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구미 경운산
산행일 : 2019년 7월31일 수요일
누구랑 : 초록잎새랑...
어떻게 : 경운대~경운정~경운산 문수봉~모노레일 전망대~의우총~경운대
(산행지도)
(트랭글에 그려진 실제 동선)
장마가 끝나자 폭염이 몰려든다.
이런날 집에만 있으면 짜증만 더한다.
올핸 계획된 가족들과의 휴가를 맞추려 연가를
냈더니 10여일을 쉬게되어 이젠 갖은게 시간뿐이다.
예전과 달리 요즘엔 시간이 여유롭다.
실컨 놀게 생겼으니 좋겠다고라 ?
물론 좋다.
그러나 그건 경제적 여유로움이 전제돼야 한다.
시간은 남아도는데 봉급은 반토막으로 쫄아 들었다면
자칫 여유로운 시간은 고문이 될게 뻔하다.
퇴직금을 정산후 정원외 별도로 운영하는
지원 기관사의 업무를 맡고 있는 내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래 그런가 ?
6개월 나보다 빠른 동료가 그런다.
이젠 자가용을 이용해 어디 가는것도 두려운 현실이 됐단다.
꼬렉~?
그럼 현실에 적응해야지 모~!
그래서 우리 부부는 열차를 이용하기로 했다.
마눌님과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ITX 열차로 구미에 도착후 역전앞 버스 정류장에서
30여분을 기다린끝에 도착한 196번 좌석버스를 타고 또다시
한시간여를 달려간 경운대학 정문에서 버스에 내려서자
흐이구~!
마치 바늘로 찔러대듯 강렬한 태양이 우릴 맞아 준다.
순간....
산행이고 뭐고 다 때려치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그러나 어쩌랴~!!
후끈한 지열과 따거운 태양빛에 질린 우린
우선 그늘을 찾아들어 지형도를 들여다 본 후
마지못한 걸음을 옮겨 산행 들머리를 찾아 들었다.
경운산 초입...
길옆의 등산 안내도가 무성하게 자란 잡목에 가려있다.
손으로 잡목을 헤치고 안내도를 들여다 보며 전체적인 산행 윤곽을 확인 후
성큼 숲속에 발을 들여 놓자.
오우~!!!
시멘트길과는 확연한 기온차를 느낄 수 있다.
이것이 찌는듯한 삼복 더위에도 산행을 나설 수 있는 이유다.
등로는초반부터 실크로드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좋다.
완만한 경사에 부드러운 흙길....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에 든건 처음부터 끝까지 솔숲 우거진 오솔길이다.
걷는 중간중간 편의시설은 물론 이정목도 훌륭하다.
그렇게 걷다 얼마안돼 만난 휴식터....
경운정이다.
대게 정자가 있는곳엔 조망이 좋은법인데
이곳 경운정은 그저 길 떠난 나그네가 쉬었다 가라 만든거라 보면 된다.
경운정이후...
빨리 걷는게 아까울 지경의
아름다운 오솔길이 내내 이어지고 있다.
쫑알~쫑알~
초록잎새의 수다가 아름다운 오솔길에 깔린다.
참 착한 여인이다.
지금 생각해도 난 처복이 많은 놈이다.
예전...
적성에 맞지 않던 공업학교 3학년때 현장실습으로
사실적 취업이 된 나에게 아버지는 하숙집을 잡아 주시며
하숙비로 삼만원을 주셨던게 내겐 부모한테 물려받은 유일한 유산이 됐다.
84년 공무원 시절 3호봉 본봉이 14만4천원였다.
각종 수당을 포함해 16만원 정도가 실수령인 그때 난 아내와 만나 연애를 했다.
그때 재형저축으로 14만원을 들었던 난 가진게 없던 가난한
청년인데 반하여 마눌님은 주산,부기학원 강사로 나보다 더 여유있는 아가씨였다.
당연 연애할때 내가 사줄 수 있었던건 쫄면과 만두 아니면 냉면.
ㅋㅋㅋ
그당시 대전의 신도분식은 그래서 내 단골였다.
솔직히 시골 촌구석 촌놈이라 그때까지 양식은 구경도 못해본
나였는데 마눌님이 연애시절에 돈까스란걸 사 줘 처음 먹어봤으니 말 다한거다.
그러니 신혼시절부터 우린 가난한 부부일 수 밖에 없었다.
그당시엔 최고의 호화로운 취미가 다들 테니스 였다.
그야말로 브루주아 계급의 취미였는데 꿈도 꿀 수 없었던
프로레타리아 출신 계급의 우린 그래서 그때부터 산을 찾았었다.
산을 찾았던건 단 한가지 이유였다.
철도직원인 신분을 이용한 무료승차로 전국을
다닐 수 있기 때문인데 그때 숱하게 찾아든 곳 중 하나가 바로 이곳 구미다.
산은 그때부터 필연적으로 우리에게 다가온 취미였고
다행히 마눌님은 잘 따라와 줬다.
뿐만인가 ?
나중엔 취미란 부부가 함께 해야 된다 억지를 부려
싫어하는 마라톤에 입문시켜 100키로 울트라 마라톤까지 시켰으니...
ㅋㅋㅋ
다행스럽게 산은 우리와 아주 잘 맞았다.
괴롭거나 슬플땐 위로가 되어주고 마음을 달래 주었으며
좋은 사람들과 많은 인연을 맺게 해 줌으로
비록 물질적으론 없이는 살았어도 삶은 항상 풍요로웠다.
그시절을 회상하며
그때처럼 열차를 이용하고 버스를 타고 찾아든 경운산은
마치 내고향 뒷동산을 거닐고 있는듯 착각마저 일게 하는건 밋밋한
능선에 솔가지 무성한 오솔길의 별 특징이 없는 야산이라 그런건 아닌지 ?
그래 그런지 우린 이곳이 참 마음에 든다.
앞으론...
좀 불편하고 귀찮더라도
지원 기관사로 있는 동안엔 예전 신혼때 처럼
내 처지와 현실에 맞춰 교통편은 이렇게 열차를 이용해야 겠다.
얼마후...
무심히 걷던 발걸음이 문득 솔숲을 벗어났다.
순간 쏟아지는 햇살에 온몸이 후끈 달아 오른다.
그러다 무심히 올려다 본 하늘에 나는 또 내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푸르디 푸르고 맑은 하늘.
이쁘다.
저런 하늘빛을 어디서 봤지 ?
그래~!
난생처음 동티벳이란 곳을 찾았을때 보았던 하늘이다.
그곳은 낮게 깔린 구름들이 고산준령을 넘지 못할 만큼 척박한 땅였다.
내 영혼을 깊이 파고들던 그 곳 장족의 삶을 보면서
그간 욕심의 그물에 갖혀 살아오던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되었던 곳...
나는 그곳으로의 여행을 올 시월에 다시 한번 가려 한다.
일상에 매몰되어 가는 삶을 살아가는 직장인.
점점 왜소해져 가는 자신을 삶을 되돌아 보고 싶거나
소주 한잔에도 옹졸해지는 분 있슴 다녀 오시길.
아님 연락주심 함께 갈 수도...(ㅋㅋㅋ)
어느새...
이런저런 정담을 나누며 걷다보니 정상이다.
경운산에 정상비는 없다.
다만 정상임을 알리는 표식은 있어 증명사진을 남겼다.
정상에선 시내가 아주 잘 내려다 보였다.
그곳을 향해 마눌님이 하트를 날린다.
누굴 사랑한다고 ?
초록잎새는 세상 모두를 품에 안아줄 기세다.
따가운 햇살이 사정없이 내리쬐는
정상을 피해 급하게 숨어든 우릴 숲속은 얼마못가 우릴 또 붙잡았다.
바로 임부암 전망대다.
아래의 사진이 전망대에서 바라본 임부암이고
아래의 사진이 그곳의 전설을 적어놓은 안내문이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의 구라같은 전설이다.
사실 우린 전망대에선 임부암 보다
저멀리 구미 시가지에 눈길이 더 오래 간다.
임부암 뒤로 이어진 능선길이
334봉을 앞두고 좌측으로 휘돌아 나가다
능선을 싹뚝 잘라먹은 시멘트 도로을 횡단한다.
그렇게 이어진 등로는
한차레 생태숲을 향한 갈림길을 지나며
간간히 솔숲 사이로 구미 시가지 내려 보이던
솔숲 오솔길은 생태숲에서 올라오던 모노레일과 만났다.
등로는 아주 잠시동안 모노레일과 나란히 함께 한다.
그 모노레일의 정점엔 전망대가 있다.
관광객들은 모노레일을 타고 이곳까지 올라와
저곳 전망데크에서 잠시 쉬며 조망을
즐기다 내려 간다며 이곳에 상주하던 휴양림 직원이 알려준다.
그 직원은 그러며 이렇게 더운날 우찌 올라 오셨나며 놀라워 하신다.
우린 이곳 전망 데크에 앉아 좀 늦은 점심식사를 했다.
날이 더워 그런지 나나 마눌님이나 입맛을 잃어 찬물에 밥을 말아 훌훌 털어넣고
하산길에 든 우린...
역시나...
처음과 끝이 변치않던 아름다운 송림의 숲속길을 걸어내려
경원대의 생활관으로 짐작되는 건물에 도착한 다음
구미역으로 나가는 버스 승강장에 도착했는데
그 승강장 옆으로 의우총이란 팻말이 있어 들려 보았다.
찾아가 본 의우총의 사연은 아래와 같다.
요즘 개,돼지만도 못한 토착 왜구들은 아래의 글을 보면 뭘 좀 느끼실련지 ?
구미로 향한 196번 버스가 드물다.
또다시 30여분 기다려야 하기엔 경원대앞 편의점에 들어가
달콤한 아이스 크림으로 산행의 피로를 달래며 우린 지루함을 달랬다.
드디어 지루한 기다림 끝에
올라탄 좌석버스로 구미역에 도착하자
다행히 상행편 열차가 곧바로 접속되어
비록 입석이긴 하나 편안하고 빠른 귀향을 했다.
(동영상으로 보는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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