관심을 보이자
헐~!
같이 온 산객 한명이 나를 보며
저 산대장은 본인의 과시욕이 대단한 사람이라 저러고 있다란 말을 한다.
참~ 나....
아마 나 같음 순간 벌컥~ 화를 냈을게 분명한데
햐~!
그 산대장 멘탈하난 대단하다.
그런말을 듣고도 아무 반응이 없다.
같은 말을 해도 사람 비윗장 상하게 하는 사람들을 보면 신기할 정도다.
어떻게 저럴 수 있는지 ?
하긴...
어찌보면 사람 없을때 뒷통수를 까대는 인간들보단 훨~ 낳긴 하다.
ㅋㅋㅋ
상사봉 이후부턴 원시림의 숲속을 파고든 등로가 계속된다.
그러니 오늘 코스는 별 특징도 없고 풍광도 없어 그저 걷는맛 외엔 별다른게 없다.
어느덧 발걸음이 기름재를 넘겨
아주 잠시였지만 편백숲 터널을 지나
길게 이어진 계단길을 힘겹게 올라서자
나뭇가지에 가리긴 했어도 뚜렷하게 확인된
노적봉과 그앞 상사봉을 거처 이곳 439.9m봉 까지 이어진 능선이 한눈에 잡힌
도지봉에 올라 우린 잠시 휴식을 취하며 달콤한 과육으로 갈증을 달랬다.
얼마후...
다시 걸음을 옮기자 잠시 조망이 선보였는데
우리가 걷고 있는 능선과 마주보고 있는 치마산 뒷편으로 안테나를 이고 있는 모악산이 뚜렷하다.
이후....
여긴 봉오리 따먹는 재미로 걸을만 하다.
무슨 사연과 전설을 품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름이 특이한
까지설날이 아닌 제비설날을 넘겨
이번엔 병풍바위 삼거리를 지나
피재재로 향한 숲속 터널로 빠저든다.
오늘 산행코스는 헷깔릴만한 등로는 아니다.
그렇다 해도 서울에서 왔다는 단체 산악회의 선두대장이 깔아놓은 표지기가 길찾기에 도움이 된다.
그렇게 한동안 무심히 숲속길을 걷던 우린
피재재를 앞둔 423봉에 자리를 펴 점심 식사후 다시 산행을 이어갔다.
423봉에서 내려서면 산 능선을 싹뚝 잘라먹은 도로와 만난다.
바로 피재재인데 이 도로는 신덕면과 경각산을 품고 있는 조월리를 잇는 도로다.
피재재를 넘겨 다시 시작된 등로가 제법 가파르다.
그 경사면에 수북하게 쌓인 낙엽은 등로의 가파름보다 더한 방해꾼으로 끝없이 초록잎새를 괴롭히는데
히유~!
다행이다.
초록잎새가 뭐 이딴 산엘 다 데려왔냐 짜증을 낼 줄 알았는데
불평불만 없이 은근하고 꾸준하게 잘 따라붙어 준 끝에 드디어 오늘 코스중 최고로 힘든 구간을 넘겼다.
지초봉 다음은 으름재...
그런데 으름재란 이름이 참으로 요상하다.
재 또는 치자나 령자가 붙은 지명은 능선 안부라 보면 틀림없다.
그런데...
으름재 넌 뭐냐 ?
계속 가파른 경사의 등로로 이어지다
별 특징이 없던 봉오리에 올라서고 보니
얼러려~!
여긴 지초봉보다 해발이 더 높은 곳으로 이정목엔 으름재란 명패가 붙었다.
그럼 여길 으름봉이라 불러야 맞는것 아닌가 ?
으름재 다음엔 내림길....
초록잎새가 언덕길은 잘 올라도 급경사의 내림길은 소심해 진다.
우야튼 다행히 그 덕분인진 몰라도 등기도 안나는 땅 한번 안사고 무사히 내려 선 다음
그 다음 봉오리를 단숨에 올라채고 보니 둥지봉이다.
이젠 산행 막바지...
발걸음이 442.1m의 배나무골 정상을 지나
도끼로 찍어 내린듯한 땅에선
사시사철 물이 마르지 않는다는 도끼샘을 지났다.
올망졸망 이어진 고만고만한 봉오리 마다
명함을 내밀던 오늘 코스의 마지막 봉오리는 425.6m의
꽃밭날등인데 우리가 무심히 지나처 그랬나 확인을 못하고 내려서고 보니
신덕면 사무소가 지척인 민가다.
면사무소로 향한길....
걷다보니 면사무소 바로앞에 누각이 있어 들려 본다.
누각의 좌측은 임진란때 공훈을 세운 신개란 인물의 충신각이고
그 옆은 신병덕 신성희 부자의 사연이 깃든 兩孝門(양효문)였다.
면사무소 주차장....
공휴일이라 그런지 주차장은 여유롭다.
휴일임에도 청사의 깔끔한 화장실은 개방되어 있었는데
더운물까지 꽐꽐꽐 잘 나와 산행후 간단하게 씻을 수 있어 너무 좋았다.
(동영상으로 보는 산행후기)
'국내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함양 선비문화 탐방길 (0) | 2021.12.07 |
---|---|
대청호 오백리길 14구간 (0) | 2021.11.30 |
1박2일 1일차 (두타산 베틀바위) (0) | 2021.11.20 |
보문산의 가을 단풍 (0) | 2021.11.15 |
운장산~구봉산 종주 (0) | 2021.1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