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아산.고용산

산행일 : 2019년 6월26일 수요일

누구랑 : 초록잎새랑 단둘이

어떻게 : 아래지도의 청색실선


  (산행지도)



요 며칠 정신이 사나웠다.

사는게 뭔지 ?

남들이 보기엔 걱정하나 없을것 같아도

들여다 보면 속 끓이는 일 하나쯤은 다들 갖고 사는것 같다.

우리라고 다를게 없다.

다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뿐...

나만 그럴까 ?

매번 그렇지만 부모님 몸이 편찮고

사는 형편 구차한건 마음만 쓰일뿐이다.

그런데 자식은 다르다.

차라리 내가 아픈게 낳고 당장 내가 굶어

죽을 지언정 그게 독이 될지라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다.

불교에서 말한 부모의 삶이 내 전생이고

자식의 삶이 내 후생의 삶이란 말은 그래서 딱 맞는 말씀이다.

요즘엔 좋은 대학 나와도 일자리 얻기가 하늘에

별따기인 현실이 젊은 청년들에겐 전쟁터나 다름없다.

얼마전 나의 지인은 딸이 최고의 명문 S대를 수석 졸업 했어도

2년인가를 백수로 지내야 했는데 별볼일 없는 스펙임에도

취직을 했다 자랑질을 한 무개념의 정치인을 향해 분노의 글을 SNS에 올린걸 봣다.

그런데 어쩌랴~!

세상을 바꾸려면 정치가 맑아야 하는데

저런 쓰레기를 지지하는 민초들이 아직도 수두룩하니 말이다.

그건 그렇고....

현실이 그래 그런지 사는게 힘들고 구차하단 생각이 자꾸든다.

그래 그런가 ?

요즘엔 웬지 무자식이 상팔자란 생각이 자꾸만....


이궁~!!!


정신이 사나울땐 몸이 고달픈게 훨 낳다.

아침일찍 그래서 우린 집을 나섰다.

몸이 불편한 장모님을 위해선 미리 점심상과 간식을 차려 놓았다.

그래도 역시나 홀로 계실 장모님을 생각하면 우리 부부는 마음이 불편하다.

몇번이나 뒤돌아 보는 우릴 향해 장모님은 괜찮으니 얼른 다녀오라 내친다.





장맛비가 예보된 날씨다.

그래서 후딱 다녀올 수 있는 산행지로 아산의 작은야산인 고용산을 택했다.

한시간 반쯤 걸려 도착한 고용사 사찰의 입구 공터에서 우린 산행을 준비한다.

살며시 발을 들여놓은 고용사 사찰은 아담하니 이쁘다.

우리 부부는 그곳 대웅전 앞뜰에 모셔놓은 부처님을 향해 삼배를 올렸다.

자식 잘되길 비는 마음이야 왜 없겠냐 마는 솔직히 그건 과한 욕심이다.

우리가 언제부터 부처님을 믿었다고 뻔뻔하게 시리....

그간 숱하게 다닌 명산마다 사찰이 있었으나 우린 개무시하고 지나쳤던 인간이다.

그러고 보면 인간이란 동물은 참 간사하다.

뭔일 있어야 이리 간절해 지니 말이다.

하여...

우린 그저 무심한 마음으로 삼배를 올렸을 뿐인데도 마음이 차분해 진다. 




고용사를 뒤로 얕으막한 야산을 향해 발을 들여놓고




우린 한동안 오름질에 열중했다.




걸음한지 얼마안돼 돌탑봉을 지나고




조금 더 올라서자

진행방향 우측으로 조망이 터진다.

아래의 사진에서 보이는 저 앞산은 영인산이다.

저곳을 바라본 순간 아련하게 떠올려진 산우님들이 문득 그립다.

온라인상에서 만나 인연이 된 보원님과 코코님을 비롯한 산우들과

예전 우리 부부는 저곳 영인산 휴양림에서 하룻밤을 지샌 추억이 있다. 

다음날엔 이곳이 나의 나와바리라며 우릴 몽땅 데리고 아산 시내 한식당에서

푸짐하게 점심을 대접했던 탱크님이 특히 생각난다.

미소가 참 아름답던 탱크(백의호)님은 아직도 그곳에서 사시는지 ?




영인산에서 시선을 거둬 좀 더 가까이

아래를 내려다 보면 좀 전 우리가 그 호반을 끼고 달렸던

성내 저수지고 그 뒤편에 병풍처럼 둘러친 능선이 금산을 향한 능선이다.




작은 야산에 불과한 고용산이 의외로 옹골차다.

등로를 걷는맛도 쏠쏠하지만 그보단 조망이 참으로 시원하다.

좀전의 조망처를 뒤로 정상을 향해 걷다보면 금줄을 처진 낭떨어지가 있어

조심스레 다가서니 그 아랜 예전 채석장 였나 보다.

그곳에서 보는 조망이 참으로 장쾌하다.

오늘 날씨가 흐려 그렇지 그곳에선 아산 방조제가 뚜렷하게 보이며

아산호반 너머로 마안산에서 고등산으로 길게 누운 산줄기가 가깝게 조망된다.  

 



바닷가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그곳에서 우린 하염없이 아산 방조제를 바라보며 시름을 달랬다.




얼마후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 우린






태극기가 휘날리는 정상에 올랐다.

정상의 풍광은 360도 거침없는 조망권이다.

한마디로 감동이다.

그러니 고용산 정상은 날만 좋다면 최고의 조망권이 확보된 전망대다.

초록잎새가 언제고 우리 다시 한번 오잖다.

그땐 노숙자 컨셉으로....








오봉사에서 정상까진 1키로 조금 넘는 거리라 정말 가깝다.

올라설땐 빗방울이 비쳐 곧 쏟아질듯 하던 비가 그친다.
비가 쏟아지면 그냥 내려가려 했는데 다행이다.

우린 최대한 거리를 늘린 고용산 탐방에 나섰다.




정상을 넘겨 능선을 따라 내려가 보기로 한 우린





이정목이 가르킨 신봉2리로 방향을 잡아




몇 발자욱 옮겨놓자

오랜 세월에 씻기고 깍여 이젠 희미한 흔적만 남은 마애불을 만났다.

초록잎새...

마애불을 향해 삼배를 올린다.

그 모습이 웬지 오늘따라 몹시 애처롭다.




이젠 어디로 갈까 ? 

가저온 지도를 꺼내 살펴보니

오우~!

고용산엔 사찰이 4개나 있었다.

길게 산행을 이어 가려면 백련사 반대편 용화사가 좋을것 같다.

일부러 그런건 아닌데 자연스레 오늘 산행 컨셉은 고용산 사찰 순례가 된다.




용화사까지 내림길은 우거진 숲속이라 참 좋다.

한참을 걸어내려 산 끝자락에 이르자 용화사란 절이 있었다.

그절 앞마당 안내문엔 미륵불이 덤불 속에서 발견 되었다 적혀있다.






얼마후...

우린 왔던길 그대로 다시 정상을 향했다.

그러다 내려갈땐 못 보고 올라갈때 발견한 글귀가 내 발목을 잡는다.

꿈~!

그래..

허황된 꿈만 아니라면 꿈이야 다 좋지 뭐~!




어느덧 능선에 안착한 우리....

저곳만 다시 오르면 고용산 정상이다.




고용산 정상을 향한 오름길은 죄다 암릉...

당연 조망이 좋다.






다시 돌아온 고용산 정상...

이른 시각이나 언제 비가 쏟아질지 몰라 우린 그냥 도시락을 펼쳤다.

반찬은 그냥 쌈채 한가지....

정신이 허하면 밥맛도 없는데 육체가 허하면 입맛은 산다.

덕분에 달콤하게 잘 드셨다.




식사후...

이번엔 사찰 순례답게 용수사를 향한다.

이정목엔 그곳을 향한 내림길이 성내리로 돼 있다.





내림길이 제법 가파르고 까딸스럽다.

성내리 가는길 답다.

그러나 우린 결코 성내지 않고 웃으며 내렸다.




가파른 내림길이 안정을 찾자

아주 부드러운 육산의 등로가 세갈레로 나뉜다.

당연 우린 용수사로 Go~!






또다시 산을 다 내려선 끝자락에 이르자

아담한 사찰이 반긴다.

용수사 앞마당에서 우린 삼배를 올린 후 다시 고용산을 향해 올라서다




내려선 방향과 반대 방향의 등로를 따라 올랐다.




정상을 향한 길은 짧아도 가파르다.

한동안 오름질에 땀방울을 쏟고 나자

고용사에서 정상을 향하던 능선길과 만났다.






용수사에서 올라선 능선에서

처음 산행을 시작한 고용사가 지척의 거리다.

고용산은 비록 작지만 옹골지며 무엇보다 조망이 좋아 맘에 든다.

다음엔 이번에 못가본 백련사를 포함한 4곳 사찰을 두루 둘러보는

사찰순례 완성을 위해 반드시 와야겠단 생각이 든다.

그땐 물론 박산행으로....




산행을 끝내고 대전을 향한길...

고맙게도 끝까지 잘 참아준 빗줄기가 세차게 내린다.

이제 막 시작된 장맛비에 모든 시름이 다 씻겨 내려가길 기원하며

오늘 하루도 그렇게 끝을 맺는다.........산에서 건강을 (산찾사.이용호)


(동영상으로 보는 고용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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