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속리산 서북 능선
산행한날 : 2005.7.17 (제헌절) 산행경로 : 정낭골(08:45)-문장대(12:00/중식)-관음봉(13:25)-묘봉(15:40)- 상학봉(17:10)-신정리(19:25)-알탕후 도로까지 도보로 이동.<약 11시간> 누구와 : 초지일관, 바람소리, 라이프 가드, 강상욱, 정명, 뫼꿈이 회장님, 강건너 덕배 너른 숲, 산찾사, 초록잎새, 산찾사 아파트 이웃 부부
멀쩡하던 하늘이 늦은 오후부터 시커먼 잉크물이 번지듯 먹장구름을 풀어놓더니 급기야 밤이 되면서 내리던 빗줄기는 밤새도록 비바람이 창을 때리며 빗나간 주간 일기예보를 조롱하다 아침 햇살에 꼬리를 슬며시 내리곤 빗줄기는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오늘 산행준비물을 주섬주섬 배낭에 챙겨 넣는데 너른숲님 핸드폰의 메시지가 날아든다. 우중에도 산행은 강행하자고..... 당근 말밥이다. 어찌 우중산행의 묘미를 포기할수 있으리오..... 지하 차고에서 나의 애마를 꺼내오자 오늘 산행동지인 한지붕 아래 6층 부부가 환한 웃음으로 들어서는데 눅눅하고 습한 바람이 후욱 밀려든다. 매일 만나는 이웃사촌간에 뭔 할말이 그리도 많은지 쫑알쫑알 호호 하하 여인들의 수다에 우울한 장맛비의 분위기는 멀리 달아나고 평화로운 안온함이 가슴에 스며 들쯤 나의 애마 투산은 산행 집결지 선비마을 4단지로 들어선다. 결코 호락호락 넘볼 산행지가 아님을 공지후 절반이상 떨어젔음을 한눈에 알아볼 만큼 적은 산행동지는 뒤늦게 합류한 대충산사 뫼꿈이 회장님을 포함한 12명이다. 서로간 안부와 인사를 나누고 서둘러 산행지로 향한다.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대청 호반의 물안개를 걷어내며 힘찬질주 끝에 활목고개에 도착. 차량회수를 위해 1대를 남겨놓고 처음 산행계획의 반대방향을 들머리로 정하곤 정낭골 초입 공터에 2대의 차량을 주차후 산행준비에 나선다. 산행들머리 정낭골은 불청객의 방문을 허용하진 않을 듯 불어난 계곡물이 등로를 잡아 삼키곤 길 없지롱~~약을 올리는데.... 오늘 암릉산행임을 생각하여 고어텍스 등산화를 두고 릿찌화를 택한 나는 초반부터 계곡물에 점령당하여 수분을 잔뜩 먹은걸 보며 문득 떠오르는 시 한 구절.... 물빠진 갯벌은 떠돌이 창녀시인 황진이의 슬픈 사타구니와도 같이 젖어 질퍽거린다 라고 노래한 시인 서 정주님의 격포우중을 요코코롬 패러디 해본다. 정낭골 계곡물에 퐁당빠진 산찾사의 등산화는 욕정에 몸이 달은 옹녀의 사타구니와 같이 젖어부러 찌그덕 찌그덕 거린다. ㅋㅋㅋㅋㅋㅋ 원시림의 계곡 정낭골은 그간 선등자가 없었던 듯 시그널 하나 볼수 없는 계곡길은 등로가 끊어졌다 이어젔다를 반복하며 고도를 높이는데 간간히 내리는 빗방울에 높은 습도의 수온주로 연신 흐르는 땀방울이 속내의 까지 침범하여 축축해진 팬티가 벌써부터 거추장스럽다. 벌써 여러번째 희미한 등로를 찾아서 계곡을 왔다리 갔다리 건너며 진행하다보니 두계곡이 만나 하나로 이어지는 갈림길로 들어서는데... 오른쪽 계곡길로 들어서면 문장대와 관음봉 사이로 이어지는 등로가 되고 왼편은 문장대로 올라서는 백두대간 능선으로 붙게 되는 등로가 된다. 아득히 먼 옛 산행의 기억을 되살리며 오른쪽 계곡을 버리고 왼편 계곡으로 오르는데 계속 진행을 하려면 계곡물에 발을 적시며 거슬러 올라야 한다.
(정낭골 계곡의 풍광들) 주위를 가만 살펴보니 하늘과 맞닿은 능선의 실루엣이 눈앞에 보이며 그곳을 향한 희미한 등로가 눈에 띄어 그곳까지 오르면 백두대간 주능선이라 판단되어 계곡을 등지고 과감히 가파른 능선을 향해 올라선다. 착시현상인가 ? 금방 오를 것 같던 능선은 사라지고 거대한 암릉이 길을 막는다. 요리조리 살펴봐도 암릉을 넘어서기엔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본격적인 알바의 서곡이 시작되는 줄도 모르고 내 뒤를 따르는 산행동지들을 바라보니 순간 미안함으로 가슴이 먹먹해지고 머릿속은 하얗게 비어지는 느낌이다. 그러나 어쩌라 ..... 마음의 여유도 찾을겸 달콤한 휴식과 시원한 수박을 간식으로 목마름을 채운후 길을 찾아 떠나려는데 순간 오늘 산행의 최고참으로 1대간 9정맥은 물론 대전 시경계종주등 굵직한 산행경험을 갖고 계신 대충산사 뫼꿈이 회장님이 한말씀 하시는데... “ 아 ! 난 말여~ 밧테리 충전을 해야 하는디~”
뭔 말씀인지 원 ??????? 숲님이 그건 백두대간 능선을 찾아 오른후 하시죠 하니 아무 말씀 없이 따라 오신다. 능선을 찾기까지 한말쯤의 육수를 지불하고 올라서니 문장대~밤치구간중 최고의 전망과 아름다움만큼 위험이 도사린 등로다. 제대로 길을 찾아 한숨돌리고 시원한 물로 갈증을 푸는데 뫼꿈이님 또 밧테리 충전을 해야 한단다. “아 ! 거럼 해야죠 ” 너른숲님 강건너 덕배님 초지님 주섬주섬 배낭에서 뭘 꺼내놓는데... 으잉 ??? 술판이다..... 힘들게 알바중에 개구리 중년 되는 것 아니냐고 불평을 늘어놓던 초지님의 찌그러진 얼굴이 어린애처럼 훤해지는걸 보면 좋기는 좋은가 본데 고놈을 난 참말로 모르것다... 알콜로 밧테리 충전을 했으니 기운도 날테고 ...문장대로 향한다. 푸릇푸릇 이끼를 이고 있는 암릉 앞에 서니 오송폭포를 품고 있는 시어동 계곡속 성불사가 한눈에 들어서고 장암리 화북분소를 넘어 도장산의 푸르름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안개속에 수줍게 모습을 조금씩 드러낸다. 문장대로 향하는 암릉은 빗물을 머금어 한발 한발이 긴장의 연속이다. 암릉의 좁은 협곡을 만나 배낭을 건네주고 받으며 통과를 하려는데 뫼꿈이님 이곳의 통과 방법은 배낭을 머리에 이고 통과를 해야한다기에 한번 해 보는데... 이런 !!!! 숏다리의 비애를 이곳에서도 느낄줄이야..... 롱다리에 바싹 가물은 뫼꿈이님이나 가능한 보법을 우리보고 강요를 하는 심술이 밉다 산찾사 경고장 발령 뫼꿈이 해장님 그러면 증말 미오~~~~ 승질나면 청양고추가루 팍팍 풀어 쭈꾸미 해장님 만듭니당~~ 암릉을 오르내리다 보니 어느덧 헬기장을 지나 문장대로 향하는 목책을 넘어서는데 무전기를 든 국립공원 관리공단 아자씨 두분 떡~ 하니 버티고 서서 벌금 50만냥 내란다. “ 워매 !! 일나 버렸네 !!!” 그러나 우리에겐 비장의 무기가 있었다. 미모와 애교를 앞세운 미시 아줌씨의 읍소와 애원으로 훈방조치.... 그래서 우린 거금 600만냥을 벌었다. 계속 몰려오는 백두대간 종주 산행인과 공단직원의 옥신각신 하는 틈을 이용해 한명씩 관음봉으로 보내자는 나의 의견에 저분들도 밥 먹으러 갈거니 우리도 중식을 하면서 상황을 지켜 보자는 다수의 여론에 밀려 문장대 휴게소 식탁에 자리를 펴는데... 앉자마자 막걸리 3병에 안주를 시켜놓고 모두들 입이 째지게 좋아함을 감추지 못하고 군침을 흘리는 것을 보자 아둔한 나는 그네들의 속마음을 그제야 알았다. 내가 술맛을 알아야 그 마음을 헤아려 주지 원 당체 !!! 산상의 식탁은 소박하지만 일류호텔 뷔페식당 부럽지 않다. 고급와인 보다 향그런 곡주가 반주를 하니 모두들 그간 산행의 피로가 풀리는지 좋아라 하고.... 문장대 정상정복이 처음이란 라이프 가드님 그 감격과 흥에 겨워 얼굴이 벌개지도록 마셨다. 식사가 끝나갈 무렵 우리의 예상대로 공단직원 내려서고 있다. 서둘러 자리를 정리하고 마지막 한명까지 무사히 관음봉을 향한 목책을 넘어서는걸 보고 뒤를 따른다.
(문장대 까지의 풍광들) (숏다리의 비애를 느끼게 만든 바위협곡) 관음봉 982m의 관음봉 정상은 키를 덮는 조릿대숲을 헤치고 웅장하게 버티는 암릉을 넘어야한다. 관음봉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매번 올라와 봐도 기막힌 아름다움이다. 천왕봉에서 문장대로 이어지는 암릉의 웅장함과 길게 이어지는 서북능선의 장쾌함이 한눈에 들어서며 낙영산에서 백악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과 문장대에서 밤치 눌재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이 청화산에서 다시금 불룩 솟아오름을 보노라면 금수강산이 여기가 아닌가 ? 좋은 풍광에 감로주가 제격이라며 오랜만에 등산화도 벗어제키고 한잔들 하신다. 가야할 험로를 생각해 자제를 당부하고 관음봉을 내려서는데.... 술이 들어갈수록 힘이 솟아난다는 초지님 원기왕성하게 선두를 치고 나선다.
속사치... 6.25 전쟁후 미군의 원조로 보릿고개를 넘던 궁핍했던 시절에 밀가루 포대를 지고 이고 날랐다 해서 일명 밀가루 포대길이라 불리던 곳이다. 가슴 아픈 서글픔을 간직한 채 이젠 잡풀과 관목에 자리를 내준 속사치의 고갯길은 흘러온 세월만큼 그 길 또한 희미한 자취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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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봉...
북가치를 지나자 가파르게 고도를 높이며 암릉의 거센 방어벽을 넘어야 만날 수 있다.
처음 산행하는 라이프 가드님 한쪽 등산화 신발창이 떨어저 더욱 힘에 부침을 느낀다.
그러나 안쓰런 마음뿐 달리 어찌 해볼 도리가 없다.
1.0L 2병에 1.8L 1병의 넉넉한 식수도 얼마 남지 않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물을 보채는
신체를 달리주려 소금 알약을 삼키고 산행동료들께 권하여 먹이는데
뭐나고 묻는 산우들에게 비아그라 후속 일라그라로 수입 밀수품이라 말하니
모두들 한알씩 더 달랜다.
이거 일 안내면 고발조치한다는 보건소 직원 라이프 가드님은 당장에 성분분석 들어간다며
한차레 익살을 떨고....
일라그라 덕인지 알콜의 칼로리 덕인지 모두들 지칠법 한데도 씩씩하게 묘봉을 올랐다
마지막 정상주라며 내놓는 뫼꿈이님의 배낭엔 막걸리 한병이 고스라니 담겨있었다.
거기에 초지님 이슬이가 보태지고 말린 오징어가 나오고 오이와 고추 된장이 가세하니
한상 푸짐하게 펼쳤다.
에궁 ! 몬살아~~~
(사람 옆모습 같지 않나요 ?)
상학봉.
초지님 알콜힘을 빌려 상학봉으로 날아갔다.
위험지대에 늘여논 동아줄이 짧아 가저간 카리비너와 슬링으로 이어주고
함께온 아줌마 하강을 시키는데 순간 중심을 잃고 바위에 몸을 찧는다.
얼른 허리를 부등켜 안아 중심을 잡고 내려주고 나니 너무 놀랐나 ?
순간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오는데 나무등걸에 메어놓은 동아줄이 풀려 내려온다.
순간 모골이 성연함을 느낀다.
하나님 부처님 산신님 온갖 신께 무사함을 감사드리고 아줌마를 살펴보니
다행히 뼈에는 이상이 없고 찰과상만 입었다.
너른숲님 동아줄을 끌고 올라가 단단히 동여메고 상학봉으로 향한다.
상학봉을 올라 서북능의 비경을 가슴에 담고 내려서는데
오늘 산행의 최대 난적 직벽코스가 기다리고 있다.
높이는 얼마 안되지만 경사도가 전혀 없는 직벽은 동포감을 주는데
함께온 아줌아 도저히 못내린다 하니 참으로 난감하다.
직벽코스 옆의 하강 코스는 예전 나무등걸이 발판 역할을 했는데 왠일인지 사라지고 없다.
먼저 내려간 산우들이 Y자형의 나무둥치를 들고와서 발 받침을 만들고 바람소리님이
밑에서 자상하게 인도하고 위에서 내가 봐주니 용기를 얻은 아줌마 무사히 하강함으로
오늘 산행 최대의 한고비를 또 그렇게 넘겼다.
(오늘의 최대 위기 직벽코스)
오늘 산행하면서 생전 처음 입어본 삼각팬티에 반바지 차림은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100KM 울트라 완주때도 멀쩡했던 사타구니가 벌겋게 쓸려 쓰라림의 고통이 이만저만 아니다.
나 고래잡았다면 어그적 어그적 걸으니 덕배님 뽀송뽀송한 반바지를 내주며 갈아입으란다.
염치불구하고 받아 입으니 그나마 살것같다.
매봉을 앞두고 등로가 운흥리 화평동 방향으로 길게 내려간다.
이상한 생각에 다시 뒤돌아 올라 방향을 보니 활목고개 뒤의
솟굼산(707M)과 금단산(766.8M)이 직선상으로 조망된다.
이곳 산행경험이 있는 뫼꿈이님과 의견을 나눠 보니 내가 가려는 방향이 옳다 하기에.
뚜렷한 내림길을 버리고 희미한 능선길로 계속 직진을 하다보니 어느순간 길이 끊기고
가야할 목표점에서 한참을 벗어났다.
뒤돌아 가기엔 모두들 심신이 지쳤다. 그냥 진행하기로 한다.
강건너 덕배님이 선등하고 일행과 이산가족이 되지 않게 중간에서 속도조절을 하며
내려서니 신정리 마을이다.
마을을 들어서기전 모두들 계곡의 맑은 물속으로 숨어들어 알탕으로 고된 일정을 견뎌낸
육신을 달래주고 나니 어느덧 하루를 마감하는 땅거미가 짙어온다.
신정리에서 활목 고개까지 대략 3KM 다.
일행을 남겨놓고 차량회수를 위해 마라톤을 한다.
계속 오름의 아스팔트가 부담스럽지만 기다리는 동료를 생각하면 잠시 쉴틈이 내겐 허용치 않는다.
순간 뒤에서 비춰지는 헤트라이트를 향해 최대한 이빨을 내 보이며 하이치킹을 시도해 보지만
검은 세단의 고급 승용차는 중앙선을 넘어 냅따 달아난다.
에구 무정한 노무시끼들....
활목고개까지 차량 2대를 만나지만 역시 하이치킹은 실패다.
아직도 싱싱한 무릅에 감사하며 차량을 회수하여 돌아오니
알탕의 보람도 없이 온몸이 땀범벅이 된 내 모습이 안쓰럽던지
덕배님 연신 수건으로 내 얼굴을 닦아준다.
대전에 귀착 늦은 저녁식사는 꿀맛이다.
두 번이나 알바로 고통을 안겨준 산행리더에 오히려 고마움을 표시하는
참말로 요상한 산우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산행을 비로소 마감한다.
집에 도착후 함께 산행의 고통을 즐긴 6층 부부를 불러내려 아직 가시지 않는 갈증을
생맥주로 풀고 나니 새벽 1시를 가르킨다.
오늘밤은 단잠을 자리라....
아무리 덥고 모기가 물어 뜯어도 .....
산찾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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