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봉화군 V협곡 트레일
산행일 : 2020년 9월04일 토요일
누구랑 : 산찾사.초록잎새.겨우달려.행복쟁이.잠보
오래전 부터 가고 싶던 곳였다.
여긴 한때 현직에 있을때 열차를 이용해 가려고 계획했던 곳이다.
그러나 그때나 지금이나 대전에선 열차 접속시간이 맞지 않아 환승역에서
속절없이 시간을 보내야 해서 차량으로 이동을 해야겠다 생각했는데 이왕 온 김에
비동마을 솔숲에서 하룻밤 야영하고 다음날 인근의 달바위봉을 오르기로 했다.
그런데...
울 마눌님이 야영은 싫덴다.
초록잎새는 올초 허리수술로 부실한 내 몸상태를 염려해 그런거다.
그래서 일년쯤 무거운 박배낭과 멀리하고 제발 좀 조신하게 지내란 마눌님의 청을 이번엔 받아 드렸다.
그런 연유로 이번엔 달바위봉에서 아주 가까운 청옥산 자연휴양림에 숙소를 예약했다.
(산행지도)
(트랭글에 그려진 동선)
D데이 첫날 이른새벽...
이날 일정을 함께 하기로 한 겨우달려의 맛깔스런(?)
운전 솜씨덕에 우린 분천역 산타마을 주차장에서 1박2일의 첫여정을 시작했다.
분천역 산타마을....
한여름에도 한겨울의 정취를 느낄 수 있게 꾸며 볼거리가 참 많다.
안전은 기본에 차량의 흐름에 따라
냅따 내지를땐 지르고 주춤댈땐 느긋한 여유를 부릴줄 아는
겨우달려의 운전 솜씨는 거의 예술의 경지라 오늘 역시 내 예상보다 훨~ 앞당겨 도착한 덕에
우린 이렇게 산타마을의 이곳 저곳을 둘러보며 기념사진을 남겼다.
드디어 열차시각 임박....
승강장으로 열차를 승차하기 위해 선로를 횡단하던 나는
선로변 상.하선을 바라보며 지적확인과 함께 열차 없슴을 나도 모르게 웅얼거리고 있다.
ㅋㅋㅋ
퇴직한지 이제 겨우 두달을 넘겼으니 어련할까 ?
이런 행동은 기관사로 평생을 살아 온 습관이 몸에 벤 결과다.
참고로 기관사는 안전이 최우선이라 신호,전호,표지는 물론 선로를
횡단 할때도 일단 멈춘 후 손가락으로 지적하고 입으로 환호하여 열차 없슴을
확인하는 독특한 행위를 한 후 건너간다.
잠시후....
얼마전 까지 나홀로 단독 승무를 해야 했던
EL 기관차가 객차 4량을 견인해 홈 승강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문득 느껴진 그리움 ?
하아~!
25살에 입사해 36년 7개월을 보냈으니 그럴만도 하겠다.
그런데...
그런것 보다 오늘 난 내 생애 처음으로
열차를 내 돈 주고 승차한 날이라 기분이 묘~하다.
그래 그런가 ?
비로소 난 현직을 떠난 민간인 신분임이 피부로 느껴진다.
분천역 09:13발 승부역 09:27착 예정의 1672열차는 7분을 지연해
하늘도 세평 땅도 세평이란 승부역에 우릴 내려 놓았다.
이젠 승부역에서 낙동강변을 따라 분천역으로 걸어가면 오늘 일정 끝...
산행지는 어디든 초입 찾기가 숙제다.
우르르 먼저 내린 트래커 일행들을 따라 아무 생각없이
승부역을 나온 우린 낙동강변을 건너 호랑이 조형물이 자리한 공원을 지나
대장승이 길목을 지키고 있던 등로 초입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이런~!
초입부터 알바다.
이길은 배바위 고개로 넘어가는 낙동 정맥길이다.
물론 이길로 걸어도 되지만 우리의 목적지는 낙동강변을 따라 걷는 둘레길이다.
참고로 아래의 개념도에서 노란색 실선이
우리가 처음 잘 못 들어선 등로이고 승부역에서 양원역까지
낙동강 비경길이라 명명된 둘레길을 걸으려면 승부역을 나오자 마자
강을 건너지 말고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 올라가야 한다.
산행지 어딜가든 항상 느끼는 거지만
꼭 필요한 곳엔 이정목이 없고 없어야 할 곳엔 이정목 풍년인 곳이 허다하다.
이곳은 승부역을 나오자 마자 정맥길과 낙동강 비경길을 구분한
이정목이 꼭 필요한데 그점이 많이 아쉽다.
이날도 역을 나와 우왕좌왕 하던 트래커들이 그걸 증명한다.
우리 뒤를 따라 왔던 트래커들도 우리가 발길을 돌리자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 하기에 정맥길과 둘레길의 분기점이라 알려 줬다.
우린 그나마 발걸음 얼마되지 않던 완전 초입이라 다행...
진로를 수정해 승부역을 나와 철교밑을 통과한 얼마후
우린 잠수교를 넘어섰다.
그러자...
주위 풍광이 아무리 좋아도 반갑지 않던 시멘트길이 끝나고
우렁우렁 힘찬 물소리가 아주 가깝게 들리는 강변 숲속길이 우릴 맞아준다.
오늘은 흘러 내리는 강물을 따라 우리도 하염없이 걷는다.
그러다 이른아침 허술하게 때운 뱃고래를 달래는 간식타임을 핑계로
내 심연속 깊은곳에 웅크리고 있던 세속의 묵은 찌거기와 때를 강물에 흘려
보내는 시간으로 게으름을 한껏 부려 보는 호사를 누린다.
다시 둘레길의 순례꾼이 된 우리의 발걸음은
모처럼 멀리 떠난 해방감에 재잘재잘 끝없이 이어진 정담이 깔리던 강변길은
이번엔 철길 옆 등로를 만났다.
이후...
계속된 데크길과 때론 선로변의 시멘트길을
걷노라면 이곳 저곳엔 스토리로 엮어 보려한 노력들이 발견된다.
아래 사진에서 붉은실선으로 표시한 암릉은 보는 방향에 따라 거북이 형상이다.
바로 낙동 세평 하늘길 12선경중 4경인 구암이다.
내용인즉...
달에 살던 두꺼비가 신선들의 사랑을 독차지 하던
설혼선녀를 꼬인 죄로 저렇게 아득한 산너머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물론 순수한 동심과 멀어진 팍팍한 내 심성엔 믿거나 말거나의 황당 스토리다.
어느덧...
풍광좋고 걷기 편안하던 둘레길이
낙동강 강변으로 내려선 후 철교 아래를 지나자
등로는 이내 양원역을 가르킨 이정목이 숲속으로 우리 일행을 안내하고
우린 곧 기쁨으로 일렁이던 내 마음마냥 출렁대던 다리를 건너
숲속 울창한 데크길을 걷게 되었는데
강 건너편으로 두 암봉이 마주 보이던 전망 데크에서 발길을 멈춘다.
저 봉오리가 바로 12선경중 5경인 연인봉 이란다.
당연 스토리가 있다.
설홍선녀와 약초꾼 남달의 사랑 이야기인데
다들 짐작하고 예상한 스토리에서 한치의 어긋남이 없슴에 생략한다.
연인봉을 넘긴 데크길은 교량 아래로 이어진다.
그런데....
아휴~!!!
여긴 수해로 데크길이 유실됐다.
그래도 등로는 강변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연결된다.
아주 잠깐 유실된 등로를 따라 걷다 올라선 숲속길은
또다시 선로변 시멘트길과 연결되는데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저 터널만 돌아 나가면 낙동강 비경길의 끝 양원역이 맞아준다.
양원역을 코앞에 둔 지점....
등로가 수해로 제대로 휩쓸린 탓에 제법 까탈스런 구간을 만났다.
우린 그곳을 다들 조심스레 무사 통과하긴 했지만 물이 조금이라도
더 불어 났다면 분명 여기서 되돌아 가야 했을 구간였다.
그곳에서 곧바로 우린 양원역에 도착했다.
지금껏 우리가 걸어온 승부역에서 양원역까진
낙동강 비경길이고 이제부터 걸어야 할 양원역~분천역은 체르마트길이다.
그런데....
양원역을 떠나자 마자 우린 큰 난관에 봉착했다.
기존 등로는 우리가 걸어가고 있는 철교 아래로 이어지는데 그 등로가 물에 잠겼다.
황당하게도 그 구간은 물살도 세고 수심 또한 깊어 오도가도 못 할 처지...
그때 그곳에서 올려다 본 철교엔 보도교가 설치된게 보였다.
앗싸~!!!
여긴 열차도 아주 뜸하게 다니는 곳이라 우린 신속하게 그곳을 통과 하기로 했다.
그런후 기존의 체르마트길을 만나기 위해 우린 그 다음 교량까지
넘어간 후 진행방향 좌측의 선로변 아래로 내려서야 했다.
등로는 강변 가까이 희미하게 이어지다
주인없는 매점이 자리한 쉼터에 올라서게 되는데
매점 공터 끝에서 우측 숲속을 향해 둘레길이 이어진다.
그런데...
흐미~!
오늘 코스중 난이도 최상의 오름길이다.
편안한 길만 걷다 만나 그런지 힘겹던 오름길은 작은 언덕을 넘어서자
등로는 곧장 내림길로 이어지다
교량을 건너게 되는데 바로 여기가 비동 간이역이 되시겠다.
비동 간이역에서 내려서면
우리가 건넜던 교량밑을 지나 분천역으로 향해야 한다.
비동역을 얼마 지나지 않아 잠수교를 건너
야영도 가능한 비동마을 금강송 오솔길 공원을 지나
분천역까진 정말 걷기 싫은 시멘트길 일색이다.
좁은 도로를 간간히 스처 지나는 차량도 여간 신경 쓰이는게 아니다.
그래서 결론은...
비동역에서 분천역까진 결코 권하고 싶지 않던 구간이다.
드디어 도착한 분천역....
배꼽 알람시간에 딱 맞춰 도착한 우린 맛집을 찾아든다.
그런대로 먹을만 했던 육칼국수 한그릇에 배를 불린 우린
오후 3시에 입실을 허용하는 청옥산 자연휴양림을 향했다.
사실...
나의 계획은 입실시간이 애매해 늦재에서
청옥산을 다녀와 입실하려 했는데 이른시각에
출발한 탓에 피곤했던 산우들이 반대를 해 일정을 수정했다.
이른 시간이라 매표소를 통과후 주차장에서 대기했다 정확하게 오후 3시에
관리실에서 내준 키를 받아 예약된 숙소에 짐을 푼 우린 청옥산 자연휴양림 산책길을 걷기로 했다.
(트랭글에 그려진 동선)
코스는 산림 휴양관에서 넞재까지 이어진 휴양림 산책로...
제일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백패킹 매니아들을 위한 야영장까지 이어진 산책로는
도중 옹달샘도 만나고
세월의 무게를 감당 못하고 넘어진 나무둥치를 넘어
력셔리한 휴양림 숙소보다
더 부러운 눈으로 처다 보아야만 했던 야영객들을 스처지나
여기부턴 금단의 땅이니 넘지 마란 경고문의 차단막을 넘어서자
방금전 우리가 차량으로 휴양림을 들어설때 넘어왔던 넛재에 도착했다.
이곳 넛재의 해발은 무려 896m.
해발 845.1m인 계룡산 정상보다 이곳이 더 높다.
넛재에서 왔던길 그대로 걸어내려
숙소에 도착하고 보니그럭저럭 4키로 넘게 걸었으니 오늘 이만함 됐다.
이젠 내일을 위해 영양보충과 휴식의 시간....
뜨거운물 꽐꽐꽐 쏟아지니 깔끔하게 샤워하고 옷을 갈아 입자
어이~!
참으로 개운타....
오늘 주 메뉴는 초록잎새표 물없이 삶아 낸 수육이다.
그런데 요놈이 우리에겐 이날밤 酒님을 한없이 유혹한 범인였다.
(동영상으로 보는 트래킹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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