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전의.운주산

산행일 : 2018년 5월17일 목요일

누구랑 : 초록잎새랑 단둘이

어떻게 : 운주산 성곽 한바퀴

 

  (운주산 개념도)

 

 

멀고먼 훗날 어딘가에서

한숨을 지으며 오늘 일을 말하고 있으리라

숲속에서 두 갈래 길로 갈라졌는데 내가

인적이 드문 길을 택했기에

이 모든 운명이 정해졌다고...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길(The Road Not Taken)이란 시의 마지막 구절이다.

자신이 선택한 길 때문에 모든것이 달라졌슴을 회상하는 싯구인데

이 시에선 인생이란 두 길을 다 갈 수 없슴에 그로인한 고뇌와 인간적 한계를 말하고 있다.

그게 실제 숲속의 길이던 시가 의미하는 인생길이던 누구든 어느길을 택하더라도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은 떨칠 수 없을거다.

 

이날 내가 그랬다.

가고 싶던 산행지는 예보된 비소식에 포기하고

그냥 산책삼아 떠난 운주산 자락을 거닐때 날씨가 점점 더 좋아지자

에이~!

그냥 가볼걸 이란 말을 계속 내뱉자

마눌님 왈~! 

거기서 비가 쏟아지면 당신은 분명 괜히 왔네란 소릴 했을거란다. 

ㅋㅋㅋ

맞는 소리다.

 

 

 

베낭 하나만 챙겨 떠나 운주산...

우린 고산사 입구의 주차장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코스는 성곽 한바퀴 돌아 나오기..

 

 

 

성곽을 향한 숲속길엔

연초록의 초목들이 점점 더 짙어가는 신록으로 싱그럽다.

 

 

 

어느덧...

진행방향 우측의 계곡을 넘어 자리한 고산사를 스처 지나자 마자

 

 

 

등로가 가파르게 경사도를 높인다.

 

 

 

비가 예보된 날씨라 그런지 습도가 장난이 아니다.

어느새 윗도리가 흥건해진 뒤에야 우린 운주산 성곽 갈림길에 도착했다.

 

 

 

이쪽이든 저쪽이든

아무 방향으로 가도 되지만 우측으로 방향을 잡아 성곽길을 향한다.

그렇게 성큼 들여놓은 성곽길 등로엔 다람쥐가 우리 부부를 빤히 처다본다.

욘석~!

자신을 해치지 않을거란 믿음은 어디서 나왔는지 ? 

겁을 상실한 놈이다.

 

 

 

요즘 몸의 컨디션이 별로 안좋다.

그렇다 보니 마눌님이 포터를 자청했다.

제법 베낭이 무거울 텐데....

벌써....

추억을 먹고 살아야 할 나이가 되었나 ?

요즘엔 나도 모르게 내가 왕년엔 이런놈 였다란 말을 자주 하게 된다.

세월엔 장사가 없는지 ?

지금껏 건강검진에서 뭐 하나 걸린게 없었는데

올해 특수검진에선 청각에 문제가 생겨 겨우 한계치를 아슬 아슬하게 통과했다.

만약 검진에서 통과 못했다면 기관사 업무에 취약자로 지정되어

승무하는데 골치아픈 일이 생겼을 터인데 그나마 다행이다.

그런데 어쩔거나~!

위장 내시경에선 십이지장에 용종이 발견 되었다.

현재 조직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인데 몹시 찝찝한 기분이다.

지금껏 이런적이 한번도 없었는데...

 

 

 

가파른 성곽길이 안정된 능선에 안착한 후

되돌아 보니 전의 면소세지가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그러나 날씨가 좋지 못해 조망은 그리 멀리 뻗지를 못한다.

 

 

 

조망처에서 몇걸음 옮기자 팔각정자가 반긴다.

갖은게 시간뿐이니 쉬었다 가기로 했다.

그런데...

아침 식사가 소홀했나 ?

웬일로 초록잎새가 벌써 배가 고픈것 같다하여

지난번 산행때 산들님이 우리 먹으라 주신 검정께 고물의 인절미 한팩을 해 치웠다.

 

 

 

간식으로 든든하게 채운 뱃고래는 힘을 솟게 만든다.

 

 

 

초록잎새의 걸음이 돌연 활기차다.

그런 걸음을 가끔 훼방 놓는건 거미줄이다.

ㅋㅋㅋ

 

 

 

그래도 초록잎새는 선두에서 션찮은 서방님을 리딩한다.

이젠 저 갈림길을 직등하여 올라채면 정상이다.

 

 

 

숲속 오솔길이 정겹고 좋다.

완만한 경사에 부드럽게 밟히는 흙길은 

무릅 부담을 줄여주고 울창한 숲속엔 갖가지 새들의 지저김으로 청량하다 

 

 

 

등로의 쉼터...

잠깐 엉덩이를 내려놓고 숲속의 속삭임을 듣는다.

바람소리와 새소리에 가만 귀 기울이다 보면 상념은

어느새 사라지고 심신엔 고요가 찾아든다.

 

 

 

드디어 정상....

문득 지난날 나홀로 병마산에서 이곳까지 걸었던 때가 생각난다.

그당시 끝없이 이어진 능선을 걸으며 나는 내 인생을 되돌아 볼 수 있었고

그래서 많은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었다.

덕분에 소원했던 형제와의 우애도 복원해 가는 중이다.

그때의 산행기 참조 : http://blog.daum.net/lee203kr/15669488

 

 

 

운주산 정상...

여긴 조망이 참 좋은 곳인데 날씨가 좋지 않아 아쉽기만 하다.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오후쯤 찾아들어

한밤을 지내려 항상 마음에 두고 있던곳이 이곳인데...

 

 

 

언제 한번 꼭 그런 시간을 보내기로 하며

 

 

 

우린 정상을 등지고 성곽 둘레길을 이어 걸었다.

 

 

 

울울창창 숲속길...

 

 

 

벌써 여름이 오려나 ?

어디선가 검은등 뻐꾸기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마눌님...

홀딱벗고 새가 운다며 걷던 걸음을 멈추고 귀를 쫑긋 세운다.

 

이사람아~!

당신 남편 심성이 드런 놈이라

홀라당 마음을 비우고 산에 들라는 소리네 그려~!

 

 

 

되돌아온 성곽 들머리...

 

 

 

고산사 주차장으로 향하기 전

성곽초입의 팔각정에 들려 마지막 남은 간식으로 휴식을 취한 후

 

 

 

왔던길 그대로 되돌아 내려선 다음

주차장 아래 소공원의 팔각정 정자에 자리를 편 후

 

 

 

마눌님이 준비한 점심 식사를 했다.

그런데...

참 이상한건 산에만 오면 모든게 다 맛있다.

마눌님 왈~!

"당신이 안 먹던 반찬만 골라 왔는데 잘 드시네요~!"

헐~!!!

"꼬렉~?"

 

 

 

오늘은 산행중 만난 사람 하나 없을 정도로 한적해서 좋았다.

다만 산책 수준의 등로가 짧은게 흠.

우리 부부가 식사를 하는 동안 바로 지척에선

다정한 산새 부부가 한동안 머물다 우리가 자리를 정리하자 

포르르 어디론가 날아간다. 

 

 

 

귀로...

항상 다니던 옛날 옛길을 드라이브 삼아 달렸다.

그러다 조치원을 지나 스물두강 다리 아래 둔치의 유채꽃밭에 들렸다가

 

 

 

 

대청호반의 작약꽃을 보러 가는길엔 마눌님이 핸들을 잡았다.

울 마눌님은 베스트 드라이버...

덕분에 난 코를 골며 잠을 잤다나 뭐라나~!

마눌님 그말을 믿어야 할까 ?

참 나~!

 

 

 

대청호반의 팡시온 카페앞은 평일임에도 인산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작약꽃을 보려 찾아 들었다.

 

 

 

그런데...

그 수많은 사람들 틈에서 마눌님이 어느 여인을 가르킨다.

 

"자기야~"

"저기 저분이 선희,초희 엄마 같은데~!"

 

맞다.

울 마눌님의 눈썰미가 참 좋다.

얼마만의 만남인지 ?

아주 조신한 저 여인은 신혼때 우리 이웃이며 내 직장 입사 동기생 부인이다.

현모양처의 선희 엄마는 애들 다 키운후 뒤늦게 입문한 예술사진에 뛰어난 자질을 발휘해

이젠 이 지역사회에서 알아주는 유명인이 되셨다.

 

 

 

덕분에...

울 마눌님이 모델이 되어 많은 사진을 찍을 수 있었는데

 

 

 

 

 

아래의 사진 두점이 바로 선희엄마의 솜씨다.

 

 

 

그중...

바로 이 사진이 내 맘에 쏙 든다.

점순씨~!

우연한 만남이라 더 반가웠 습니다.

후기를 통해 다시 한번 인사 드리며 좋은 사진에 감사 드립니다.

 

 

 (동영상으로 보는 운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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