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그냥 종일 집콕...
남자도 멘스하는 날이 있덴다.
오늘 내가 그날인가 보다.
아무 의욕도 없고 축~ 처지는 몸과 마음...
오전엔 화초에 물을 줘 그런가 ?
시들해 보이던 관엽식물은 윤기가 좔좔 흐른다.
나도 저래 보임 좋으련만...
그러다 무심코 바라본 창밖.
우이씨~!
어디든 나갈걸...
후회는 아무리 해 봐야 소용 없는일인지라
베란다 탁자에 커피한잔 타놓고 멍~을 때리다
무심코 펼쳐든 시집의 싯구에 한순간 울컥했다.
하아~!
이런 씨앙누무스끼~!
야는 천재 시인인가 보다.
또 날 울리네.

감자

- 김 용태 -

아버지도 묻지 않으셨다

쫓기듯, 어머니는
영글지 않은 감자를
삶아 내시고

그날 밤
여섯 식구는
부황 든 몸을 눕히고
오랜만에 긴 잠을 잤다

등굣길
이장집 감자밭
시든 줄기,
더운 눈물 매달고 있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같은 시대를 살아온 세대라면
나와 똑같은 감정이 들었을 듯...
또다른 시 우리 누이란 싯구에선
입 하나 덜자고 국민학교를 졸업하자 마자
등 공장에 보내졌던 내 누이가 떠올려져 눈물이 났다

하아~!
날은 이렇게나 좋은데...
날씨는 너무 좋아도 서러운가 ?
아님 살아온 내 인생이 오늘따라 하잘것 없단
생각이 불현듯 들어 그런건지...
아니다.
이놈의 시집 때문이다.
그래서...
김용태 시집은 진도가 안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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