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 계족산 & 변산반도
어느날 : 2022년 1월01일(토)~02일(일)
누구랑 : 처남과 장인 장모님 모시고...
2022년은 임인년(壬寅年)이다.
임은 검은색을 뜻하고 인은 호랑이를
뜻하므로 올해는 검은 호랑이의 해가 된다.
검은 호랑이는 전세계에서 7-8마리가 존재 하는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랑이는 마귀를 쫒아내는 역활도 한다니
올해는 지긋 지긋한 코로나에서 해방되기 기대해 본다.
한편...
호랑이는 탁월한 리더쉽과 독립성을 의미하며
예전엔 왕실의 권위를 상징하기도 했다니 이번 대선에선
하늘이 내린 지도자가 뽑히길 기도해 본다.
새해 첫날...
어두컴컴한 숲속을 이맛불에 의지해 걸어 올랐다.
그런데 오늘따라 몹시 춥다.
이런날엔 땀을 내지 않고 걸어야 나중에 혹한을 견딜 수 있기에
우리 부부는 지긋이 자근자근 밟고 오르다 보니 어느새 계족산성에
올라는 섰는데 해가 뜨려면 아직 멀었다.
얼마만에 올라 본 계족 산성인지 ?
화려한 도심의 불빛들이 불야성을 이룬 새벽의 풍광이 아름답다.
우리는 산성에서의 길고 지루한 기다림과
추위를 달래기 위해 마눌님과 따스한 커피를 타 나눠 마시고 난 후
시간이 흐를 수록 점점 더
불어나는 인파를 피해 좀 더 한가로운 곳으로 이동하여
어스름 여명의 빛에 그 모습을 들어내기 시작한 산하를 둘러본다.
아래 사진은 그중 계룡산의 모습이다.
얼마후...
이젠 시간이 다 되어 가는 듯
산고의 고통으로 짙은 선홍빛으로 변해가던 동녘에서
2022년 한해를 시작하는 태양이 잉태를 시작했다.
운무하나 없는 깔끔한 하늘이라 그런지
순식간에 떠오른 임인년의 태양 빛은 아주 강렬했다.
차마 똑바로 처다볼 수 없으리 만큼
쏟아져 내린 강한 빛줄기가
온 산하를 골고루 빠짐없이 내려 비추는 것처럼
올 한해는 모든이에게 행복과 평화가 깃들이길 우리 부부는 기원했다.
아울러 오직 하나 간절한(?) 우리부부의 바램도 함께....
일출이 끝나자 마자 우린 산성을 내려섰다.
내림길은 혼잡한 능선을 피해 반대편 임도로 향한다.
얼마후...
가파른 산성을 내려선 후 아무도 없던 한적한 임돗길을 걸어간 끝에
우린 절고개에서 비래사로 하산을 했는데
매년 떡꾹을 끓여 공양을 해 오던 사찰에서 올핸 떡을 나눠주고 있다.
마침 출출하던 차에 받아든 떡이라 아내와 그 자리에서 맛나게 나눠 먹고
예전에 주주 회원님들과 계족산 달리기후엔
항상 들리던 음식점을 찾아 들어서자 반가운 주주회원님들이 있어 함께 식사를 끝냈다.
큰아들 녀석 몫으로 포장한 해장국을 들고 집에 도착해
샤워후 얼었던 몸이 풀릴 쯤 바쁘게 짐을 꾸려놓고 나자 막내 처남이 픽업하러 왔다.
이날 우린 부모님을 모시고 펜션에서 하루 놀다 오려는데
매형도 같이 가 주셨슴 좋겠다는 처남의 청을 기쁜 마음으로 기꺼이 수락했다.
수욕정이풍부지 (樹欲靜而風不止)
자욕양이친부대 (子欲養而親不待)
왕이불가추자년야 (往而不可追者年也)
거이불견자친야 (去而不見者親也)
나무는 고요히 있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를 않고
자식이 효도해 봉양 하고자 할땐 부모는 떠나 버렸다.
한번 흘러간 세월은 다시 쫓아갈 수 없고
가시면 다시는 볼 수 없는게 부모님이다.
한시외전(韓詩外傳)에 나오는 글귀다.
그런데...
다들 가슴으론 공감하는 말이나 그걸 실천으로 옮기긴 힘들다.
그러니 너나 나나 때를 놓친후 가슴을 치며 후회하는건 모든 자식들이 겪는일이 아닐까 ?
우리부부 역시 똑같다.
같이 가야 불편하신 몸이라 걸을 수 없으니
아무리 좋은 풍광이 눈앞에 있어도 소용 없다란 생각에
어디를 함께 가겠단 생각을 아예 접어둔지 오래다.
그런데....
울 막내 처남은 기특하게도 그냥 집 떠나
부모님과 함께 맛난거 먹고 바람한번 쐬는것도 좋은것 아니냐며 계획하여 추진했다.
이날 우린 변산의 펜션을 향하다 비록 걸을순 없지만 그냥
바라만 봐도 좋을 선유도에 들려 음식점에서 시킨 해물 칼국수를 기다릴 동안
입가엔 감추지 못한 미소가 번진 장인의 행복해 하던 표정에서 참 잘 떠나 왔구나를 느꼈다.
그 모습을 보니 새삼 죄송스런 마음에 진작에 이런 시간들을 좀 만들어 볼걸이란 후회와
처남에게 고마움과 대견함을 그리고 아직도 까불까불 막내티를 내는 겉모습과 달리 듬직함을 발견했다.
선유도의 음식점엔 새해 연휴라 그런지 손님들이 바글바글하다.
여긴 코로나의 영향은 없을듯 하다.
그래 그런가 음식값도 비싸다.
바지락 칼국수가 만냥....
음식점엔 이곳저곳 유머라고 써 붙인 글들이 눈에 띈다.
그중 내 심사를 긁어놓은 글이 있어 적어 본다.
남편을 집에 두고 오면 근심 덩어리
남편과 같이 나오면 짐 덩어리
남편을 혼자 내보내면 걱정 덩어리
남편과 마주 앉아 있으면 웬수 덩어리
남편을 며느리에게 맡기고 나가면 구박 덩어리.
아무리 웃자고 한 유머지만 남자들 참 불쌍하다.
퇴직한 내 처지에서 보면 더 그런것 같다.
그걸 보며 같이 빙그레 웃던 마눌님께 당신도 저래 생각하냐니
자긴 절대 아니라며 손사레를 친다.
그래서 내가 그랬다.
"고마워~!"
"자기는 그래서 내 인생의 로또여~!"
내말에 초록잎새 좋아 죽는다.
그러다 뒤이어 이어진 내말엔 배꼽을 잡고 디집어 졌다.
"로또처럼 참말로 안 맞거든~"
ㅋㅋㅋ
실컨 배 불리고 나왔는데 호떡집에 줄이 길게 서있다.
착하고 여린 울 처남댁이 어느틈에 그 줄의 맨 꽁무니에 서있다.
울 엄니 먹이고 싶다고....
덕분에 달콤한 호떡까지 먹어가며 선유도를 떠난 우린
변산반도의 조망좋은 펜션에 짐을 풀었다.
6층의 거실에서 바라보니 갑남산이 지척이다.
예전 울 마눌님과 저 산을 다녀와 모항 해수욕장에서 캠핑을 했던 추억이 떠올려 진다.
방 두개에 넓직한 거실에선 바다가 내려 보이던 펜션의 조망이 기막히다.
이번 여정은 그냥 오봇하게 가족과 함께 머물다 오는 컨셉...
여길 오며 떠온 횟감으로 일단 주안상을 차려
얼큰하게 취기가 올라오자 다리가 불편하신 장인은 펜션에
그리고 나머지 식구는 함께 산책을 나섰다.
해가 짧은 겨울이라 오후 5시를 넘기자 햇살은 벌써 기운을 잃어가고 있다.
노을빛이 물드는 해변으로 내려선 우리는 해수욕장 양쪽 끝까지 산책을 하기로 했다.
그러는 동안 점점 더 석양은 아름답게 하늘을 물들이다
오른편 끝머리에서 방향을 바꾸어
반대편 해변을 향할땐 서쪽하늘로 쏘옥 사라지고 서서히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다.
큰딸과 엄마...
내 마눌님만 보면 자식은 무조건 딸이어야 한다.
그런데 우린 목매달인 아들만 두놈.
ㅋㅋㅋ
어둠이 내린 해변은 야경이 또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제 우린 파도소리를 음악처럼 들으며 발걸음을 돌려 숙소로 향했다.
산책을 끝내고 들어선 펜션...
이제 겨우 오후 6시를 조금 넘겼을 뿐인데 한밤이다.
뭐~
특별나게 할일도 없어 일찌감치 먹방에 돌입한 우린 일단 맛난 한우를 시작으로
처남 부부가 합작으로 알맞게 익혀 내어 주는 맛난 고기를
낼름낼름 맛나게 받아 먹으며 오늘도 역시 위대(胃大)함을 증명했던 밤이 깊어만 간다.
다음날....
늦으감치 펜션을 체크아웃한 우린 곰소 염전를 들렸다.
그 다음엔 격포항으로....
걷는게 불편한 장인만 잠시 차안에서 기다릴 동안 해안 산책에 나섰지만
채석강에서 이곳까지 걸어온 트래커들 일부가 물에 빠저 건너 올 정도로 밀물이 시작되어
우린 그냥 초입에서 잠시 분위기만 즐긴 산책을 끝내야 했다.
그래도 울 장모님은 저렇게 좋아라 하신다.
홀로 계신 장인 어른께 막꼴리 한잔
대접해 드리겠다고 먼저 돌아간 처남댁 부부와 떨어져
우린 등대 끝까지 산책에 나선걸 끝으로 1박2일 신년 가족여행을 정리했다.
끝으로 한마디...
원용아 수고했다.
그리고 아주 많이 못난 이 매형이 참 고맙구나.
(동영상으로 보는 여행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