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청양.칠갑산
산행일 : 2020.3.24(화)~25(수)
누구랑 : 나홀로
어떻게 : 구기자 타운~325.4봉~자비정~칠갑산(야영)~장곡사 갈림길~휴양림~수변데크~구기자 타운
(1일차 5.54km + 2일차 8.76km 토탈 14.3km)
(산행지도)
(1일차 트랭글에 그려진 실제 동선)
코로나19로 모든 일이 엉클어져
버린 탓에 씰데없이 5일을 연속으로 놀게 되었다.
주말은 마눌님과 백패킹으로 보낸 후 다음날은 푹 쉬고 나니 또 어딜갈까 ?
ㅋㅋㅋ
이러니 백수가 과로사 하겠다는 말이 나오겠다.
산행지는 나라에서 사회적 거리를 제한 하라니 근교산행으로 정했다.
예전에 자주 가 본 칠갑산이다.
이번엔 이왕이면 안가본 코스로 가고싶어 지도를 놓고 잔머리를 굴린다.
칠갑산을 좀 길게 걸을려면 아무래도 자연휴양림을 원점휘귀로 하면 좋을것 같다.
다행히 지도를 살펴보니 널울계곡을 마주보고 있는 양편의 능선을 이용하면 가능할 것 같다.
등고선이 널널한걸 보면 산세가 완만하여 박짐을 메고 오르기엔 좋을듯...
점심 식사후 오후 1시30분을 넘어 출발했다.
대치터널을 빠저 나온 얼마후...
들머리로 정한 능선 가까이에 있는 구기자 타운의
주차장에서 산행을 준비후 널울 마을을 향한 도로로 나오자 마자
오우~!
뜻밖에 이정목이 칠갑산 정상을 가르킨다.
그런데...
길 초입이 공사로 어수선하다.
그곳엔 지금 막 등로를 정비하고 전망데크를 만들고 있는 중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지도엔 이 능선의 등로 표시가 없다.
그런데...
이정목은 물론 등로 상태가 기존의 정규 등로보다 훨~ 좋다.
산행한지 얼마 안돼 뒤돌아 보니
대치교와 구기자 타운이 내려다 보인다.
능선은 완만한 경사에 보드랍게
밟히는 육산인데 등로 양편엔 적송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이런길이 난 참 좋은데 무엇보다
오늘은 시간이 많아 갖은 해찰을 부려도 되겠다.
길은 외길이라 길 잃을 염려는 애초부터 붙들어 메셔도 좋다.
뿐만 아니라 아래의 사진에 보이는 국가지점 번호를 메겨놓은 기둥엔
지금까지 걸어온 거리와 가야 할 정상까지 거리를 표기 놓았는데 이 말뚝이
아주 촘촘하게 건식돼 있다.
어느덧 발걸음이 지형도상 325.4m를 넘기고 있다.
지금 내가 걷고 있는 능선은
대치터널로 향한 도로와 한동안 나란히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는데
얼마후엔 저 도로가 통과한 능선에서 이어진 기존의 한치재 등로와 만나게 될 예정이다.
이정목보다 더 친절한 국가지점 번호가 새겨진 말뚝을 따라 걷다보니
어느새 발걸음이 한치고개에서 올라온 능선과 만났다.
그런데....
이게 웬일~?
내가 올라온 능선은 입산통제 구간였다.
덕분에 난 본의 아니게 범법자가 되었다.
한치고개에서 이어진 등로는 거의 대로 수준인데
이길은 벚꽃이 피면 관광객들로 넘처나는 등로가 되시겠다.
그 등로엔 자미정이 자리하고 있다.
여기까지 왔다면 정상은 거의 다 온거다.
그러니 퍼질러 앉아 길게 휴식을 취해도 걱정없다.
자미정의 휴식은 없던 힘도 생긴다.
그러니 발걸음은 순식간에 정상을 앞둔다.
얼마만에 안 본건지 ?
예전과 달리 등로는 정상까지 계단을 설치했다.
모처럼 한차레 힘 한번 불끈주자 바로
정상인데 뜻밖에 정상엔 젊은 처자 둘과 중년의
남자 둘이 묵주를 돌리며 무슨 종교의식(?)을 취하고 있었다.
다소 이른 시간에 올랐으니 일단
베낭을 내려놓고 이리저리 정상을 배회하며 시간을 보냈다.
오후 5시30분을 넘기자 정상은 오로지 내 차지....
일단 베낭을 풀어 커피 먼저 끓였다.
그런후...
벤취에 앉아 한동안 힐링의 시간을 보낸 뒤
이젠 아무도 오지 않을 시간이란 믿음에
순식간에 칠성급 호텔을 짖고 주위를 깔끔하게 정리했다.
그런후..
이젠 정상을 서성이며 힐링의 시간들로 채운다.
정상에선 고요속에 이따금 씩
겁대가리 없이 내 곁을 찾아든 직박구리의 재롱을 보는 사이
어느덧 해넘이가 시작되고 있었다.
해넘이는 언제고 항상 가슴을 아릿하게 만든다.
내 인생도 저 석양처럼 그렇게 아름답게 마무리를 해야 할텐데...
해가 지자
땅거미가 밀려들며 추위가 찾아든다.
이럴땐 바로 속을 덥혀줘야...
마눌님이 준비해준 저녁식사는 소박하다.
라면에 만두 몇알...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담금주 마가목 두어잔.
얼마후...
속이 덥혀지고 酒님의 은총이 내리자
또다시 밀려든 그리움에 문득문득 떠 올려진 지인들께 폰을 했다.
요즘 제일 힘든 친구들이 여행업과 운송회사일것 같아 전화를 햇는데...
다행이다.
다들 씩씩하게 힘겨움을 당연하게 받아 들이며 견뎌내고 있었다.
(2일차 트랭글에 그려진 실제 동선)
다음날 아침....
산새들의 지저김에 눈을 뜨니 일출이 시작되고 있었다.
얼마후..
나는 따사로운 아기 햇살을 받으며 아침 식사로 커피 한잔과
찹쌀모찌,구운계란,과일로 간편식 식사를 끝냈다.
이젠 내려가야 할 시간.
정리를 하고 보니 먹는것만 줄여도 쓰레기는 이렇게 웅켜쥐면 한주먹도 안된다.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살아가며 쓰레기를 남기는건 인간이란 동물 뿐이다.
요즘엔 점점 더 백패커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그건 기본 마저 망각한 일부 백패커의 행위가 아닐까 ?
이젠 좀 더 쓰레기를 줄일 방법을 고민해 봐야 할것 같다.
이젠 정말 내려가야 한다.
또다시 코로나19로 아우성인 저 세상속으로....
떠나기 싫던 마음과 달리
이른 아침의 내 발걸음은 싱싱하다.
그런 걸음이 만난 조망처....
아흔 아홉골을 품고 있다는 칠갑산의 속살이 다 보일듯
아침의 여린 아기 햇살이 고루 퍼저 흐른 산하가 아름답게 펼쳐진다.
아이씨~!
그냥 여기 계속 머물순 없을까 ?
이길은 몇번을 걸었어도
이처럼 아름다웠나를 예전엔 진정 난 몰랐었다.
그건 젊어서 한때 그저 산이란 정복의 대상으로 여겨 속보 산행만 해댄 결과다.
적송군락이 왜 저리 이쁘며 나뭇가지는 왜 한쪽으로만 치우쳐 자랐는지
보면서도 느낄 수 없었던 지난 젊은 시절이 지나고 보니 멜짱 헛 껍데기였슴을....
나이 먹어 좋은일은 조금 더 무뎌지고
너그러워질 수 있으며 조금 더 기다릴 수 있는거라 했다.
예수님은 성서에서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365번이나 했다고 한다.
그러니 그건 하루도 걱정하지 말라는 말이다.
이 또한 지나리라...
이 길을 걸으며 난 정말 행복했다.
얼마나 아름답던지 ?
그러니 언제가 됐든 없는 시간이라도
내서 반드시 사랑하는 아내와 다시 한번 걸어 보련다.
이 소나무는 뿌리가 같다.
그럼 형제 ?
요건 서로를 부등켜 안고 있어 예사로 보이지 않았는데
ㅋㅋㅋ
등로옆 안내표지가 있어 보니 연인송라 써 있다.
어느덧 갈림길....
휴양림으로 향한 등로 역시 통제구간이다.
그런데...
통제 사유가 산불예방이면 경방기간만 해당인지 ?
휴식년제 같음 기간을 함께 적어 놓음 좋으련만...
어쩔 수 없이 나는 또 범법자의 길을 걷게 되었다.
이길 역시 좋았다.
오늘은 처음과 끝 모두 적송군락의 솔숲 오솔길이다
등로 여기저기 피어 올리기 시작한 진달래도 이쁘다.
어느새 돌탑이 세워진 봉오리를 넘기고
지형도상 395.9봉을 넘긴 이후
가파른 내림길이 안정을 찾은 안부 삼거리에서
이 능선을 끝까지 걸어보고 싶은 욕심에 난 잠시 망설였다.
어짜피 이길이든 저길이든 초행이고 처음이다.
그러니 처음 계획하여 밑줄을 그은 코스대로 휴양림으로 발길을 튼 얼마후...
휴양림 입구에 도착하자 그만 등로는 펜스의 철망에 막혔다.
그러나 막히면 돌아가면 그뿐이라
펜스를 넘어 우측의 계단을 타고 작은 무명봉을 돌아 나가자
등로는 휴양림 주차장으로 이어진다.
코로나19로 잠정 폐쇄 조치되어
적막감에 휩싸인 휴양림을 벗어나자
이번엔 호반을 끼고 이어진 아름다운 수변데크가 나를 맞아 주었다.
찬란한 봄빛이 내려앉은 수변데크길이 곧 끝나자
호수 건너편에 빤히 보이던 구기자 타운을 향해 호반옆 도로를 돌고 돌아
칠갑 전망대를 경유하여
콩밭 메는 아지메가 기다리고 있던
구기자 타운의 주차장에 무사히
안착함으로 나는 1박2일의 여정을 계획대로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동영상으로 보는 칠갑산)
다녀가신 흔적은 공감 하트로 대신해 주세요........(산찾사.이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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