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거창.감악산
산행일 : 2017년 10월31일(화)~11월01일(수)
누구랑 : 초록잎새랑 단둘이.
어떻게 : 가재골 주차장~선녀폭포~감악산 정상에서 야영~감악재 경유~연수사~주차장
-후기-
시월의 마지막 밤을 보내려 길을 떠났다.
대전에서 1시간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창의
감악산을 택한건 예전에 그곳 정상에서 바라본 멋진 조망을 잊지 못해서 였다.
그당시 안내 산악회를 따라 길게 걸었던 그때와 달리 원점휘귀의 이번 코스는 짧다.
준족이라면 전체 코스를 다 도는데 3시간이면 될 듯 하다.
그러니 오늘 우리는 박짐을 메고 올라야 하니 놀며 쉬며 올라도 2시간이면 정상에 닿을 수 있을거다.
(산행지도)
드디어...
가재골 주차장에 도착하여 애마를 잠재우고
주차장 한켠에 있던 정자에서 우린 늦은 점심식사를 했다.
그런후 떠나기에 앞서 일단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는데
오우~!!!
화장실 문을 열자 아름다운 음악이 흘러 나온다.
그야말로 최신식 화장실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내집 만큼이나 깔끔한 화장실이라 감동을 준다.
드디어 산행 시작...
화장실 옆으로 난 등로를 따라 걸어 내려가던 등로는
시멘트 농로길과 만나자 방향을 틀어 올라 서는데 어느순간
선녀폭포를 보고 싶거든 어서 오라며 계곡을 넘는 원목데크가 우리 부부를 유혹한다.
얼마 걷지 않아 마주한 선녀폭포...
그러나 수량이 많지 않아 웅장한 맛은 없다.
선녀폭포를 되돌아 나온 우린 다시 농로길을 걷는다.
그러다 만난 갈림길...
우린 진행방향 좌측의 원목 계단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 원목계단이 끝나는곳...
이곳도 선녀폭포 전망대가 되시겠다.
다만 아까 그 전망대는 선녀폭포 하단이고 여긴 상단이다.
선녀폭포를 뒤로하자
숲속으로 파고들던 등로가 좌측으로 휘어들며
원목다리를 넘게 되는데 웬지 우리가 올라야 할 감악산과는
점점 더 멀어지는 느낌이다.
이후...
우린 빡신 오름길을 한동안 올라야 했다.
그러다 안정을 찾은 능선길이 잠시 이어지긴 하나
헐~!!!
또다시 등로는 오름질을 요구한다.
초입에서 바라볼땐 정상이 바로 코앞이라
우습게 알았는데 은근히 오름과 내림길을 반복하며 우리의 체력을 시험한다.
한차레 힘을 쏟고 나자
가을색이 곱게 내려 앉은 편안한 등로가 한동안 이어진다.
그러다 만난 이정표....
초입의 농로 시멘트길에서 직진하면 만나게 되는 삼거리다.
우리가 걸어온 거리와는 크게 차이 나진 않은것 같다.
다만 우리가 걸어온 등로는 정상에서 잠시 멀어진 듯 하다 방향을 잡아
감악산을 향했는데 그간 많은 사람이 찾지 않은 듯 청정하여 아주 마음에 들었다.
시간이 참 많다.
당연 여유로와 좋다.
일찍 올라야 할일도 없으니 이렇게 쉴땐 확실하게.....
어느덧....
길고 긴 계단길과 마주한다.
이 계단길을 만났다면 정상이 지척이다.
박베낭의 압박에 몇번을 쉬며 올라선
길고 긴 계단의 막바지에서 마지막 힘 한번만 더 주면
거침없는 일망무제의 조망이 반겨주는 감악산 정상이다.
정상의 데크엔 가벼운 차림의 남녀가 멍을 때리고 있었다.
이곳은 감악산 해맞이 데크까지 차가 올라 올 수 있다.
그러니 저런 신발에 옷차림으로 찾아와 황홀한 조망에 취할 수 있다.
잠시후...
그들이 내려가길 기다렸다 보금자리를 꾸민다.
셀터 먼저 치고 그 안에다 텐트를 모시자 비로소 아늑한 우리의 잠자리 완성.
텐트안에 원앙 금침을 깔아놓고 나자
비로소 거침없이 펼쳐진 산너울이 눈에 들어온다.
햐~!!!
역시 이 인근에 이만큼 조망좋은 산지가 있을까 싶을 정도의 장관이 펼쳐진다.
일단 파노라마로 전체 사진 한장 담아 주신 후....
사진상으론 잘 표시가 나지 않으나 안테나가 서있는
거창의 오도산을 먼저 확인하고 나자 나머지 산들은 저절로 눈에 들어온다.
오도산과 나란히 한 미녀봉과 마주한 바리봉,장군봉,의상봉
그리고 그앞의 비계산 뒤로 우뚝 솟아 그 위용을 가늠케 하는 가야산.
맨 좌측으로 시선을 주면 대봉산,황석산,거망.금원.기백산 그리고 북쪽으로 뻗어간
덕유산의 최고봉 향적봉이 뚜렷하고.....
남쪽으로 월여산 뒤로 황매산은 가까이 있어 그런지 그 덩치가 참으로 우람하다.
이곳은 눈썰미가 좋은 사람이면 합천 호반에 솟아난 의룡산 악견산 금성산 허굴산도
뚜렷하여 아주 쉽게 확인을 할 수 있겠다.
아무도 없는 산정에서
조망에 취해있다 보니 어느덧 해가 저문다.
그러고 보니...
이런~!!!
감악재까지 가서 해넘이를 맞았다면 더 좋았을 텐데 그 생각을 못 했다.
일단 저녁노을을 보기 위해 좀 더 조망이 확보된 해맞이 데크로 걸음을 옮겼다.
그곳에 이르자
이미 서산을 넘긴 햇님이 잔영만 남겨 놓았다.
핏빛의 서쪽하늘....
그 모습이 처연하여 가슴 한켠이 아릿하다.
되돌아 온 나의 보금자리...
어둠이 밀려들기 시작한 하늘엔 햇님을 대신한 달님이 마중 나왔다.
해가 저물자
급격하게 기온이 떨어진다.
초록잎새가 추위를 많이 탄다.
그래서...
그 추위를 몰아낼 메뉴를 선 보였다.
쌀국수....
끓여낸 쌀국수는 담백하며 메콤한데 씹히는 숙주 나물의 식감이 아삭하다
국물은 또 어찌나 시원 하던지 ?
비로소 추위가 확~ 가신다.
어느덧 깊은밤....
주님을 모시기 위해 돼지 목살을 구웠다.
그런데...
날이 추워 그런지 맥주파인 마눌님이 맥주는
거들떠 보지도 않고 나를 위해 가저온 마가목 담금주만 홀짝대며 마신다.
헐~!!!
이날은 그래서 酒님의 은총을 입지 못한 관계로 나는 맨숭 맨숭한 정신으로 밤을 보냈다.
추위가 가시고 나자
그렇게 야경이 좋다며 나오라 성화를 부려도 꺼덕 않던 마눌님이
어쩐일인지 바깥 행차를 하셨다.
깊은밤...
휘황찬란한 도심의 불꽃과 하늘을 수놓은 별님 그리고 달님이
우리 부부를 내려보던 그날 시월의 마지막 밤을 우린 그렇게 보냈다.
이른아침...
해 뜰 시간이 되자 자동적으로 눈이 떠진다.
바깥으로 나오자 함박웃음의 감악산 정상 지킴이 장승부부가 우릴 맞아준다.
이미 출산의 진통으로 동쪽은 붉게 물든 새벽...
이른 아침엔 가시거리가 멀리 그리고 더욱 더 또렷하다.
그래서...
처음엔 너무나 가까워 긴가민가 했다.
그런데 가만 바라보니 맨 우측의 봉오리가 아주 이쁜 엉덩이 모양의 반야봉을 닮았다.
그럼...
저게 지리산 ?
허접한 구식의 하이엔드급 똑딱이 디카지만 힘껏 땡겨보니 가까이 딸려온다.
흠~!
지리산 맞는것 같다.
얼마후...
합천 호반뒤의 산 능선위로 불쑥 해가 뜬다.
그런데...
너무 강렬한 햇살에 처다보기 힘들 정도로 오늘 아침의 일출은 기운차다.
당연한 야그지만 일출이 기운차면 감흥은 그만큼 떨어진다.
아침 햇살에 드리운 조망이 황홀하다.
그런데...
나보다 훨~ 눈이 좋은 초록잎새가 그런다.
"저기 저 먼 곳에도 팔랑개비가 돌아가는것 같은데 무슨 산이에요~?"
?
그래서 내 눈보다 성능이 월등한 디카로 한번 땡겨 보았다.
그래서 확인해 보니 진짜로 풍차가 돌아가는 산 능선이 잡힌다.
"응~!"
"동해바다 가까운 산 여~!"
ㅋㅋㅋ
말은 그렇게 했는데 도무지 모르겠다.
거기가 어디쯤이고 어느산 인지...
이젠 일상으로의 복귀를 준비한다.
뒷정리는 깔끔하게...
그리고 원목데크에 디카를 세워 셀카로 기념사진을 남긴 우린 감악산을 등진다.
연수사로 향한 내림길에선
갈림길에 베낭을 내려놓고 감악재를 들려
팔랑개비 돌아가는 이국적인 모습을 확인한다.
연수사로 향한 내림길...
비교적 유순하여 걷기 편한 길이다.
선녀폭포 감악산 사거리...
직진길을 외면한채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 물맞는 약수탕을 찾아간다.
잘 찾아왔다.
이곳이 바로 물맞은 약수탕이다.
약수탕 안쪽은 이렇게 생겼고
안쪽엔 여탕
바로 입구쪽엔 남탕으로 인도하는 장승이 서있다.
그러니...
혹여 몰랐다는 소린 애시당초 하덜 말고
산행 후 목간이라도 하려면 조심스레 찾아 들어야 할 곳이 여기다.
연수사는 약수탕에서 지척의 거리다.
연수사...
가을색이 곱게 내려앉은 사찰이 참 아름답다.
특히...
600년 수령의 은행나무가 눈길을 끈다.
이놈은 다행히 숫놈이라 꼬리 꼬리한 냄새를 풍기지 않아 더 좋다.
이 은행나무는 600년전 고려 왕손에게 시집가 유복자를 낳고는 속세를 피해
절로 들어 왔다가 조선에 당한 고려 왕씨의 명복을 빌던 한 여승이 심었다고 전한다.
연수사...
신라 애장왕 3년 감악조사가 건립 햇다니 천년고찰이다.
고색창연한 아름다운 연수사에서
가을색에 잠시 취해 갈길을 잠시 잊었던 우리부부...
사찰을 등지고 서 있자
길게 드리운 그림자가 어서 내려가자 재촉한다.
가재골 주차장을 향한길은
연수사를 되돌아 나와 물맞는 약수탕으로 조금 걸어가다
진행방향 좌측의 이정표가 가르키는 심신도량을 향한길로 들어섰다.
그길은 유순하며 뚜렷한데
인적 없는 외길이라 심신 도량을 닦는데 제격이다.
그 심신도량 오솔길을 다 내려서자
우리가 가야할 가재골 주차장은 불과 400m 아래라
우린 곧바로 산행을 끝낼 수 있었다.
(동영상으로 보는 거창 감악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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