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고성 거류산
산행일 : 2020년 6월27일(토)~28일(일)
누구랑 : 초록잎새랑
어떻게 : 엄홍길 박물관~장의사~거북바위~전망데크 야영~정상~문암산~엄홍길 박물관
(등산지도)
(트랭글에 그려진 실제 동선)
주말 오후에 집을 나섰다.
오늘은 조망이 좋아 개인적으로 여러번 다녀온 고성의 거류산인데
이곳에 야영하기 좋은 데크가 생겼단 소식을 듣고 예전부터 벼르던 산행지다.
엄홍길 전시관 주차장에서 시작된 걸음이 갈림길을 만났다.
예전에 능선을 따라 정상을 오른후 둘레길을 거쳐 내려온 적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박베낭을 메고 오르기엔 둘레길이 좋다.
그런데...
그길은 여기서 몇십미터 더 올라가야 했는데
그만 아무생각없이 당동리로 향한 진행방향 우측길로 들어섰다.
그렇다고 이길이 나쁜건 아니다.
이내 잘못 들었다는걸 알았지만 그냥 걷기로 했다.
당동리로 향한 숲속길을 걷다보면
가끔씩 진행방향 우측으로 조망이 열리는데
흐릿한 날씨가 서운하긴 하지만 남해 바다가 펼쳐진 당동만이 아름답다.
숲속길은 장의사로 올라서는 포장도로와 연결 된다.
그길엔 우거진 숲속의 그늘이 드리워 그런대로 걸을만 했다.
덕분에 계획에 없던 장의사를
들렸던 우린 지금껏 편안하게 걸었던 등로와 달리
장의사 사찰 뒷편으로 연결된 거친길을 힘겹게 올라 섰는데
능선 아래의 둘레길과 만난 이후엔
한동안 걷기 편안한 산책길이 거류산을 향한다.
얼마후...
등로는 거류산 정상과 거북바위로 나뉜다.
여기서 우린 거북바위로 향했다.
드디어 거북바위 바로 아래의 넓은 전망대에 올라섰다.
그런데...
있을줄 알았던 전망데크가 없다.
여기선 당동만의 아름다운 풍광이 제일
잘 보이는 장소라 나는 당연히 이곳에 데크가 설치된 줄 알았다.
이곳엔 이미 젊은 백패커 한분이 선점해 있다.
그 옆에 자리가 있긴하나 처음 생각했던 전망데크의
미련이 있어 우린 그 백패커가 일러준 전망데크로 발길을 돌렸다.
전망데크는 거북바위에서
거류산을 향한 오름길 초입에서 우측으로 들어서면 된다.
도착한 전망데크엔 백패커 한분이
이미 넓고 좋은자릴 선점해 놓고 벤취에서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그분 입장에서 보면 우린 불청객...
가급적 서로 멀리 떨어지면 좋을 듯 하여 다소
비좁긴하나 그분 반대편 끝머리에 이번에 새로 구입한
재너두 4P를 겨우 안착 시켜 놓고 보니 그런대로 하룻밤 정도는 지낼만 하다.
당동만의 멋진 조망이 펼쳐진
거북바위 아래와 달리 이곳엔 당항만과 함께
대전-통영간 고속국도 너머로 산너울의 풍광이 아름답다.
오후 늦게 시작한 산행이라
자릴 잡고 나자 서쪽의 햇살이 급속도로 여위어 갈 쯤
우린 배 고프다 아우성인 뱃고래를 달래기 시작했는데...
산에선 가급적 화기 사용을 줄이고 먹는건
소심하게 하기로한 약속과 달리 오늘 마눌님은 모처럼 남의 살을 준비 하셨다.
그런데...
역시 음식은 남의 살이 맛나다.
ㅋㅋㅋ
오봇하게 단둘이 정상의 만찬을 즐기는 사이
어느덧 해는 하루를 마감하는 저녁 노을을 준비할 시각....
그런데...
너네들 뭐니 ?
우리 텐트 바로 위 암릉엔 5~6마리의 염소가 우릴 내려다 보고 있다.
어쩐지 이곳에 텐트를 칠때 염소똥이 수북하더라니...
아마도 여긴 재들의 잠자리였나 보다.
그러나 어쩌겠나~?
이미 내가 자릴 잡았는데....
가라고 소릴 질러도 꿈적을 안해 돌을 집어 던지니 물러나긴 하는데
멀찍이서 일제히 그놈들은 원망스런 눈길로 우릴 바라본다.
흐이구~!
그러는 사이 어느덧 저녁노을이 시작됐다.
오랫만에 보는 장엄한 노을이다.
마음속에 긴 여운을 남기며 그렇게 해가 진 이후
서늘한 기온이 기분 좋은 저녁시간이 깊어 갈때까지
우린 아름다운 야경을 내려보며 도란도란 정담을 나누며 산중의 낭만을 즐겼다.
그렇게 한밤을 즐기다 깊은잠에 빠진 새벽녁...
어느순간 굉음과 함께 텐트가 폴싹 주저 앉았다 일어선다.
처음엔 상황 파악이 안됐다.
마눌님이 놀라 기겁을 해 소릴 질러대는 사이
후다닥 밖으로 나가보니 텐트 주위로 5마리의 염소가 빤히 나를 처다보고 있다.
그중 한놈이 우리 텐트 바로 위에서 뛰어 내려 벌어진 일였다.
바로 쫓아 내긴 했는데...
흐미~!
이것들은 사람을 전혀 무서워 하지 않는다.
멀리 도망가지도 않고 너 쫓아 올라면 올라와 보란듯 암릉에서 나를 내려다 보고 있다.
다행히 텐트는 찢어지지 않았다.
텐트에 남긴 부스러기와 흙 발자국을 지워내고 다시 잠자리에 들었지만
이미 잠은 십리밖으로 달아난 상태....
아직 해가 뜨려면 멀었다.
그냥 살며시 밖으로 나가 벤취에 앉아 일출을 기다렸다.
드디어 떠오른 햇님...
오늘은 마알간 햇살이 유순하고 이쁘다.
우리들의 산중 조식은 항상 간편식이다.
커피를 타기 위해 아주 잠깐 불을 피운것 외엔 할일은 없다.
식사를 끝낸 후....
이른 아침 내려서야 더위를 피할 수 있어 일찍 하산을 서둔다.
그런데...
이럴수 가~!!!
텐트를 철수 하다 보니 폴대가 부러져 있다.
이곳 저곳 휘어진건 그럭저럭 잡아지긴 했지만 부러진 폴대가 문제다.
새로 구입해 이번이 두번째 사용인데 정말 속상하다.
A.S 보내면 된다고 마눌님은 날 위로 하지만 은근 부아가 치민다.
우리가 철수를 끝내고 자릴 뜰때
옆집 백패커도 베낭을 정리하며 떠날 차비를 한다.
지난밤 마눌이 70-80 음악을 듣던 나에게 자꾸 볼륨을 줄이라 해서
조심을 하긴 했지만 민폐는 아녔는지 ?
평생 기관사로 재직하다보니 소음에 노출된 내 청각은 장애 수준이다.
그래서 평소 집에서 T.V시청 할때 나홀로 듣던 볼륨에 마눌님은 기절초풍한다.
ㅋㅋㅋ
참 얌전하고 조용하신 이웃 백패커라
조심한다고는 햇지만 혹여 불편을 끼쳤다면 넓은 마음으로 양해를 구한다.
집으로 가는길...
이번엔 정상을 경유하여 능선을 타고 내려 서기로 한다.
정상을 올라서다 내려본 당동만의 풍광이 아름답다.
맑고 푸르며 투명한 날이면 하늘의 블루빛을 그대로 담고 있는
이곳의 바다풍광은 정말 장관일텐데 오늘은 아쉽다.
오늘은 당동만 사이로 보이는 구절산과 면호산이 흐릿할 정도다.
드디어 올라선 정상....
이왕 왔으니 귀찮아도 셀카로 우리부부 인증사진을 남긴 후
하산을 서둘던 우릴 배웅하던 녀석이 있었다.
내 귀한 텐트를 부셔먹은 염소 녀석이다.
씨앙노무스끼~!
욘석은 돌멩이를 집어 던져도 몇걸음만 물러난 후 빤히 우리 부부를 바라본다.
그래 이놈아~!
잘 먹고 잘 살아라~!
느그 보금자리 뺏었던 내가 나쁜놈이지 뭐~!
정상에서 산성을 향한 내림길에
마주친 완성된 돌탑 1기와 미완성의 돌탑을 지나쳐
산성의 담장 아래로 이어진 등로를 따라 내려선 후
유순한 등로를 따라 오르락 내리락의 발걸음이
어느덧 문암봉을 넘겼다.
능선 내림길에선 조망이 참 좋다.
그림같은 풍경이 펼쳐진 조망을 보며 걷다보면
엄홍길 전시관을 앞두고 급경사의 내리막길을 한차레
거처야만 되는데 다 내려선 초입의 삼거리 이정목이 내 시선을 끈다.
전날 우린 바로 이곳에서 방향을 틀었어야 했던 곳이다.
이곳에서 엄홍길 전시관 주차장은 지척의 거리라 우린 곧바로
1박2일의 백패킹 여정을 끝낸후 집으로 향했다.
산에서 건강을......산찾사.이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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