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도명산

산행일 : 2021년 1월17일 일요일

누구랑 : 초록잎새랑

어떻게 : 용추교 주차장~651봉~도장산~화북중교 갈림길~헬기장~심원사~주차장

 

(산행지도)

 

(트랭글에 그려진 동선과 시간)

 

부모 자식간엔 보이지 않는 신경줄이 수 만가닥으로 연결돼 있다고 한다.

이건 자식들이 스스로 끊어내야 한다.

대견하게도 막내는 스스로 그걸 끊어낸 후

자신의 꿈을 위해 모든 열정을 쏟아낸 끝에 자립의 길을 열었다.

그런 막내는 처음부터 순탄대로 였을까 ?

훗날 털어놓은 막내의 고백이 지금도 난 가슴이 아리고 아프다.

출품전 자문을 구했던 기존 작가들로 부터 호평을 받자 막내는 확신에 차 있었단다.

그러나...

막내는 1차 공모전에서 실패후 실망감과 절망감에

일주일을 단칸방 자취방에서 식음을 전폐한 채 울었다고 했다.

어쩐지....

막내가 그때 잠시 집에서 쉬겠다며 내려왔을때 피골이 상접한

얼굴였는데 난 단순히 그게 채식주의자가 되었다는 막내의 식단 때문이라 생각 했었다. 

그런 막내는 바닥까지 내려갔던 자존감을 추슬린 후 다시 시작하여

끝내는 작년에 네이버 웹툰 2차 공모에 대상으로 입선하여 꿈을 향한 나래를 펼치는 중이다. 

다니던 회사를 과감히 나와 자신의 미래를 개척한 막내와 달리 큰놈이 우리 부부는 큰 걱정이다.

 

 

전날 한밤중....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다 보게된 T.V의 트롯 경연에 출전한

여자 가수가 부르던 어메란 노래를 듣다 난 한순간 울컥 눈물을 쏟았다.

 

살자하니 고생이요

죽자하니 청춘이라

요놈 신세 말이 아니네

어메~!

뭣 할라고 날 낳았던가~!

 

나훈아의 노래란다.

그러고 보니 들어본 노래이긴 한것 같은데....

어째 이날밤엔 노랫말이 그대로 감정이입이 돼 어찌나 내 가슴을 치던지 ?

큰놈은 마음이 너무나 여리고 착하다.

그런데...

그건 사회생활을 하는덴 큰 결함이고 결격 사유다.

요즘 시대에 더구나 금수저도 아닌

흙수저의 자식들이라면 악독할리 만큼 독하고 지독해야 살 수 있다.

그런 연유로 큰애는 부모 자식간 보이지 않게 연결된 신경줄을 끊어내지 못했다.

그래서 요즘 우리부부는 아들이 차마 끊어내지 못한 신경줄을 하나하나 끊어내는 중이다.

그런데 참 아프다.

혹시나 그녀석이 어메 뭣 할라고 날 낳았던가 원망은 안 하고 있는지 ?

그래서 난 지금 아파도 너무 아파 고통스럽다.

테스형~!

그나저나 나 잘하고 있는거 맞는거니~?

히유~!

 

속 끓어 오르고 답답할땐 몸이 고달퍼야 잠시 잊을 수 있다.

기온 급강하의 날씨...

그렇거나 말거나 우린 그냥 떠나기로 했다.

여긴 앵콜 산행지다.

자료를 찾아보니 2003년 9월22일에 아내와 단둘이 왔었다.

그때 걸었던 그 코스 그대로 오늘 걷기로 했다.

쌍용터널을 지나자 마자 나온 아주 좁다란 용추교를 건너면 소형 주차장이다.

그곳에서 우리 부부의 발걸음은 시작됐다.

 

 

 

아주 잠시...

계곡과 나란히 이어진 등로가 심원사로 향한다.

 

 

2003년에 찾아든 산행지라 그런가 ?

역시 처음 걸어보는것 같다란게 솔직한 느낌이다.

 

 

계곡의 암릉사이를 비집고 나와

 

 

첫번째 만난 갈림길 이정목에서 쌍용폭포로 향한 우린

 

 

원목 계단을 걸어올라

 

 

단애절벽과 마주한다.

그런데....

이정목에서 100미터만 걸어 들어가면 된다던 쌍용폭포를 볼 수 없었다.

하긴..

예전 기억에도 이 협곡에선 단애절벽 끝에서 실폭포만 확인했었다.

 

얼마후..

우린 꽝꽝 얼어붙은 계곡을 벗어나

 

심원사로 향한 첫 갈림길에서 좌측의 산자락으로 숨어든다.

이후...

우리 부부는 말을 잊은채 묵묵히 오름질에만 열중...

그렇게 올라선 능선 안부....

진행방향 우측으로 꺽인 능선엔 칼바람이 거세다.

순간 손가락 마디 마디마다 감각이 무뎌지고 있다.

마눌님...

고통을 호소한다.

가던 걸음을 멈추고 장갑을 벗겨 한동안 맛사지로 굳었던

손가락을 풀어준 후 여분의 장갑을 하나 더 껴 주자 초록잎새는 겨우 살것 같은 표정을 짖는다.

하필 이런날엔 허구헌날 매일같이 넣어 다니던 벙어리 장갑은 물론 핫팩도 챙기지 않았다.

 

 

 

어느덧 651봉을 넘기자 조망이 터진다.

저멀리 백악산 그리고 가까이 청화산과 시루봉이 확인된다.

 

 

이후...

한동안 우린 거친 암릉길을 무심히 걸었다.

 

 

이 등로가 이렇게 힘들었던가 ?

예전 이곳을 걸었을땐 코스가 짧아 싱겁다란 기억만 남았는데

다시 찾아든 산하는 그간 세월의 부침에 체력도 다 되어 간다는 사실만 확인한다.

 

 

능선에선 바람만 안 불어도 추위는 견딜만 하다.

빨리 걸으면 땀이 날것 같아 우린 그냥 아주 천천히 꾸준히 걸었다.

 

 

정상까지 이어진 능선길은 의외로 오름과

내림의 부침이 심하고 가끔씩 휘몰아치던 거센 바람에

순식간에 싸늘하게 식어간 체온에 어쩔줄 몰라 허둥대던 걸음은

 

 

정상을 바로 코앞에 두고 발견한 능선자락 아래의

양지바른 옹색한 공터에서 우린 발걸음을 멈추고 긴 휴식에 든다.

마침 점심때라 우린 여기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오늘 준비한건 컵라면인데 이런날에 반찬도 귀찮다.

난 새우탕면 마눌은 튀김우동....

몸도 마음도 고단해 그런가 ?

마눌님은 그마저도 반만 겨우 넘기곤 나에게 먹으라 넘긴다.

그러면서도 뭔 보약이라고 커피는 왜그리 다 챙겨 마셔 대는지 ?

 

 

 

조촐하다 못해 부실하기 까지 한 식사를 끝낸 우린 곧바로 정상을 향하다

걷던 걸음을 멈추게 만든 조망에 빠저든다.

저멀리 허연 바윗덩어리를 땡겨오자 희양산이 확인되고

 

 

 

 

시루봉 옆으로 연엽산을 비롯한 

 

속리산 인근의 명산들이 속속들이 명함을 내민다.

 

 

드디어 올라선 도장산....

 

아래의 사진은 2003년 왔을때의 정상 사진이다.

달라진건 정상석 옆에 있던 삼각점이 사라진것 뿐...

아~!

뽀송뽀송한 나의 모습도 있다.

 

 

아래는 정상에서 바라본 풍광이다.

속리산 주능선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역시...

도장산은 이래서 한마디로 속리산 전망대라 할 수 있다.

 

 

찬바람에 오래 머물 수 없었던 정상을 등진다.

내림길은 아래 사진에 보이는 바로 저 앞의 봉오리에서 우측 능선을 타고 심원사로 향하면 된다.

 

 

그곳을 향해 내딘 걸음이 갈림길을 지난다.

이 봉오리에서 좌측 능선으로 내리면 화북중학교로 향한 길이다.

예전 이쯤에선 아주 멋진 소나무 한그루를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었다.

 

 

너무 아쉬운 마음에 예전 사진에서 그 명품 소나무를 찾아 보았다.

아래 사진은 그 명품 소나무에서 찍은 우리부부의 사진...

 

 

도장산 최고의 하일라이트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742봉인 헬기장을 넘겨 우복동천 갈림길 까지의 조망은 그야말로 황홀지경이다. 

 

 

안구정화가 되었던 풍광으로 인해 힘들어도

힘들지 않게 느껴지던 등로를 따라 헬기장에 도착하여 한숨 돌린 발걸음은

 

 

우복동천 회란석으로 향한 갈림길 직전까지

또다시 펼쳐진 멋진 조망을 감상하며 걷다보니 어느새

 

 

발걸음이 황장목 군락의 솔숲 오솔길로 빠저든다.

 

 

길게 이어지던 산책로 솔숲길은 심원사에서 끝났다.

서기 660년 신라 무열왕때 원효대사가 창건한 천년고찰의 심원사로 들어선 우릴

 

 

출타하신 스님대신 멍멍이가 맞아준다.

심원사의 대웅전은 새로 지은것 같다.

이날 우린 내 자식들의 미래를 축원하기 위해

대웅전의 부처님을 뵈려 했지만 문이 잠겨 되돌아 나와야 했다.

 

 

아래의 사진은 예전 심원사 뜰에서 셀카로 담았던 우리 부부의 모습이다.

지나고 나니 우린 그때가 더 행복하지 않았나 싶다.

이제 5개월후면 난 실업자가 된다.

아직까지 자식들은 제 자리를 잡지 못했는데 어째야 할지 ?

예전 우린 종교와 담을 쌓고 살았다.

그런데 지금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라 그런가

언제부턴가 마눌님이 부처님에게 의지하는 걸 굳이 말리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후회가 된다.

30년 넘게 온 산하를 누빌때 들렸던 사찰마다 작은 치성이라도 드릴걸 이라며....

 

 

얼마후...

우린 심원사를 등뒤로 보내며 만난 쌍용폭포를 지나

 

 

처음 걸었던 그길을 그대로 걸어내려

 

 

주차장에 도착함으로 시름을 달래본 도장산 산행을 끝냈다.

 

 

 (동영상으로 보는 산행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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