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울릉도 성인봉
산행일 : 2007년 4월 07~08 (토.일) 맑음
누구랑 : 청솔을 따라서 초록잎새랑...
이동 경로 : 07일 -> 대전~주문진~도동~독도~도동~행남 해안도로~저동~도동
08일 -> 도동~내륙관광~나리동~ 성인봉~ 팔각정~대원사~도동~주문진~대전
(울릉도 지도)
신비의 섬 울릉도...
생각조차 아까울 정도로 애착을 품던 울릉도 만큼은
섬 구석구석 걸어 일주하리라 맘 먹고 계획을 세워 떠날라 치면
태풍이 길을 막던가 급작스레 일이 생겨 그 뜻을 이루지 못한 채 애간장을 태우기 몇해....
연모의 정은 사무쳐 그여 상사병이 도질것만 같아
큰 욕심 버리고 멀찍이 겉 모습만이라도 보고픈 마음에
1박2일 여정의 산악회를 따라 그리운 님의 품속을 향한 머나면 여정을 준비합니다.
이른 새벽 길을 떠나
주문진항에 도착하여 선실에 오릅니다.
울릉도는 뱃멀미가 하도 심해 속이 울렁울렁 댄다 하여 울릉도라 한다던데
예전 목포에서 제주도를 갈때 레인보우호에서 진저리가 날 정도의 쓰디쓴 노오란 위액까지
토해낸 뱃멀미의 기억이 새삼 떠올라 미리 멀미약을 챙겨 먹고 오른 한겨례호는 그러나 다행히
미동조차 느낄수 없을 정도로 고요합니다.
(주문진항에서 한겨례호에 승선하며)
묵호항에서 울릉도까지 161 km....
그 머나먼 거리를 운행하는 한겨례호는 쾌속선입니다.
일반 여객선처럼 자유롭게 선실을 다니며 해풍과 파도를 몸으로 느낄수 없는
답답함은 그나마 다행히 조망이 확보된 창가의 배정된 좌석으로 위로를 삼습니다.
묵호항을 벗어나자 마자
그야말로 동해는 망망대해 거칠것 없이 아스라이 수평선만이 시선에 들어옵니다.
바다는
바라다의 준말입니다.
바다는 바라면 모든것을 다 들어 준답니다.
"자 받아~"
하면서 모든것을 받아줍니다.
온갖 더럽고 오염된것도 절대 거부함이 없이 다 받아 정화시켜줍니다.
오늘 하늘은 맑아 시리도록 푸릅니다.
하늘빛까지 다 받아드린 바다는 그래서 잉크를 풀어놓은듯 싯퍼런데
햇쌀에 반짝반짝 보석이 빛나듯 윤을 냅니다.
어느것 내치지 않고 다 받아주는 그래서 그 끝을 알수 없을 정도로 넓은 마음을 갖고 있는
바다의 넉넉한 품에 세파에 찌든 나의 영혼이 안깁니다.
순간 편안함에 스르르 눈이 감깁니다.
(동해의 망망대해)
어느순간
수선스런 느낌에 숙면에서 깨어남니다.
울릉도 도동항이 지척인 듯 성미 급한 여객 일부는 벌써 출입문을 향해 길게 줄을 섭니다.
접안이 끝나 뭍을 향한 발걸음을 내밀자
뱃멀미의 울렁임이 없어 고요하던 가슴이 님을 만나려는 설레임으로 순간 울렁댑니다.
도동항에 내려서자 양편 깍아지른 절벽위론 초록의 새순을 틔운 신록이 눈부신데
흰 갈메기는 어데선가 나라 들어 나그네의 머리를 선회하며 환영을 합니다.
(도동항 오른편 산 능선의 풍광)
도동항에 도착후
불과 몇걸음 떨어지지 않은 곳에
이름만 모텔인 숙소에 방을 배정 받아 짐을 풀곤 독도를 향합니다.
1905년 2월 22일 시네마현 고시 제40호에
다케시마란 이름으로 지들 멋대로 일본땅에 편입후
1906년 조선에 그 사실을 통보하나 이미 그땐 외교권 박탈로 힘을 잃었기에
따지고 대들어야(누가 대들고 따지기나 했는진 알수 없지만) 입만 아플뿐입니다.
해방후 카이로 선언에 의해
우리에게 반환된 엄연한 내나라 내땅을 넘보는 음흉한 일본놈들을 향해
지금껏 따끔한 일침 말 한마디 못하는 등신 머저리 같은 우리의 지도자를 대신해
무명가수 한명이 시원하게 노래로 갈겨댑니다.
그런데 참으로 아이러니 한것은
그 노래는 일본 전통 대중가요 엔카의 소절과 음절
그리고 박자의 형식을 고스란히 사용함으로 그네들을 비웃습니다.
들불처럼 번저 유행한 그 노래의 첫 소절만큼은 누구나가 알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쪽빠리 씨방새들 웃기구 자빠졋네란 뜻이 담긴 노래의 첫 소절입니다.
울릉도 동남쪽 뱃길따라 이백리
외로운 섬하나 새들에 고향
그누가 아무리 자기네땅이라고 우겨도 독도는 우리따~~~앙 이랑께~ 넘보덜 마란 말이시~.....
울릉도에서 독도까지 87.4 km....
한참을 가야하는 뱃길에 이런저런 복잡한 사연이 얼키고 설킨
우리땅 막내 독도를 생각하니 아직까지도 힘없는 나라의 설음에
가슴 한켠엔 아릿한 아픔이 전해저 옵니다.
저멀리 동해바다 외로운 섬
금강산 설악산 맑은물이 동해로 흘러 들기에
투명하리 만큼 깨끗하고 시리도록 푸른 물결속에 우뚝솟은 독도에 도착합니다.
첫발을 내딛은 독도는 선착장만 발길이 허용됩니다.
"우이씨~"
으째서 내나라 내땅을 내 맘대로 밟아볼수 없는지
그 이유를 알수 없습니다.
누가 하나 속 시원히 그 사연을 알고 있는 사람도 없습니다.
혹여~
이것도 일본놈들 눈치가 보여 그런건 아닌지 ?????
밟아 오르지 못한 동도 서도는
바라만 봐도 눈부시게 아름답습니다.
그저 오르지 못한 안타까움은 새들의 고향이란 노랫말처럼
훨훨~ 지들 맘대로 날아 이곳 저곳 앉아 노니는 수많은 갈메기가 부럽습니다.
(독도의 풍광들...)
독도에서 도동항 숙소로 돌아와 저녁 식사후엔 오늘의 공식 일정 끝...
아내와 단둘이 울릉도에 오면 반드시 들려야 한다는 행남 해안도로 산책에 나섭니다.
바다...
그것이 나에겐
고등학교 2학년 수학여행 때까지도 상상속의 존재였습니다.
보리밭 밀발 사잇길 십리를 조치원까지 자전거로 내달린후 버스를 갈아타고
청주로 통학하던 충청도 산골짝 시골소년이 처음 부푼 꿈을 안고 찾아본 바다 풍광은
수학여행을 통한 부산 해운대 입니다.
은빛물결에 반짝반짝 빛을 내며
끝없이 펼처진 수평선 넘어 에서 부터 밀려든 파도가
해안가 모랫벌에 부서지는 포말속을 마냥 거닐다 처음 접한 바다의 풍정에 그만
홀라당 마음을 빼앗겨 교복을 입은채 풍덩 바다에 뛰어든게 내가 만난 첫 바다의 기억입니다.
그때의 비릿한 바닷 내음이
절경의 행남해안도로를 따라 들어서자 한꺼번에 후~욱 폐부로 밀려듭니다.
순간 정신까지 맑아지는 느낌만으로도 새벽에 길을 나선 고단한 여정의 피로가 풀립니다.
(행남 해안도로 풍광들...)
(행남 등대 아래서 바라본 저동항의 전경)
행남도로 끝 둔덕에 자리한 등대를 끝으로
숙소로 돌아오는 귀로엔 어둠이 내려 앉았습니다.
가로등 불빛에 일렁이는 바다는 또다른 풍정으로 맞아줍니다.
도란도란 아내와 정담을 나누며 걷는데 원추리님과 함께한 한무리의 산우들과 마주칩니다.
이곳 행남도로 끝에서 산 기슭을 타 넘어 저동항의 회와 쐬주를 맛보러 가는길에 함께 가길 원합니다.
뿌리칠수 없는 유혹에
배가 아퍼 숙소로 가길 원하는 아내를 돌려세웁니다.
랜턴으로 불을 밣혀 선등을 합니다.
뚜럿하던 등로가 계곡을 만나 흐릿하더니 이내 길이 끊깁니다.
뒤를 따르던 아내와 여성 산우들의 불안함이 느껴짐에 허술한 길잡이의 미안함이 조급증이 되어 허둥댑니다.
다행히 찾아낸 끊겨진 산길을 이으며 도동을 향한 밤길은 등줄기에 땀이 흥건히 배어날쯤
언덕아래 훤한 항구의 불빛을 만나며 고생 끝 행복 시작입니다.
저동의 횟집이 즐비한 시장에서
암팡지게 생긴 쥔장의 젊은 아줌씨가 골라내어 썰어준 각종 해산물과
꿈뜰꿈틀 대는 싱싱한 문어 한마리를 뜨건 물에 데쳐 듬성듬성 썰어 담아내자
푸짐한 한상이 차려집니다.
저 많은걸 어찌 다 먹나란 생각은 기우였습니다.
정말로 먹새들이 장난이 아닙니다.
빈 술병이 내려질수록 그 많던 먹거리가 줄어들더니 깔끔하게 비워집니다.
술잔이 오가는 만큼
함께한 산우들의 정은 깊어가는 밤을 따라 더욱 두터워 집니다.
울릉도의 첫밤은 그렇게 해안가 저동의 횟집 바닷속 심연으로 까무룩히 잠수를 합니다.
다음날 이른아침 핸폰의 알람에 눈을 뜹니다.
지난밤 과음에 몽롱한 정신을 억지로 흔들어 깨우는 찬물 샤워로 아침을 엽니다.
꺼끌꺼끌 한 입맛을 달래주는 된장국으로 속을 다스린후 일정을 따라 육로관광에 나섭니다.
30대 중반쯤 마른체형의 우리차 봉고기사가
좁다란 급경사로 이어진 울릉도 해안도로를 따라
능숙한 운전솜씨를 뽐내며 그 운전 솜씨 만큼이나 내내 이어지는
달변에 온종일 귀는 즐거운데 해안의 절경은 또한 눈부셔 눈동자는 바삐 움직입니다.
거북바위 사자바위 곰바위를 지나
울릉도 터널중 제일 길다는(길어봣자 한뼘수준) 태하 터널을 나와
열두 고개 구불구불 현포령을 넘어 내릴때 우리의 기사가 자랑스레 소개하는
울릉도 유일무일의 저수지에 이르러 서행하며 보여준 작은 물 웅덩이는 또 한차레 폭소로 이어지고...
이내 한눈에도 알아볼수 있는
송곳처럼 뾰족 솟아 오른 송곳산을 향해 가파른 시멘트 소 도로를 치고 올라
절 아래 공터에 내려 놓는데 기암기석의 송곳봉이 눈앞으로 달겨들고 벼랑위에
멋드러지게 지은 추산일가 모습이 그림처럼 발 아래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펼처집니다.
(통구미 전경...거북이는 어디에 ?)
(송곳산 전경)
(벼랑위에 지은집 추산일가의 전경)
추산일가를 내려와
투막집을 지나 숲속에 들자
평탄한 등로가 어느순간
정상을 찍고 돌아서 대원사로 향한 내림길로 들어섭니다.
성인봉에서 팔각정을 거처
(청정 해역의 미역줄기들...)
(바다의 맛에 푹 빠진 초록잎새)
산악회 일정중 마지막 코스인 망향봉을
(망향봉에서 바라본 울릉도 풍광들...)
망향봉을 내려와서도
배 출항까진 시간이 널널합니다.
직장선배 오백영님과 함께 전날 걷던 행남 해안 산책로를 다시 걷기로 합니다.
충청도 시골촌놈은
이런 절경의 해안 산책로는 아무리 걸어도 질리지가 않습니다.
부산의 이기대를 걸어본 이후
이렇게 아름다운 해안의 산책로는 처음입니다.
(행남 해안 산책로)
행남 해안도로를 따라 걷다
산능선을 향한 소롯길이 보여 그길로 올라섭니다.
뚜럿한 등로가 안내하는 대로 걷다 보니 이내 발아래 바닷물이 찰랑대는 절경이 이어집니다.
울릉도 성인봉보다 더욱 멋진 조망과
앗찔한 릿찌의 암봉이 연속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올라 암봉의 무명봉을 올라선후
뒤돌아 나와 행남 해안도로와 마주하여 나란히 이어지는 7부능선의 등로를 따라 걷다
출항시각에 맞춰 행남 해안도로로 내려 섭니다.
뒤늦게 발견한 숨겨진 보석같은 등로에 흡족한 우린
울릉도 마지막 일정을 끝냅니다.
(행남 해안도로 풍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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