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계룡산

산행일 : 2021년 1월19일 월요일

누구랑 : 나홀로

어떻게 : 학림사~배티재~남매탑~삼불봉~자연성능~관음봉~동학사~학림사

 

(트랭글에 기록된 동선과 시간)

 

전날 눈이 내렸다.

기온이 싸늘하니 상고대를 기대하며 계룡산에 든다.

 

 

들머리를 학림사로 한다.

 

 

학림사를 지날때 빗돌에 새긴 화두 이뭣고에 잠시 눈길이 머문다.

불교에선 본래면목[本來面目]으로 살라 한다.

그런데...

허~!

내 본 심성은 과연 무엇이던가 ?

이뭣고고 뭐시고 간에 솔직히 나는 내 자신을 알 수 없다.

그러니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잘 모른다.

테스형이 그래서 그랬나 보다.

"너 자신을 알라~"

어찌보면 그당시 소크라테스란 양반도

깨닭음을 얻으라 어리석은 대중들에게 화두를 던진건 아닐까 ?

 

 

지석골에 들며 슬쩍 올려다 본 장군봉 능선의 하늘이 참 깔끔하다.

저 파아란 하늘아래 상고대가 있었다면 천상화원일 텐데...

눈꽃에 대한 기대는 아쉽지만 계룡산 초입부터 무참하게 깨졌다.

 

 

심란한 마음을 달래는덴 몸을 고달프게 하는게 최고다.

하여...

마구 내달리고 싶지만 겨울산행에 속옷이 젖으면 저 체온증의 위험이 있다.

더구나 난 체질상 아무리 추워도 땀이 많이 난다.

오늘은 늦은 오후에 출근이니 갖은게 시간뿐...

가급적 오래오래 숲속에 머물자는 마음으로 느림의 미학을 실천하며 걷다보니

 

 

어디선가 숲속을 뒤흔든 청아한 소리에 그 느림보 걸음마저도 멈췄다.

어디에 있나 ?

내 발걸음 소리에 멈춘 딱따구리의 먹이 활동은

한동안 걸음을 멈춘채 미동도 하지 않자 다시 시작된다.

햐~!

그놈 참... 

머리에 붉은띠를 한걸 보니 오색 딱따구리다.

정선 아리랑엔 이런 구절이 있다.

"앞산의 딱따구리는 생나무 구멍도 뚫는데

우리집 저 멍텅구리는 뚫린 구멍(?)도 못 뚫어~"

ㅋㅋㅋ

일찍이 경허선사의 제자 만공스님은

정선 아리랑에 나오는 딱따구리의 노래를 들으신 후

"마음이 깨끗하고 밝은 사람은 딱따구리의 법문 속에서 많은 것을 얻을 것이나

마음이 더러운 사람은 이 노래에서 한낱 추악한 잡념만 일으킬 것이다" 라고 하셨다.

그럼 넌~?

곤란한건 묻지마라~

내 나이 지금 6학년 2반이나 육신은 이팔청춘이다.

더구나 본래면목으로도 살아가지 못한 어리석은 중생임에야 뭘 말하랴~

 

 

 

지속적인 오름짓의 지석골....

천천히 오른다 하여도 금방 몸땡이는 과열이라 땀이 찬다.

딘장~!

살기위해 훌라당 벗은채...

 

 

그림자를 벗삼아 걷다보니

 

 

장군봉과 배티재로 갈리는 삼거리에 이른다.

이곳에선 우측의 장군봉 능선으로 붙어도 되지만

 

 

곧바로 직진....

 

 

그렇게 걷다보니 지금껏 사람하나 만나 볼 수 없던 등로가 천정이골과 합쳐지자

"저 옵빠 왜 저런댜~?"

나시 차림에 이마에 두른 젖은 손수건의 모습을 본

아줌씨가 신기한듯 말을 걸며 처다보는데 난 그런 시선들이 불편하다.

"션찮고 골은 몸이라 땀이 좀 많이 나서 그래요~"

한마디 내뱉고 줄랑행을 놓은 얼마후

 

 

배티재를 넘어서자

다행히 칼바람이 좀 불어주기에 얼른 겉옷을 입어 남들의 시선을 피할 수 있었다.

 

 

드디어 도착한 남매탑....

이곳에선 배낭을 풀어 나온 따스한 차와 떡이 오늘 일요할 양식되어 뱃속을 채운후

 

 

내겐 아주 익숙한 등로라

무상무념으로 그저 발길따라 걷다보니 삼불봉에 안착....

 

 

얼마만에 찾아든 계룡의 품이던가 ?

나는 예전 서릉에서의 참혹한 사고 후유증으로 한동안 계룡산은 멀리 했다.

그러다 오랫만에 찾아들어 그런가 새롭다.

 

 

일망무제의 조망...

아름답다.

자연성능에서 천단까지의 능선을 보면

틈만 나면 계룡산 골골마다 찾아들던 옛 추억들이 펄펄 살아난다.

 

 

삼불봉을 뒤로한 얼마뒤...

가까이 대자암 능선과 마주한 수정봉 능선

그리고 흰눈에 덮힌 계룡 저수지까지 눈길 닿은곳 마다 옛일이 생각난다.

그때의 그 열정은 다 어디로 갔는지 ?

 

 

나홀로 자연성능 구간을 통과하는 동안

오랫만에 만난 깔끔하고 선명한 조망에 복잡하던 속이

정리되며 위안이 된 시간들로 채워질 쯤 드디어 그 종착점이 된 관음봉에 올라섰는데

 

 

뜻밖에 관음봉에서 점심식사를 하시고 계시던 산산님과 산이랑님을 만났다.

이분들도 전날밤 눈이 와 혹시나 상고대를 볼 수 있을까 해서 무작정 나오셨단다.

 

 

내림길에선 동지들을 만났으니

지루함을 잊게한 정담이 이어지는 동안...

 

 

어느새 동학사를 뒤로 보낸 얼마후

나의 애마가 기다리던 학림사 인근 공터에 도착하여 산행을 끝냈다.

 

 

산에서 건강을......산찾사.이용호

'국내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괴산 성불산~도덕산  (0) 2021.01.26
미원.옥화 구곡길  (0) 2021.01.24
앵콜산행 속리산 전망대 도장산  (0) 2021.01.18
금강 둘레길 & 대청호반 둘레길  (0) 2021.01.12
금오산~관모산~용굴산~토성산  (0) 2021.01.11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