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여수 여자도
산행일 : 2017년 01월21일 토요일
누구랑 : 산찾사.초록잎새 그리고 막내
열차로 아님 승용차로 갈까 ?
망설이고 있던 나를 명쾌하게 마눌님이 이동방법을 정해 준다.
"큰놈에게 좀 더 두꺼운 이불과 밑반찬을 가저 가는데 그거 누가 들고 갈까요 서방님~?"
헐~!
순간 깨갱이다.
당근 승용차로 가야지 모~!
떠나기로 한 주말...
애써 시간을 낸 막내도 서울에서 내려 왔다.
그런데...
그간 포근하던 한반도에 강력한 한파와 함께 폭설이 내렸다.
온천지가 난리다.
전날부터 고속도로는 눈길에 사고 차량으로 정체고
공항은 결항된 항공기가 수십편이며 바다는 풍랑으로 여객선이 결항이다.
일기예보엔 아직도 먼바다엔 풍랑 주의보가 내려져 있다.
그럼 일찍 내려갈 이유가 없다.
그래도 혹시 ?
그래서 여수의 섬달천~여자도간을 운행하는 여객선 선장님께 문자를 날렸다.
얼마후 도착한 답신엔 정상적인 운항을 한다 적혀 있다.
오 예~!
순간 바쁘다 바뻐~!
일정상 우린 오전 11:40분 배를 꼭 타야만 한다.
이번 여수행의 섬 트래킹은 옵션이다.
주 목적은 큰아들이 직접 극본을 쓰고 연출을 한 연극 공연이
마지막으로 잡힌 주말이라 격려차 한번쯤 내려가 봐 줘야만 할 것 같은
의무감 때문에 가게된 행차다.
이왕 가는길...
누이좋고 매부 좋고 꿩먹고 알먹는 재미가 있다면 먼길도
그리 멀게만 느껴지지 않고 즐겁게 다녀 올 수 있어 우리 부부는 알차게 계획을 세웠다.
첫날 : 여자도 섬 트래킹후 오후 6시 공연관람.
다음날 : 여수의 사도 또는 개도 트래킹후 귀가.
그러나..
계획은 참 좋은데 날씨가 받쳐주지 않고 막내는 일요일 올라 가야 한다니
당일 그냥 귀가 하는것으로 수정하고 열심히 달려 여수 섬달천의 선착장에 도착하여 여객선을 기다린다.
섬달천 선착장엔 달랑 컨테이너 막사로 된 휴게실이 있는데
매표 창구도 없고 타는 사람들도 없어 정말 여객선이 운항 하는지 불안한데
운항시간과 요금표가 있는걸 보면 가긴 가나 보다.
출발 10분전...
여자도에서 출발한 여객선이 섬달천 항구로 접안 중이다.
도착하는 배는 자그만한 어선 규모의 꼬마 여객선이다.
여나믄 명의 여자도 섬 주민이 내린후
우리와 중년의 여성 관광객 3명이 승선하자 곧바로 배는 출항한다.
선실은 의자로 돼 있는 구조이며
출항하자 마자 선장이 직접 와서 요금을 받아 간다.
특이한건 예전처럼 신분증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세월호 사건이후 그건 어디든 확실하게 정착하는가 싶었는데
안전에 대한 의식이 또 흐려지는게 아닌가 생각된다.
20여분만에 우린 여자도의 첫 기항지 소여자도(송여자도)에 내려 산행을 준비한다.
이배는 마파지 마을을 거처 여자 선착장까지 간다.
(여자도 개념도)
급하게 준비하고 내려오다 보니
여자도 트래킹 개념도를 뽑아 놓은채 집에 두고 그냥 왔다.
까잇거 뭐~!
그거 없어도 섬의 지형을 보아하니 대충 감을 잡아 걸어도 될 것 같다.
여자도는 섬모양이 한자로 너여(汝)를 닮았고
섬에서 모든것을 해결할 수 있어 스스로 자(自)를 붙여 여자도(汝自島)가 되었는데
또 다른 설에 의하면 섬의 산들이 아주 낮아 파도가 심하게 치면
그대로 섬을 넘겨 버린다 하여 넘자섬 였는데 발음하기 좋게 여자도가 되었단다.
여자도는 대여자도와 소여자도로 나뉜다.
우리가 내린곳이 바로 소여자도 인데 소나무가 많아 송여자로 불린다.
송여자도 선착장에서 내리자 마자 우린 바쁘게 걸음을 옮겼다.
섬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이 앞으로 딱 두시간 뿐이다.
그래서 서두를 수 밖에 없었는데 걷다 보니 굳이 그럴것 까진 없었다.
한때 넘자섬이라 불릴만큼 정말로 섬은 작고 산은 얕았다.
선착장에서 우측 방향의 둘레길을 들어서자 마자
남도 특유의 아열대 수림이 한겨울을 의심하게 만든다.
그러나...
그 숲속을 빠저 나오자 마자 송여자도란 이름값을 하려는 듯 송림이 맞아 준다.
등로는 얕으막한 둔덕의
김녕 김씨의 무덤에서 우측의 내림길을 조금만 따라가면
정자가 우리를 맞아 준다.
그런데...
그곳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그리 신통치는 못 하다.
정자에서 되돌아 나온 등로가 완만한 구릉지로 이끈다.
가는 내내 우측으론 바다건너 육지가 조망 된다.
우린 곧 이 섬의 최고봉에 올랐다.
해발이 얼마쯤 될까 ?
어림잡아 50m가 못 될것 같다.
내가 지금껏 올라본 산중 최저 높이다.
이곳에서 우린 따스한 커피와 간식을 들며 한차레 다리쉼을 해 준 후...
송여자의 둘레길을 이어서 걸었다.
오랫만에 만난 아들이 곁에 있어 행복한 초록잎새....
온종일 입이 귀에 걸렸다.
그렇게 좋은가 ?
아빠와는 길어봣자 두어마디 대화후 단절.
그런데....
제 어미와는 무슨 할말이 저리도 많은지 ?
종일 속닥속닥 이어지는 대화가 끝이 없다.
양지쪽의 둘레길...
초록융단이 깔려 있다.
참으로 별천지다.
다른곳은 온통 눈꽃이 핀 하이얀 설원의 한겨울인데 ...
오늘은 어제와 달리 날씨가 맑다.
걷다가 올려다 본 하늘이 시리도록 파아란게 너무나 아름답다.
어느새...
송여자 둘레길이 끝나가고 있다.
해찰을 떨며 걸었어도 40여분만에 완주다.
이젠 대여자도와
소여자도를 이어주는 저 다리를 건너갈 차레...
여자교를 향해 숲속을 빠저 나오자 마자
예전엔 분명 초등학교 같던 건물이 솔민박으로 단장을 했다.
그곳을 벗어나...
여자교에 이르자
몽(夢)이란 이름의 동상이 우릴 맞아 준다.
이 섬은 낙시가 잘 돼 강태공들이 많이 찾아 온덴다.
그래서 대어를 낚는 꿈을 형상화한 조형물을 설치 했나 보다
사실...
여자도는 준족들이 찾아와 걸을 정도의 둘레길은 못 된다.
그렇다고 멋진 조망이 있는것도 아니고....
밋밋한 이 섬에서 그래도 봐줄건 두 섬을 이어주는 다리 뿐이다.
아껴가며 걸어도 다리는 금방 끝이 났다.
이후...
우린 해안으로 이어진 원목데크를 따라 걸어 보기로 했다.
해안길은
용암이 굳어저 생긴듯한 암반이 길게 이어진다.
그러나 어느순간 암반길은 파도에 잠겨 길이 끊겼다.
되돌아 가긴 그렇고...
그래서 한차레 잡풀을 헤치며 길을 만들어 올라선 둔던을 넘어서자
마파지 마을로 들어 서게 되었는데
우린 또다시 마을을 벗어나 해안가 언덕길을 걸었다.
그러다...
다시 내려선 다음 마파지 마을을 벗어나 도로를 따라 더 걸어가자
그길 끝엔 방파제가 나왔다.
사실 나는 방파제가 있던 곳이 여자 선착장으로 잘 못 알았다.
여자 선착장은 우측의 도로를 따라 더 걸었어야 한다는걸 나중에야 알았다.
되돌아온 마파지 마을에서 선착장을 찾아든 우린
아직 배가 들어 오려면 시간이 많이 남아 해안가를 이리저리 배회하며 시간을 때웠다.
마파지 선착장에서
내 시선을 잡아 끈 범상치 않아 보이는 산은 뭘까 ?
핸폰을 꺼내 현지 위치검색을 통해 확인하니 고흥의 팔영산이다.
역시...
명산은 어디서든 그 존재감이 두드러저 보인다.
여자도에 머문 두시간...
시간이 여유롭다.
여자도 선착장에서 오후 2시에 떠난 배가 마파지 선착장을 들리지 않음 어떻하지 ?
시간 다 되어가도 배는 보이지 않아 불안한 마음에 그곳의 주민에게 물어보니
반드시 오니 걱정 마란다.
ㅋㅋㅋ
오후 2시10분에 마파 선착장에 여객선이 도착을 한다.
선실에 들어서니
헐~!
손님은 우리뿐...
완전 배 한척을 우리가 전세 냈다.
섬 트래킹을 끝낸후 찾아든 큰아들의 숙소에다
이불과 먹거리를 건네주고 시간을 맞춰 찾아든 소극장을 찾았든 우린 개막을 기다린다.
서울에서 활동하다
여수 극단 파도소리에 잠시 몸을 담은 큰아들...
몇번 직접 연출을 한 작품을 무대에 올리긴 했어도 직접 극본을 쓴
작품을 연출하여 무대에 올린건 이번이 처음이다.
당연 궁금 하기도 햇고....
과연 잘 할 수 있을지 ?
연출과 극본 그리고 연기까지....
1인3역을 무난하게 끝낸 큰아들의 연극은 기대 이상였다.
어느순간...
50대의 메마른 감정선까지 건들여 울컥하게 만든 연극은
예술성에 오락성까지 갖춘 훌륭한 예술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내 아들이라 그런가 ?
언프리티 액터란 제목의 연극은
젊은이들의 꿈과 이상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갈등과 음모 배신은 물론 화해의 과정까지 모든걸 담아내고 있었다.
그런데...
역시 소도시는 예술의 불모지라 그런지 극장안이 썰렁하다.
그게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힘들고 어려운길을 택한 큰 아들은 본인이 좋아 하는일을
그냥 흔쾌히 하게 해 준 부모님이 그저 고마울 뿐이라니 그저 미안한 마음만 든다.
해 준 건 하나도 없고 또 해 줄 수도 없는 형편이라 안타깝다.
묵묵히 하던일 성실히 하다보면
좋은 세월은 반드시 오겠지란 믿음으로 견뎌내기만 바라며
늦은밤 큰아들의 단원들을 데려다 함께 저녁을 먹고 귀가를 했다.
돌아오는길...
눈발이 거세다.
무사히 돌아와 긴장의 끈을 놓아버린 순간 피곤이 몰려든다.
오늘은 또 그렇게 의미있는 하루가 저문다.
(동영상으로 보는 여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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