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예천 회룡포 비룡산
산행일 : 2016년 02월17일(수)~18일(목)
누구랑 :초록잎새랑 단둘이 ....
나에게 주워진 이틀간의 연휴..
야영 산행을 준비한다.
어디로 갈까~?
초록잎새의 의향을 물어 결정 하기로 한다.
1순위 용인의 조비산....
올라가는데 30분 다음날 좀 길게 4시간 산행이라 말하자
첫날 많이 걷고 다음날 짧게 잡으란다.
그럼 2순위 서산 도비산....
전체 산행 2시간 30분으로 막힘없는 조망과
먹방에 의미를 둔 야영 컨셉으로 가자니 그래 짧은걸 뭐하러 가느냐 토를 단다.
이런~!!!!
그래서 정한 야영지가 예천의 회룡포 비룡산이다.
"거긴 너무 멀잖아~!"
"아냐~!"
"2시간 안에 도착 시켜 줄께 서방님만 믿어..."
이번 만큼은 산찾사도 마눌님 말씀을 개무시 하고 길을 떠났다.
나의 큰소리를 증명하기 위해 애처롭게
2시간 동안 헐떡이던 애마가 간신히 회룡포에 우리 부부를 안착 시킨다.
히유~!!!
우야튼 내가 약속한 시간은 칼 같이 지켜 다행이다.
그간 산이 고팟나~?
내리자 마자 마눌님이 서방님도 떼어놓고 쭐레 쭐레 달아난다.
이번엔 제법 무거운 짐을 골라 넣어 주긴 햇는데
계산 착오인지 초록잎새는 힘이 넘친다.
어쨋거나...
요즘 기력이 딸리는 산찾사가 용을 쓰며
초록잎새의 뒤를 따라 허겁지겁 용주시비를 넘겨 솔밭길에 들어서자
짙은 솔향이 온몸을 감쌓다.
햐~!!!
좋다.
이런길은 빨리 걷는게 아깝다.
그래서...
마눌 초록잎새의 발걸음을 애써 붙잡는다.
이렇게 걸으면 너무 빨리 도착하니 천천히 걷자며 해찰을 부린다.
이런 저런 이야기로
야금 야금 아까울 지경의 아름다운 오솔길이
잡혀 먹히던 산책로에선 회룡포 마을을 이어주는 제1뽕뽕 다리가 내려 보인다.
어느덧....
설렁 설렁 걷는 발걸음이 장안사를
400미터 남겨 놓은 벤취에 이르러 한차레 길게 쉬었던 우리는
잠시후
장안사의 미륵대불을 알현 했다.
그순간 초록잎새....
얼레리~!!!
마눌님이 언제 불교신자가 되었지 ?
그냥 보기에도 아주 절절한 염원을 담은 두손을 모아 초록잎새가 연신 고개를 숙인다.
무얼 빌었을진 뻔~ 하다.
우리 부부의 소원이라면 이젠 단 하나.
내 자식 잘 되기만을 바랄뿐....
청소년의 실업문제가 심각한 요즘
정년을 앞둔 우리들의 최대 관심사는 오직 자식들 취직이다.
어디서 부터 잘 못된 건지 ?
요즘 청년들과 내 자식들의 앞날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 진다.
최소한....
동일 노동엔 동일 임금을 지급하는
법안이라도 만들어 준다면 비인간적인 비정규직의 폐해도
줄어 들테고 3D업종의 일자리를 죄다 외국인으로 채우는 일은 없을 거다.
청년들의 실업율...
한마디로 정책 실패다.
노동자의 임금을 깍아 내리는것도 모자라 법인세 깍아주고
때론 환율까지 조정해 주며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어 준다는
대기업 봐주기 정책을 이젠 정말 버려야 한다.
정부가 말하는 대기업 호황에 낙수효과 ?
웃기는 소리다.
내가 장담 하건데 절대 그럴일은 없다.
요즘처럼 노동자의 임금을 억제하거나
무자비하게깍아 버리면 소비심리가 위축되어 장기적으로
내수 침체가 이어지고 결국엔 동맥경화에 걸린 경제는 불황으로 이어진다.
나 처럼 무식한 사람도 알고 있는 이러한 기초적인 경제 상식을
똑똑하고 잘난 정치인들이 왜 나 몰라라의 정책만 고집 할까 ?
노동자를 대변하는 노조를 가장 적대시 하던 미국의 포드사가
1914년 2달러에서 자진하여 5달러로 인금 인상을 단행하여
당시의 내수부진으로 인한 불황을 완전무결하게 극복한 사례가 역사적으로 증명 하고 있다.
대기업의 오너들이야 욕심이 많아 그렇다 하더라도 정책 입안자들은
그러지 말아야 하건만 답답하다...
우리의 미래는 청년들이다.
그들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가 우리의 미래를 결정한다.
인구감소가 최대의 불황으로 이어 진다는 걸 안다면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못하면 결혼은 물론 아예 출산까지 포기 해야만 하는
저주받은 우리 젊은 세대들이 처한 지금의 현실을 이젠 해결해야 한다.
생전 종교와는 담을 쌓고 살던 마눌님이
요즘엔 애들 걱정에 가는곳 마다 지극정성 아무곳에나 대고 소원을 빈다.
오죽하면 용~하다는 점집이라도 찾아보고 싶다 할까~?
내 나이에 자식을 둔 부모라면 누구나가 다 그런 고민이 있을터...
순간 가슴속으로 밀려든
이런 저런 상념에 젖은 우리 부부가
장안사 쉼터를 벗어나 힘든줄 모르고 계단을 다 올라서고 보니
ㅋㅋㅋ
요것이 글쎄 행운의 계단 이란다.
꼬렉~!!!!
그럼....
초록잎새의 소원은 반드시 이뤄 지겠징~?
계단을 다 올라선 우리에게 등로는 선택을 강요한다.
그러나...
망설일 이유 하나 없는 갈림길이다.
여긴 무조건 들려야 한다.
그것도 잠깐만 걸어 주시면 된다.
아주 쉬운 내림길로...
회룡대....
이곳은 비룡산 최고의 조망처가 되시겠다.
내성천이 휘돌아 가는 풍광이 발아래 놓인 회룡포가 한눈에 잡힌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이 노래의 배경이 되는 풍광이 바로 이곳.
예전 가을에 찾았을때 저곳 회룡포 들녁의 누우런 벼들은
흑미로 문양을 세겨 놓아 더 아름다웠던 기억이 새록 새록 솟아 나는데
회룡대의 입간판 안내문엔
이고장에 대한 해설과 함께 그 사진이 아주 잘 나와 있다.
(아래는 바로 그 사진)
생각 같아선 바로 이곳에 자리를 잡고 싶지만
여긴 용주사 주차장 까지 차를 타고 올라오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명소라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돌린다.
다시 되돌아 올라선 갈림길에서
조금 더 걸어가다 만난 봉화대를 스처 지나
부드러운 육산의 능선을 걸어가다 만난 갈림길에서
원산성길을 향한 오른쪽길을 외면후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 걷다 보면
일망무제의 조망을 제공하는 휴식터
회룡포의 정자가 우리 부부를 반갑게 맞아 준다.
바로 이곳이 오늘 우리가 한밤을 지세우며 머물 명당터.
회룡대 못지 않을 멋진 조망이 제공하는 넓직한 데크가 오늘 만큼은
오롯이 우리 부부의 차지다.
순식간에 구축한 우리의 보금자리로
이젠 하루를 마감하는 여린 한줌의 햇살이 드리운다.
시간이 지날 수록
더욱 더 처연함이 느껴지던 붉은 노을의 석양이
한순간 그 자취를 감추고도...
그 여운은 길게 남아
나의 가슴을 애잔하게 만들어 놓더니
이내...
그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그러더니 어느순간 어둠을 몰고 온
땅거미를 몰아내는 회룡마을의 불빛들이 하나 둘 늘어 나기 시작하자
비로소...
우리들의 저녁 만찬도 시작됐다.
일단...
닭똥집 무침을 안주로 소맥 한잔 먼저 시원하게 목젖을 넘긴 후...
역시...
산중에선 뭐니 뭐니 해도 삼겹살이 최고다.
오늘도 그래서 당연 메인 메뉴는 삼겹살...
덤으로...
삼겹살과 함께 노릇 노릇 감자도 익혀 드셔주자
와우~!!!!!
이젠 온갖 시름 걱정 다 잊어뿌고
행복한 마음만 차곡 차곡 알곡처럼 쌓여만 가는 깊은밤이 되었다.
어느새...
초록잎새가 마지막 성찬을 준비한다.
비빔밥....
삼겹살에 각종 야채를 섞어 비벼 먹는 이 맛을
우린 그 누가 뭐라해도 절대 포기 할 수 없다.
배 부르고...
알딸딸하게 취기가 올라 그런가 ?
보름을 앞둔 달님은 더 이쁘고
보석처럼 빛나는 별님 또한 오늘따라 유난히 정답다.
행복한 한밤을 보낸 이른아침....
동녁 하늘이 진통으로 붉게 물들어 간다.
이젠 곧...
하루를 시작하는 태양이 떠 오를 차레...
그런데 그만 살그마니 떠 올라 오던 태양을 구름이 순간 잡아 먹는다.
이런~!!!
오늘 일출은 글렀구나 여겨 다시 침낭 속을 파고 들던 그 때에
먹구름을 몰아내며 다시 승천하기 시작한 태양이 쑤욱 고개를 내민다.
하아~!!!!
이쁘다.
이른 아침을 해 속을 든든히 채운 우리부부....
잽싸게 짐을 정리한다.
아무리 평일이라 해도 부지런한 산객이 있을지 모를 터....
깔끔한 뒷정리 후...
웬지 서운함에 자꾸 되돌아 보게 만들던 회룡포 전망대를 등진다.
그런후...
우리의 발걸음은 원산성을 향했다.
원산성...
이 성은 토성이라 그런지
자세하게 보지 않음 성인지 뭔지 구분이 잘 안된다.
원산성을 뒤로
발걸음은 계속 내리막길 연속...
그렇게 강 바닥까지 내려선 등로가
이젠 다시 산 속을 파고든다.
그렇게 올라선 첫 봉오리엔 원목데크가 있다.
개념도엔 범등.
준희님이 걸어놓은 팻말엔 삼강앞봉이라 표기 돼 있다.
범등이란 이름보단 이곳은
삼강 옛나루 주막이 발아래에 펼쳐지니
삼강앞봉이란 이름이 더 잘 어울린다.
여유롭게 풍광을 즐기며 타인의 방해를 받고 싶지 않다면
이곳이 최적의 야영지란 생각이 불현듯 든다.
삼강앞봉을 내려선 등로가
삼강나루 옛 주막터로 향하는 다리와 만났다.
일단 우린 이곳에 베낭을 내려 놓고...
옛 주막터로 향하는
다리 중간에 설치된 조망대에 올라섰다.
그곳에 올라서자
은빛 모래톱을 가르며 흘러가는 맑은 강물과 함께
이젠 그 매서움이 사라져 봄을 느끼게 만들던 바람을 맞는다.
한여름엔 이곳을 찾아도 참 좋겠다.
삼강나루 옛 주막의 막걸리 한잔 거나하게 들이킨 후
이곳에서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한잠 푸짐하게 때리고 나면 신선이 따로 없을 듯....
다시 이어진 걸음...
강바닥을 치고 올라서는 등로가 제법 가파르다.
박베낭의 무게가 부담스런 등로는 이후에도 계속 오름과
내림의 부침이 심하여 부실한 체력을 시험한다.
그렇게 걸어 걸어 도착한
적석봉이 우리 부부의 마지막 목적지...
이젠..
산허리를 타고 돌아가는 평범한
육산의 오솔길을 따라 걸어 사림재를 넘어서면
육지속의 섬
회룡포로 향하는 제2 뽕뽕다리를 건너게 된다.
저 위에서 내려만 보던 고운 모래사장...
초록잎새가 따라올 생각은 않고 모래톱에다
글씨를 써 넣으며 한동안 사색에 잠겼다.
뭘 저리 그렸을지 ?
예전엔 회룡포의 뚝방을 타고 걸었는데
오늘은 그때의 반대로 진행방향 우측의 숲속으로 향한다.
연인의 길이란 이름이 붙은 숲속길은
그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만큼이나 참 좋은 정겨운 오솔길이다.
연인의 길을 걸어 나온 우린
다시 또 육지속의 섬 회룡포를 빠저 나오는 제1 뽕뽕다리를 건너며
1박2일 동안 산중에선 사람하나 만날 수 없어 더욱 좋았던 산행을 드디어 끝낸다.
(산행 모습을 생생 동영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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