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대전 식장산
산행일 : 2021년 01월15일 금요일
누구랑 : 나홀로
"나이가 들면 당신은
무의미하게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것이다."
"당신을 감춘 가면과 아무것도 아닌 허영심,그리고
잘못된 야망까지 버리게 될 것이다."
T.S 엘리엇의 말이다.
그런데...
회갑을 넘긴 나와 무관한 말이란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이젠 나도 세월의 풍상에 몸을 맡긴채 흘러가다
품위 있게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알찬 노년을 준비해야 할 나이다.
그러나...
세상은 내맘 내 뜻과 무관하게 일은 생겨난다.
부모와 자식간엔
보이지 않는 신경줄이 이어져 있다고 한다.
성인이 되면서 자식들은 스스로 그 신경줄을 끊고 독립하는게 순리며 이치다.
만약에 그러지 못할 경우엔 부모가 아주 냉정하게 그걸 끊어줘야 한덴다.
그런데...
그게 너무 힘들고 고통스럽다.
어찌해야 좋을지 ?
이제 우리나라는 청년들이 노력만으론 안되는 사회구조가 토착화 되었다.
금수저가 아닌 흙수저의 자식들이 당면한 이 현실 앞에서
그래서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끊어내지 못한 업보로 생겨난 고통이 너무 아프다.
속 끓고 디집어질땐 몸이 고달프면 좀 낳다.
무심히 베란다를 내려보다 미세먼지 자욱한 저멀리에 아련하게 보이던 식장산...
무작정 집을 나섰다.
어떻게 걸을지는 나도 모른다.
그냥 발길 닿는대로 걸었다.
모든 상념들을 길 위에 버리고 떨쳐내려 나선 길에서
과연 나는 위로와 위안을 얻었을까 ?
모르겠다.
그냥 발길 닿은대로 걷다 닿은 국사봉에서 되돌아 나와야 하는걸
무심히 직진해 길도 없는 가파른 내림길을 걸어 내릴땐
긴장감으로 그때만 잠시 모든걸 잊을 수 있었던것 같다.
세상 참~!
테스형~!
내가 뭘 얼마나 잘 못했다고 그래 ?
난 지금 너무 아프다 정말~!
이 나이에 찾아든...
차마 감당 못 할 이 무력감을 어찌해야 하나 ?
(트랭글에 그려진 행로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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