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천상데미(깃대봉)~삿갓봉~선각산
산행일 : 2020년 5월04일(월)~05일(월)
누구랑 : 초록잎새랑 단둘이....
(산행지도)
(트랭글에 그려진 실제 동선)
마눌님이 5일날 가족 모임을 잡았다며
일찍 올 수 있슴 함께 가겠단 단서를 달았다.
이런 딘장~!
이번엔 좀 더 멀리 가고 싶었는뎅~!!!
할 수 없이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곳으로 정했다.
그러니 일찍 서둘일이야 없었지만 그냥 놀면 뭐하나 싶어
미리 박베낭을 꾸려 한갓진 곳에다 한손으로 베낭을 옮기려던 순간.
흐미~!
우측 허리가 뜨끔 했다.
다행히 불편함은 있어도 운신 하는덴 별 지장이 없다.
곧바로 약국에 달려가 구입한 한방 파스만 붙인채 오전 10시에
집을 출발한 우린 1시간 30분만에 데미샘 자연 휴양림에 도착했다.
코로나로 휴관중인 자연휴양림은 정적에 휩싸여 있다.
그곳 주차장에 이젠 나처럼 연식이 오래되어 골골대던 투산이를
잠재운 후 우린 휴양림을 뒤로 보내며 데미샘을 향한 발걸음을 시작했다.
다행히 허리는 불편하긴 하나 바싹 조여멘
박베낭의 벨트가 압박붕대의 효과가 있어 그런지
션찮기는 해도 잘 달래만 준다면 무난할것 같아 그나마 안심이 된다.
휴양림에서 시작된 등로는 부드러운
육산에 경사 또한 완만하여 불편한 몸이 걷기엔 아주 무난하다.
산행 시작 얼마후...
좌측에 휴양림을 끼고 이어지던 등로가 첫 이정목을 만나
우측으로 방향을 틀자 데미샘을 향한 본격적인 오름이 시작된다.
성큼 들어선 숲속은 연초록 향연이 펼쳐진다.
숲은 사방팔방 어디에 눈길을 줘도 이때가 젤 이쁘다.
진행방향 우측으론
섬진강 발원지인 데미샘에서 시작된 계곡의
물소리가 우렁차고 숲속엔 청아한 새소리의 지저김이 흥겹기만 한데
히유~!
그런것들이 아무리 좋다 한들 힘겨움은 어쩔 수 없다.
더구나...
도착하자 마자 바로 신호를 보내기 시작한
뱃속의 아우성을 이젠 도저히 외면할 수 없을 지경이 돼서야
우린 겨우 걸음을 멈춘 후 점심식사 대신 싸온 찐빵과 떡으로 허기를 속이기로 했다.
드디어 뱃속이 좀 든든해지자...
ㅋㅋㅋ
이젠 좀 살것 같다.
역시 난 촌놈 스타일로 배만 부르면 기운이 난다.
덕분에 그간 빌빌대던 난 곧바로 초록잎새를 추월해 먼저 데미샘에 도착했다.
섬진강 발원지 데미샘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아래와 같다.
데미샘엔 정자가 있어
한동안 휴식을 취하다 보니 어느새 땀이
식어 이내 서늘함이 느껴져 갈길을 재촉한 우리는
곧바로 만나게 된 하늘에 닿을듯 끝도 모를 길고 긴 원목계단을 올라야 했는데
그 계단길이 끝나고도 팔공산에서
이어진 능선을 만날때까진 좀 더 그 수고로움을 감수 해야만 했다.
드디어 올라선 능선 안부에선
오늘의 첫 목적지 천상데미는 아주 가까웠다.
힘은 들어도 조금 더 힘을 내기 시작하자
우린 곧 사방팔방 조망이 확보된 천상데미정에 올랐다.
올라선 천상데미정(깃대봉)의 조망은 황홀했다.
이곳에선 우리가 가야할 삿갓봉과 선각산은 물론 덕태산까지 한눈에 잡힌다.
문득 시선이 그곳의 능선에 머물자 90년대 초반 삼실 회원들을 인솔하여 한겨울에
점전폭포~선각산~삿갓봉~덕태산을 걸었던 추억들이 떠올려 진다.
그땐 참 다들 힘이 넘치던 좋은 시절였다.
선각산에서 시선을 반대로 돌리자
서구이재를 넘겨 우뚝 솟아 오른 팔공산이 확인 된다.
안테나를 이고 있어 어디서든 확인 할 수 있는 팔공산이 그러나 오늘은 선명치 못하다.
오늘은 날씨가 좋을거라 했는데 ?
하늘에 구름이 많이 낀걸 보면 그새 일기예보가 달라졌나 보다.
오늘은 시간이 참 많다.
일찍 도착하면 그러찮아도 밤이 긴데 지루할게 뻔하다.
하여~
우린 이곳 깃대봉 천상데미정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런 우리 부부를 위해 정자 주위엔 산새들이 수시로 날아들어 우릴 즐겁게 했다.
얘들은 사람을 그닥 무서워 하질 않는다.
먹이라도 주면 막 달려들 듯....
시간이 여유롭다고 어느때까지 있을 순 없어
우린 곧 행장을 꾸려 오계치로 향한 내림길에 들었다.
그런데....
앞서 걷던 초록잎새의 발걸음을 진달래가 붙잡았다.
햐~!
다른곳엔 이미 진달래는 지고 그자릴
철쭉이 대신하고 있는데 이곳의 진달래는 지금이 절정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주위의 수목들도 이제서야 새순을 티울 준비를 하고 있다.
역시 해발 1000m가 넘는곳은 달라도 이렇게 분명하고 확연하게 다르다.
처음엔 그것을 인지 못한 초록잎새가 그런다.
"여기 산불이 났었나 봐요~!"
어느덧 우리의 발걸음이 헐벗은 나무군락을 벗어나
해발 고도를 낮추자
연초록 새순으로 아름답게 치장한 오계치에 닿는다.
그곳 오계치에서 다시 한번 불끈 힘을 주자...
저걸 언제 가려나 싶었던 전망대에 올랐다.
사실 오후에 떠났다면 우린 이곳에서 한밤을 보내려 했다.
여긴 정말 좋은 야영지라 미련이 남긴 했지만 너무 이른 시각에 도착했고
더구나 낼 일찍 귀가를 하려면 좀 더 내려서기 쉬운곳이 아무래도
좋을것 같아 선택한 목적지가 선각산인데 그곳의 조망은 특히 인근에서 제일 좋다.
전망대에서 우린 간식과 함께 시원한 캔맥주
한캔씩을 비운 후 박베낭을 그곳에 둔채 삿갓봉을 다녀 오기로 했다.
별 특징이 없던 삿삿봉은 그저
거리를 늘리려 다녀온것 외엔 별 의미가 없다.
곧바로 되돌아 내려온 전망대에서 박베낭을 들처멘 우린
오늘의 목적지 선각산을 향한 발걸음을 시작 했는데....
능선 사변엔 얼레지꽃이 군락으로 피어 있다.
얼레지의 꽃말은 바람난 여인과 질투라고 한다.
그 얼레지꽃을 아주 잘 표현한게 아래의 싯구다.
얼레지꽃
-권 정희-
눈 녹은 산골짝이
군락 이룬 봄의 전령
향기로 제 빛깔로 봄길을 수놓는다.
수 년을 묻어온 사랑
보란 듯 품어 안고
가는 허리 등 굽힌 채 구름 헤는 얼레지꽃
치마 훌렁 걷어 올리고
볕 즐기는 봄날 한때
달빛에 젖은 눈물을
지워본다, 이순간
발걸음이 어느새 내일 휴양림으로
하산하게 될 1024봉의 사거리를 지나자 가파르게 고도를 높인다.
헥~!
헥~!
힘겨운 오름질...
갑자기 불편했던 허리가 심상치 않다.
그러자...
한없이 뒤 떨어지기 시작한 나를 향한 초록잎새의 눈가에 애처로움이 담겼다.
"자기야~!"
"그 베낭 바꿔서 메고 갈까 ?"
"뭐라고라 고라~?"
이궁~!
흐이구~!
겨우겨우 올랐다.
이젠 고생 끝 행복 시작....
팔공산이 마주 보이던
선각산의 데크엔 텐트 두동이면 족하다.
이날 이곳의 날씨는 흐렸으나 다행히 바람은 심하게 불지 않았다.
후딱 칠성급 호텔을 짓고 나자
그때부턴 남아도는 시간을 주체하기 힘들어
우린 커피를 끓여 벤취에 앉아 마시며 멍~을 때리는 한가로운 시간을 즐겼다.
이날...
평일날 누가 여길 올라오냐 싶었는데
그런 우리의 예상을 깨고 아버지와 아들이 박짐을 메고 올라 오셨다.
얼른 데크 한자릴 비워 다정한 이웃집을 맞아드린 얼마후
우리 부부는 달콤한 오수에 잠시 빠져 들었다.
그런데...
그런 우릴 깨운 핸폰이 울려 퍼졌다.
폰을 받아보니 데미샘 자연휴양림 인데 얼른 차량을 빼란다.
그러며 하는말....
선각산까지 우리의 관할이고 야영금지라 단속을 위해
안내려 오심 전직원이 퇴근도 못하고 출동해야 하니 협조 부탁한덴다.
헐~!
(트랭글에 그려진 선각산 내림길의 동선)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우야튼...
내려는 갈테니 다들 퇴근하시고
확인 하실분 한분만 남으시라 통화를 끝낸 우린 서둘러 박짐을 꾸렸다.
그 덕분에 오붓하게 정상에 남게된 부자지간인 백패커와 이별 후....
우린 자연 휴양림을 향해 황급히 내려섰다.
해 지기전 내려서야 하기에 서둘다 보니
흐이구~!
이젠 본격적으로 통증이 시작된 듯 허리의 고통이 몰려든다.
딘장간장 우라질~!!!!
겨우겨우 내려선 휴양림 입구....
사무실을 통과하며 살펴보니 웬일로 그곳 직원은 우리에게 전혀 관심이 없다.
순간 우리가 괜히 쫄아서 내려왔나란 후회가 급물쌀 처럼 몰려듬은 웬일 ?
ㅋㅋㅋ
그래도 불안감을 안은채 거기에 머문것 보단 훨~ 좋다.
더구나 고2짜리 아들에게 멋진 추억을 남겨주고 싶어 올라온
백패커에겐 큰 피해를 줄 수도 있는 상황였다.
아쉬움과 미련을 남긴채
떠나야 했던 데미샘 자연휴양림을 뒤로
어둠에 잠기기 시작한 도로를 타고 예전 임실 오봉산 정상에서
백패킹후 다음날 물안개길을 걸으며 봐 두었던 옥정호 전망대를 찾아 들었다.
도로옆 주차장에서 야영지는 아주 가깝다.
이층 구조의 전망데크는 떼박도 가능한 이곳은 완전 별세계와 같은 느낌이다.
서둘러 불고기를 데우고
국물이 시원한 오뎅탕을 끓여 싸온 도시락으로 저녁 식사를 끝낸 우린
모셔온 酒님을 섬기며 아늑한 이곳에서 한밤을 즐겼다.
그런 우릴 향해 솔가지 사이로 달빛이 은은하게
내리 비추던 옥정호엔 한밤중 내내 소쩍새와 부엉이가 서글피 울었다.
지난밤 참 아늑하게 잘 보냈다.
여긴 누가 찾아올리 없는 곳이라 더 좋았던것 같다.
여느때 처럼 항상 그랬듯이
둘이 오면 아침은 아주 간단하고 소박하게 커피와 과일로 대신했다.
그런후 깔끔한 뒷정리로 우린 귀향을 준비했다.
생전 처음...
좇기듯 내려와야 했던 선각산을 대신하여 찾아든
옥정호 물안개길 전망데크의 한밤이 우리에겐 한편의 잊지 못 할 추억거리가 될것 같다.
특히...
지난밤 그렇게 울어대던 소쩍새에 대한 기대가 자못 크다.
솥이 적다 그렇게 밤이 새도록 소쩍새는 그리도
서글피 울어 제켰으니 올 한해는 분명 한반도엔 풍년이 들게다
그러니 부디 올해는 코로나의 힘겨움을 이겨내고 풍요로운 한해가 되어
다들 행복했슴 하는 바람을 안은채 우리는 대전을 향하며 1박2일의 백패킹을 정리했다.
(동영상으로 보는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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