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신지도 상산

산행일 : 2018년 3월24일(토)~25일(일)  1박2일

누구랑 : 산산님.산들님.뫼오름님.포터님.달기봉님. 산찾사와 초록잎새

어떻게 : 신지대교 휴게소~물하태~등대 사거리~전망대~등대사거리~뾰족산 산동정

            삼거리에서 우측길~청해사(영주암)~상산 정상에서 1박

 

 

   (1일차 명사갯길 1코스 개념도)

 

 

작년 11월 약산도 삼문산에서 야영을 할때 산산님이 그러셨다.

"산찾사~!"

"내년 봄에 우리 저길 가자"

그래서 계획된 1박2일의 여정을 우리는 시작했다.

그때 삼문산 정상에서 바라보던 장보고 대교가 개통되어

우린 좀 더 빠른 도착을 할 수 있었는데 그 대교를 건널때 보이던 산이

바로 우리가 오늘밤 머물게 될 신지도의 상산이다.

 

 

 

장보교 대교를 건넌 얼마후

청해사 못밑처 팔각정자가 있는 주차장에 도착한 우린

민생고를 해결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곳 주차장 위엔 잔디를 대신하여

시멘트로 도배를 한 인동장씨 문중묘가  특이하다.

 

 

 

오늘 점심 담당은 초록잎새인데

쉽고 빠르게 해결 할 수 있는 떡국을 끓여낸다.

국물을 진하게 우려낸 사골 국물에 만두까지 들어간 떡국이 맛있다.

더불어 밑반찬으로 산들님이 내놓은 홍어무침은 감칠맛이 있다.

덕분에 다들 든든하게 식사를 끝냈다.  

 

 

 

오늘은 박베낭의 부담에서 해방된 진행이다.

산우들의 박베낭을 모두 내 차량에 두고 달기봉님의

차량으로 신지대교 휴게소로 이동을 한 우린 휴게소 뒷편의

원목계단을 오르며 명사갯길 1코스를 시작했다.

 

 

 

휴게소 뒷편의 계단을 올라선 순간

와우~!

넓직한 원목데크가 우릴 반긴다.

 

 

 

그런데...

불청객 미세먼지가 심해도 이건 너~무 심하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기상청 관측이래 오늘이 제일 심했단다.

바다건너 아주 가까이 완도읍 동망봉의 완도타워가 희미할 정도라면 말 다했다.

 

 

 

디카로 건너편 완도항을 땡겨봐도 역시 희미하다.

많은 기대를 품고 먼길을 달려온 산우들의 실망이 크다.

그러나 어쩌랴~!!!!

 

 

 

얼마후...

조망데크를 내려서자

비로소 본격적인 명사갯길 1코스가 시작된다.

 

 

 

등로엔 해안가를 따라 길게 데크길을 설치했다.

지역마다 둘레길 열풍이 불면서 생겨난게 이런 데크길 천지다.

그런데...

내 개인적인 생각엔 굳이

이렇게 까지 할 필요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옛부터 바닷가 주민들이 갯벌로 일하러 드나들고 이웃집 마실을 다니던

그길은 섬사람들의 희노애락이 물씬 배어있는 조붓한 오솔길임이 분명하다.

우린 그렇게 삶의 애환이 담긴 길을 걷고 싶다.

꾸미지 않은 태초의 그런길을...

 

 

 

얼마쯤 걷다가 되돌아 보니

완도시내 뒤로 상황봉이 희미한 실루엣으로 선을 긋고 있다.

청명한 날였다면 심봉,상황봉.백운봉,업진봉,숙승봉이 또렷했을 거다.

그래서 더 더욱 미세먼지가 몹시 얄밉다.

 

 

 

역시...

남쪽은 남쪽이다.

벌써 진달래가 절정이다.

봄날엔 역시 춘심이 발동하나 보다.

산들님이 진달래를 보시더니 흥에 겨워 말이 많아 지셨다.

산산님이 그러신다.

"울 마눌이 저럴땐 은근 귀여워~!"

사실 내가 봐도 지금 산들 형수님은 낭낭 18세 소녀다.

ㅋㅋㅋ

 

 

 

숲속길을 잠시 벗어나자

희뿌연한 날씨지만 빼어난 풍광을 다 감출 순 없었나 보다.

선등하던 여인들이 나를 기다리다 손짓한다.

완도항과 완도읍을 배경으로 두여인을 디카에 담아 주는데

그녀들이 딛고 있던 암릉 아래론 에메랄드빛 바다가 펼쳐졌다.

아름답다.

이곳에서 한동안 멍을 때리며 

고요한 마음으로 세상 번뇌 다 잊고 싶은맘이 굴뚝같아

쉽사리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어느덧...

좁은 오솔길이 도로와 만난다.

 

 

 

그 도로를 조금 더 거슬러 오르다

숲속에 들어 얼마쯤 걷다가 다시 만난 시멘트길의

이정표가 안내하는 숲속에 들자 바다는 잠시 모습을 감춘다.

 

 

 

그렇게 한동안 우린 활엽수 우거진 숲속을 거닐다

어느순간 내리막의 나무계단을 타고 내려서자 등로는

명사갯길 안내도가 세워진 뒷골산장 뒷편으로 이어진다.

바로 이곳이 물하태다.

오른쪽으로 조금만 더 내려가면 예전 신지,고금,약산의

주민들이 완도로 가기 위해 늘 북적대던 선착장이 있던 곳이란다.

 

 

 

시멘트 길은 두갈레로 갈린다.

왼쪽은 상산으로 오른쪽은 명사갯길로 이어진 길이다.

우측으로 방향을 잡아 걸어가다 보면 돌로 쌓은 축대가 보인다.

아마도 예전엔 민가나 밭이 있던 곳으로 짐작된다.

 

 

 

명사갯길 1코스를 계속 걷다보니

잡목에 가려 조망데크라 하기엔 민망하고

그 쓰임새가 쉼터로 하기엔 과분하기 이를데 없는 원목데크를 만났다.

그냥 지나치기엔 미안스러울 정도다.

그러니 다들 쉬었다 가기로 했다.

간식으로 준비한 과일도 먹고 물도 마시며 오랫만에 우린 길게 휴식에 든다.

 

 

 

길게 쉬었던 탓에 힘이 넘친 발걸음이 또 잡힌다.

맑은 개울이다.

주위엔 조롱박이 놓여있다.

이런 계곡물은 식수로 써도 좋을것 같다.

 

 

 

선두의 발걸음이 언덕에 올라서자 또다시 멈칫댄다.

등대 사거리다.

나는 망설일것 없이 우측의 전망대로 산우들을 이끌었다.

 

 

 

푹신한 육산의 오솔길을 걸어 들어가는 동안

 

 

 

길옆엔 활짝핀 진달래가 참으로 곱다.

 

 

 

얼마 걷지 않아 얕으막한 둔덕에 도착하자

그 아래엔 넓직한 조망데크가 보인다.

 

 

 

원목데크에선 그런대로 시원한 조망권이다. 

다만 미세먼지가 아쉬울뿐....

우린 등대로 향한길을 생략후 왔던길 그대로 되돌아 와

 

 

 

이번엔 가파른 오름질을 시작하여 뾰족산 정상에 도착했다.

 

 

 

뾰족산의 산동정 정자 아래에

텐트 두어동 칠 수 있는 데크가 있다.

그곳에 내려서자 명사십리 해수욕장이 한눈에 잡힌다.

내일 우린 저 명사십리 해수욕장에서 시작하는 명사갯길 2코스를 마저 걸을 예정이다.

 

 

 

뾰족산을 마지막으로 이젠

우리의 아지트가 되어줄 상산을 찾아간다.

 

 

 

우린 영주암 사거리를 지나

여기올때 차로 올라갔던 시멘트 도로를 한동안 걸어 오른다.

 

 

 

시멘트 도로 끝 주차장에 도착후

산우들을 잠시 기다리게 해놓고 달기봉님과 단둘이

차량을 회수하러 다녀온 뒤에 비로소 우린 박베낭을 메고 상산을 향했다.

 

 

 

청해사로 향한 초입에서 만난 갈림길...

"대장~!"

"어디로 가는 겨~?"

"나도 첨이라 몰러유~!"

이럴땐 성질급한 산우님이 고생이다.

갈림길에서 산산님과 달기봉,포터님이 우측의 소로길로 올라가 보신다.

그러나...

등로는 몇걸음 못 가 무덤에서 끝이다.

ㅋㅋㅋ

 

 

 

상산을 향한 길은 청해사를 지나야 한다.

 

 

 

청해사를 지나자 마자

상산을 향한 등로는 혀를 길게 내밀 정도로 가파른 오름길이다.

 

에구~!

에구~!

 

 

 

다행히 길지 않은 오름길이다.

그리하여 도착한 정상....

잠시 우린 헤맸다.

통신 철탑에서 이쪽 저쪽을 넘어봐도 죄다 내림길에 험로 뿐이다.

 

?

 

 

 

정상은 뜻밖에도 청해사에서 올라선 능선 갈림길 좌측에 있었다. 

이런 딘장~!!!!

그것도 모르고 철탑 부근에서 헤멨으니.

ㅋㅋㅋ

상산은 코끼리 象(상)자로 코끼리 산이라 부른다.

신지도가 코끼리 코처럼 가로로 길게 생겼다 해서 붙인 이름이다.

신지도의 옛 이름인 지도도 본래는 긴섬->진섬->지섬(지도)로 바뀌었다는 설이 있다.

 

 

 

비록 시야가 멀리 뻗지 못해 아쉽지만 그래도 상산의 조망은 훌륭하다. 

우리가 건너온 장보교 대교가 바로 코앞인데

 

 

 

시선을 좌측으로 돌리면

있어야 할 신지대교는 물론 상황봉마저 미세먼지에 잠식 당했다.

 

 

 

다소 이른시각이다.

날씨만 받쳐 준다면 분명 칠성급 호텔인데 오늘은 오성급 호텔이다.

각자 여유롭게 맘에 드는 장소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우리는

 

 

 

일찌감치 먹방의 시간을 즐긴다.

주메뉴 수육이 익기전 먼저 달기봉님이 준비한 닭갈비로 酒(주)님을 모신다.

 

 

 

 

어느정도 시간이 흐른 뒤엔

메인 메뉴 수육으로 풍성한 식탁이 차려지자

酒(주)님을 향한 信心(신심)의 열정이 뜨겁게 달아 올랐다.

 

 

 

어느덧 햇님은 서쪽을 향해 기울어 간다.

 

 

 

그러다 어느순간.... 

꼴까닥 넘어가 버린 자리로 어스름 땅거미가 밀려 들었다.

 

 

 

산우들과 정겨운 산중의 밤이 깊어만 간다.

 

 

 

산들님이 안주로 붙임개를 연신 붙여낸다.

이젠 다들 배가 불러 더는 못 먹고...

 

 

 

대신 도란도란 그간 각자 자신들이 살아온 삶의 여정을 이야기 한다.

평범한 사람들이라 그런지 다들 사는게 다 여기서 거기다.

참 아름답게 사시는 산산님 부부도 우리 부부와 성격이 참 비슷함을 느낀다.

대전에서 부터 차량으로 이동을 할때 잠시 우리 부부에게 털어 놓았던 사연에 공감이 간다.

산산님은 부모님이 일찍 돌아 가신후 기대고 비빌 언덕 하나 없던 젊은시절

공무원 시험에 마지막 인생을 걸고 매진 하던때가 가장 치열하게 살았다 하셨다.

나 역시 그랬다.

군대를 제대하자 마자 내 스스로 살이를

책임져야 했던 나는 하루도 편안한 잠을 잘 수 없었다.

절박함...

정말 그랬다.

벌어놓은 돈은 점점 떨어지고 앞날은 막막하던 그시절

공무원 합격을 못하면 또다시 사회적으로 천대받던 공돌이

생활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기에 죽기살기로 공부에 매진을 하던

그때 마침 우연히 시험준비를 하던 고시학원의 게시판에서 본 공고문을 보고

시험삼아 치러본 철도청에 덜컥 합격을 하고 나자 내 마음가짐은 이미 변해 있었다.

ㅋㅋㅋ 

飢寒發道心 (기한발도심).

배 고프고 추워야만 공부하고 싶은 마음을 낸다는 말.

그게 바로 내 마음였다.

그로인해 목표로 정한 직종엔 불합격을 하게 된 나는

결국엔 철도청에 주저앉아 지금껏 밥 벌이를 하고 있지만

뭐~!

그런대로 만족한 삶이다.

만약에 그때 철도청 시험을 보지 않았던가 떨어졌다면 ?

아마도 뭐가 되든 됐을거다.

그래서 난 내 자식들에겐 인색하고 혹독한 편이다.

되도록 천하게 키웠으며 대학을 졸업한 순간 모든 지원 끝...

이후 더 배우던 말던 그것마저 자신들 스스로 해결 하도록 방치했다.

요즘 우리세대의 부모들을 보면 자식 인생 망치게 하는건 사회적으로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가 더 많은게 사실이나 자립심을 잃게 만든 부모 책임 또한 크다 할 수 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불확실하고 불안하며 어려운건 과거나 현재나

미래의 청춘들이라면 한결같이 다 감내하고 극복해야 할 숙명이다.  

 

 

 

달기봉님과는 처음 함께 밤을 보낸다.

이분 역시 진솔한 삶을 살아 오신 분이란걸 느낀다.

36살을 넘겨 장가를 가야 했던 사연은 우리 세대만이 공감할 수 있는 에피소드다.

지금껏 열심히 살아온 그는 덕분에 이젠 좀 자신의 삶에 쉼표를 찍고 내 자신을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갖고 싶으나 내가 데리고 있는 직원들만 일을 시키고 자신만 이런 시간을 보내기엔

마음이 쉽게 허락되지 않더라는 말에서 그의 인품이 들어난다.

   

 

 

산들님...

건방진 말이나 참 귀여운 여인이다.

어쩜 그리 살아오신 이야기를 재미지게 하시는지 ?

불같은 성질의 산산님을 다스리며 살아오신 노하우가 대단하다.

이젠 산산님께 큰소리 치며 살고 있단다.

사실 믿거나 말거나 지만....

ㅋㅋㅋ

 

 

 

속깊은 이야기가 술술 풀려 나오며 신지도 상산의 밤이 깊어간다.

마지막 먹방의 시간을 정리하며 뫼오름님이 자신의 소망을 이야기 하신다.

형님은 70까지 만이라도 이렇게 박짐을 지고 산중에 들고 싶단다.

헐~!

뫼오름 형님은 80 넘어도 끄떡 없을 분이다.

암을 극복하신 이후 건강의 중요함을 절실히 깨닭으신 분이라

자신의 건강관리엔 누구보다 철두철미 하다.

이날밤 우리들의 결론은 그래서....

돈,명예,권력을 쫓는일은 다 부질없는 짓이고 건강이 최고다에 공감하며

그래서 건강에 아주 좋은 일찍 잠들기에 들어갔다.

밤이 길면 꿈도 많아지고 낮이 길면 할 일이 많아 지는건 변할 수 없는 진리다.

그러니 우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내일 오늘 못다 걸었던 명사갯길 2코스를 완주하고

머나먼 귀로를 안전하게 귀가 할 수 있을게다.

 

 

 

산우들과 안녕을 고하며 달콤한 꿈자리를 향해

공동 쉘터를 나와 보니 장보고 대교의 불빛들이 발아래 드리우고 있다.

오우~!

야경 지긴다....

 

 

 

시선을 좌측으로 돌리자

미세먼지로 볼 수 없었던 완도와 신지도를 연결시킨 대교의 불빛이 화려하다.

멋지다.

 

 

 

디카로 완도 시내를 한번 땡겨본다.

화려한 불빛의 완도읍이 한순간 확~ 달겨든다.

 

 

 

우린 이날밤...

완도항의 동망봉 완도타워 불빛이 다음날 새벽까지

신지도 상산을 비출 동안 아주 평안한 밤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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