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김천 달봉산~구화산~문암봉
산행일 : 2017년 11월29일 목요일
누구랑 : 초록잎새랑 단둘이
어떻게 : 코아루 아파트~달봉산~구화산~문암봉~김천 대학교 (13km 5:45 소요)
(트랭글에 그려진 실제 이동 동선)
갑자기 동장군이 우리의 곁을 찾아든다.
그래 그런지 요즘엔 부쩍 추위를 타는 초록잎새가
야영은 못가니 서방님이나 홀로 맘껏 다녀 오란다.
골골거리던 감기가 겨우 낳아가는 초록잎새인지라 억지로 가잔말도 못 하겠다.
그렇다고 홀로 떠나긴 미안하다.
하여...
아주 가까운 곳을 찾아 가기로 했다.
산세도 완만하고 특히 솔숲 오솔길이 좋다고 소문난 김천시내의 뒷산이다.
우리 부부는 편안하게 대전에서 ITX 새마을호 열차를 이용했다.
이른 아침이라 열차안은 한산하다.
그런데..
영동을 지날쯤 뒷자리가 어수선 하더니 큰소리가 난다.
웬 노신사가 여객전무에게 호통을 치고 있다.
근무복을 입어야지 왜 덕지덕지 구호를 붙인 사복을 입었냐며 야단이다.
헐~!
아주 쥐잡듯 야단이다.
그래서 들으란듯 혼잣말을 햇다.
나라가 어지러울땐 찍소리도 못하던 놈들이 꼭 이럴땐 큰소리여 C발~!
그소릴 들었나 ?
순간 조용하다.
아마도 신사 체면에 망신 당하긴 싫었던 모양이다.
뒤돌아 보며 한번 째려보니 디룩 디룩 살이 올라 보인 노신사는
참 잘 차려 입은 폼이 학자풍이다.
책을 펴놓고 메모까지 하던걸 보면 예삿 노인은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건 노동운동은 불순한 용공분자나 빨갱이란 프레임에 갇힌 인간이다.
마음이 따스한 인간이라면 아니 그보다 배운 사람이라면
왜 이런 복장으로 근무하냐 먼저 물어보는게 맞다.
저런 헛 똑똑이 지식인 보다 그래서 난 예전 을지병원 파업때
우연히 만났던 할머니가 훨씬 더 훌륭하고 존경받을 만한 분이라 생각한다.
초라한 행색의 그때 그 할머니가 준엄하게 딸을 혼내키던 그말...
"저들도 다 살아보겠다고 저러는 것이다~!!!"
(그날 나의 블로그에 쓴 아래의 병상일지 클릭하여 참조)
http://blog.daum.net/lee203kr/15669978
괜히 솟구치는 분노를 잠재우느랴 힘이 들었다.
찰스 다윈은 감정이 적자생존의 열쇄가 될 것이다란 말을 했다.
그러며 특히 자주 심하게 분노하는 자는 진화가 덜 된 존재라 한걸 보면
난 미개인 ?
ㅋㅋㅋ
그러는 동안 어느덧 열차는 김천역에 도착했다.
안온한 열차를 벗어나 역전앞 버스 승강장에 서 있자 많이 춥다.
다행히 얼마 기다리지 않아 15번 시내버스가 도착했다.
20분만에 코아루 아파트에서 내린 우린 곧바로 김천시내 뒷산인 달봉산을 찾아든다.
초반 들머리를 잘 못 들었나 ?
희미한 등로를 따라 얼마쯤 오르자 코아루 아파트에서 올라서는 또다른 등로를 만났다.
그쯤에서 문득 뒤를 돌아보니 김천시내 뒤로 황악산이 그 우람한 자태를 들어낸다.
달봉산을 향한 등로는
사방팔방에서 올라서는 등로와 만나며 또 헤어진다.
이제 겨우 추위가 가실 쯤...
평범하던 지금껏 등로에서 살짝 경사를 높인 계단을 올라서자
산불감시 초소가 우릴 반긴다.
어디든 산불감시 초소엔 조망이 좋다.
그러나 이곳은 올라선 노고에 비하면 결코 어울리지 않을 호화로운 풍경이다.
우리는 아직 몸이 덜 덮혀진 상태라
추위로 산불감시 초소에선 더이상 오래 머물지 못햇다.
조망이 좋은만큼 훵~하니 막힘이 없어 그런지 바람은 또 어찌나 사납던지 ?
이런날은 땀을 내지 않고 걸어야 한다.
그래서 서둘러 걷던 초록잎새의 발걸음에 제동을 걸었다.
어느덧....
우리의 걸음에 여유로움이 찾아들 쯤 스마트 폰의
트랭글 웹에선 이곳이 달봉산 정상임을 알리는 축하벨이 울렸다.
벌써~?
우린 아주 쉽게 산 정상 하나를 넘겼다.
달봉산을 넘긴 능선길도 지금껏 걷던 길처럼 유순하다.
오솔길 양옆엔 소나무에서 뿜어저 나온 향긋한 냄새가 참 좋다.
날이 추워 귀찮았는데 막상 나서고 나니 참 좋다며 초록잎새가 비로소 흡족해 한다.
계속 평탄선으로 이어진 솔숲 오솔길이다.
그런 길에서 약간 봉긋한 무명봉을 지날쯤 트랭글이 또한번 벨을 울렸다.
가저온 개념도를 들여다 보니 이곳이 구화산이다.
둘러보니 삼각점이 그걸 증명하고 있다.
벌써 트랭글 메달을 두개씩이나 ?
ㅋㅋㅋ
우리 부부는 벌써 한시간 남짓 걸었을 뿐인데 산을 2개나 올랐다.
날이 추워 그런지 산책나온 시민들도 없다.
단둘이 걷는 오솔길엔 고요함으로 쓸쓸함이 감돈다.
이젠 낙엽들을 다 떨군 숲속은 겨울을 준비하고 있어 스산한 풍경이다.
어느덧 우리 부부의 발걸음이 헬기장을 넘긴다.
김천 시민들의 산책로라 그런지 이정표가 참 친절하다.
사방팔방으로 갈라지고 합처진 등로가 복잡하나 그래도 길 잃을 염려는 없다.
내가 준비한 개념도상 삼거리봉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곳의 정상빗돌엔 구화산으로 돼 있다.
구화산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담은 오석도 함께 있다.
정상이 이곳이든 저곳이던 아무렴 어떻리~!
이곳에서 우린 진행방향 좌측으로 조금 내려서다
쉼터 의자가 있는 갈림길에서 우측의 능선길로 방향을 틀었다.
그곳에서 직진을 하면 우리가 처음 산행을 시작한 코아루 아파트나 법원을 향한 하산길이다.
김천 시민들의 산책길은 법원쪽 방향인가 보다.
지금껏 이어지던 등로가 방향을 틀자 대로에서 조붓한 오솔길로 바뀐다.
그런데...
그쪽을 향한 능선의 풍광이 양쪽으로 극명하게 구분된다.
진행방향 좌측은 푸르른 솔이 무성한데 반하여
반대편 우측 능선은 낙엽을 떨군 활엽수 군락으로 스산하다.
남북으로 갈리듯 능선을 경계로 나눠진
소나무와 활엽수 군락은 내림길이 이어질 동안 서로 혼재돼
다툼을 벌이다 어느새 온통 활엽수로 바뀌게 되자 등로엔 낙엽이 수북하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내림길이 고도를 낮춘다.
마눌님이 그런다.
"저기 보이는 도로까지 내려가야 돼요~?"
"나도 몰라~!"
"그렇게 보여도 지도엔 능선으로 이어지고 있어~!"
드디어 다 내려선 안부...
위에서 내려 보이던 시멘트 도로는 산아래의
밭에서 끝이 나고 진행방향 좌측으로 내려 보이던 외딴
민가의 파란색 축사건물를 지나자 어느새 등로는 다시 경사를 올리기 시작했다.
계속되는 오름질...
초록잎새가 비로소 힘겨워 한다.
그간 너무 편한길만 걸었나 ?
아니다.
원인은 발목이 덮히도록 수북하게 쌓인 낙엽 때문였다.
두발을 올라서면 한발은 반드시 뒤로 밀리는 상황이 계속된다.
이런땐 스틱이 참 유용하다.
히유~!
어느덧 옆 능선과 연결된 삼거리를 지났다.
문암봉을 다녀와 우린 이 능선을 타고 내려서야 한다.
약간 걱정 스러운건 사람의 발길이 그리 많지 않았던 듯 그곳의 등로가 희미하다.
아주 가깝게 보이던 문암봉의 데크가 어느틈에
멀리 달아난 뒤 우린 수북하게 쌓인 경사면의 낙엽과 씨름을 한다.
그러다 문득 주위를 보니 지금껏 풍광과 달리 암봉이 맞아준다.
연속으로 맞아주는 암봉을 우회하는
등로를 따라 걷다 데크의 계단길을 만났다.
그 계단을 밟고 올라서자
햐~!!!!
일망무제의 조망이 우리 부부를 반긴다.
전면에 김천 혁신도시의 뒤로
구미 금오산과 어깨를 나란히 한 영암산과 신석산이 보이고
시선을 우측으로 돌리자 김천 시내에서 시작된 고성산이
덕대산을 거처 황악산까지 이어지고 있다.
정상 빗돌이 제자리에 있어야 할
자리를 찾아 가기전 먼저 우린 기념사진 한장을 담은 뒤.
난함산 정상으로 이어진 능선을 따라 조금 더 걸어
헬기장을 넘긴 후...
정상 빗돌이 차지하고 있었어야 할
실제적인 문암봉 정상을 확인한 후 발길을 돌렸다.
전망데크로 되돌아 가며 바라본 난함산이 아마득하게 보인다.
저곳까지 다녀오고 싶은데 초록잎새의 체력이
거기까진 못 미처 아쉬운 눈길만 남긴채 데크로 돌아와야 했던 우린
비로소 허기진 뱃고래를 달랜다.
추운날엔 먹는것도 괴찮은데 보온통에 담아온 콩나물 김칫국이 기막히다.
하긴..
산에서 먹는 밥이 언제 맛이 없었던 적이 있던가 ?
이런날 따스한 커피는 사치일 정도로 호사다.
비로소 몸이 풀린다.
영하의 날씨라도 바람만 안불고 이렇게 따스한 햇살만 있어도 온화하다.
식사를 끝내고 한참을 머문다.
따스한 양지쪽에 앉아 나른한 게으름에 힐링의 순간을
영접하던 나를 깨우며 초록잎새가 엉덩이를 털며 자리를 정리한다.
왔던길을 그대로 내린다.
오름보다 내림길이 더 위험하다.
한차레 죽음의 고비를 겪었던 초록잎새의 발걸음이 그래 그런지 몹시 더디다.
예전같음 재촉하고 성화를 부렸을 테지만
덕분에 나도 이젠 진드감치 기다림의 미학을 깨우처 가는 중이다.
되돌아 온 삼거리에서 새로운 능선을 밟아 내린다.
가파른 능선은 지그재그로 경사를 낮추긴 했으나 수복하게 쌓인 낙엽에 그만
그렇게 조심스런 발길을 떼던 초록잎새가 굴러버려 내 심장을 덜컥 내려 앉게 하던 등로가
안정을 찾은 이후엔 아주 평범하고 걷기좋은 오솔길이 내내 이어진다.
청정의 숲속이라 더 좋다.
뚜렷한 등로엔 사람 흔적만 없다 뿐이지 길은 참 좋다.
오르락 내리락....
그래도 그닥 힘든길이 아닌 유순함이 너무나 좋다.
시내와 가까워 지자 체육시설이 보인다.
진행방향을 좌측으로 틀면 금방 마을에 닿을 등로가 여러번...
그러나 이 좋은 솔밭길을 더 걷고 싶은 우린 아주 길게 능선만을 고집하며 걸어 내렸다.
이젠 우리들의 발걸음에
종지부를 찍을 종점도 얼마 남지 않았다.
농사를 짖지 않아 묵밭으로 변해버린 산아래를 걸어 내려
위치를 확인하니 김천 대학교 교정이다.
그곳 버스 정류장에서 바로 택시로 이동을 했다.
덕분에 얼마 기다리지 않고 우린 김천역에 들어서는 열차를 탈 수 있었다.
산에서 건강을............(산찾사.이용호)
(동영상으로 보는 산행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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