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남해 욕지도 천황산
누구와 : 산찾사부부.너른숲 부부
언제 : 2006년 2월 11일~12일 (토요일. 일요일)
코스 : 섬일주 드라이브~여객선 터미널~충혼탑~귤밭~면사무소~시금치재~태고암
~천황봉~대기봉~할매바위~혼곡~옥동정상~망대봉~일출봉~ 아포
(욕지도 안내도)
용산 국립 박물관 대역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감리단장 너른숲님은
다음 공사현장 배정이 결정되기까지 한가로운 시간이 주어젔나 보다.
부부 함께 산행은 짧게 입은 즐거운 웰빙산행을 원하여 마침 부산의 뫼오름 산우들의 정기산행지인
통영 미륵산에 합류할수 있는 욕지도 천황봉을 하루 먼저 여행과 등산후 다음날 합류하는 여정을 기획한다.
토요일 이른 새벽 6시 꾸물꾸물 잔뜩 찌프린 하늘은 간간히 보름을 앞둔 달님이 고개를 내밀고
그 하늘 아래 힘찬 질주를 하는 나의 애마 투산이 앞은 거칠게 없다.
다만 유리창으로 육십령 터널을 지나며 기어이 안개비를 뿌리며 심술을 부린 하늘은
아침 요기와 휴식을 위해 들린 함양 휴게소를 들릴쯤엔 안개를 조금 뿌려 놓았을 뿐이다.
숲님이 준비해온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맛좋은 찰밥 한덩이로 아침을 먹고 커피까지 마셔
원기를 보충후 우리는 통영나들목을 나온다.
그러나 연장 개통된후 처음 나와 보는 낮설음에 그만 가야할 길을 잃고 가다보니
도남동 여객선 터미널이 나와 우리가 가야할 산양읍 삼덕항까지는 시간이 촉박하다.
삼덕항에 전화하여 좀 늦더라도 기다려 주십사 전화로 부탁을 드린후
꽁지 빠지게 달리니 출항시각 정각인 09:00에 도착한다.
부지런히 승선을 하자마자 뱃고동을 울리며 기다렷다는듯 여객선은 통영항을 벗어난다.
(산양읍 삼덕항을 벗어나며)
욕지도로 향하는 뱃길은 다도해의 섬들과 고달픈 삶을 싣고 오가는 고깃배들의 풍광이 한폭의
서정적인 그림들이라 그 선경에 취해 깨어날쯤이면 80리의 짧지 않은 바닷길은 서운하게도 벌써 욕지항이다.
(배에서 바라본 욕지항 전경으로 큰 건물 뒷산의 오른쪽 삐꼼히 내민게 천황봉)
欲知島는 옛 지명 欲秩島. 褥秩島(욕질도)에서 변천된 섬 이름이다.
한려수도 끝자락에 흩어진 39개의 섬을 아우르는 욕지도는 통영항에서 직선거리 27km.
뱃길로는 32km 떨어진 망망 대해에서 연화도 상노대도 하노대도 대도 두미도 초도 등과 함께
蓮花列島(연화열도)를 이루고 있다.
욕지항에 도착하여 먼저 해안선 길이가 31 km 나 되는
섬 구석구석을 돌아보는 드라이브길에 나섰다.
欲知라는 한문을 풀이하면 "알고자 하거든"이 된다.
정말 욕지를 알고자 하거든 직접 밟아 보고 걸아본 다음일 것이나
문명의 편리함을 이용한 편히 앉아 천천히 둘러보는 드라이브도 괞찮을듯 싶다.
욕지항 선창장에서 오른쪽으로 접어들자 이방인을 먼저 반겨주는건 하이얀 갈메기들이다.
해안절벽을 끼고 애돌아가는 도로는 흰작살 해수욕장을 지나고 도동 덕동을 넘겨 해양수산부에서
선정한 2005년 아름다운 어촌 100선에 선정되어 그 아름다움을 인정받은 유동마을로 들어선다.
(유동마을서 바라본 대봉산으로 고래머리가 바다로 들어가는 형상)
유동마을로 들어서는 좁은 도로를 지나 유동등대가 보이는 산을 넘어 에덴농원으로 향한다.
농원으로 향하는 좁은 소롯길옆 공터에 애마를 주차후 산허리를 타고 돌아 올라가는 시멘트 포장도로를
도란도란 정담을 나누며 걷다보면 어느순간 길은 흙길로 바뀌며 언덕을 넘는다.
폐가된 민가 몇채를 지나자 한눈에 에덴농원임을 알수 있는 건물이 나오는데
두 모녀의 고단함이 고스란히 베어 나오는 건축물은 미적감각이 아주 뛰어난 예술품이다.
야곱의 우물,마음을 비워주는곳,모닥물, 뉴 에덴 등등....
건물마다 종교적인 의미와 철학을 담은 이름을 세긴 에덴 농원은 해안을 바라보는 언덕위의
작은집으로 그 집주인 모녀는 출타중임을 알리는 대문안 쪽지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TV 인간극장 다큐멘터리에서 두 모녀의 삶을 봤다는 아내는 주인장을 못보고 가는게 서운하고
아름답게 연출된 TV 화면과는 달리 보여지는 풍광에 약간의 실망스러움을 안고 발길을 돌린다.
(에덴농원 전경)
(유동마을 언덕에서 바라본 삼여도)
유동마을을 벗어나 단애절벽위 도로를 가다보면 화려한 외출 영화 촬영 장소라는 기념비와 함께
삼여 전망대가 나오는데 두개의 큰 바위섬이 작은 한개의 섬을 품고 있는 형상의 삼여도가 푸른바다에
솟아오른게 발아래 펼처저 있다.
섬은수목이 함께 있는곳이며 여는 바위로만 이뤄진 곳이란 뜻을 품고 있는 단어다.
그래서 삼여도란 바위로 이뤄진 3개의 섬이란 뜻이된다.
삼여도에서 잠깐 올라서면 새천년 기념탑이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일출이 장관이라니 내일 아침 일출이 기대된다.
천천히 둘러보며 걷다보니 욕지항에 도착한지 어느덧 2시간을 훌쩍 넘긴 시각이다.
여객선 터미널로 돌아와서 이곳 욕지항에서 못먹고 가면 후회한다는 해산물 듬뿍넣어
시원한 짬뽕국물이 끝내준다는 한양식당을 물어물어 찾아갔다.
(삼여도)
찾아간 한양식당은 노년의 부부가 단둘이 중국음식을 바쁘게 만들어내고 있다.
허름한 건물이나 깔끔한 식당에서 삶아낸 짬뽕엔 소문대로 해산물이 그득 담겨있다.
모든 먹거리가 그렇듯 질이 좋으면 양이 적고 양이 많으면 질이 좋지 않으나
이곳 짬뽕은 질도 최고지만 혼자서 다 먹긴 다소 버거운 곱배기에 가까운 많은 양이 나온다.
그 많은 양의 짬뽕을 비워내 위장을 만땅으로 채운후 오늘의 숙소를 찾아 나선다.
(맛이 쥑여주는 짬뽕)
(맛나게 잘도 드시는 숲님 부부)
좀 비싸더라도 해안을 바라보는 전망좋은 펜션에서 묵으려
요기조기 전화로 먼저 알아보니 예약만료로 숙소가 없단다.
그냥 여객선 터미널과 가까운 여관을 찾아드니 아주 깔끔한게 마음에 들어
바다가 바라뵈는 방을 잡아 짐을 풀고 산행준비에 나선다.
산행에 앞서 여관쥔장에게
여관 뒷편에서 부터 산을 올라도 돼냐 물어보니 모든 등산로의 잡목을 베어내고 정리해서
아무곳이나 올라도 된다기에 여객선 터미널 공터의 안내도 뒷편의 산으로 향하는 시멘트 계단길로
올라서니 처음의 소롯길이 널널해지며 충혼탑이 나오고 그 옆으로 지난 등로가 고도를 놓이더니
마을 이장님 방송스피커를 메단 시멘트 철탑을 지나자 작은 야산 둔덕을 넘긴 등로는 민가의 텃밭으로
이어지다 어이없게도 등로가 끝난다.
우리는 섬 안내도와 산행 개념도를보며 논골을 거처 약과봉으로 향하는 방향을 잡아
산허리를 치고 올라서기로 하고 잡목을 헤치고 올라서는데 앞을 막는 가시덤불이 가도가도 끝이 없어
끝내 굴복을 한 우린 도로 마을로 내려서서 다시 산행들머리를 찾기로 하고 귤밭을 거처 마을로 내려섰다.
(큰 건물 앞 야산에서 부터 진행하여 마을을 내려다본 풍광)
다시 시작한 산행들머리는 면사무소를 지나 약과봉을 생략한
시금치재까지 길게 이어지는 오르막의 시멘트 포장도로를 걸어올라 태고암으로 향한다.
천황봉으로 향하는 등로에서 벗어난 태고암에 들렸다 뒤돌아 나온후
가파른 계단과 잔설이 남아 미끄러운 등로를 조심스레 오르다 보면 어느새 등줄기에 땀이 흐른다.
대기봉과 천황봉이 갈리는 안부에서 갈증을 달래는 귤을 까서 입에 넣으며
휴식으로 힘든 다리를 달랜후 베낭을 두고 천황봉으로 향한다.
군 통신시설이 설치된 천황봉 정상을 향한 등로는 암릉이 가로막고 있다.
우회길이 있나 이곳 저곳 살펴도 보이지 않아 암릉을 넘어 오르기를 시도 하지만
위험스러움에 이내 포기를 할수 밖에 없는건 암릉 타고 올라서면 펜스를 친 울타리를 너머
또다시 윤형 철조망을 넘어야 하기 때문인데 코 앞에서 정상 정복을 못한 억울함이 못내 원통한 숲님은
미련을 못버리고 올라서다 이내 포기한듯 내려서는데 사뭇 불안스러워 조심해서 내려서라 외처본다.
(천황봉 정상의 모습)
(오늘 산행 종착점인 망대봉을 지나 일출봉이 바다건너 보이고...)
(해안 절벽을 끼고 돌아나가는 가야할 등로가 발아래에...)
안부로 돌아와 대기봉을 향하는 능선에서 바라뵈는 바다풍광이
욕지도 섬 전체가 한눈에 뵈는 조망과 함께 가는내내 우리눈을 즐겁게 한다.
고생 끝 이제부턴 룰루랄라 천천히 걸으며 멋진 선경을 감상하면 된다.
그런데 대기봉에 도착한 아내가 두통이 심하다며 할매바위에서 불곡으로 내려 그냥 숙소로 가겠단다.
몇일전 급체하여 이틀 동안 앓아 눕더니 그 후유증이 남았나 보다.
아내가 산행을 접으니 숲님 옆지기도 따라서 함께 숙소로 이동함에 숲님과 단촐히 단둘이
산행을 이어간다.
관청 옥동정상으로 향하는 등로는 해안절벽을 끼고 빙 둘러나가는 절경이 계속이어진다.
가는 내낸 삼여도가 보이고 에덴농원을 품은 등대가 서있는 양판구미가 한눈에 들어서는 해안가는
오늘 산행의 백미다. 이 좋은곳을 힘들게 올라선 보람도 없이 숙소로 향한 아내가 함께 못함이 안타깝다.
노적마을로 향하는 도중에 까만봉다리를 든 이곳 섬마을 소녀와 애띤 아가씨와 만나 잠시 함께 걷는다.
이곳 섬마을 소녀는 선생님 4명에 전교생 8명인 학교에 다닌다니 개인 가정교사를 가진 행복한 소녀다.
그나마 1학년 학생은 없다니 이곳 욕지도도 젊은이는 모두 도시로 떠난 시골 농촌의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느낄수 있는데 소녀 옆을 걷는 이쁘장한 갓 스물을 넘긴듯한 아가씨는 어눌한 말씨가 이상해 물어보니
월남에서 시집온지 4개월이 됐다는 새댁이다.
순박하게 생긴 아가씨가 물설고 낯설은 이국타향의 새로운 삶을 어떻게 견딜지 ?
안쓰러움에 다시 한번 처다보니 빙그레 웃는 얼굴이 완전 산골소녀의 때묻지 않는 순수함이 묻어난다.
가슴이 아릿하게 저며오는 쓸쓸함도 함께 풍기는 월남 새댁과 이별후 아름다운 노적마을을 향한다.
노적마을을 앞두고 옥동 정상으로 향하는 등로를 놓친 우린 산허리를 치고 올라서다
앞을 가로 막는 가시덤불에 이미 데인 상처가 남아 있어 지레 겁을 먹고 뒤돌아 내려서서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얕으막한 옥동정상을 돌아나가기로 한다.
도로는 망대봉을 향하는 이정표가 서있는 노적마을 입구에 이른다.
급경사 내리막 포장도로 아래 끝에 자리잡은 어촌의 한가로운 풍광이 한눈에 들어서는
노적마을은 해안의 단애절벽을 드러낸 섬과 조화를 이룬 아름다움으로 다가선다.
숲님과 이정표의 방향대로 망대봉을 향한다.
망대봉을 향하는 등로는 평범한 육산의 야산으로 오르락 내리락의 얕은 경사로를 유지하며
둔덕을 넘는 오솔길이 이어지다 정자를 지나고 더이상 오를곳이 없는 섬 끝의 봉오리에 서니
하루를 마감하는 해가 뉘엿 뉘엿 넘어가며 오늘 걸어온 천황봉 능선에 걸려있다.
(노적마을 전경)
(천황봉뒤로 넘어가는 해넘이)
(귀향하는 고깃배)
섬의 도로가 끝나는 지점인 야포로 내려서며 아내에게 전화를 하니
산행날머리를 내려서자 마자 나의 애마 투산이가 달려온다.
얼른 투산이을 올라타고 넘어가는 해를 잡으러 관청의 둔덕을 올라서니 삼여도를 넘어
에덴농원이 있는 산능성이를 넘어가는 장관의 해넘이를 행복한 마음으로 감상할수가 있었다.
숙소에서 푸짐한 횟거리를 떠와
소주.맥주.가시오가피주.매실주.산사추등 5가지 가지각색의 취향대로 마시는 주류와
살살 녹아 내리는 안주로 자연산 회를 먹고나니 세상 부러울게 없는 행복한 밤이다.
이 행복감을 자랑하고 싶어
사서 고생을 하는 산우들에게 손폰을 때리니 엄동설한의 눈속에서 비박을 하는통에
입이 얼어붙어 말도 제대로 못하겠다는 별땅이 덕배 재넘이가 "우리 동태 돼시유~"라며
엄살을 떨며 하는말이 그래도 하늘엔 별도 많고 보름달이 둥실 떳다 자랑이다.
얼어 죽겠다는 사람들이 아름다운 별도 달도 보이니 그래도 살만은 한가보다...
얼큰한 술기운에
기분좋아 창밖을 내다보니 도심에 찌든 멍든가슴이 파도소리에 하나 둘 씻겨나가고
가슴 가득 시원한 바람과 함께 깨끗한 파도소리로 넘처 흘러 들어온다.
밤이 깊어 갈수록 욕지도의 항구는 더욱 아름다워지고
더불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밤은 더욱 황홀해 행복감으로 충만하다.
출처 : 산장 나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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