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 부산
어느날 : 2016년 12월16일(금)~18일(일) 2박3일)
누구랑 : 산찾사 & 초록잎새
제2일차 : 2016년 12월17일 토요일
지난밤...
너무 빡시게 걸었나 ?
초록잎새가 아직은 온전치 못한 몸이라 그런지 밤새 몸살을 했다.
괜히 왔나 싶은 후회가 물밀듯 밀려든다.
힘들면 힘들다 하지 왜 참고 걸었냐 물으니 둘레길이라 하여
아주 편한줄 알고 따라 걸었고 좀 힘든 구간은 저거만 넘기면 괜찮지 싶어 그랬단다.
하여...
지난밤 처형부부와 통화를 하며 내일은
관광 컨셉으로 지내자 하니 처형도 독감 기운이 있어 그럴려고 했단다.
늦은 아침...
기분좋게 길게 자고 일어난 덕분인지 초록잎새의 컨디션이 살아 났다.
다행이다.
우리는 서면에서 지하철을 타고 처형부부가 지정한
접선 장소에서 함께 만나 첫 일정으로 동해바다의 송정 해수욕장을 찾았다.
철지난 겨울 바닷가 해수욕장은 한산하다.
어제처럼 심란한 바람이 없어 다행인데 따사로운 햇살은 꽁꽁 얼었던 마음마저 풀어지게 한다.
도착하자 마자...
길거리 노점 카페 차량으로 쪼로로 처형이 달려간다.
그러더니 향긋한 향기를 담아와 우리에게 내민다.
푸르른 하늘빛을 그대로 담은 블루빛 바다에
곱게 깔린 은빛 모래사장을 거닐며 마시는 향긋한 커피 한잔이
여행자의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이 느낌과 분위기가 차암 좋다..
처형과 초록잎새는 심씨 일가의 집성촌에서 함께 자란 사촌 지간이다.
한달 늦게 태어난 걸 가지고 언니로 불러라 윽박 지르던 처형한테
바락 바락 대들며 절대 언니라 부르지 않았다는 마눌은 처형이 언니라기 보다는
같은 또래의 다정한 친구 사이에 더 가깝다.
함께 자라고 컸으니 만나면 옛 이야기로 세월가는 줄 모른다.
큰엄마의 손을 잡고 큰집에 가면 처형이 있고 한없이 자애로운 큰엄마가
맛난걸 끝없이 내주는게 좋아 호랑이보다 무섭던 할아버지 할머니의 눈총을 견디며
몇날 며칠을 보내곤 했다는 이야기를 틈만 나면 한다.
조잘~!
조잘~!
조잘~!
옛 추억을 회상하는 두여인의 정담은
해변을 다 걸어나가 송정 해수욕장의 끝머리 죽도 공원까지 이어진다.
얕으막한 둔덕을 공원으로 꾸며
정자까지 세운곳을 한바퀴를 돌아 나오던중 좀 이르게 피어올린 동백꽃이 눈에 띈다.
동백꽃 하면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30년전 초록잎새와 약혼기념으로 찾아던 여수의 동백섬엔
몸통채 툭툭 떨어진 핏빛의 동백이 반쯤 땅에 깔리고 반쯤은 참기름을 발라 놓은듯
윤기가 자르르 흐르던 잎사귀 사이로 선연한 색감을 발산하던 그 풍광을 난 기억하고 있다.
그때 그 풍경이 왜 이다지도 처연한 느낌이 들었던지 지금껏 그당시의 내 마음을 난 모른다.
봄바람에 파도가 일렁이던 바닷가 동백숲 그늘에 앉아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던
나의 약혼녀 초록잎새랑 어우렁 더우렁 살아온게 벌써 30년을 넘겼다.
앞으로 또 얼마를 우린 같이 살아 갈 수 있을까 ?
더도 덜도 말고 우리가 함께 살아온 세월 만큼만 더 살면 좋겠다.
- 기장 해동 용궁사.
- 남해 보리암.
- 양양 낙산사.
위의 세군데가 우리나라 삼대 관음성지다.
3대 성지 답게 기장의 해동 용궁사는 간절하게 빌면 딱 한가지 소원은 들어 준덴다.
처형에게 뭘 빌거냐 물어보니 부처님께 해 준것도 없는데 무슨 염치로 소원을 비냐 되묻는다.
자신은 항상 아무것도 바라는것 없이 그냥 절에 가면 기도만 하고 온덴다.
그럼 한없이 마음이 편안해 진다고....
햐~!
저런 마음이 바로 부처의 마음이다.
본디 착한건 알았지만 마음 씀씀이도 부처인 처형은
그 멀리 부산에서 일주일에 3일은 항상 대전 변두리 구즉마을에 사시는 부모님과 함께 지낸다.
연로하신 부모님 두분만 계신게 마음에 걸려서 그런다고는 하는데 보통 마음으론 하기 힘든 일이다.
큰엄마가 그런 딸에게 이젠 그만 오라 하기에 살아 계실때만 오는거니
나중에 죽어 구천에 계실땐 내 제사엔 왜 안오냐 원망만 하지 마시라 했단다.
주차장에서 해동 용궁사로 향한 골목엔 먹거리가 지천이다.
옛날 내가 참으로 좋아하던 풀빵이며 피데기 오징어가 군침을 돌게 한다.
하나 사먹고 싶은데 마눌이 말린다.
조금있다 점심 먹을건데 저걸 먹어 놓으면 밥 맛 없을거라며...
군침을 삼키며 그곳을 지나자
동양철학 육십갑자 십이지상이 처다보는 거리를 통과한다.
그러자 비로소 해동 용궁사 사찰로 안내하는 돌비석이 우릴 맞아준다.
해동 용궁사는 不二門 (불이문) 터널을 지나야 한다.
불이란 부처님과 중생이 하나요
생과 사는 물론 만남과 이별 마저도 둘이 아니란 뜻이다.
그런 의미를 품은 터널을 빠저 나와 가파른 계단을 따라 내려서면
비로소 우린 망망대해가 펼쳐진 용궁사와 대면한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하네
탐욕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나옹화상 혜근(1320~1376)의 대표적인 시이다.
그 나옹화상이 이곳 해동 용궁사의 창건주라 한다.
이곳 해동 용궁사가 나는 처음이다.
반면 마눌님은 두번째...
사람도 없고 한적하기만 한데 부슬비가 부슬 부슬내려
운치가 더하던 어느날 찾아든 초록잎새는 느낌이 너무나 좋았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은 수많은 관광객으로 인해 정신이 사나운가 보다.
얼른 벗어나고 싶어하는
초록잎새를 끌고 해수 관음상으로 올라서자
의외로 이곳은 한적하다.
마음을 착~ 가라앉게 하는 독경소리가 듣기 좋다.
사찰을 내려보며 잠시 우린 발걸음을 멈춘 뒤 심란했던 마음을 달래준다.
해동 용궁사 관광을 끝내자 배고픔이 밀려든다.
처형부부가 그런 우릴 데리고 해동 용궁사에서 아주 가까운 음식점을 찾았다.
솔직히 경상도 음식이라 크게 기대를 안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처음 내온 부끄미 한점 집어 먹어보니
헐~!!!
대박이다...
요건 강원도 막국수가 쪽팔려 할 정도의 맛이고...
바닷가라 생선튀김이 신선한건 당연한데
각종 반찬들이 입맛을 돋군다.
보쌈정식을 시켰는데 솔직히 그날 돼지고기 보쌈을 반쯤 남겼다.
오히려...
전형적인 시골맛인 강된장이 입맛을 사로 잡았다.
경상도에서 이렇게 맛나게 식사를 해본건 솔직히 처음이다.
배가 많이 고파 그런 느낌 ?
ㅋㅋㅋ
경상도 음식이라 인정하고 싶은맘은 없는데 그래도 정말 맛나게 먹었다.
역시..
선입견은 씰데없다.
마땅히 버려야 하는데 그게 또 쉽지 않음이 문제다.
실컨 배를 불리고 난 후 다시 차를 몰아 찾아간곳은 대변항이다.
대변항은 예전 부산의 창우형님이 특식이라며 사준 멸치회를 난생 처음 먹어 본 곳이다.
그때와 거리 모습이 달라진 건 아무래도 못 보던 저 조형물 탓이 큰 것 같다.
아무튼...
낯설은 느낌마저 그리 싫지는 않던 대변항에서 우린 피데기를 왕창 샀다.
올해 오징어가 흉년이라 비싸다고는 하나 역시 현지에서 사는게 싸긴 싸다.
피데기를 구입하고 난 후...
식후엔 당연 생각 나는게 커피라 전망이 좋은 커피 전문점에 들려
나는 그저 촌놈답게 아주 달달한 맛의 그 머시긴가 하는 아주 비싼 커피를 시켰는데
인스턴트 믹스만도 못함에 쫌생이 처럼 아까워 찔금 대며 아주 못 마땅하게 마신 반면에
마눌님은 아메리칸 스타일인지 뭔가를 아주 우~와하게 드셔줌으로 오후 식후의 의례절차를 마쳤다.
그런후 우리는 아름다운 7번 해안국도를 달려고 달렸다.
그리하여 도착한 간절곶....
이국적인 풍차건물을 지나 흥겨운 쌩음악을 들려주는 곳을 지나치게 되었는데
마눌님의 지갑이 열린다.
좋은일에 쓰인다니 만냥인들 뭐가 아까우랴~!
그런 우릴 그분이 붙잡아 CD한장을 내민다.
무명 가수 CD한장에 행복해 하는 초록잎새랑 그래서 그분과 기념사진 한장 남겨본다.
멀리서 보이던 빠알간 등대가 이쁘다.
그곳까지 걸어 가던 초록잎새를 담벼락으로 불러 세웠다.
"왜~?"
"응~!"
"당신은 천사라 한장 남겨 주려고..."
빠알간 등대...
그리고 영화 촬영지로 유명한 건물을 둘러본 후
우린 이곳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대형 우체통을 향해 걸었다.
이곳에 편지를 써서 넣으면 일년후에 배달이 된단다.
그때 내가 이곳에서 무슨일 무슨 생각에 잠겼는지 일년후에나 볼 수 있는 편지라 하는데
요즘처럼 광통신으로 정보가 오고가는 세상을 꺼꾸로 돌리려는 시도가 먹힐까 싶기도 하다.
주위를 둘러봐도 편지를 넣은 사람은 볼 수 없고 우체통을 배경으로 다들 사진 담기에만 혈안이 돼 있다.
그 앞에서 사진 한장 담으려면 많은 기다림이 있어야 한다.
당연 난 패쓰~!
써 온 편지도 없으니 미련도 없다.
신라 충신 박제상 부인이
두딸과 치술령에 올라가 애절하게 바라다 보던 바다를
처형부부가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사는 형편도 비슷하고 생각도 비슷하니 우리와 잘 맞는 부부다.
가까이 살았다면 허구헌날 만났을 텐데...
알콩 달콩 아름답게 살고 있는 처형부부에게 오늘 우리부부는 큰 신세를 졌다.
어느덧....
짧은 겨울해가 뉘엿 뉘엿 지고 있다.
어제의 힘든 둘레길이 있었기에 오늘 관광 컨셉의 여유로움이 좋은것 같다.
되돌아 가는길...
차량 정체가 매우 심하다.
이런곳에서 우찌 사는지 ?
내일 아침 일찍 귀가 해야 하는 우린 그래서
처형집으로 가던중에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아쉽지만 지하철역과 가까운곳에서 내렸다.
(2일차 부산여행의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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