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동백길~수악길
산행일 : 2020년 10월19일 월요일]
누구랑 : 산찾사.초록잎새.겨우달려.행복쟁이.잠보
(트랭글에 기록된 거리와 시간)
(동백숲 둘레길 개념도)
벌써 3일차의 제주 아침이 밝았다.
오늘은 밑그림을 그렸던 계획에 약간의 변동을 주어
잠보가 귀가하는 5일차의 수악길 일부를 더 걸어 그날 여유로움을 주기로 했다.
오늘도 차량 한대는 수악 둘레길의 분기점이 되는 516도로에 갔다놓고
무오법정사 주차장에서 발걸음을 시작하기로 했는데.....
렌트카의 차량 네비양이 한가롭고 편한 제2산록도로를 벗어나
출근 시간대라 아주 복잡한 서귀포 시내로 유도하는 바람에 다소 지체 되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내가 운전한 렌트카가 레이란 경차인데 요것이 언덕길에선 아주 젬병이다.
빌빌대는게 너무 답답할 지경....
이왕 렌트 하는거 좋은차로 하자는 일행들의
요구를 내가 일방적으로 묵살하고 선택한 결과라 할말 없다.
사람은 살아온 환경에 따라 그 취향과 선택이 이미 정해져 있어 바꾸기가 쉽지 않다.
시골 깡촌의 가난한 농가 출신이다 보니 난 지금도 절약이 몸에 베여있다.
음식은 무조건 싸고 양이 많아야 하며 옷 또한 싸고 질긴것을 선호한다.
그러니 차량 렌트 역시 가격이 두배이상 차이 나는 중형을 선택할리 만무하다.
아마도 이런 성향은 죽을때 까지 고수할 듯...
그런데...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내가 산행때 입고 있는 옷을 아주 고가로 알고 있다.
워낙 국내는 물론 해외의 오지나 고산을 숱하게 다니다 보니 그런 선입견이 있나 보다.
ㅋㅋㅋ
물론 옷도 장비라 어쩔 수 없이 구입할 땐 패션불문.
오직 기능성을 최우선으로 하며 그다음은 몇년 지난 이월상품의 저가라
거의 길표 수준으로 보면 된다.
우야튼...
이런저런 이유로 예상보다 좀 늦긴 했어도
결과론이긴 하나 발빠른 산우들 덕에 산행에 들자마자 우린 그 시간을 벌충하고도 남았다.
(참고)
(무오법정사 네비주소) : 서귀포시 도순동 산1 또는 1100로 740-168
(516도로 주차지) : 네비에 수악교를 치고 가다 대락 800미터 전 우측의 버스정류장 공터
좌우지당간에 어찌어찌하여 겨우
무오법정사 주차장에 도착한 우린 코로나 때문에 더 철저해진
안내소에 비치된 명단에 대표로 내이름과 연락처 그리고 동행인을 적는 동안
흠~!
겨우달려가 오늘의 코스를 미리 숙지하느랴 열심이다.
얼마후..
안내소를 뒤로하자 항일운동 송치자 66인 형사사건 수형인
명부가 세겨진 무오법정사 항일운동 상징탑이 있어 산우들의 모습을 디카에 담은 후
본격적으로 동백숲 둘레길로 향했는데
곧이어 무오법정사 발상지를 향한 갈림길이 나타난다.
들렸다 갈까 ?
예상은 했지만 당연한 응답이 들려온다.
"니나 다녀 오세용~!"
얼마후..
우린 한동안 참기름을 발라 놓은 듯 반들대던 동백잎 우거진 숲속을 걷는다.
아~!
이래서 여길 동백숲 둘레길이라 했구나...
쭈욱 이어지던 외길의 동백길은
1115번 산록도로와 연결된 어점이악 삼거리로 향한
갈림길을 만났다 헤어지더니 이번엔 화전마을 숯가마터를 지나친다.
이곳도 몇번이나 이름모를 계곡을 가로 지르게 되는데
그렇게 걷던 우릴 4.3주둔소가 걸음을 멈추게 만든다.
제주 4.3사건...
아직도 대다수의 국민들은 모르던가 관심도 없다.
국가권력에 희생당한 3만 제주도 도민의 아픔을 상징하는게
아무것도 새겨져 있지 않는 빈 비석으로 남아있는 제주평화 기념관의 백비다.
반드시 이 비에 제주 4.3의 이름을 세기고 일으켜 세워야 하는데
현실은 ?
짐승만도 못한 4.3사건의 권력자를 떠 받드는
그 후예를 지사로 뽑는 제주도의 유권자가 난 이해되지 않는다.
그래서 제주의 친구에게 그 원인을 물어보니
제주도엔 원주민보다 자기처럼 외지인 이주자가 더 많아 그렇다나 뭐라나 ?
우야튼...
여기 동백숲 4.3사건의 역사적인 흔적을 보자
동백꽃의 꽃말이 기다림이고 4.3사건을 상징하는 꽃 또한
동백꽃란 생각이 불현듯 떠 올랐다.
그래~!
기다리다 보면 반드시 더 좋은 세상 올거다.
차마 말하지 못하고 금기시 하던 4.3사건이 이젠 공공연히 말할 수 있는 시대인데...
한라산 둘레길 3구간인 동백길은 중간엔 탈출로가 참 많다.
실제로 우린 이길을 걷다 가벼운 차림의 산책객이 그 길을 통해 오르는걸 보기도 했다.
그렇게 걸어가다 우리가 동백숲
터널을 벗어나자 바닥이 돌밭인 등로를 만났다.
부드러운 육산만 걷다 만난 돌길은 아무래도 불편하긴 하나 참을만한 등로라
이 또한 부지런히 걷다보니...
햐~!
이번엔 밀림으로 우거진 편백숲이 맞아준다.
지금껏 걸으며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쉬었던
편백숲 이후 충혼탑을 얼마 앞둔 계곡에서 우린 준비한 먹거리(?)로 점심을 해결했다.
그런후...
돈네코 탐방로를 향한 갈림길을 지나
수악길이 시작된 들머리에선 잠시 숨을 돌린다.
원래 오늘 계획은 여기까지 였고
남는 시간은 제주의 오름중 하나를 골라 오르기로 했었다.
그러나 오늘 수악길 일부를 더 걸어주심 잠보가 귀향하는날 일정이 한결 여유로울 터...
더구나 여기서 5.16도로까진 약 7.7키로라 체력좋은 산우들에겐 부담도 없다.
지나고 보니 나의 그런 결정은 탁월한 선택였다.
그러지 않았슴 잠보가 귀가 하던날 우린 쫄딱 비를 맞고 수악길을 걸을뻔 했다.
동백길이 끝나고 다시 시작된
수악길을 걷다 만난 구불텅 소나무가 우리에게 쉼터며 놀이터고 포토존이다.
수악길 초반부터 꾸준하게 이어진 오름을 가볍게 넘어선 우린
이후 아름다운 숲속길을 걸어 내려선 끝에
5.16도로와 만나며 오늘 우리에게 주워진 밋션을 훌륭하고
멋지게 끝낸후 서귀포 시장에 들려 요즘 제철을 맞이한 갈치를 구입해 숙소로 향했다.
오늘 만찬은 숙소에서 초록잎새표 갈치조림으로 풍성한 식탁을 마련 했다.
맛~?
두툼한 갈치살이 정말 맛있다.
특히...
유독 생선을 좋아한 겨우달려는 행복해 죽는다.
이날 우린 갈치조림 하나로 맘껏 식도락을 즐긴 행복이 저절로 피어난 밤였다.
평소 술을 못하는 난 막걸리 한잔이 정량이다.
그래서 행복쟁이와 막걸리 한병을 나눠 마시면 딱인데
ㅋㅋㅋ
우짠일이래~?
이날 만큼은 행복쟁이나 나나 막걸리를
각 1병씩 마셨어도 꺼떡 없는 주량을 선보인 날이다.
그래서...
이날밤이 나에겐 분위기에 따라 이렇게
주량도 달라질 수 있슴을 체험한 날로 기억될것 같다.
(동영상으로 보는 산행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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