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지리산 

 산행일 : 2005년 7월 24일 일요일

 

 누구와 : 대충산사 . 주주회원


 산행코스 : 추성동~두지터~칠선폭포~대륙폭포~마폭포~천왕봉~장터목~망바위

               ~소지봉~창암능선~두지터~추성동 

 

 산행을 계획하여 공지를 올리고 나면 그날을 기다리는 마음이  소풍날을 고대하는 어린 아이처럼

 설레임으로 세월을 더디다. 

  그러나 ....

 뜻하지 않은 아우의 불행한 소식에 답답하고 앞이 캄캄한  먹먹함으로 가슴이 아려옴에 산행을

 접으려 맘을 정리해 보지만  그 또한 개운치 않는 뒷맛으로 속이 편할리 없다.

 산행전날 아우에게 전화로 제수씨의 진행상황을 알아보니 하루이틀 끝날일이  아님에

 산행을 강행하기로 맘을 정한다.

 

 

 새벽에 떠나는 일정상 조금이라도 잠을 청해보는데

 여름날 어김없이 찾아든 불청객 열대야란 못된놈이 가뜩이나 고단한 심사로 지친 내 육신을 인정사정

 볼 것 없이 걷어차임에 못겯뎌 눈이 뜬 한밤중  시계를 보니 겨우 01시다.

 이리 뒤척 저리 뒤척이다 그냥 일어나 샤워를 하고 주섬주섬 산행준비물을 챙겨  집을 나서는 

 내 뒤를 아내의 근심어린 눈길이 길게 꼬리를 물고 따라 붙는다.

 

 산행접선 장소엔 반가운 얼굴들이 어둠 속에서도 알아볼 만큼 반색을 하며 반겨준다.

 혹여 내가 못가면 대신 진행을 맡아 달라고 부탁을 드렸던 재넘이님은

 그동안 산행인원에 맞는 차량수배와 준비로 고생을 하셨는데 차량에 승차할 인원을

 체크하느랴 여전히 분주하시다.


 

 봉고 15인승에 기사 포함 12명이 출발을 하는데 맨 앞에 나를 앉으라 하여

 하늘같은 산행 선배님들이  앉아야 한다 사양하지만 산행리더가 그 자리다며 거듭 권하므로

 대충산사 뫼꿈이님의 지론인

 겸손이 지나치면 교만이요 교만이 지나치면 오만이라는 말씀이 생각나 그냥 무거운

 엉덩이를 눌러 붙이고 새벽공기를 가르며 출발한다.


 

 설핏 잠이 들었나 싶었는데 이상한 느낌에 눈을 뜨니  기사분이 길을 잘못 들었다.

 다시 유턴하여 뒤돌아 나와 의탄리에 이르기 까지 길안내를 하여 추성동 주차장에

 도착하니 대전을 떠난지 2시간만이다.


등산화를 질끈메고 매표소를 지나는데 입산료 달라는이 없으니 부지런을 떨면 역시 돈은 번다.

 가파른 언덕을 넘어서자 여명을 여는 새벽녘의 어스름한 빛살속에 두지동으로 향하는

 녹음짙은 오솔길이 눈에 들어서자 그간 마음을 짓눌러 왔던 온갖 시름과 상념이

 쑤욱 내려가며 가슴이 새벽바람처럼 시원하다.


            (매표소를 지나 두지터로 향하는 오름)


 누군가 그랬다.

 새벽에는 너그러워지는것.

 새벽에는 모든 것을 용서하고 용납하고 감싸안고 사랑하는 것.

 그리고 새벽에는 좆 꼴리는 것 (에궁 !!!! 이런....)

 그리하여 새벽에는 오직 안개가 주인일 뿐......


 

 새벽의 주인 안개를 걷어내면서 우린 신선이나 살 법한 쌀 뒤주를 닮아 두지터란

 이름을 얻었다는 두지동을 지나 풀잎의 이슬을 털어내며 푸름을 간직한 원시림속으로

 하늘나라 일곱공주가 내려와 목욕을 한다는 칠선계곡을 향해 성큼 한발을 들여 놓는데

 오늘도 제일 먼저 반겨주는건 허공에다 제 내장을 가늘게 가늘게 풀어

 집을 지은 거미줄이다.

 다른날 같음 짜증이 몰려들겠지만 새벽은 모든걸 용서하고 용납하고  사랑한다는 말처럼

 거미가 한줌도 못되는 자기의 몸을 풀어 짜낸 실로 하루 종일 지은 집을 망친 내가

 오히려 미안스럽게 느껴지는 새벽녘이다.


           (두지동을 지나 칠선계곡으로 들어서는 입구엔 나리꽃이 어여쁘다)

 

 


 선녀탕으로 향하는 계곡길은

 우렁차게 흐르는 물소리만 정적을 깨울뿐 고요함으로 새벽의 침입자를 맞는다.

 벌써부터 흐르는 땀방울은 고랑을 이룬 등줄기를 타고 흘러 아랫도리를 젹신다.

 아예 정상을 향하려는 마음을 접고 그냥 맑은 물에 풍덩 몸을 담그고

 마냥 퍼저 눌러 있고 싶은 욕구가 슬슬 피어 오른다.

 


 선녀탕을 넘는 목책의 다리 난간엔 비박을 하는 산꾼들이 아직도 단잠의 유혹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여기저기 누워 있어 살금살금 그네들을 지나처 금단의 열매가 기다릴

 칠선폭포를 향해 무시무시한 경고판을 넘어선다.


 

 칠선폭포를 향한 계곡엔

 수많은 작은 폭포와 소가 연이어 나오며 우리 눈을 즐겁게 하는데

 다른 산에 태어났다면 이름도 얻고 사랑받으며 귀하게 여길 폭포와 담과 소가

 이곳에선 그저 이름 없는 칠선계곡의 한 구성원일 뿐이다.



 













 빈속의 아침산행에 산우들이 힘들어 한다.

 앉기 좋은 너른 바위에 배낭을 내리고 빵과 간식으로 아침 요기를 하는데

 오늘 산행의 최연장자인 벽산님 갑자기 훌훌 옷을 벗어던지더니

 퐁당~~ 새벽 알탕을 감행하여 모든 산우들의 부러움과 시샘을 한몸에 받는다.


 

 곧 나올 것 같은 칠선계곡은 한참 뜸을 들이고 애를 태우다

 푸른숲 나뭇가지 사이로 그 모습을 드러 내어 놓는데....

 역시 하늘나라 선녀님들이 내려와 목욕을 할 만큼 풍광이 수려하다.

 오늘 하늘나라 제일 이쁜 왕 언니는 내가 차지하리라 맘 먹고 제일 먼저

 들어섰건만 선녀는 보이질 않는다.

 아마도 벽산님의 알탕하는 몸을 본 선녀들이 도망 친게 분명하다.....

 


 에이 !!! 벽산님 책임져~~

 

       (칠선폭포에서)











 



  칠선계곡의 아름다움이 갈길 바쁜 길손의 발목을 잡는 바람에

  여정이 더욱 길어젔다.

  더 웅장하고 아름다운 비경의 대륙폭포가 기다리니 어서 가자 재촉하여

  진행을 하는데 신샘님은 한낮의 푹푹 찌는 오후를 생각하여 미리 일정을

  당기자며 빠르게 앞을 치고 나가고

  맨 뒤의 재넘이님은 온갖 풍광 놓칠수 없다 갖은 해찰을 다 부리니

  몇 안되는 산행팀이 앞뒤 간격이 너무 벌어저 신샘님의 빠른 발걸음에

  브레이크를 채워 간격을 조정하며 대륙폭포에 이른다.


 

 대륙폭포는 천왕봉을 향하는 등로 좌측으로 조금 빗나간 곳에 자리를 잡았다.

 초창기 칠선계곡의 등로를 개척한 대륙산악회가 자신들의 산악회 이름을 붙여

 대륙폭포가 됐다는 이곳은 웅장하기가 지리산 폭포중 으뜸이라 할수 있다.

 장마철을 넘긴 지금은 수량도 풍부해 떨어지는 물줄기와 주위의 피어오르는

 이슬안개로 잠시만 서 있어도 온몸이 시원하다.

 

               (대륙폭포)










  이름난 폭포를 만나면 무조건 30분 이상 지체된다

  대륙폭포를 뒤돌아 나온 갈림길에서 오늘 처음 만나는 분들도 있어 각자 자기의 소개와

  인사를 나누고 길을 떠나는데 잠시의 방심으로 알바 10여분후 마폭을 향한 등산로를

  찾아 서서히 고도를 높이는 계곡을 향해 치고 오른다.


            (이름없는 폭포들) 
















  칠선계곡 마지막 폭포 마폭포를 앞두고 연이어 나타나는

  이름없는 무명의 폭포도 예쁘고 아름답기에 오래전의 산행기억을 더듬어

  요것이 마폭포 ? 아니다 그럼 저것이 ?  아 ! 아닌덴... 하다보니

  한눈에 탁 들어서는 진짜의 마폭포가 웅장한 모습으로 버티고 있다.



 

 후미팀이 다 들어서길 기다리는데  황태자님 온몸이 흠뻑 젓어 도착하신다.

 아름다운 폭포의 풍광을 잡아보려는 욕심으로 자리를 잡다 순간 바위이끼에

 미끄러저 카메라 휴대폰 MP3등의 전자제품과 함께 퐁당 빠졋단다.

 헤엄못치는 본인은 그저 살아나온게 다행이라니

 에휴 !!!! 뭔 말로 위로를 드려야 할찌....

 


 마폭포에서 빵과 간식으로 도저히 산행을 할수 없다며 식사를 한다는 님들과

 배부르면 천왕봉까지 가파른 고갯길을 도저히 오를수 없다는는 님들로 나눠진다.

 천왕봉까지는 갈림길 없는 외길임으로 그냥 오르길 원하시는 팀과 함께

 천왕봉을 먼저올라 기다리기로 하고 일행을 뒤로 두고 앞으로 사라진 신샘님 뒤를 쫓는다.

 

                       (마폭포 하단부)







             (마폭포 상단부)







 가파른 등로를 씩씩하게 신샘님과 산신령님 가볍게 오르고 있다.

 그 뒤를 따라 묵묵히 따라 오른다

 어느순간 산신령님 뒤에 처지고 신샘님과 단둘이 남았다.

 선등하던 신샘님 힘에 부친 듯  숨을 고르며 나에게 선등을 권한다.

 허벅지로 피가 몰려드는 뻑뻑함과 함께 몰려드는 고통을 어느새 난 즐기고 있다.

 이 고통이 지나면 내몸의 나쁜 피가 다 빠져나간 느낌이 들것이다.

 그리고 나면 내 다리의 근육은 박달나무처럼 더욱 탱탱해지리다.

 



 근육을 정의 하자면

 외부의 스트레스에 저항하는 힘이라 할수있다.

 오늘 빡세게 받은 스트레스 만큼의 고통은 그 만큼 자란 근육이 보답해 주리라.

 

    (천왕봉을 향하는 칠선계곡의 마지막 힘든 오름길)







     (마지막 오름길에 바라본 중봉 산사태의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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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샘님과 함께 천왕봉을 올랐으나

 몰려든 운무에 조망이 실망 스럽다.

 비로소 배고픔이 몰려들어 천왕봉에서 속속 도착하신 신령님과 강 상욱님과 함께

 정상기념 증명사진을 박고 내려서며 적당한 자리를 잡아 점심을 먹는다.

 

           (천왕봉의 풍광)


 

               (장터목까지의 풍광)


 


 


 


 


 


 


 


 


 

 중식을 끝낼쯤

 후미팀 속속 도착하여 천왕봉 정상에 도장을 찍고 난후 모두들 장터목으로 향한다.

 휴일을 맞아 많은 등산인으로 북적이는 등로는 그 만큼 산행이 더디다.

 장터목에서 식수를 보충하고 인원 점검후 백무동을 향해 내려선다.

 

                (망바위)


 


 



 

 망바위에서 후미를 기다려 합류후 소지봉을 향한다.

 발빠른 신샘님 선두를 나에게 양보하고 뒤에 섰다.

 소지봉에서 창암능선 들머리를 찾는데 가려는 방향이 어째 이상하다.


 

 

 예전 이곳이 어디로 향하는 길인지 궁굼증에 10여분 가다 뒤돌아 나와 귀가후

 지도에서 찾아보니 그게 창암능선였고 마음에 두고두고 사모의 정을 못잊어 하다

 이제야 그 정을 풀고자 찾아온 나는 일행을 잠시 그곳에 두고 옛기억을 더듬어

 창암능선의 들머리를 확인후 되돌아 올라와 일행을 안내하여

 미지의 땅에 발을 들여 놓는다.

 


 

 우측의 칠선계곡과 좌측의 백무동계곡을 거느린 창암능선은 하늘을 덮는 수림사이로

 푹신한 낙엽의 양탄자 오솔길을 길게 늘여놓고 우린 반긴다.

 한없이 길게 고도를 낯추며 내리는 하산길은 정겹다.

    


 

               (창암능선 오솔길)


 

 


 

 


 

 도중 한숨을 고르는 동안 내놓는 뫼꿈이님이 감춰놓은 비장의 간식이 나온다.

 모두들 너도 나도 손이  바쁜게 오가는 수박의 달콤함에 흐뭇함을 감추지

 못하는 산우님이나 그것을 흡족히 바라보는 뫼꿈이님을 한방에 날려버리는

 황태자님의 간식이 나오는데....

 황태자표 간식은 한입만으로 모두들 입을 얼어붙게 만드는

 과일 냉동 아이스 후르스 칵테일이다.

 

               (황태자표 과일 후르쓰 칵테일)


 


 

 

 간식에 힘을 얻어 내리는 하산길은 빠르다.

 어서 가서 알탕을 해야겠다는 일념으로 땀범벅이가 돼도 모두들 상관없다.

 벽송사로 향하는 이정표만 보고 내려서니 두지동이 나오고

 후미를 기다리는데 황태자님이 도중 간식하던곳에 디카를 놓고 와

 회수를 하러 돌아갔다는 소식만 갖고 들어서는 후미팀과 함께 완전 하산하여

 황태자님을 기다리기로 하고 하산을 한다.

 

       (이정표)

   (빨치산 토벌루트인 창암능선 말미에 손들어를 외치니 손 번쩍드는 순진남들)


  (두지동 마을의 돌탑)

  (추성동 가는길)

 


 


 

  칠선계곡 입구 상가에 자리를 잡고

  파전 두부 돼지두루치기에 동동주를 마시며 한명씩 가게의 샤워장에서

  몸을 씻는동안 황태자님 옴몸에 구슬땀을 흘리며 들어서는데

  시원한 맥주부터 찾고 단숨에 들이킨다.

  도와준다고 배낭을 신샘님이 들고 내려오는 바람에 목이 말라 죽을뻔 했단다.


 

 

  오늘의 산행이 황태자님은

  두고 두고 기억에 남을것이다. 좋은 것 나쁜 것 이 한꺼번에 ......

 

  한여름 11시간의 긴 산행은

  여러 가지 뒷 얘깃거리를 남겨놓고 그렇게 또 한 추억거리를 만들며

  산행을 접는다.

 

 

  모든님 함께 해서 행복하고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산찾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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