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일차 : 2017년 4월15일.토요일
모처럼 토요일 일요일이 휴일로 잡힌날...
때는 이때다 싶어 함께 어우러진 백패킹을 하고픈 마음에 공지를 올렸다.
그런데...
예약된 산우들이 하나 둘 볼일이 있어 산산님 부부만 함께 한다.
이곳은 몇년전부터 가고 싶었던 금당도라 기대가 큰 섬이다.
(금당도 지도)
일찍부터 서둘러 고흥에 도착한 우린
수산시장에 들려 싱싱한 회를 뜨고 난 다음엔 인근 식당에서
점심 식사후 여객선 터미널에서 13:00 정각에 떠나는 철부선에 애마를 싣고 금당도를 향했다.
(서능선 개념도)
40여분만에 금당도 율포항에 도착한 우리는
하룻밤을 지세울 금당 적벽길을 찾아 가기엔 너무 이른 시각이라
금당도의 서능선 일부만 올라 보기로 했다.
일단 우리는 가학재(개기재)에서 맨 위의 지도에 표기된 221봉을 올랐다.
그런후...
삼산 저수지로 떨어지는 능선을 조금 더 걸어 들어가
시원스런 조망을 감상하며 바로 코앞에 보이는 삼량산을 아쉬운 눈길만 남긴채
왔던길을 그대로 내려와
이번엔 가학재를 넘어 온금포로 이어지는 멋드러진
해안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즐기다 봉자산의 들머리가 되는
막끝을 지난 얼마후 봉자산과 오봉산을 가장 빠르게 오를 수 있는 세추목재를 찾아 들었다.
세추목재에서 우린 오봉산을 먼저 오른다.
오름길엔 여기저기 철쭉이 피었고 고사리가 지천이다.
초록잎새....
다른건 금방 실증을 내는 여인이 고사리 만큼은 욕심을 부린다.
그만하고 이젠 제발 좀 가자는 내말에 마음씨 고운 산들언니가 나섰다.
"그럼 내가 초록잎새 맘에 들때까지 같이 뜯어줄께~!"
"이정도면 됏지~?"
"이젠 가자~!"
ㅋㅋㅋ
그러나...
이번엔 황홀하리 만큼 아름다운 풍광에 두여인의 발이 꽁꽁 묶였다.
바로 앞에 길게 늘어선 능선이 잠시후 우리가 걸어갈 세포리 능선이며 그 뒤가 비견도다.
얼마후 도착한 오봉산...
잡목에 가린 조망은 그곳을 넘겨 몇 발자욱만 옮겨주면 터진다.
그곳에서 바라본 삼량산이다.
차량 두대가 왔다면 서능종주가 가능한데 좀 아쉽다.
그냥 종주하고 택시를 부를까도 생각 했는데 오늘따라 날씨가
봄날이 아닌 한여름이라 박베낭을 메고 세포리에서 금당 절벽길까지 걸어 가려면
시간이 촉박하여 욕심을 접기로 했다.
오봉산을 등진다.
역시 왔던길 그대로 내려 서는길...
풍광은 오를때와 내릴때의 모습은 같은데 느낌이 조금씩 다르다.
오봉산과 봉자산을 갈라 놓은 세추목재의 맞은편 오봉산이 오똑하다.
세추목재를 내려선 다음엔 저곳 봉자산을 올라 보려 했던 마음들이 변한다.
여기서 보나 저기서 보나 다 같은 풍광이란 이유로...
사실은 너무 더운날이 원인이다.
이거 봄날 맞아~?
차량으로 이동하여 도착한 세포리의 금당 적벽길 초입....
우리들만의 오봇한 백패킹의 기대가 무너짐을 예감한 차량 한대가 주차돼 있다.
하긴...
이곳은 주말에 아무도 찾아오지 않음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땡빛이 쏟아지는 오후....
미세먼지가 사라진 화창한 날씨가 좋긴 한데 살갖이 따갑다.
얼음을 채워 포장한 아이스 박스안의 횟감은 숙성 되고 있을 터...
아마 맛은 죽여줄게 확실하다.
고단해도 이걸 들고 가야할 이유는 그래서 차고 넘친다.
초반 오름질 아주 잠깐....
이후 아주 널널한 임도수준의 등로가 반긴다.
그길도 얼마못가 가는 길손 쉬어가라 전망데크가 반긴다.
걷는 내내 진행방향 좌측으론
양식장과 비견도 그리고 그 뒷편 거금도의 아름다운 풍광에
그간 잊고 있던 박베낭의 힘겨움이 느껴질 쯤엔 이미 우린 칠성급 호텔을
구축할 전망좋은 데크에 도착했다.
이미 자리를 선점한
일행들이 남겨놓은 입구에다 쉘터와 텐트를 구축한 이후...
잠시 주위를 둘러본다.
그래서 들려본 약수터는 비교적 깨끗했다.
어느 선등자의 후기엔 부유물로 지저분하여 식수불가란 글을 본적 있는데
그 정도는 아니다.
한두방울 떨어지는 석간수는 식수로 사용하는데 아무 문제 없을 듯 하다.
모든 준비가 끝났으니 이제부턴 먹방의 시간.....
먼저 회와 함께 酒님을 모셨다.
감성돔 한마리와 광어 두마리로 회를 뜬게 푸짐하다.
더구나...
산들님이 회를 못 드신다니 세명이 먹기엔 남는다.
산들님껜 왠지 미안하여 표늘 내고 싶진 않지만 맛이 워낙 좋으니
자연스럽게 너나 나나 손이 가요 손이 가다봉께....
ㅋㅋㅋ
그 많던 회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없다.
우리가 부지런히 회를 먹는 동안 산들님이 뭔가를 또 준비 하시는데...
흐미~!
언제 저걸 준비 하셨던지 ?
진달래를 따와 화전을 아주 예술적으로 붙이셨다.
역시....
영양사란 직업을 제대로 보여 주신다.
그저...
가만 앉아서 얻어만 먹는게 미안한 우리에게
건강하니 이렇게 좋은곳에 와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라며 산들님은 우리에게 연신 어여 먹어라 먹어라 하신다.
맞는 말씀이다.
정확하게 3일 모자란 7개월전...
초록잎새가 중환자실에서 앞날을 기약 못 할
어려운 때를 보낸걸 생각하면 지금 이순간이 정말 꿈만 같다.
그때...
어두운 터널에서 한줄기 빛이 되어주신 산우님들로 인해
초록잎새는 이렇게 건강을 되찾아 아직 예전같은 몸은 아니나
이정도의 난이도가 낮은 백패킹은 감당 할 수 있는 건강한 몸이 되었다.
두분...
어찌나 정이 많은신 분들인지 ?
그때 우리가 막 퇴원하여 집에 돌아 왔을때 산산님과 산들님이 곧바로 우리집을 찾아 오셨었다.
집에 먹을게 제대로 있기나 하겠냐며 바리 바리 싸들고 찾아오신 두분의 첫 일성을 잊을 수 없다.
"산찾사~!"
"집 밥 배달왔어~!"
정말 그랬다.
매일 먹던 그 집밥....
돈주고는 절대 먹을 수 없던 그 집밥을 우린 앉아서 받았다.
푸짐한 과일을 담은 후식까지...
거추장 스럽게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며 그릇을 죄다 일회용으로 싸오신 마음씀이 어찌나 고맙던지....
그 정성으로 우리 초록잎새가 건강을 찾았다.
그 이후 처음 다시 자연의 품속에 안긴 우리 부부는 그래서 지금 이순간이 한없이 고맙고 행복하다.
어느덧...
땅거미가 스멀스멀 내려온다.
우린 배도 꺼출겸 노을길을 따라 걷다 석양을 보러 길을 나섰다.
노을길은 양식장으로 향해 고도를 낮춘다.
그길의 초입에서 넘어가는 햇님을 배웅 하기로 했다.
그런데...
짙은 운무에 가려 선홍빛 노을을 기대하긴 힘든 날씨다.
역시나...
우리의 기대를 무참하게 저버린 햇님이 서쪽하늘로 숨어 버렸다.
점점 더 어두워 지는 하늘을 바라보다
우린 발길을 돌려 다시 우리의 보금자리로 찾아든다.
다시 시작된 먹방의 시간.
삼겹살로 시작을 한다.
그 다음엔 목살...
밤은 깊어가고
우리들의 정담도 두터워 지던 한밤...
이걸 어쩌나~?
더이상 酒님을 모실 수 없다.
딘장~!!!!
내가 너무 준비를 소홀히 했다.
이런날은 나도 홀로 두어병은 마실 수 있는데
고작 몇병만 가저 왔으니 서운하고 안타까운건 당연하다.
산산님도 아끼며 마시던 술병이 바닥이 보인 이후...
우린 자리를 정리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넓직한 원목데크....
한밤을 한곳에서 보낼 젊은 친구들의 매너가 참 좋다.
오늘밤은 참 좋은분들을 만난것 같다.
조용 조용한 대화에 낮게 틀어놓고 듣는 음악.
오히려....
나이먹은 우리가 크게 음악을 틀어 놓았던건 아닌지 ?
우리가 자리를 정리한 얼마후 그들도 바로 정리를 하며 잠자리에 든다.
젊은 친구들의 배려가 새삼 고맙게 느껴지던 밤이다.
제2일차 : 2017년 4월16일.일요일
이른아침....
잠에서 깨어 일어나 보니 우린 자욱한 안개에 휩쌓여 있다.
텐트와 타프엔 이슬이 내려 앉아 축축하다.
당연 일출은 없고 달덩이 같은 햇님이 가끔 구름속에서 그 존재를 희미하게 들어내고 있다.
오늘의 일정이 있으니 서둔다.
일단...
산들님이 준비한 북어국을 끓여 밥과 함께
아침을 든든하게 먹은 우린 축축한 텐트와 쉘터를 걷어 베낭을 꾸렸다.
그리고....
젊은 친구들께 부탁하여 단체사진 한장 남긴것을 끝으로
포근하게 하룻밤을 지새운 금당 절벽길의 전망데크와 이별을 고했다.
왔던길 그대로 세포리까지 내려선 우린
(금당도 동능선 개념도)
율포리의 금당 매표소앞 공터에 차를 주차후...
금당산을 향한다.
율포리 마을 뒷편의 야산을 바로 치고 올라서자
정자와 전망데크가 우릴 반긴다.
장소가 참 좋다.
우린 산행후 점심 식사 장소로 찜을 해 놓았다.
울창한 숲엔 산새들의 합창이 아름답게 들린다.
등로는 한차레 마을 뒷편 텃밭 사이로 이어지다 다시 숲속으로 우릴 이끈다.
공산을 얼마 앞두고
등로가 산허리를 가른 시멘트 도로를 건너게 되는데
진행방향 우측으로 가면 해안길로 이어지고 좌측길이 능선과 연결된다.
우린 능선길로 걸음을 옮겼다.
도로를 건너 시작된 능선길이 경사도를 높인다.
한차레 숨을 고른 능선길이 다시 가파르게 치고 올라선다.
그 끝 정점이 바로 공산이다.
무슨 풍광이 기다릴지 궁금한 산산님의 발길이 벌써 중턱을 올라서는게 보인다.
앞서서 가던 말던...
느긋한 우리의 여사님들은 갖은 해찰을 다 떨며 풍광을 즐긴다.
바다에서 시작된 해무가 스멀스멀 마을을 침범한다.
그 모습이 몽환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햐~!!!!
드디어 올라선 공산....
금당산 최고의 절경이 발아래 펼쳐진다.
금당도를 둘러싼 바다는 이미 해무에 잠겨 보이는건 없다.
그러나...
어제 우리가 잠깐 맛만 보았던 서능선은 각각 그 봉오리 마다 얼굴을 내민다.
산산님 뒤로 가학재에서
삼량산 오봉산 봉자산으로 이어진 능선이 확연하다.
그걸 바라보자 저곳 능선까지 종주를 하고픈 마음이 간절해 진다.
공산정상에서 맥주와 간식으로
때 이르게 찾아든 한여름 더위를 식힌 우린 금당산을 향했다.
금당산까지 오르락 내리락의 능선길을 걷다 보면
고흥방면 바다에서 끝도 없이
계속 밀려든 해무가 금당도를 넘어왔다 사라지는 모습들이 계속 연출된다.
오늘 산행을 끝낼 쯤엔 안개가 걷혔야 할텐데 은근 걱정 된다.
혹여 해무에 갇혀 오늘 못 나가는건 아닌지 ?
드디어...
금당산을 몇걸음 앞둔 공터에 도착했다.
이곳을 본 산산님...
비박터로 최고의 명당이라며 다음에 다시 오잖다.
나야 좋치유~!
금당산 정상....
의무적으로 정상증명 사진을 담은 뒤
그 정상을 살짝 넘어 시원한 조망터가 되어준 바위에서 우린 길게 휴식에 든다.
되돌아 가는길....
왔던길을 되돌아 가다 해안길로 내려설 참인데
그 갈림길에서 물 한모금 하려 베낭을 풀었는데 물병 한개가 안 보인다.
초록잎새가 그런다.
"그거 공산 정상에서 내가 꺼냈는데 안 넣었어요~?"
이런~!!!!
버리고 가긴 아까운 물병이다.
그렇다고 왔던길 그대로 되돌아 가긴 싫다.
일행들을 먼저 해안길로 보낸후 나홀로 열나게 뛰었다.
그런데...
올땐 그렇게 먼 거리인줄 몰랐는데 왜 그렇게 멀던지 ?
올라서면 다시 나오는 봉오리 또 올라서면 또 나타나던 봉오리....
흐이구~!!!!!
여름날 같은 봄날
때아닌 산악 마라톤으로 그날 산찾사 깨구락지 되었다.
일행들을 되쫓아 뛰면서도 굽은 소나무는 찍어야 햇고...
마을에선 길을 좀 단축한다고
엄한데로 한차레 들어서기도 한 끝에
율포리 금당 매표소의 주차장에 도착하고 보니 일행들이 안 보인다.
?
잠시 길이 엇갈렸나 보다.
얼마후...
근심 걱정 가득한 초록잎새의 얼굴이 보인다.
금방 따라올 줄 알았는데 안 보여 별 생각을 다 했단다.
"꼬렉~?"
"나도 이젠 옛날 체력이 아니다 마눌님~"
무사히 만났으니 되었다.
이젠 먹거리를 챙겨 올라선 율포리 뒷산 정자에서
라면,떡국,만두를 끓여 점심 식사를 맛나게 한 우리들이 금당 매표소에 도착을 했는데
오늘은 99.9% 결항이란다.
헐~!
어쩌나 ?
삼실에 전화를 하고 금당도에 머물 자리를 물색 하는데
이곳 주민으로 보이는 트럭 한대가 오더니 고흥가는 배가 결항이냐 물어 본다.
안간다고 하니 가학항으로 바로 넘어가면 장흥 노력항으로 가는 오후 3시 배가 있을 거란다.
이곳은 해무가 껴도 그쪽은 맑은날이 많다며 자기도 그쪽으로 가 봐야 겠단다.
그 트럭을 따라 가학재를 넘겨 가학항에 도착하자 매표를 한다.
히유~!!!
다행이다.
참말로 별일도 다 있지 ?
똑같은 섬인데 이쪽은 아주 맑게 개임의 바다 날씨다.
잠시후...
우리를 실어 나를 철부선이 도착한다.
그날 섬을 빠저 나오지 못했다면 어땟을까 ?
생각만 해도 앗찔하다.
다음날엔 하루종일 비가 예보된 날씨였다.
ㅋㅋㅋ
귀향길....
고흥보다 장흥이 더 멀다.
그래도 얼마나 다행인지...
좋은분과 다니면 이런 행운도 따르나 보다.
거리가 멀면 어떤가 ?
혹여 피곤하고 졸음이 올까봐 산들님은 나를 위해 오만가지를 다 준비 하셨다.
내 식성과 기호식품을 죄다 꾀고 계신다.
아예 차안에 슈퍼마켓을 차린 산들님은 내가 말만 하면 다 같다 받친다.
오렌지.사탕.껌.과자.떡.
ㅋㅋㅋ
휴게소에선 커피와 음료까지 서비스 만점이다.
덕분에 아주 먼길을 가깝게 왔다.
도착후...
몸 모신 해야 한다며 단골집으로 우리부부를 이끈 산산님 부부는
다 먹지 못해 남긴 영양죽을 포장해서 내일 일찍 출근하는 산찾사 먹이라며 초록잎새의 손에 들려 주신다.
끝으로
1박2일 동안 잊지 못 할 추억을 함께 하신 산산님과 산들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산찾사.이용호
그날의 생생한 동영상 클릭 ---------> http://blog.daum.net/lee203kr/1567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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