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으로 보는 산행)



  (트랭글에 그려진 실제 동선)



오랫만에 산장 나눔터 산행에 함께했다.

산행지는 진안의 산제봉~더기봉~선봉이다.

나에겐 미답지라 항상 꼬나보던 산행지다.

그런데...

산행 들머리가 되는 산제마을 회관에 이르자

오늘 산행을 주관한 대장이 더 짧은 산행을 하겠다며 통과 시켜 버렸다.

헐~!

공지에 올린 코스 변경은

영업 산악회가 아닌 친목 산악회라도 양해를 구하는게 예의다.

솔직히 공지에 올라있는 코스 그대로 걷고 싶던 난 왈칵 서운함이 드나

나만 그런 생각을 갖고 있어 다수를 위해 그냥 기분좋게 넘어 가기로 했다.




얼마후...

우리팀은 미니 버스가 더 이상 들어갈 수 없을때까지

차량으로 이동후 대불리의 삼거까지 이어지는 임도를 따라 걸어가다

진행방향 우측의 희미한 등로를 찾아 본격적인 산행에 나섰는데...




초반부터 완전 네발로 기여 올라야 하는 험로다.

암릉 또한 푸석돌이라 낙석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조심스럽다.

역시나...

예상대로 여성회원들이 암릉을 타고 오르느랴 진땀을 빼고 있다.

딘장~!

등로가 이런곳인줄 알았다면 슬링줄이라도 가져올걸....

그것보다 낙석사고의 트라우마가 있는 초록잎새가 걱정이다.

아니나 다를까 ?

다들 올려 보내고 나와 마눌님만 맨 후미에 남았는데

내가 먼저 선등을 하는 사이 초록잎새가 굴러 떨어졌다.

이미 허벅지며 종아리는 보나마나 암릉에 긁혀 상처 투성이가 돼 있을거다.

그래도 털고 일어나 암릉에 다시 붙던 마눌님...

마지막 한구간을 남기고 암릉에 메달린채 오도가도 못하고 있다.

급하게 내려가 손을 뻗어 보는데 미처 닿지 못한다.

이때 운영자며 산행대장인 그양반이 처다보며 하는말이

자기 베낭 보조 주머니에 슬링줄이 있다며 꺼내 쓰라며 등을 내민다.

순간 마음이 급해 그런지 자크가 제대로 열리지 않는다.

마눌님은 한시가 급하며 언제까지 버텨줄지 불안한 상황이다.

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베낭을 벗어 얼른 꺼내라 소리치자 그제사 베낭을 벗는다.

흐이구~!

우야튼 위기는 넘겼고 평온이 찾아들며

산행은 계속 할 수 있었지만 난 완전 기분 잡쳤다.

그날따라 산제당을 들머리로 산행할거란 생각에

난 마눌님의 등산화를 챙겨주지 못했고  마눌님은 릿지화를 두고

육산에 편안한 등산화를 택한게 화근이 됐다.

그러나....

그것에 내가 화가 난건 아니다.

앞서 선등하던 여성 산우들과 산행능력이 떨어진 신입회원들이

겁을 먹은채 힘들게 암벽을 오르던 모습을 뻔히 지켜만 보던 그 양반이 괴씸했다.

차라리 보조 자일을 가저온걸 몰랐다면 더 좋았을걸~!!!

이런 양반이 산행대장이고 운영자란 실망감에 화가 났다.


산장나눔터는 내가 카페를 개설하여 간판을 올려 회원들을 영입했다.

세월따라 운영자와 대장들이 생겨나며 구색을 갖추자

언제부턴가 ?

나에 대한 불만들이 운영자에게서 나오기 시작했다.

산행지를 선정할때 마다 들려온 뒷담화....

난 미련없이 잘난 그들에게 모든 권한을 내려 놓고 평회원으로 내려왔다.

솔직히 편안했다.

친목산악회의 운영자는 허울좋은 명예뿐인 봉사직이다.

잘하면 본전이고 못하면 욕만 얻어먹는 자리라 지금도 후련하다.

그러나...

그 어느 산악회보다 산장에 대한 애착은 강하다.

따라서...

산악회 운영을 잘 해주길 누구보다 원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히유~!!!

우야튼 나보다 낳은 사람들이니 잘 되겠지 ?





한고비를 올라선후...

우리가 방금 올라선 임도를 내려보며 울화를 달랜다.

아래 사진에서 좌측 능선이 산제봉이다.

사실 임도로 걸어 올라오나 초반부터 능선을 타나 거리는 별거 아니다.




초반에만 까딸스럽던 등로가

이젠 맘놓고 걸을 수 있어 한결 마음이 놓이자

비로소 우리가 걸어야 할 선봉을 향한 멋진 능선에 눈길이 간다.




기존 능선에 가까워질쯤....

뒤를 돌아보자 밋밋한 젖가슴처럼 봉긋한 산제봉이 보였다.

못가본 곳이라 그런가 ?

미련이 남은 눈길을 거두고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 난




산제봉과 연결된 능선에 함류후

오늘의 하일라이트가 될 투석봉 능선을 향했다.




역시...

최고의 조망처다.

다행히 초록잎새는 안정을 되찾고 룰루랄라~

산행을 즐기고 있다.

참~!

성격 좋은 내 여자다.

ㅋㅋㅋ




반면에 난 ?

천성이 그래 그런지 알면서도 못 고친다.

그냥 넘어가면 될 일인데 순간 푸르르 화를 낸다.

아직 마음을 다스리지 못해 불편한 나에게 이번엔 산행을

계획하여 진행하던 대장나에게 저게 무슨산 무슨봉이라며 설명중이다.

ㅋㅋㅋ

평소같음 어이구 대장님 말씀이 다 맞네요 라며

맞장구를 쳐 주었을텐데 이미 마음이 상할대로 상했던 난

아예 대꾸조차 안햇다.

이미 그산 그봉오리들을 예전에 다

섭렵했던 나에게 또다시 일깨워 주는 그를 고마워 해야 하건만...

하아~!

그래서 난 완전 하수다.

내마음을 들키지 말아야 하는데 얼굴에 못 마땅하다 쓰여있다.

내가 왜 이럴까 ?

C바~!




차마 걷기 아까울 정도의

아름다운 능선은 그러나 짧게 지나갔다.

그보다 더 서운한건 오늘따라 히뿌연 개스에 조망도 별로다.




암봉의 능선을 내려선

산우들이 울창한 숲속으로 빨려 들어간 얼마후....







585.6봉을 앞둔 안부에서 선두권이 서성댄다.

후미를 기다렸나 ?

내려가 보니

와우~!!!

오장육부까지 시원한 바람이 불어 제킨다.

잠시후...

후미를 위해 방을 빼준 산우들 덕분에

우린 땀을 식히며 더위에 지친 몸을 회복 시켰다.





그리고 올라선 585.6봉...

이곳을 누군 더기봉이라 하는데

실제 더기봉은 우리가 처음 산제봉에서 이여온 능선과

함류한 곳에서 조금 떨어진 성치지맥 능선상에 있는 597m 봉오리다.




585.6봉을 내려선 후

또다시 솔숲의 오솔길을 걸어





돌탑봉을 넘긴후...




멋진 암릉길을 잠시 내준 등로가




고도를 올리기 시작했는데 바로 눈앞의 

봉오리를 향한 등로는 좌측으로 휘돌아 올라간다.

그 봉오리의 끝 정점이 오늘의 목적지 선봉이다.

선봉엔 빗돌은 없고 준희님이 아크릴판에 세긴 간판이 정상비를 대신한다. 





선봉 내림길....

진행방향 우측으로 무릉리 마을이 보이고




우리가 마지막으로 넘어야 할 무명봉이 보였다.

공지에 올라와 있던 코스는 무릉봉을 넘겨야 하는데

오늘은 처음과 마지막을 짤라 먹은 단축 코스로 진행할 거라 했으니

저 봉오리에서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 주천면 용덕리 산재에서

대불리 삼거로 넘어가는 임도를 찾아야 할거다.




그곳 임도를 찾아가는길...

초입의 등로는 확연하고 아주 좋았다.

그러나....

명덕봉을 향한 직진길을 버리고 우측의

널널한 임도수준의 길을 택해 걷던 선두권이




얼마후 되돌아 오고 있다.

아주 잠깐의 알바....

숲 그늘에 가린 등로를 놓친 거다.




이후...

이건 길도 아니다.

산죽과 잡목에 뭍힌 등로는 한동안 우릴 괴롭혔다.




그러다 무사히 안착한 임돗길...

오우~!

따로 이길을 걸어도 좋을만큼 아주 좋다.




드디어 도착한 대불리 삼거에서




계곡을 건너가면




운일암 반일암에서 무릉리로 넘어가는 아스팔트 도로를 만난다.

무릉 소공원은 그곳에서 지척의 거리며 우리의 종착지가 되시겠다.




드디어 도착한 우리의 아지트....

운영진 일부와 회원이 남아 우리가 도착할 동안 각종 약재를 넣은 닭백숙을 끓였다.

저 많은 닭들은 달기봉님이 협찬 하셨다.




얼마후 부대재료로 쓸 먹거리 준비하여




우리는 푸짐한 뒷풀이를

시작했는데 이건 매년 여름이면 하는 행사다.




그런데...

우리가 도착 했을때 반가운 만남이 있었다.

전날 단산에서 백패킹후 이곳을 찾아온 백사님 부부다.

그들은 맛좋은 복숭아 한상자를 들고 우릴 기다리고 계셨다.

얼마나 반갑던지~!!!




여름 산행엔 회원님들의

협찬으로 푸짐한 뒷풀이를 하게 되는데

요놈의 고랑주와 냄새는 지독하나 그 맛만은 절대로

잊을 수 없는 홍탁을 매년 협찬한 처음부터님을 시작으로

에게해님이 각종 酒님을 모셔온거에 시원한 맥주를 한송이님이 보탰다.

그외 여러 회원들의 소소한 협찬이 산장식구들의 배를 불려주며

화기애애한 자리를 만들었다.









실컨 먹고 마시는 동안 서로간 서운함은 잊고 털어내며 

정 나눔터란 의미를 살려낸 뒷풀이를 끝내며 그렇게 또 하루를 정리하려 한다. 




언제부턴가 ?

각종 구급약과 카리비나에 보조 자일을

필수로 챙겨 다니던 베낭이 텅~ 빈채로 다니기 시작한게...

나태해진 나를 되돌아 보게 만든 하루다.

누구나 완벽할 순 없기에 비난보다 내 자신 먼저 

돌아봐야 하겠단 생각으로 내겐 참으로 많은 생각들이 교차한 기나긴 하루다.

우리부부에겐 참혹한 기억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아직 남아 있기에

다소 과민한 반응이 있었슴을 이해 바라며....

 

산에서 건강을..........(산찾사.이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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