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속리산 세조길

산행일 : 2017년 2월07일 화요일

누구랑 : 산찾사 + 초록잎새....처제 가족

 

   (세조길 개념도)

 

 

이른아침 퇴근을 했다.

이후 이틀 연속 휴일인데 이런 기회는 그리 흔치 않다.

예전같음 무조건 마눌님과 룰루랄라~ 신나게 떠났을 테지만

아직은 온전치 못한 초록잎새의 몸 상태가 잠자리의 불편함을 못 참는다.

그래 그런지...

서로 눈치만 살피던 중 나는 개의치 말고

어디든 멀리 떠나고 싶은곳 다녀오라며 초록잎새가 등을 떠민다.

 

나홀로~?

미안스럽기도 하지만 스산하고 춥기만 한

한겨울에 외롭기 한이 없는 홀로 떠남이 마뜩찮다.

이럴줄 알고 혹시나 함께 할 수 있는지 만보님께 카톡을 햇더니

헐~!

필리핀 세부에서 방금 도착했고 바로 저녁엔 또 북경으로 날아 간덴다.

부럽다~!

언제 내가 뱅기를 타 보았던가~?

이젠 그리움이 사무친다.

ㅋㅋㅋ

 

마침...

미용실을 하는 처제가 오늘은 쉬는날이다.

폰을 날렸다.

 

"니들 어디 가냐~!"

"형부~!"

"우리가 가긴 어딜 가~!"

"우리 좀 좋은데 데려가 줘요~!"

 

꼬렉~?

저질 체력의 처제가 갈 수 있는곳이 어딜까~?

그러다 생각난 곳...

속리산에 세조길이 생겼다니 그곳이나 걸어 보기로 했다.

 

 

 

 

매표소를 통과할 때까지 마음이 심란할 정도로 고민을 했다.

문화재 관람료 4000냥.

세조길 입장료로 내기엔 아깝다.

나홀로 왔다면 수정봉에서 법주사로 내려오면 될 일인데

줄줄이 딸린 식솔들을 데리고 샛길 출입은 다소 아니 졸라게 부담 스럽다.

마침 든든한 지원군 동서 태산도 수정봉은 올라보지 못했다 하여 결행 한번 해볼까 하다

은근슬쩍 내비친 나의 의견은 마눌님의 한마디에 그만 꼬리를 내렸다.

 

"당신 이젠 그럴 나이 아니잖아요~?"

 

으이구~!

산찾사 그대로 께갱이다....

 

 

 

 

소공원을 걸어 일주문을 향한다.

그러다 바위틈에서 흘러 나오는 약수를 들이키던 처제...

보은군에서 공급하는 상수돗물이란 안내문을 뒤늦게 발견하더니

우리에게 수돗물 냄새는 안나고 맛나니 한번 마셔보라 권한다.

그러나....

다들 이구동성으로 똑같이 내뱉은 말..

 

"됏거든~!"

 

ㅋㅋㅋ

처제를 못 믿는게 아니고 

국가는 물론 공기업 마저 못 믿을 행정이라 그런거니 이해 하그라 처제...

세월호 사건이후 지금 이 시대의 화두가 각자도생 이란다.

특히 정부에서 권하는 말은 꺼구로 알아 들어야 한다는게 정설이다.

딘장 간장 우라질~!!!!  

 

 

 

어느덧 우린 일주문을 지나

 

 

 

법주사 앞에서 우측의 세조길로 꺽어든다.

 

 

 

잔설이 쌓인 등로가 미끄럽다.

다행히 마대를 깔아놓은 양지쪽 등로는 그런대로 양호한 수준. 

평일이라 그런지 산책길이 한가롭다.

 

어디를 그래 다녀 오시나 ?

우리와 반대편으로 휘적 휘적 걸어 내리는

스님의 어깨위엔 쓸쓸함이 짙게 내려 앉아 외로움이 가득하다.

 

 

 

세조길...

걸어보니 그리 새로운 길이 아니다.

기존 등로의 반대편과 계곡으로 지주를 세워 걷기 좋은 원목데크로 길을 낸 것 뿐.

 

 

 

그렇게 걷다 눈썹바위를 만났다.

세조가 생각에 잠겨 쉬었다 갔다는 눈썹바위는 정말 사람의 속눈썹과 닮았다.

세조....

개국공신들에게 빛 진걸 갚으려다 보니

조선의 건국이념이 담긴 경국대전을 제일 많이 훼손 시킨놈이다.

정도전이 그걸 알았다면 아마 이런말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내가 이럴려고 조선을 개국 하는데 목숨까지 걸었는지 자괴감이 듭니다~!"

 

 

 

 

눈썹 바위를 지나자 마자 만나게 된 상수원...

입춘이 지난 절기지만 아직 이곳은  동토의 땅이다.

호수는 꽝꽝 얼어 붙어 있다.

 

 

 

알싸한 겨울 찬바람에 정신이 맑아진다.

그 추위를 잊기 위한 종종 걸음 덕분인지 아니면

도란 도란 끝없이 이어진 정담 때문 였는지 세조길은 지루함을 잊은 채 야금 야금 먹힌다.

 

 

 

 

 

그사이...

세조길의 정점 세심정을 지났다.

우린 조금 더 걸어 상환암까기 걷기로 한다.

 

 

 

그런데...

상환암으로 향한 응달길이 사뭇 미끄럽다.

아이젠을 준비 못 한 탓에 이런길을 되돌아 내려 올 땐 위험하다.

 

 

 

 

그래서..

어느정도 올라서다 우린 그만 되돌아 가기로 했다.

 

 

 

몇달전 군대를 제대한

처제의 막내 아들녀석이 엄마 아빠를 따라 아주 잘 걷는다.

하긴..

군대 가기전 우리를 따라 비박도 함께 한 놈이다.

이녀석 내가 칭찬을 좀 했 줬더니

자기가 군대 있을때 한때는 태양의 후예로 불렸다고 자랑질이다.

ㅋㅋㅋ

 

 

 

 

되돌아 가기로 했으니

싸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한다.

컵라면과 떡 그리고 김밥으로 푸짐하게 식사를 끝낸 후

커피까지 마시는 호화로움을 즐긴 우린 왔던길을 그대로 따라 내려 법주사로 향했다.

 

 

 

 

 

 

귀로에 들린 법주사...

우린 법주사의 상징과도 같은 미륵불상 앞에 선다.

시멘트~청동~금동으로 세번이나 그 모습이 바뀐 미륵불상인데

우리세대는 청동 미륵불상을 제일 오래 봐 와서 그런지 금동 미륵대불은 왠지 낮설은 느낌이다.

 

 

 

금동미륵대불 옆의 팔상전은 국보 제55호로

임진왜란때 소실된걸 1605년에 재건하고 1626년에 중수했다.

그 팔상전 1층에선 백일기도 축원을 접수 받고 있었다.

불교도인 처재가 십만냥이나 하는 백일기도를 접수하러 들어 서더니 나올줄을 모른다.

 

 

 

기다리는 동안 법주사 뜰을 여기저기 거닌다.

예전...

마눌과 단둘이 몰레 법주사 뒷편 법주사골을 경유하여 석문을 거처 관음봉을 올랐던 추억을 떠올려 본다.

서북능선을 타고 난 후 내려올땐 또 여적암에서 다시 수정봉 능선을 따라 걷다가

미륵대불 뒤로 내려서기도 했던적이 여러번이다.

마눌님도 그때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땐 참으로 겁없이 다니던 시절였다.

 

 

 

법주사 뜰 한켠....

계곡은 동토의 땅였는데 이곳 목련은 봄을 준비한다.

보송 보송 솜털의 옴이 곧 터질 듯 하다.

 

 

 

 

아직도 나올줄을 모르는 처제를 기다리다 보니

덕분에 관심 밖에 있던 문화재를 살펴보게 된다.

그중 우린 고시대의 대표적인 마애불인 보물 제216호 앞에 선다.

어디서 본 듯한 온화한 얼굴의 마애물은 넓은 어깨와 달리 잘룩한 허리가 특징이다.

법주사엔 이렇게 여기저기 널린게 문화재라 관람료가 사찰중 제일 비싸다.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 되었어도 문화제 관람료가 비싸 서민은 부담이다.

언제쯤 분리징수가 될지 ?

 

 

 

볼일을 다 본 체제가 나왔다.

기도를 접수하자 운수도 봐 주는데 본인의 건강이나 잘 챙기라 하더란다.

그건 신통하게 잘 맞춘것 같다.

제때 식사도 제대로 못한채 일을 하는 처제의 건강이 염려 스럽다.

한차레 큰 위기를 겪은 우리 마눌님이 재활차 걷는 걸음마저 힘겨워 못 따라 오는 처제가 아닌가 ?

 

 

 

아무 부담없이 소풍처럼 나들이로 다녀올 수 있는

세조길을 끝내고 대전에 도착하자 어느새 짧은 겨울 한낮이 저물고 있다.

마눌님...

그냥 갈 수 없단다.

밥은 먹고 헤여져야 하는게 한국인의 정서다.

더구나 우린 가족인데 말하면 무엇하랴~!

맛좋기로 유명한 집을 찾아 들어 힘 불끈 낙지볶음을 시킨 우린

밥에 싸악싹 비벼 맛나게 드셔주는 것으로 보~람찬 오늘 하루를 정리했다.

 

 

(산행모습을 동영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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